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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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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2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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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2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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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1.

DUMMY

11.


2세기 전 멸종한 종족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와우. 그건 대체 얼마나 놀랍고 신비한 일인가.

과학자들은 난리가 날 것이고 당장 신문이나 TV방송국에서 법석을 떨며 이 일을 취재하려 할 것이다. 그리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모든 원인을 추궁하려 하겠지.

그들이 묻는다.

당신은 대체 어디서 왔습니까?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아는 게 없으니까.

내가 겪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고 해서 그 설명에 납득해줄 리도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마법사들이 짜잔 하고 등장한다.

자동차와 전기를 쓰고있는 현대사회에서 마법사가 존재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상원의원은 이 모든 일들이 마법사들의 소행이라고 믿고있으며 마법사들 또한 어째서인지 나 라는 인간을 자신들이 데려가길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던 거였다.

이 사람들은 나를 어쩐지 의도치 않게 풍파격랑에 휘말린 피해자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난 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이 세상으로 넘어왔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건 내 입장에선 분명 사실이 아니다.

나는 내 의지로 이쪽 세계로 온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스스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주장한다 한들 현실은 이쪽 세상의 논리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 이 즈음에서는 나조차도 조금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를 불러낸 게 정말로 이쪽 세상의 ‘신적인 존재' 인가?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을까? 하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의심은 끝이없고 어느 누구도 무엇이 진실이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혹여 정말로 난 어떤 마법적인 힘에 의해 이 세계에 나타난 것일 뿐이고 내가 알고있던 모든 기억이나 지식들은 실은 전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 진게 아닐까?

라는 스토리의 SF 영화를 떠올려 보았다.


「이리을 이라고? 네 이름을 기억하겠다. 인간.」


마스터 안드레이가 뭐가 그렇게 분한지 끄끝내 그런 말을 남기고 자신이 데려온 마법사 무리들과 함께 잰 걸음으로 병실을 빠져나갔다.


「치료용 베타 수용액은 지금 걸려있는 그게 마지막이네. 경과는 여전히 지켜봐야하지만 당분간은 발작이 일어난다거나 하지 않을 거야. 짧은 만남이었지만 부디 자네 앞길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비네.」


닥터 위빙스톤이 내게 다가와 그 크고 두꺼운 손으로 내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쓸쓸한 눈빛으로 고개를 떨구고 다른 동료의사와 함께 병실 밖을 나선다.


「그럼 전 아래에서 준비를 하고있겠습니다.」


자신을 포룸 요원이라는 밝혔던 키가 190cm 는 될 법한 장신의 경호원이 벗었던 선글라스를 다시 착용하며 말했고, 뒤이어 간호사들도 병실 밖을 나서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제 병실 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나와 본 교수, 그리고 상원의원 셋 뿐이었다.


「이런 결과를 예상하셨나요?」


교수가 허탈한 표정으로 상원의원에게 묻자 상원의원은 창가에 의자를 대고 앉아서 무심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뭐... 절반은 그랬네. 보른 교수 자네는?」


교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토록 오랜시간 동인종을 연구했어도 아무래도 전 인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나 보네요.」


「누가 알겠나. 그게 인간의 보편적인 특징인지 아니면 리을 군이 그런 건지.」


그도 안드레이와의 신경전에 조금 지쳤는지 숨을 골랐다.


