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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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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60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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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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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2쪽

각성(2)

DUMMY

다시 눈을 뜨자 사위가 어둑어둑해졌다.

엘프는 내가 잠든 동안 줄곧 내 머리를 떠받치고 앉아 있었다.

세상에는 이런 엘프도 다 있구나.

엘프는 대체로 차갑다던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름도 못 물어봤네.

슬며시 일어난 나는 졸다가 앞으로 넘어가려는 엘프의 어깨를 살포시 잡았다.

손의 느낌이 이상하다.


“어어?”


내 손에서 푸른 오라가 반짝했다.

엘프는 곧 깨어났다.


“어머? 미쳤나 봐!”


엘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쿵!


“아얏.”


나는 누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그런데 저, 졸았어요? 졸았죠? 아!”


금세 그녀의 뺨이 붉어졌다.


“뭐 어때요. 전 댁 무릎에서 안방에서처럼 쿨쿨 잤는데.”


내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라.

엘프족 남자의 평균 신장은 남자가 190cm.

여성은 아마도 180cm가량.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내가 이 여성보다 크네?


“실례지만 키가 몇이에요?” 내가 물었다.

“177이요. 갑자기 그건 왜요?”


에에에에에엥?

177인 엘프를 내가 내려다보고 있다고?


“아, 아니에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눈앞의 엘프와 눈이 마주쳤다.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그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름다운 엘프와 나.

우리 둘은 잠시 말을 잃었다.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내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아니에요. 별말씀을요. 직업병 같은 거라고 해 두죠.”


그렇게 말하며 엘프는 웃었다.


“성함을 여쭤 봐도 될까요?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은데···”

“이름은 에리얼이에요. 보답은 괜찮구요.”

“차원영입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데.


“여어어어!”


멀리서 도마뱀 한 마리가 뛰어온다.

자이라였다.


“여어어어어어엉어??”


나를 본 자이라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어랏, 제 친구랑 너무 닮아서 착각했네요. 어휴, 훤칠하시네!”


그대로 지나쳐 가려는 자이라의 뒷덜미를 잡았다.

버둥버둥.


“얌마.”


자이라가 뒤돌아봤다.

내가 으레 보내는 눈빛을 보내자 자이라의 주둥이가 서서히 벌어졌다.


“으에에에엥?”

“맞아, 나.”


자이라가 양쪽으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 자이라 씨!”


에리얼이 자이라를 보고 알은 체를 했다.


“어엇! 에리얼. 여긴 웬일이에요?”

“조깅하다가 이분이 쓰러지셔서 좀 도와드리고 있었어요.”

“뭐야, 너···”


자이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보고 있으면서도 내가 차원영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


“나 맞다구 임마.”

“저는 내일 일정 때문에 가 봐야겠어요. 그럼.”


에리얼이 우리 둘에게 차례로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떴다.


팡팡팡!


자이라가 내 등을 세차게 두들겼다.


“아파! 아프다구!”


집까지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집에 와서도 나는 계속 추궁을 받아야 했다.

미리 만들어 놓은 갈비찜을 꺼내서 데운 뒤 밥을 차렸다.


“어, 이거 편리하네?”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려면 팔을 힘껏 뻗어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와아, 갈비찜! 좋아좋아! 스읍-”


자이라가 흐르는 침을 추어올리며 외쳤다.


“아,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나는 마나가 굉장히 많이 응축되어 있는 것 정도만 흐릿하게 보여. 각성자마다 다른데, 자신의 마나 수치 만큼만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고위 각성자들 중에는 대기의 마나 흐름이 보이는 자들이 있다고는 하는데 과연 진짜일까?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 자이라가 말했다.

“그래?”


후후.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범상치 않다.

내 눈에 펼쳐진 전경들이 범상치 않다는 말이렷다!

자이라의 몸 윤곽과 그 안에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비롯해서 모든 사물의 테두리에 흐르는 마나가 내 눈에는 보였다.

이 세상은 온통 마나로 이루어져 있다!

아까부터였다.

에리얼의 무릎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계속해서 그랬다.

처음에는 현기증 때문에 정신을 잃었지만, 이제 그것마저 얼마간 적응한 것 같았다.

