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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23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5 17:51
조회
436
추천
21
글자
9쪽

17-2.

DUMMY

「말 한번 잘했다. 요원. 여지껏 감시기관이라고 하면 국가권력의 개라고만 생각했는데 내 생각을 조금 바꿔야할 지도 모르겠군.」


「왜 자네가 그자들과 함께있나. 안드레이 법사. 너흰 대체 어디서 뭘 하고있는 거야.」


「신경끄시오 상원의원. 아니 이제는 의원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나. 당신이 떠들고있는 그 온갖 잡변들. 그건 적어도 네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야. 마법사로 인한 고통? 네놈 자신이 마법사면서 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네 자신의 욕망 때문에 이용당한 옆자리의 인간을 보고서도 그런 역겨운 궤변을 떠들 수 있는 건 다른 의미로 무척이나 존경스럽군. 나도 내자신이 깨끗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당신을 보면 9층 지옥은 멀었구나라고 안심이 돼.」


듣는 사람이 질려버릴 정도로 엄청난 폭언의 향언이었다.

병원에서 닥터 위브를 상대하던 때의 모습은 정말 많이 참고있었단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신랄하기 그지없었다.


「경고하건데, 한 번만 더 그 건방진 혓바닥을 놀리면 자네와 자네 스승을 포함한 칼마이뉴 학파 전원을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주지.」


신기하게도 전화기 너머로 이 엘프 마법사가 입꼬리를 비틀며 웃는 이미지가 머릿속을 스쳤다.


「협박인가? 붕괴disintegration 마법은 네가 배운 물질학파보다 현상학파의 제나두 보르말리우스 식 접근법이 훨씬 더 느리고 고통스럽게 진행된다. 그러니 기껏 협박이란 걸 하고 싶다면 쓰레기통을 비우기 귀찮아서 사용하는 청소용 마법보다 차라리 좀 더 그럴듯한 방법을 생각해내는 게 좋을꺼야.」


참으로 마법사다운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네놈.... 내 뒤를 캐고다닌 거냐.」


「글세. 어떨까.」


비아냥거리는 듯한 태도로 안드레이가 느물거린다.


「병원에서 당신이 분명히 내게 물었지. 나흘 전 태풍이 치던 그날 밤 이 도시의 마법사들이 전부 어디에 있었냐고. 그때는 설마 당신이 이 모든 일의 배후일 거라 생각조차 못했지만 이젠 대답해주지.」


「뭐?」


「우린 당신에게 배신당한 시공학파의 마법사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불완전한 차원문에 휩쓸려 전부 죽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날 밤 일어났던 기묘한 우연은 당신이 알고있는 게 전부가 아니야.」


그가 뱃속에서 부터 흘러나오는 감정을 참기 힘들다는 듯 큭큭 거리며 웃는다.


「혹시 세상 모든 걸 다 알고있다고 으스대고 있었나? 세상엔 가끔 마법보다 더 마법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지.」


자신에게 했던 상원의원의 말들을 그대로 되받아친 것이다.

상원의원이 더 이상 통화를 계속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핸드폰의 통화종료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통화가 꺼지질 않는다.

몇 번이고 눌러보아도 마치 주인의 조작을 거부하는 것처럼 상원의원의 핸드폰은 그 화면 그대로 정지되어 멈춰있었다.

안드레이가 전화 너머에서 장난을 치듯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톡. 톡.


「인간. 듣고있겠지. 언어는 못알아 듣지만 소리까지 안들리는 건 아니니까 살아있다면 아무말이나 떠들어라.」


-[네. 들려요.]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호흡을 쥐어짜며 간신히 대답했다.

심장이 조금씩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래, 아직 살아있군. 난 마법사고 할줄 아는 게 마법 밖에 없다. ‘그들’ 도 마찬가지지. 마나중독으로 죽고싶을 만큼 괴로울 태지만 버텨라. 버티고 또 버텨라. 그리고 나머지는 감시기관의 요원들에게 맡겨라.」


상원의원이 짜증이 났는지 자신의 핸드폰을 쥐고 차량 내의 단단한 부분에 두드리기 시작했다.


쾅. 쾅.


「흐음, 음질은 양호하군.」


하지만 몇 번의 충격 만으로 핸드폰이 꺼지기엔 그 제품은 꽤나 튼튼하게 만들어진 듯 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초조함에 인내심을 상실한 그가 핸드폰을 밖으로 던지기 위해 차량의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이 되었다.


펑!


하고 공기가 찢어질 듯 터져나가며 바깥에서 순간 엄청난 기압의 폭발이 발생했고 차량 밖에서부터 공기가 빨려들어왔다.

콰르르르 하고 창문 틈새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차량 안에 있던 물건들이 붕 떠서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물건들 중에는 당연히 상원의원이 준비해놓은 주사기 또한 존재했다.

