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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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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36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2.18 00:05
조회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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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라고 생각했는데 드래곤을 만난 후

DUMMY

포탈에 가까이 갈수록 무시무시한 마나량에 압도되었다.

마치 마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런데.

조금이라고?

아니었다···

에리얼은 새빨간 거짓말쟁이다.

무지막지한 현기증이 덮쳐 왔다!

음속 열차와 음속 승강기를 탈 때도 현기증은 난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대도 안 되는 현기증이었다.

현기증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다른 단어가 필요할 정도로.

포탈을 건너오는 것은 3초쯤 걸렸다.

체감은 달랐다.

어째서인지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난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게이트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광활한 평원.

멀리서 어슬렁거리는 몬스터들.

공격대의 방대한 주둔지.

적갈색 화면에 고루 내려앉은, 그리고 하늘에 오로라처럼 피어오르는 마나의 무늬들.

새삼 이곳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뻥 뚫린 풍경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지금 사는 529지구는 그나마 나았지만 1129지구는 사방이 꽉 막혀 있는 느낌이었다.

문득 내가 보는 풍경과 다른 이들이 보는 풍경이 사뭇 다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예전에 내가 보았을 풍경을 떠올려 보았다.

“아름답죠?” 에리얼이 말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헌터님이 보는 풍경은 제 것보다 훨씬 더 선명하겠네요.”

“예?”

“헌터는 자신의 마나량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아···”

그렇다고는 해도 다른 이들의 시계가 어떤지 우리는 모른다.

나는 좀 특별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마나가 전혀 없던 풍경을 떠올릴 수 있으니.

“그런데 게이트는 어디 있나요?” 내가 물었다.

에리얼은 높이가 수 킬로미터는 족히 되는, 횡으로 끝없이 펼쳐진 깎아지른 절벽 어딘가를 가리켰다.

유난히 마나의 농도가 흐릿한 부분이었다.

어마어마한 크기다.

거리를 가늠해 볼 때 포탈의 수백 배쯤?

‘필드에 있는 던전의 입구도 엄밀히 말하자면 게이트지만 지금 우리가 가는 초대형을 제외하고는 게이트라고 부르지 않아요.’

에리얼의 말이 떠올랐다.

초대형이라는 말이 무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좀···”

“실망했어요?”

크긴 크지만 화려한 이펙트는 없었다.

도리어 우리가 빠져나온 포탈이 훨씬 더 화려하다.

그조차도 물질을 뱉어 내는 포탈은 삼키는 포탈에 비해 마나량이 덜한 편이었다.

사옥 옥상에서 포탈을 보았을 때와 달리, 초대형 게이트를 보고는 좀 김이 샜다.

걸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게이트 앞이었다.

“일단 지금 연합팀 상황이 우세해서 게이트 안으로 제법 밀고 들어간 상황이에요. 들어갈까요?” 에리얼이 말했다.

나는 얼마간 현기증을 각오하며 눈을 꼭 감고 초대형 게이트를 지났다.

그런데?

“엥?”

의외로 게이트는 현기증이 덜했다.

아니.

거의 느끼지 못하는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쿡쿡, 하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실망했어요?”

에리얼이 방금 통과한 게이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어, 네. 이건 그냥 아무 느낌도 없네요?”

“안정화가 이루어진 상태예요. 이쪽 세계의 에너지와 우리쪽 마나가 일종의 균형을 이루고 있달까?”

“아···”

에리얼은 게이트 가장자리 쪽의 복잡한 기계장치들과 그것을 관리하는 인력들을 가리켰다.

“저 분들이 고생하고 있네요.”

저들은 게이트를 조금이라도 손쉽게 닫기 위해 연구하는 연구진일 것이다.

필드의 던전들은 던전의 우두머리를 처치하면 닫히는 경우가 흔한데, 그것은 그들의 세계가 협소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자세한 원리는 잘 모르겠다.

눈으로 직접 보니 캠페인 전투라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 났다.

이런 건 융튜브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이 안쪽도 촬영을 시도하고 있긴 한데 잘 안 되는 모양이에요.”

게이트 안쪽 역시 광활했다.

하나 다른 점은, 고루 퍼져 있어야 할 마나가 점점이 고여 있었다.

드론조차도 마나를 이용하기에 촬영이 어려운 걸지도 모르겠다.