에리얼의 눈동자는 코어 결정처럼 깊은 마나가 아른거렸다.

거울을 봐도.


“아!”


이목구비가 또렷해지고 키가 좀 크고, 등빨이 조금 좋아졌을 뿐인데 이다지도 사람이 달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온몸에 흘러넘치는 이 마나를 보라구!

후광이다.

후광!

특이한 점 하나는 내 두 눈동자가 짙은 파랑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아까 보았던 에리얼보다 더욱 파랗디 파랗다.

당장 협회로 출두할 마음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니지.

먼저 클리너를 때려치워야 하나?

아니다.

월차를 내자.

있는 월차를 다 내고, 무얼 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해 보자!

당장 일주일을 굶어도 기운이 펄펄 날 것 같았다.


꼬르륵-


“어, 그건 아닌가···”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가서 갈비찜을 마저 뜯었다.

아무래도 너무 흥분한 것 같다.

자이라는 자신의 성장기를 내게 설명하며 내 변화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성체로 변이.

나의 급격한 변화는 나조차도 납득이 잘 안 갔다.

하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인가!

텔로미어가 22층 몇 위쯤 되는 공격대지?

일단은 거기서부터 시작할까?

나는 구름처럼 솟아나는 생각을 뿌리치고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잠이 들었다.

언제나처럼 코어 결정을 손에 꼭 쥐고.


클리너 사무실에 들러 앙드레에게 있는 월차를 몰아서 낸다고 말했다.


‘그래도 일단 오늘까지는 근무해 줘요.’


앙드레가 머뭇머뭇 말했다.

그는 처음에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바뀐 내 모습에 놀란 앙드레에게 리자드맨처럼 성체로의 변이 같은 거라고 둘러댔다.

오크 앙드레는 나를 못생긴 엘프 정도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푸른 눈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더욱이.

아, 남들한테는 푸른 눈으로 보이지 않으려나?

엘프는 인간과 매우 흡사해서 성장기가 있을 뿐, 성체로의 변위 따윈 없다.


평소 두 시간은 걸릴 비질을 한 시간 만에 끝내 놓고도 에너지가 흘러 넘쳤다.

각성자라는 건 이런 느낌이었구나!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었다.

청소를 끝내고 내가 마나를 처음 보았던 나무 앞에 섰다.

줄기에 손을 짚었다.

이게 무슨 기분일까.

나무와 내가 이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초에 보았던 것 만큼은 아니지만 나무에 마나가 흘렀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에도, 하늘에도, 주변 모든 풍경에 마나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내가 모든 사물과 이어진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나는 곧장 협회로 향했다.

529지구의 협회는 한 번도 올 기회가 없었다.

1129지구 협회의 직원들과 방문객들이 나를 보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경멸.

혹은 한심하다는 눈빛.

혹은 무관심.

529협회 건물의 으리으리한 자동문을 지나고 나서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눈빛들을 느꼈다.

덩치가 좀 커지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졌다고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었다.

너희들이 가진 마나가 어느 정도인지 다 보인단 말이렷다!

몸에 흐르는 마나 농도가 보인다는 것은 아주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것과 다름없었다.

너는 이만큼, 또 너는 저만큼.


“크하핫!”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주변인들이 나를 미친놈처럼 쳐다봤지만 그런들 어떠랴.

느긋하게 번호표를 뽑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271번. 271번 대기자 측정실로 오십시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측정실로 향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직원은 트롤이었다.

눈이 세 개인 것과 거무죽죽한 피부색을 제외하면 거의 인간과 흡사한 트롤.

트롤 치고 왜소하다.

이 트롤도 맘 고생이 심했겠구먼.

그래도 마음 잡고 직원으로 일하는 걸 보니 존중할 만하다.

트롤은 눈과 팔다리의 개수가 많아야 더 인정받는다.

더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차··· 원영 씨? 그전에 한 번 측정한 기록이 있네요?”

“아, 예전에요. 오래 됐어요.”


다른 직원이 눈치를 주었다.

지금 밀린 인원이 얼마인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빨리 퇴근하고 싶다고!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다 들린다 임마.

놀라지나 말라구.

하지만 원판을 보자 옛날 생각이 나서였는지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나는 신발을 벗고는 주섬주섬 원판 위로 올라갔다.

