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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534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28 21:45
조회
708
추천
25
글자
11쪽

나는 누구? 여긴 어디?

DUMMY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

자이라와 동거하던 집에서 나와 혼자 지내게 된다는 사실이 싫었다.

막상 일이 닥치니 무의식 중에 잠들어 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듯했다.

오랫동안 혼자 지냈지만, 자이라와 동거한 뒤로 그랬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냈었다.

혼자는 편하지만···

외롭다.

외로운 건 어떤 발악을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감정 중 하나다.

나는 여전히 이중 계약, 아마 층 최초로 텔로미어 길드와 중앙 협회 헌터로 활동하게 되겠지만, 아마 에리얼은 성격상 내게 많은 일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무 것도.

그러면 자연히 교류는 줄어들 테고 우리는 멀어질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그러한 레퍼토리가 재생되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어깨에 손이 올라왔다.

손에서 미미한 압력이 느껴진다.

에리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신에 일주일에 한 번, 파티 사냥을 하면 어때요?”

“오 좋다, 좋아!”

“오옷!”

에리얼의 아이디어에 다들 만족하는 것 같았다.

에리얼은 늘 내가 했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고한다.

마냥 좋은 건 아니었지만 더 나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는 않으리라.

그래,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이들을 볼 수 있다.

그거면 된다.

“좋아요, 1지구로 옮길게요. 그리고 파티 사냥도 좋습니다!” 내가 힘차게 말했다.

“사냥터는 어디로 할 거예요? 지난번에 크레이지 불은 너무 시시했거든요!” 크루엘라였다.

시시했다고?

내가 스킬을 시험하는 내내 크레이지 불 한 마리한테 쫓기는 신세였던 게 누구더라···

그런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렇게, 내가 1지구로 이사하는 것이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1129지구에서 529지구로 옮길 때 이사 비용 때문에 고민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번 이사는 조금 양상이 달랐다.

「17,967,652,279 G」

나는 시스템 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숫자는 보고 또 봐도 현실감이 없다.

문득 재테크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과거에 몇 번, 클리너로 일하는 동료가 그런 말을 했었다.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재테크 뿐이라구!’

얼굴도 떠올리기 어려운 그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까?

‘일 년에 10%씩만 수익을 본다고 해도 일곱 번이면 자산이 두 배가 된다구!’

덕분에 나도 펀드, 주식 등의 재테크 상품에 관심을 가지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재테크라는 것은 내가 클리너로 일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보다도 당시의 나는 클리너 일만 해도 벅찼다.

7,000골드가 두 배가 되어 봤자 14,000골드이지만, 현재 내가 가진 돈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음···”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렇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띠링!


[입금 내역이 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바로 시스템 창을 띄웠다.


「입금: 10,000,000,000 G

송금인: 각성자 중앙 협회

“죄송합니다! 좀 늦어졌습니다!”」


무려 100억 골드였다.

최초에 계약금으로 명시된 금액이 입금된 것이다.

재계약은 어제로부터 일년 후.

계속해서 골드가 쌓여간다.

클리너로 일할 때와 비교한다면 위험은 커졌지만, 더 쉽게 돈을 번다.

가만.

정말로 위험이 커진 걸까?

클리너 역시 두들겨 맞다가 죽을 수 있는 직업이다.

“그래, 죽을 때 죽더라도 이게 백번 낫지!”

누구라도 선택만 할 수 있다면 헌터를 직업으로 삼을 것이다.

또한 마음먹고 파밍한다면, 몬스터 사냥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다.

앞으로 내 재산이 줄어드는 일 따윈 없다.

“이번에도 재테크 공부는 물 건너 갔군.”

그렇게 다시 한 번, 재테크라는 단어는 기억의 저편에 묻혔다.


*


사흘 전에 이사 차량을 수소문해서 보냈다.

포탈로 이삿짐을 옮기면 편할 것 같았지만 가능 여부도 알 수 없었고, 이런 개인적인 일로 에리얼에게 신세를 지기는 싫었다.


―금일 정오 도착 예정입니다 고객님!


포장 이사 기사에게 메시지가 왔다.

나는 1지구 답사도 할 겸,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텔로미어 옥상에서 최전방 포탈로 나와 하늘을 날았다.

하늘에서 보니 최전방 게이트 쪽은 몬스터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다.

대평원을 지나 험악한 산지가 나왔고, 색색의 우림이 차례로 지나갔다.

거대한 뱀이 지나간 자국을 남긴 것처럼 생긴 강줄기가 보였고, 그저 제멋대로 꺾인 굵은 강줄기도 보였다.

강줄기는 대부분 바다로 이어졌다.

문득,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공에서 필드를 내려다보면 위험한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곳처럼 보이지 않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필드가 얼마나 넓은지도 실감 났다.

잊고 있던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사는 곳은 22층.

층은 몇 개나 있는 걸까.

하나의 층의 규모가 이렇다면, 탑이라는 것은 얼마나 거대한 건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나는 시스템 창을 띄웠다.


「탑:

1.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 ≒ 우주

2. 여러 층으로 또는 높고 뾰족하게 세운 건축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흠··· 어렵군.”

사전을 보니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나는 헬륨 풍선에 달린 실을 당기듯, 떠돌던 생각을 다시 현실로 당겼다.

생각보다 거리가 엄청나다.

이따금 점멸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마나를 응축해 몸을 당기는 것에 비해 고공에서 점멸을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높은 곳에서는 점멸 사이의 딜레이가 더 크게 다가온다.