“저건···”

얼룩덜룩한 마나가 왜 그런 것인지 에리얼에게 물으려다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나처럼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나무 하나를 지나는데 지나칠 정도로 줄기가 굵고 키가 컸다.

수십 층짜리 아파트가 나무가 된 듯했다.

장관이었다.

몸집이 거대한 몬스터들이 곳곳에서 공격대와 전투를 벌인다.

골렘을 비롯해 붉은색과 흙색의 비늘을 입은 드래곤들.

공격대원들이 바둑알처럼 보일 정도로 몬스터의 덩치가 컸다.

멀리 이름 모를 대형 몬스터들도 다수 보인다.

“저기 있네요.”

화염 드래곤.

우리 공격대와 맞붙고 있는 것은 드래곤이었다.

목을 길게 뺀 집채만 한 몬스터에 탱커 세 명이 붙어 있고, 드래곤의 궁둥이 쪽으로 딜이 쏟아졌다.

탱커 중 하나는 반가운 얼굴이었다.

자이라!

그를 비롯한 탱커들 뒤쪽으로는 텅 비어 있었다.

언뜻 가까운 곳에서 전투가 벌어진 듯 보여도, 공격대들 간의 전투 거리가 상당했다.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대형 몬스터 하나에 최소 스물 이상이 붙어서 공략 중이었다.

“딜 중지!”

자이라가 외쳤다.

스무 명가량의 산개한 딜러와 힐러가 외침과 동시에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드래곤은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탱커 세 명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려 했다.

또한 20여 명의 딜러들이 쏟아 내는 딜에 아무런 충격도 입지 않는 듯했다.

“어그로가 돌아가면 큰일이에요. 화염 드래곤은 조금 귀찮다 싶으면 브레스를 뿜거든요.”

“탱커의 역할이 중요하겠군요.”

에리얼의 말에 내가 대꾸했다.

“맞아요. 무척 중요해요. 자, 우리도 합류해 볼까요?”

우리는 드래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에리얼과 나는 어중간한 거리에 섰다.

탱커들과 산개한 원거리들 사이 어딘가에.

참 신기하다.

며칠 전이었다면 이 비현실적인 몬스터를 보고 오줌을 지렸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다르다.

친근한 도마뱀의 시선이 내게 다녀갔다.

‘차빵!’

자이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녀석은 드래곤의 공격을 피하느라 정신없었다.

워어.

방금 자이라 머리 위로 드래곤의 발톱이 지나갔다.

나는 드래곤과 탱커 셋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데 이걸 잡을 수 있긴 해요?” 내가 물었다.

에리얼의 미간이 살짝 올라갔다.

그 다음엔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에?”

이건 또 무슨 소리람.

잠깐 이해가 안 갔는데 조금 더 시간이 흐르니 보인다.

아주 느리지만, 공격대들은 슬금슬금 게이트 반대 편으로 대형 몬스터들을 몰아가고 있었다.

그러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이 있었다.

딜.

딜을 해 보고 싶다!

공격을 해 보고 싶었다.

허수아비들을 쓸어버린 회전 베기로 드래곤의 목을 베는 상상을 했다.

그때였다.

탱커 하나가 드래곤의 손아귀에 잡혀 버렸다.

“딜러들 극딜!” 다른 탱커가 외쳤다.

드래곤이 움켜쥔 것은 다름아닌 자이라였다.

나는 그것을 알아본 순간 눈이 뒤집혔다.

이미 다리가 달리고 있었다.

“헌터님!”

뒤에서 에리얼의 외침이 닿는 것보다 빠르게.

내 머릿속은 자이라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스킬이고 자시고 드래곤에게 순식간에 접근한 나는 롱소드로 녀석의 발등을 찍었다.

푸욱-

“크르르르르릉!”

동시에 천둥 같은 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드래곤은 자이라를 멀리 던져 버리고 나를 봤다.

녀석의 동공이 세로로 가늘어졌고, 녀석의 거대한 손이 바닥을 내리쳤다.

쿠우웅!

바닥이 주저앉으며 먼지구름이 일었다.

“콜록콜록!”

먼지를 들이마셨다.

습관적으로 기침을 했지만 전혀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다행히 드래곤의 손바닥 공격은 피했다.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우왕좌왕하는 공격대원들.

또 멀리서 자이라가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다행이다.