「내 증조부였던 분은 가끔 인간에 대해 당신이 어릴 적 들었던 이야기를 하곤 했네.」


교수가 묵묵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인간은 엘프처럼 마법을 잘 다루지도, 돌센처럼 손재주가 좋거나 체력이 강하지도, 쉘라처럼 높이 뛰지도 않고 플로지아처럼 적응력이 우수한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다른 종족들이 가지고있지 않은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다고 했지.」


「예를 들면요?」


상원의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일단 성격이 무척이나 괴팍하댔나. 다른 종족이 자신들의 삶에 간섭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고 했어.」


인간의 성질이 더러운 건 저쪽 세계의 역사에서도 이미 입증된 바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언어 계통에 따라 달랐지만 가장 평화로운 민족들조차 다른 종족에 비해서 무척이나 호전적이었다고 하죠.」


「그것 뿐 아니라 곤경에 처할 때면 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상황을 뒤엎어 버렸다고도 했지. 그래서 절대 인간이랑은 도박을 하지 말란 말도 있었다곤 하네. 믿지 못할 것들이라면서.」


농담 반 진담 반 상원의원은 그렇게 말하며 조금 쿡쿡거렸다.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듯 하구만.」


「칭찬을 하는 건가요 아니면 악담을 하는 건가요.」


「칭찬일세 칭찬. 리을 군을 보고있으면 증조부의 그 말들이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웃음은 곧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사그라 들었다.


「자신들의 멸종은 끄끝내 뒤집을 수 없었던 것 같네만... 그건 그들의 탓이 아니지.」


그런 대화가 오가는 중에 난 침상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레일 커튼을 치고 환자복을 벗어 새 것임을 증명하는 물건들의 포장을 뜯는다.

딱히 요청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신경을 써 준 건지 간호사 누나가 가져다준 옷들은 내 사이즈에 딱 맞았고 색상이 튄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복장은 평범한 티셔츠 위에 가벼운 긴팔 외투와 활동하기 편한 청바지. 무난하고 또 무난한 그런 외출복이었다.

티셔츠 겉면에 내가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인종차별적인 단어가 적혀있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쇼킹한 맛이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반전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예를들면 Human is not being 이라던가.

물론 헛소리지만.

옷을 다 갈아입고 커튼을 걷자 상원의원이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도 옷걸이에 걸려있는 코트와 중절모를 집어들었다.


「내가 한 약속들은 여전히 유효하네. 혹시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찾아오게.」


-[네, 고맙습니다. 의원님.]


내 말을 통역해주려는 교수를 향해 상원의원이 고개를 돌린다.


「대충 알아들었어. 단어 몇 개는 귀에 익혔네. 고맙다는 뜻이겠지. 하핫.」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 교수의 가라앉은 기분을 생각해서인지 이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는 짐짓 과장된 표정으로 웃어보였지만 문득 이 행동도 어쩌면 본인의 감정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전 이제 어떻게 되는거죠?]


이번엔 자연스럽게 통역이 이어졌다.


「자네 결정에 따라 병원에서의 치료는 중단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자넬 아무렇게나 방치하겠다는 뜻은 아닐세. 간섭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건 양보할 수 없어. 다른 연구소에서 이뤄지는 치료제 개발도 자원이 되는 한 계속 지원할 생각이고 안드레이를 몰아세우긴 했지만 마법사들의 방법도 원칙적으로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네.」


고개를 끄덕인다.


-[어째서 마법사들이 절 데려가고 싶어하는 걸 까요.]


상원의원이 잠시 고민해본다.


「나도 모르네. 하지만 저래보여도 안드레이 법사는 말이 통하는 인물이야. 함부로 내 메시지를 곡해하려 하진 않을 걸세.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제부터는 경호수칙에 따라 감시기관의 요원들이 자네와 함께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본 교수를 힐끔 바라본다.


「보른 교수는 자네가 본인의 자택에서 생활했으면 한다고 했지만 경호상의 어려움도 있고 언론이나 다른 외부의 접촉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허가할 수 없네.」


백발의 노교수가 한 손을 내밀며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지만 상원의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州 해상관할 구역 외곽에 외부인의 출입을 하루 100명 이하로 제한하는 작은 섬마을이 있어. 본래 어느 할 일 없는 갑부가 은퇴한 노인들의 휴양시설로 개발하려 했지만 지금은 그냥 자치령의 개념으로 인구가 천 명도 안되는 조용한 시골 동네야. 생활하는 데 불편하진 않을 걸세.」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고 그 담보는 이전의 선택이 그랬든 내 생명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마법사들에게 가는 것도, 그렇다고 병원에 남아서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닌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마법이란 것을 생전 본적이 없으니 그런 괴상한 수단을 믿을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병원에서 의료기기들에 둘러쌓인 채 평생 링거액을 맞는 처지가 되고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그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조용한 곳에서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작별인사는 하지 않겠네. 분명 다시보게 될 태니까.」


상원의원은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병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준비 됐나요.]


