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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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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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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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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DUMMY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를 들고 내친김에 텔로미어 길드 본부로 향했다.

길드들은 저마다 규모가 천차만별인데 대부분 지구 협회보다도 규모가 크다고 한다.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529지구 헌터 협회 사이트에 접속했다.

[길드 명부]

“찾았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1위부터 차르륵, 순위가 떴다.

텔로미어는 27위.

이쯤이면 중상위권인데?

자이라가 떠들던 게 생각 난다.

‘이몸이 메인 탱커라서 공략에 성공한 거라구!’

상위 던전을 공략하면 당연히 길드 순위가 올라간다.

아무튼 [텔로미어] 버튼을 누르니 해당 길드 웹사이트로 이동했다.

업적과 멤버를 비롯한 메뉴들이 있었다.

“어엇?”

에리얼.

에리얼이 길드장이었다.

두근.

나를 내려다보던 아름다운 엘프의 얼굴과 그녀의 깊은 눈동자가 머리를 스쳤다.

좋은 사람 같았는데.

에리얼과 헤어지고 몇 번, 그녀는 느닷없이 내 머릿속에 나타났다.

―이번 내리실 역은 텔로미어 길드 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나는 벨을 눌렀다.

길드는 하나 같이 돈이 많다.

지구 외곽의 넓은 부지를 통째로 사용한다.

규모가 큰 길드는 버스 정류장이 몇 개나 이어질 정도다.

부지가 넓은 덕분에 높은 빌딩 대신에 낮고 넓적한, 농구화 같이 생긴 건물들이 곳곳에 보인다.

나는 이정표를 보고 텔로미어로 향했다.

띠링!

이메일이 도착했다.

“오, 얘들 일 잘하네.”

적성 검사 결과였다.

네이네이가 장문의 이메일을 남겨 놓았다.

「짱 멋진 우주 최초 S급 차원영 헌터님께.

협회 사무실에 들러 천천히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헌터님! 무릇 헌터님의 헌터 생활의 첫 단추를 저와 함께··· 아니! 협회와 함께 하신다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출발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선 헌터님의 적성은 INFP로 마법을 사용하는 데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헌터님의 마나 수치는 어떤 클래스를 고르든 상관 없을 만한 수치입니다. 적성을 떠나 어떤 클래스를 고르더라도 우주 최고 헌터가 되실 것은 변함없는 사실···」

이메일이 너무 길어서 스킵했다.

“INFP라··· 마법사에 적합한 적성이라고?”

걷다 보니 어느새 텔로미어 사옥 본관 앞이었다.

조용해서 그런지, 협회를 들를 때보다 한층 긴장감이 서린다.

텔로미어 입간판 앞에 잠깐 서 있다가, 깨끗이 닦인 무거운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길드 입단하려고 하는데요.”

“아, 네. 기본 정보 작성 이후 매니저 사무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안내 직원이 내 면허를 보고 경악했다.

안 그래도 정중했던 직원은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 정보를 입력했다.

직원도, 매니저도 모두 트롤이었다.

트롤은 가장 많은 비율에 능력의 편차도 큰 종족이다.

매니저는 팔이 네 개인 트롤이었다.

매니저 사무실.

좁지만 책장부터 해서 깔끔하게 정리된 사무실이 매니저의 성격을 대변했다.

“어서오세요. 여기 아메리카노 한 잔 부탁해요. 헌터님은 뭘로···”

“저는 카페라테 부탁드립니다.”

매니저도 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내 정체를 알고 기겁하는 사람들을 보는 건 재미있었다.

동시에 도파민이 뿜뿜 대는 일이다.

“허, 허허허, 헌터님! 길드장님을 모셔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뭐 그렇게까지···”

“아닙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최대한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트롤이 휘청거리며 커다란 머리를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숙이고는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매니저가 에리얼을 데리고 온 건 10분가량 지난 후였다.

에리얼은 나를 바로 알아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 차원영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인사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그렇게 됐네요.”

성인 이후에 각성을 하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였다.