그건 그런데···

방금 건물을 찍어 누를 만한 손바닥 공격이 연거푸 이어졌다.

쿵! 쿵! 쿠과과광!

드래곤의 커다란 손이 바닥을 찍어 대고, 쓸어 댔다.

아무래도 강력하게 어그로를 끈 것 같았다.

위기 상황이었지만 머릿속은 단순했다.

공격대와 충분히 거리를 벌린다.

“그거면 돼!”

다행히 반복되는 드래곤의 공격이 그리 매섭지는 않았다.

내가 녀석에게 순식간에 멀어지자 녀석은 날아올랐다.

거리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될 때 제자리에 멈춰 섰다.

곧 거대한 그림자가 나를 덮었다.

머리 위에서.

드래곤의 입에 불길이 모여들고 있었다.

“브레스···”

나는 드래곤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태였다.

방패.

방패가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뒤돌아 달리다가 그런 식으로는 브레스를 피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불길이 나를 덮쳤다.

몸을 웅크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1초.

2초.

3초···


“어랍쇼?”

브레스가 수초 간 이어지고 나는 교차했던 팔 사이로 내 몸이 불길을 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만.

마나 보호막이 차츰 줄어들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벗어날 수 있겠다 싶어서 이동해 보았지만, 브레스를 벗어나자마자 드래곤은 대가리를 틀었다.

“약삭빠른 놈.”

소용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브레스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어서 의미 없는 움직임이었다.

마나 보호막은 여유가 있었지만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이글거리는 불길 사이로 바위가 보인다.

나는 그리로 몸을 던졌다.

“도마뱀 시끼, 내려오기만 해 봐라.”

이를 악 물며 말했다.

수초 간 더 이어진 브레스가 멎고 나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던 드래곤이 거대한 몸을 착지했다.

주변이 온통 먼지였다.

흐릿하게나마 드래곤의 그림자가 보인다.

나는 바위에 등을 기댄 채 오른손에 새겨진 스킬.

회전 베기를 떠올렸다.

서서히 그림자가 다가왔지만 나는 더 기다리지 않았다.

“돌진.”

왼 팔뚝에 새겨진 돌진 스킬과.

이어서.

“회전 베기.”

오른 팔뚝에 새겨진 스킬을 사용했다.

푸아악!

허수아비를 베는 것과는 사뭇 다른.

손에 묵직한 느낌이 왔다.

“크아아아아아!”

그것은 고통스러운 신음이었다.

이 무지막지한 드래곤도 고통을 느끼는 것이었다.


드래곤은 몇 차례 귀가 따가울 정도의 날카로운 괴성을 지르며 다시 날아올랐다.

나는 거대한 화염룡이 멀어지는 것을 얼마간 멍하니 바라보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털썩!

다리가 풀렸다.

“후우··· 시봄··· 꽃도 아닌 게··· 뒈지는 줄 알았네···”

실제로 위험도가 얼마 만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심리 상태 만큼은 정말로 그랬다.

살면서 목숨에 위협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 청소를 하며 팔꿈치를 가구에 부닥치거나 어린 시절 트롤 녀석과 시비가 붙어 얼굴이 퉁퉁 붓도록 두들겨 맞은 정도랄까.

맞다.

한 번은 싸우다 급소를 걷어차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정도의 위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처음 겪는 위험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후··· 이거 끝내 주는데?”

실제로 무엇도 이루지 못했을지언정 엄청난 쾌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직 손에 드래곤의 발목을 베던 감각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나는 공격대에서 드래곤을 베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었다.

어느새 공격대원들이 하나둘 내게 당도했다.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에리얼이었다.

“헌터님!”

퍼뜩 든 생각은 큰일 났다는 것이었는데···

와락.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설마 내가 죽은 건가?

아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가느다란 두 팔이 내 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었다.

아니 점점···

목이 죄어 온다.

“켁켁!”

안아 주는 거 아니었어?

“야이, 도라이 시키야!”

다음 차례는 자이라였다.

철썩!

“크헉!”

자이라가 등짝 스매싱을 날린 뒤에야 내 목을 죄어 오던 두 팔이 느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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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테 두른 각성자 면허 24.02.16 2,176 37 12쪽
5 529 지구 협회 +2 24.02.16 2,504 38 12쪽
4 각성(2) +1 24.02.15 2,907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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