-[네.]


-[리을 군, 난 정말로 이 선택이 옳은 건지 확신할 수 없어요.]


당연히 내 대답을 전해들은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한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가장 먼저 폭발한 이는 닥터 위브였다.

그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어려운 의학용어를 쏟아내가며 나를 설득하려 했지만 상원의원이 만류로 간신히 이 드워프 의사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내게 선택의 이유를 물었을 때, 나는 내 생각을 담담하게 전해주었다.

말했듯이 이 선택은 마법사와 의사들 둘 중 어느 쪽이 우월한가를 판단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내 삶의 문제다.

이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멸종했 듯, 나 또한 결국 그렇게 되리라.

그리고 난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로했다.

내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는지 나로선 알 도리가 없지만 그 의견은 그 자리의 거의 모든 이들에게 의외로 간단하게 받아들여 졌다.


-[음, 확실히 공용어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교수님이 없다면 다른 사람과 이렇게 유창하게 대화를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녀의 통역에 의지한 채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나마 저쪽 세계에서 외국어를 배울 때 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이 세계의 공용어는 리스닝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말하기나 글쓰기도 좀더 노력하면 금새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교수님께는 정말 감사드려요. 교수님이 안계셨으면 이렇게 용기를 내는 일도 못했을 거예요.]


조금 진심을 담아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교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겁나거나 무섭지는 않아요?]


글세요.

나도 내가 어째서 지금의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나중독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현상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있기는 하지만 이게 내가 알고있는 암 같은 병도 아니고 몇 차례 발작이 일어났었다는 점만 빼면 딱히 불편한 것도 없었다.

어쩌면 더 근본적으로.

나는 결국 죽어야 하는 운명인가 하는 의문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교통사고를 피해 이쪽 세계로 넘어오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해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에 마주쳐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역시 죽음일태지. 그 결말이 결국엔 이런 형태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였다.

신의 장난이 아니냐고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글세. 내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아있을진 몰라도 만약 정말로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면 마지막 순간은 적어도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었다.

게다가 저쪽 세상에서 원래의 죽을 위기를 모면하고 조금이나마 이렇게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게 됐으니 이것만 하더라도 무언가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있다고 여겨졌다.

생각해보라.

다른 세상이다.

굳이 자기 돈을 써가면서 해외 여행을 못가서 안달인 사람들도 많은데, 아예 전혀 다른 세상에 와볼 수 있다니.

생각하기에 따라선 저쪽 세상에서 비행기도 한 번 타본 적 없는 나에겐 초호화 유람선을 경험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게다가 저쪽 세상에선 듣도보도 못한 것들을 경험할태니 익스트림 투어리즘 에서도 가장 하드코어한 난이도를 체험 중인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솔직히 조금 설레는 면이 없진 않는데요.]


병원 밖의 세상이 어떻게 생겼을지 실제로도 궁금해졌다.

내 대답에 교수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처음 만났던 때처럼 다시 한 번 나를 껴안아 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9 글덕쿠
    작성일
    17.08.15 23:07
    No. 1

    재밌네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소러미
    작성일
    17.08.16 17:28
    No. 2

    재밌는데...넘 진행이 긴 듯 해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오타가 많네요. 그럴수도 있다 생각되는데...습관적 오타가 있어요. 예로...태니까, 탠데,태니 등은 다 "테"로 바꾸셔얄 듯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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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2-2. 17.08.03 530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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