그가 급하게 붙잡으려 손을 뻗어보지만 차량 내부를 몇 번이나 퉁겨나간 주사기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는 보조석의 의자 밑바닥으로 쏙 하고 자취를 감춰버렸다.


두두두두두두.


그리고.

머리 바로 위 쪽에서 헬기의 회전익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껏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우리 차량의 수십여 미터 상공 위에서 헬기가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서치라이트가 팟 하고 켜지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그것은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포룸 요원들을 쫓아왔던 바로 그 취재 헬기였다.

설마.

아니, 우연일 리 없다.

저들은 단순한 언론사의 취재 헬기가 아니었고 고속도로에서 우릴 쫓아왔던 것 역시 운 좋게 얻어걸린 게 아니었다.


「말도 안 돼... 대체 언제. 무음silence 마법?」


헬기에 타고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저들은 자신들의 헬리콥터에 무음 마법을 걸어놓은 채로 이들 감시기관의 차량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차량 내부를 휘저어 놓은 바람은 상공에서 깨어진 무음마법이 그 반동으로 주변의 기압을 변화시켜 차량 내부로 흘러들어온 탓에 생긴 것이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아까부터 주변에서 맹렬하게 요동치는 마나를 지금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자신들의 헬기 전체에 무음 마법을 걸어서 상원의원이 탄 차량을 추적한다는 발상도 대단하지만 이 어두운 밤에 서치라이트 하나 키지않고 산악지대를 저공비행으로 통과한다는 집념은 정신이 나갔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찾았다.」


차량 바닥에 떨어져있던 핸드폰에서 안드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이해해 버렸다.

상원의원의 핸드폰은 여전히 통화상태에 놓여있었고 자연히 바깥의 헬리콥터 소리를 듣게 된다면 헬기가 있는 위치가 곧 내가 있는 위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핸드폰을 통해 헬기의 날개 소리를 들음으로서 상원의원과 내가 이 차량에 타고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킹슬레이, 당신은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어. 하나는 이 일에 60년 동안이나 은둔해있던 시공학파를 끌어들인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자들을 너무 과소평가한 거야. 저들이 자넬 보면 반가워 할 태니 머리 위로 손을 흔들게.」


「안드레이! 안드레이이이이이이이!」


상원의원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핸드폰을 집어들어서 차 밖으로 거칠게 던져버렸다.

그런데 이번엔 차창 밖으로 던져진 핸드폰이 자동차와 같은 속도로 이동하며 마치 제자리에 고정된 것처럼 공중에서 두둥실 떠있었다.

나와 상원의원 둘다 잠시동안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저대로 설마 로봇으로 변신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떠있는 것은 핸드폰 뿐이 아니었다.

주위의 모든 사물이 마찬가지였다.

뒤따라 오던 차량들도 핸드폰과 같이 조금씩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차량 안에 타고있던 자들은 상원의원에게 가담하긴 했지만 그들 역시 감시기관의 요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60년이란 세월동안 은둔해있던 마법사들의 마법은 그 요원들이 일생동안 단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공기의 진동으로 전달되는 소리가 아닌 마나의 진동으로 전달되는 저음과 고음의 이중창이 울렸다.


다라다라 다라다라 다라다라 다라다라....


미르! 소르! 우르! 키르! ....


엄숙한 의식이 행해지는 신전의 합창같기도 했고, 수도승들이 단체로 경전을 외는 챈팅 같기도 했다. 끊어질듯 이어지며 가슴 속의 고동을 깨우는 그 리듬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목소리로 합쳐졌다.


미르다라! 소르다라! 우르다라! 키르다라! 미르다라 소르다라 우르다라 키르다라....


그리고 머리 위의 공간이 서서히 찢어지기 시작했다.

달리던 차량의 주변 1km 공간이 거대한 유리 돔을 씌우고 그 위에 ‘또 다른 공간’을 주전자로 쏟아붙는 것처럼 무언가가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치르르르르르!


존재조차 잊고있던 차량의 마나센서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경고음을 내뿜었다.


「안 돼. 벤자민! 차를 돌려! 돌리라고!」


「해, 핸들이 먹히질 않습니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햇병아리 보좌관을 향해 상원의원이 소리쳤다.

하지만 조향장치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좌우로 흔들거렸고 지면과의 접지력을 상실한 차량의 앞바퀴는 아무리 가속 패달을 밟아보아도 허공에서 헤엄치듯 헛바퀴를 돌았다.


「곧 다시 만날 거야. 기다리지.」


안드레이의 목소리를 끝으로 통화가 끊어지고 차량의 바깥에 둥실 떠있던 핸드폰이 마치 젤리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좌우로 주우욱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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