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YW

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27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06
조회
1,456
추천
41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아주 어릴적 일이 떠올랐다.

부모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나들이를 나섰다가 그만 가족들과 떨어져 길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걸까.

난 오히려 혼자가 된 것이 즐거워 부모님 걱정 같은 건 생각지도 않고 눈을 반짝거리며 드넓은 공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렇지만 그런 즐거움도 잠시 뿐.

홀로 길을 잃은 어린 몸엔 조금씩 피로와 불안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무렵이었다.


「안녕, 아가야.」


놀이공원 내에서 유럽풍의 테마로 꾸며진 광장의 한쪽 구석 그늘진 곳.

그곳에 온몸에 두꺼운 로브를 두른 누군가가 길을 잃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사람의 앞엔 마치 점을 보는 좌판처럼 타롯카드며 수정구슬 같은 도구들이 정갈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언뜻보면 그저 놀이공원의 분위기를 내기 위한 소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가는 어느 누구도 그 점쟁이의 묘한 존재감을 의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보았기 때문일까.

각각의 놀이기구에서 내는 음악소리가 메아리처럼 뒤섞이는 한낮의 공원 안에서 그가 앉아있는 한쪽 구석 만이 묘하게 주변과 일그러져 있는듯 보였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아이는 아이일 뿐.

기묘한 무언가를 눈치챘다고 하더라도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낯설어보이던 어린 아이에게 그런 이질감은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혹은 젊은이였는지 노인이었는지 지금으로선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쪼르르 달려가 머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니 후드를 뒤집어 쓴 그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조그맣게 속삭였다.


「착한 아이구나. 날 좀 도와주지 않으련?」


「무슨 일인데요?」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다 되었어. 그렇지만 짐이 너무 많아 전부 다 가져갈 수가 없구나.」


「짐을 들어드리면 되나요?」


「아니다 아가야. 내 짐은 괜찮아.」


얼굴도 표정도 잘 보이진 않았지만 조금은 웃고있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몇 가지 것을 두고가야 겠구나. 그렇지만 무엇을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으니 나 대신 이 것들을 골라주렴.」


그러면서 그 인물은 자신의 앞에 펼쳐놓은 조그마한 보자기 위로 카드 한 묶음을 올려놓곤 부채꼴로 펼쳐보였다.

신기하게도 나는 처음 만난 낯선 이에게 아무런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고 내 정신은 온통 그가 펼쳐놓은 카드들에 쏠렸다.

나는 그 카드들을 신기한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것들은 평범한 놀이용 카드가 아니었다.

숫자가 있어야 할 위치엔 난생 처음보는 섬세한 무늬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전부 무언가의 상징이라는 것을 조금 나중에야 눈치챘다.

펼쳐진 카드 위에는 그림들도 그려져 있었는데 그 그림들은 마치 어린 아이가 두꺼운 색연필로 삐뚤빼뚤하게 그려놓은 것 같은 조악한 모습이었다.

간신히 형태만 파악할 수 있는 기묘한 도형들.


「넉 장 만 골라주지 않겠니. 물론 답례도 하마.」


그러면서 넉 장이란 말을 못알아 들은 나를 향해 하얗고 가느다란 네 손가락 펴보였다.

마침내 그 시절의 어린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라는 의문 보다는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니 도와주는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체 무엇이 무겁다는 건지.

내려놓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째서 넉 장의 카드를 골라달라고 했으며 카드 위에 씌여진 무늬와 도형들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정말로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았다.


「하나, 둘, 셋... 넷....」


곧이어 선택은 특별한 의미없이 이루어졌고, 난 펼쳐져있던 수십 장의 카드들 중에서 적당히 넉 장의 카드들을 손가락으로 집어내었다.

그리고선 할 일을 마쳤다는 의미로 쪼그려 앉은 채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재미있구나. 정말 재미있어.」


웃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로브를 입은 그의 어깨가 가볍게 흔들렸다.

그 인물은 내가 가리킨 네 장의 카드들을 그대로 앞으로 골라내 툭 하고 던진 뒤, 나머지 카드들을 깔끔한 솜씨로 뭉쳐모아 품에 집어넣었다.


「어째서 이것들을 고른 건지 물어봐도 되겠니?」


어린아이에게 왜 이것들을 골랐냐고 물어봤자 자기도 모른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진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날 지그시 바라보던 그는 다시금 바닥에 남아있는 카드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적어도 잊혀진 것들은 기억해야겠지.」


손을 뻗어 넉 장의 카드들을 조심스레 펼쳤다.

그가 말했다.


「가져온 세계의 이름은 이것을 기려 ‘****’ 라고 부르겠다.」


그 인물이 카드 위로 손을 뻗으니 카드 표면에 그려져있던 무늬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새하얀 도화지처럼 변해버렸다.

와, 신기하다.

어린 나에겐 그저 TV에서만 보던 마술쇼를 보는 것 같았다.


"......!“


그 때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쭈그려 앉아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부모님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편안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엄마아빠를 향해 달려가려는데 귓가에 스치는 바람결 사이로 속사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맙다 아가야. 언젠가 다시 찾아오렴.


그리고 문득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추억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신기한.

어린 날의 미스테리한 경험 이랄까.


.

...

......

.........


으음....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기억을 떠올린 걸까.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었다.

아니, 잊고있었단 사실 자체를 신경쓰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살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 중에서 왜 하필 이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이런 순간에.


왜냐하면 지금 나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튜바달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공지] 새 작품 홍보입니다. +1 21.02.13 192 4 2쪽
46 ---구분선--- +4 17.12.11 206 6 1쪽
45 에필로그. +7 17.08.16 620 31 29쪽
44 24-2. END. +7 17.08.15 519 19 13쪽
43 24-1. +1 17.08.14 416 20 12쪽
42 23. +3 17.08.14 425 18 18쪽
41 22-2. 17.08.13 407 20 14쪽
40 22-1. 17.08.13 391 18 11쪽
39 21. 17.08.12 402 19 13쪽
38 20. 17.08.10 420 16 13쪽
37 19.∥막간 종장∥ +2 17.08.08 415 15 9쪽
36 19.∥막간 1장∥ 17.08.08 429 18 9쪽
35 18.∥막간 종장∥ 17.08.06 426 16 8쪽
34 18.∥막간 1장∥ 17.08.06 431 17 7쪽
33 17-2. +2 17.08.05 437 21 9쪽
32 17-1. 17.08.05 436 19 8쪽
31 16-2. 17.08.04 436 21 8쪽
30 16-1. +1 17.08.04 457 25 9쪽
29 15.∥막간 종장∥ +1 17.08.04 455 21 9쪽
28 15.∥막간 3장∥ 17.08.04 434 19 8쪽
27 15.∥막간 2장∥ 17.08.04 452 18 7쪽
26 15.∥막간 1장∥ 17.08.03 462 20 8쪽
25 14-3. 17.08.03 465 23 7쪽
24 14-2. 17.08.03 460 19 9쪽
23 14-1. 17.08.03 497 24 6쪽
22 13-2. 17.08.03 487 24 7쪽
21 13-1. +1 17.08.03 514 23 7쪽
20 12-2. 17.08.03 530 27 7쪽
19 12-1. +2 17.08.03 570 24 10쪽
18 11. +2 17.08.03 582 2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