0.1초쯤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아래로 쭉 미끄러지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익숙하다고는 해도 점멸 중에는 스킬에 몰두해야 하므로 시스템 창을 볼 여유가 없다.


마침내 저 앞쪽으로 1지구가 펼쳐졌다.

각성자 중앙 협회 건물에서 내려다보았을 때는 1지구가 숲에 가려진 요새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다르다.

완전히 개발된 도시와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도시가 다가옴에 따라 차츰 고도를 낮추었다.

위에서 필드와 도시의 경계선으로 보이던 것은 담장이었다.

끝없이 뻗은 담장.

막상 착지하고 보니 담장이라고 하기에는 성벽에 가까운 높이와 두께였다.

529지구는 허리 높이의 허접한 담장이, 1129지구는 담장 자체가 없었다.


“범죄율이 낮은 이유가 있었군.”


외부에서 자유로이 종들이 멋대로 드나들 수 없는 구조다.

때 맞춰 포장 이사 기사의 메시지가 왔다.


―고객님, 지금 1지구 남문 쪽인데요, 신원이 확인되기 전까지 문을 열어 주지 못하겠답니다!


조금 귀찮아졌군.

귀찮은 게 싫어서 포장 이사 기사한테도 정체를 밝히지 않았는데.

하는 수 없지.


“영상 통화로 전환하고 저 바꿔 주세요.”


시스템 창 너머에서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듯했지만 곧 민머리 오크가 영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통화 바꿨습니다.

“아, 네. 차원영입니다.”


다행인 걸까.

더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오크는 자신의 시스템 창을 확인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죄송합니다, 차원영 헌터님! 바로 통과시키겠습니다!”


거 참 편리하군? 하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보안 관련 업무를 하는 이들 사이에 나를 모르는 이는 없다고 한다.


각성자 중앙 협회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

숙소라고 해서 자이라와 살던 아파트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고급 맨션을 상상했는데, 숙소는 내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곳이었다.

대문부터가 으리으리했다.

대문 앞, 이사 트럭이 미니어처처럼 보일 정도로.

다가가니 달달거리는 고물 트럭에서 기사가 내리더니 이리로 뛰어왔다.


“차원영 헌터님이라고 진작 말씀을 좀 주시지!”


나를 언제 봤다고 그는 활짝 웃고 있었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구조의 대문이었는데, 안쪽에서 잔디 깎이를 만지작거리던 이가 대문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차원영 헌터님이시군요! 외곽 보안팀에서 연락 받고 나와 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이가 대번에 나를 알아보고 화색을 띠었다.

이것 참, 적응 안 되네.

보는 종들마다 왜 이렇게 웃는 거야.


“아, 예. 안녕하세요.”

“영광입니다!”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된 기분이다.

밀짚모자를 쓴 정원사가 요란을 떠는 통에 포장 이사 기사도 덩달아 더 신이 난 것 같았다.

젠장, 이래서 일부러 정체를 숨겼는데.

종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원사는 자신이 안내원이라도 된 양 트럭에 함께 탑승했다.


“제가 안쪽에 타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그냥 가도 된다니까 굳이 타란다.

어쩌다 보니 3인승 트럭에 셋이, 그것도 중간 자리에 앉게 되었다.

트럭은 달달거리면서 한참 동안 정원을 달렸다.


10분여를 달린 끝에 트럭이 멈춰 섰다.

멈추고 보니 고속 무빙워크가 눈에 들어왔다.

저 앞쪽으로 분수대가, 분수대 양쪽으로 계단이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건물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마치 중세 시대의 귀족 별장처럼 생긴 건물이다.

한때 드라마에 빠져 있을 때 본 건물과 무척 흡사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숙소처럼 생기진 않았네요 하하!”


셋이서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얼어 있던 분위기를 녹일 겸 말을 꺼냈다.

정원사가 정색하며 나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정색을 하고 그러십니까···

그가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차원영 헌터님 단독 숙소입니다. 오십여 명의 저택 관리인들이 관리인 숙소에서 머물며 헌터님을 보좌할 것입니다.”


정원사가 밀짚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정식으로 소개하지요. 저는 이곳 저택의 집사장, 랄프라고 합니다.”


정원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언데드였다.

그리고 게이트에서 본 유능한 마법사 제라드처럼 좋은 냄새가 났다.

이쯤 되면 언데드에게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것은 헛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이쪽은 제가 맡을 테니 천천히 둘러보십시오.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주시고요.”


집사장 랄프는 한쪽 손으로는 포장 이사 기사를,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짚었다.

얼떨떨하다.

멍하니 서 있는데, 가까이 보이는 참나무 가지 위의 다람쥐와 눈이 마주쳤다.

다람쥐는 곧 어디론가 뛰어갔다.


넓은 공간 치고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으로 회장님이나 사용할 것 같은 집무실이 있었고, 침실은 2층이었다.

침실은 한두 개가 아니라서 임시로 2층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이건 뭐···”


오십 명이 살아도 너끈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이라와 에리얼의 얼굴이 떠올랐다.

문득 든 생각에 교통편을 생각해 본다.


“게이트까지 가서, 포탈을 타면 되긴 되는데··· 너무 먼가?”


침실에 있는 늘어져서 그러고 있는데 랄프에게 메시지가 왔다.


―비서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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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6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6 4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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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리너 +3 24.02.12 6,247 6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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