드물지만 아주 없지는 않은.

셋이 앉아 사무적인 이야기를 짧게 나누다 매니저가 자리를 피해 주었다.

에리얼의 얼빠진 표정.

그런 표정조차 예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차에 그녀가 말했다.

“이런 스펙을 가지고 왜 우리 길드에 들어오시려고 하세요?” 에리얼이 물었다.

“자이라가 강추해서요.”

에리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

“엉뚱하시네요. 그래도 일인데 그런 걸로···”

“하하, 제가 좀 단순합니다.”

“좋아요! 그럼 거절할 이유가 없겠네요. 저도 원영님··· 아니. 차원영 헌터님을 백분 서포트할게요!”

“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클래스부터 선택하시죠.”

“옙!”

당신과 함께라면 무엇인들 못하리요!

에리얼이 내 옆에 앉아서 테블릿을 보여주며 설명을 곁들였다.

처음에는 스무 개도 넘는 클래스에서, 차츰 직군이 좁혀졌다.

전사, 마법사, 흑마법사, 네크로맨서, 마검사.

전사를 제외하고는 마나 수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내 적성에 맞는 클래스들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일반인이었지만 파편적으로나마 헌터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어쩌면 현대 사회는 헌터의, 헌터에 의한, 헌터를 위한 사회나 다름없었기에.

아무튼 그게 도움이 되었다.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나중에 전직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에리얼은 미소지었다.

“저도 딜러에서 전직한 케이스예요.”

“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진작 말해 줬어야지.

“전사 갑니다 그럼.”

저들 중 난이도가 가장 낮은 것이 전사라고 하니까···

게다가 전사는 탱커도, 딜러도 될 수 있는 클래스다.

우리는 매니저 사무실을 나섰다.

“그런데 제가 너무 시간을 뺏는 거 아니에요?”

그건 진심이었다.

길드장 씩이나 되는 분이 줄곧 나와 함께 시간을 죽이고 있었으니.

“사심이에요.”

에리얼이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원영 씨는 어떤 길드라도 탐낼 만한 인재예요. 저도 나름의 최선을 다 해야죠.”

말끝마다 에리얼의 파란 눈동자가 도장을 찍듯 내게로 향했다.

그러면 마냥 기뻤다.

내 심장이 그녀의 눈길에 반응하는 듯이 콩닥거렸다.

“하하하, 그런가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요.”

정말이지,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다.


별관에 스킬 상점이 있었다.

“일단은 기본 스킬만 구비해서 익히시면 될 거예요. 비싼 스킬이 많은데 비싸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스킬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해요.”

직원이 나를 응대하러 왔는데, 에리얼은 자신이 안내하겠노라, 가볍게 한 손을 흔들었다.

어, 그런데 스킬 가격이···


「돌진(전사 전용) 10,000골드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의 코앞으로 이동합니다. 깜짝 놀란 적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전사라면 무조건 탑재해야 할 국민 스킬입니다.」


유리관 안에 든 황금색을 비롯해, 은색 동색 카드들이 즐비했다.

내 눈은 스킬의 가격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가진 재산으로는 스킬을 두 개도 못 산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10,000 골드는 싼 편에 속했다.

“왜요. 마음에 드는 스킬이 없어요?”

에리얼이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아카시아 향이 났다.

콧구멍에 머리카락이 들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 아뇨! 모두 훌륭한 스킬인데요!”

당황한 나는 머리를 슬쩍 옆으로 피하며 외쳤다.

에리얼은 내가 돈 걱정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하긴.

코어 결정 1g이면 1,000골드.

10g이면 10,000골드다.

만 골드라는 것은 공격대장에게 어쩌면 껌값보다도 싼 가격일지 모른다.

“저는 일단 저걸로 할게요.”

나는 돌진 스킬을 가리켰다.

“오, 좋은 선택이에요 원영 씨! 아. 그 전에···”

에리얼이 테블릿에서 계약서 창을 띄웠다.

나는 그녀가 건넨 계약서를 훑어보는 척했다.

