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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388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2 23:51
조회
6,233
추천
66
글자
6쪽

클리너

DUMMY

내가 사는 세계에는 트롤이 가장 많다.

트롤에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눈도 내게는 고작 두 개. 팔도 고작 두 개. 다리도 고작 두 개···

제길···

내가 트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머리가 두 개 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건 다 허황된 생각이다.

거주 구역마다 아파트가 수천 수만 동씩 들어서 있다.

나는 비교적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1129 지구에 살고 있다.

우리 층은 1200여 개의 지구가 있으니 거의 말단에 가까운 지역에 사는 것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잘 사는 지구이다.

현재 그곳에서 거주 구역 대부분을 청소하는 일을 한다.

청소일에도 세부 사항들이 있지만, 각성자들은 우리를 통틀어 ‘클리너’라 부른다.

클리너는 천직 오브 천직.

직업에 먹이사슬이 있다면 가장 밑바닥에 있는 직업이다.


아, 오늘은 어쩐지 몸이 찌뿌둥해서 일하기가 싫다.

하지만 매일 같이 반복해 온 일.

머릿속을 비우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대비를 들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각성자들의 이른 출근 시간을 피해, 오전 열 시쯤이 일하기가 좋은 시간대다.

다함께 못사는데도 각성자가 사는 동과 비각성자가 사는 동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각성자들은 아무리 하급이라도 공직에 자리가 있기 때문에 클리너 중에 각성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 했다.

고로.

각성자 동의 청소도 비각성자인 클리너가 맡아야 하는 것이다.

내 구역의 절반은 각성자 동이다.

이쪽 구역을 청소할 때는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밴다.

가장 구석 쪽인 정자 쪽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정자부터 해서 인도, 주차장 등의 구역을 비질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젠장.”


아파트에서 나온 각성자 하나가 이리로 다가온다.


“이러면 시간이 지체되는데.”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들을 거슬리게 하지 않게끔,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비각성자가 으레 가져야 할 몸가짐.

행여 각성자에게 먼지 한 톨이라도 날리면 안 되니, 당연히 청소는 중단된다.

나는 숨을 참은 채, 눈을 반쯤 내리깔고 길에서 몇 걸음 벗어나 있었다.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안 된다.

적당히.

비각성자, 특히 클리너에게는 ‘적당히’가 무척 중요한 덕목이다.

네 개의 눈과 팔다리가 한 쌍씩 있는 트롤이었다.

트롤은 느릿느릿 내쪽으로 걸어왔다.

얼른 지나가라,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내 바람과 다르게 트롤의 걸음이 내 앞쪽에서 멈추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트롤의 얼굴을 바라봤다.

헉!

네 개의 눈 중 하나가 내쪽을 향하고 있었다.

괜찮아!

이럴 때일수록 침착, 침착해야 한다.

드래곤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그래,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최대한 거슬리지 않게 사과하는 거다.

진심을 담아서!


“죄송합니다!”


나는 최대한 바른 차려 자세를 유지한 채로 머리의 각도까지 신경 써서 숙이고 있었다.

꿀꺽.

절로 침이 넘어간다.

그 다음은 신의 영역이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말에서 짜증이 묻어 났다.

그러고선 다시 느릿느릿 걸어갔다.

나는 그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자세를 유지했다.


“휴···”


고맙습니다 트롤님!

다행, 또 다행이다!

정말로 천만 다행이었다.

오늘은 어쩐지 운이 좋다.

온몸에 도파민이 충만해 그걸로 샤워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금세 신나는 기분이 되어 정신없이 비질을 시작 했는데.

툭.

팔꿈치에 뭔가 물컹한 것이 닿았다.

이건 도대체 무슨 감각인고?

다시금 팔꿈치를 움직여 본다.

물컹.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다.

차라리 이대로 몸이 흩어져 버린다면 좋으련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나는 뒤를 돌며 한 걸음 물러나 바로 무릎을 꿇었다.

역시나.

조심스레 고개를 드니 그곳에는 배가 불룩한 트롤이 서 있었다.


“씨댕, 더러운 클리너 새끼가··· 하, 참! 아침부터 미쳤니? 눈깔 똑바로 안 뜨고 다녀?”


방금 전 본 트롤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트롤이었는데, 가슴과 배가 불룩한 걸 보니 임신한 트롤 여성인 모양이다.

내가 팔꿈치로 찌른 것은 그녀의 불룩한 배였던 것이다!

임신한 여성은 예민하다는 이야기가 얼핏 떠오른다.

무릎 꿇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뭐야? 무슨 일이야?”


조금 전 나를 봐 주고 지나간 천사 같던 각성자의 목소리였다.

설마, 그럼 둘이 연인? 부부?

하···

꽃됐다.

진짜로 꽃된 것 같다.

이렇게나 일진이 사나울 수도 있는 거구나.

잠깐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어떻게 각성자를 못 보고 몸을 닿을 수가 있는 거지?

나 스스로도 잘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퍽!


트롤의 발길질 한 방에 내 몸은 깃털처럼 붕 떠서 얼마간 하늘을 날았다.


털썩!


“쿨럭!”


내장을 토하는 줄.

윽···

그게 문제가 아니다.

얼른 정신 차려야 한다.

그런데 숨을 쉬기가 어렵다.


“훅훅···”


나는 거칠게 심호흡하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다시 네 개의 눈을 가진 트롤에게 비틀비틀 걸어가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당연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뻑!


“크억!”


이번에는 배를 정통으로 맞았고, 다시금 하늘을 날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리 예상했기에 배에 힘을 줬다.

하늘에 떠 있는 찰나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차라리 줘 터지는 게 마음은 편하군···


털썩!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 가까스로 정신줄을 잡고 이번에는 정말로 트롤에게 기어갔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민달팽이처럼 바닥을 기는 사이, 눈앞에 어떤 묘한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이게 무슨···”


배가 불룩한 여성 트롤과 나를 폭행한 트롤이 나란히 공중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둘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건 거구의 리자드맨.


“···”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작가의말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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