원판에 불이 들어왔고.


삐삐삐삐-


차근차근 측정 수치가 기록되고 있다.

안 봐도 비디오.

왜냐.

눈 세개 트롤의 표정이 내 수치의 결과를 대변하고 있으니까.

눈이 커지고···

그 다음은 입이 벌어진다.

기록되는 수치가 높아질수록 벌어진 구멍들이 커진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


이윽고 측정기가 경고음을 냈다.

내게 귀찮은 표정을 던졌던 직원.

크하핫!

특히 언데드 녀석!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삐- 삐- 삐- 삐- 삐-


마침내 측정이 끝났다.

나는 원판에서 내려와 신발을 구겨 신었다.

두 직원의 태도가 달라졌다.

신발 앞코를 바닥에 탁탁, 치고는 직원들 쪽으로 걸어갔다.


“어떻게 됐나요?”

“구, 구, 구···”


뭐냐.

비둘기냐.

트롤이 말을 잇지 못해 옆의 언데드가 대신 말했다.

아무래도 트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구십구 쩜 구구구구구··· 입니다.”


A급 각성자조차 이런 수치를 가진 이는 없을 것이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


삐삐삐삐-


측정 원판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이미 원판에서 내려왔는데 멋대로 원판이 측정을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언데드가 원판으로 다가가서 수동으로 리셋 버튼을 눌렀다.

방의 셋 중, 나만이 원인을 알았다.

이 방을 가득 채운 마나 때문이었다.

이 공간은 다른 곳보다 현저히 마나량이 많았다.

이건 나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직원 둘은 각자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트롤은 열심히 말을 하고 있었고, 언데드는 전화기 버튼을 바쁘게 눌렀다.

1분가량 그러고 있다가 언데드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협회장님이 부재중이시라 부장님이 이리로 오고 계십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전화 주세요.”


나는 내 낡은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다급한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날아갈 것 같았다.

망할 놈의 협회!

내가 한 방 먹여 줬다구!

예상 가능했다.

이렇게 된 이상 아쉬운 건 협회 측일 것이다.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집으로 오는 길에 스마트폰을 검색했다.

마나 수치.

마나량.

마나 최고 수치.


“푸하하하핫!”


고속 열차 안이었다.

다행히 승객이 몇 없었다.

나를 미친놈처럼 쳐다보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절을 해도 괜찮으리라.

검색할 수 있는 랭커들의 마나 최고 수치는 고작 80프로 대였다.

생각 난 게 있었다.

그 길로 나는 529지구, 아파트 근처의 펍으로 향했다.

실험해 볼 게 있었다.

비싼 것도 비싼 것이지만, 자이라와 동행하지 않는 이상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술집이었다.

내 무릎 늘어난 추리닝을 힐끔 쳐다본 바텐더가 물었다.


“뭘로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가장 비싼 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여기서 가장 비싼 술은 블루 워터스 살롱 드 피프틴, 잔 당 700골드 입니다만.”


어쩜 술 한 잔이 정확하게 내 클리너 월급이라냐.


“주세요.”


바버샵에서 머리를 만진 듯한 엘프 바텐더가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정중하게 술을 따랐다.

나는 단번에 술을 넘겼다.

독한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쓴 위스키 향이 진하게 남았다.

향이 오래 남았다.


“크아아! 이래서 비싼 술을 마시는 거구나!”


나는 입가로 흐른 술을 닦아내고 말했다.


“한 잔 더!”


한 잔.

또 한 잔.

또 한 잔···

나는 연달아 열 잔을 마셨다.

7,000골드.

내 재산의 절반을 30분도 채 되지 않아 탕진했다.


“씨이바아아아아알!”


나는 소리쳤다.

그렇게 크게 소리 내어 욕설을 내뱉은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비각성자 인생의 묵은 체증이 담긴 하울링.

술집 안의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상관없었다.

이제 내 인생은 달라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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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VVVIP가 되었다. 24.02.16 1,838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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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5 38 12쪽
» 각성(2) +1 24.02.15 2,908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7 46 8쪽
2 코어 결정 +1 24.02.13 4,408 49 12쪽
1 클리너 +3 24.02.12 6,248 6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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