어려운 말이 많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것 만큼은 그녀가 눈치챈 듯했다.

“계약금은 10만 골드. 던전 공략시 분배금은 N분의 1. 이게 가장 중요한 내용이에요. 이적을 비롯해 여기 표시한 부분은 제 권한으로 배제시켜 드리려고요. 그것들만 확인해 보세요.” 에리얼이 말했다.

10만 골드!

당장 공격대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10만 골드라니!

내가 지난 3년 동안 모은 돈보다 훨씬 큰 돈이었다.

게다가 에리얼이 표시해 놓은 계약 기간.

원래 공격대에 속하려면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은 비각성자인 나도 아는 사실이었다.

과감하게 그 항목을 지웠다.

길드장이란 그런 게 가능한 지위인 것이다!

“지금 헌터님의 능력을 이런 헐값에 사는 것만 해도 상식을 벗어난 건데 계약 기간 따위로 묶어둘 수는 없죠.”

당신은 혹시 천사?

나 같은 무지렁이의 등을 처먹어도 뭐라 그럴 사람이···

아.

이제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내가 고위 각성자라는 것이 나조차 실감이 안 난다.

실감은커녕 수시로 깜빡깜빡한다.

에리얼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내게 잘 대해 주었다.

내가 마나 수치가 높은 각성자라는 것을 알기 전부터.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도리어 너무 쉽게 결정해서 에리얼이 놀란 모양이었다.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물론이죠.”

에리얼이 웃는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에리얼은 테블릿을 톡톡톡, 두들겼다.

띠링.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돈이 입금되었다.

헉스!

오늘은 스킬을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몇 개 더 사도 되겠다.

나는 스킬 카드 몇 개를 더 골랐는데 에리얼이 걸러 주었다.

“천천히 해요. 오늘은 처음이니까 세 개만 해도 되겠어요.”

스킬 카드를 구매한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에리얼이 말했다.

“이제 스킬을 익히러 가 볼까요?”

나는 직불 카드로 대금을 결제했다.

내가 구매한 스킬은 모두 세 개였다.

돌진, 회전 베기, 최후의 일격.


에리얼은 끝까지 나를 케어하려 했으나, 심각한 표정을 하고 다가온 직원을 따라 나섰다.

대신에 매니저가 공격대 사옥을 안내해 주었다.

“이쪽으로 가면 훈련장, 저쪽이 사냥터, 요쪽이 편의 시설입니다.”

사냥터.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 난다.

자이라가 웨어울프를 잡을 때 데려왔던 곳이었다.

입구 쪽이 시끌시끌했다.

유리창 밖을 보니 여러 대의 차들이 입구 쪽에 정차해 있었다.

저마다 방어구를 착용한 공격대원들이었다.

그들 중 유난히 덩치가 큰 리자드맨이 보인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어엇!”

자이라였다.

나도 그를 향해 걸어갔다.

“차빵! 여긴 웬일이야! 나 보러 왔어?”

자이라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

“아니.”

“킬킬킬, 맞잖아 임뫄. 뭘 창피해하고 그래?”

“길드 가입했다 나.”

“우오오옷! 뭐야, 진짜야?”

나는 아까 구매한 스킬 카드를 보여주었다.

“이 자식! 잘했다, 잘했어!”

도마뱀 녀석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어이, 다들 여기 주목!”

자이라가 손뼉을 치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공격대원들이 이쪽을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은 참새 떼처럼 자이라에서 금세 내게로 옮겨왔다.

“여기 내 오랜 친구가 우리 길드에 입단했다! 모두 박수로 맞아 줘!”

하나둘 마른 박수가 시작되더니 박수는 이내 소나기처럼 바뀌었다.

얼떨떨했다.

나는 그들을 향해 허리를 한 번 숙였다.

박수가 끊이지 않아서 두어 번 더 허리를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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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VVVIP가 되었다. 24.02.16 1,837 32 12쪽
7 스킬: 돌진 24.02.16 1,922 28 11쪽
»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7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3 각성(1) 24.02.14 3,096 4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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