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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12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4 18:29
조회
435
추천
21
글자
8쪽

16-2.

DUMMY

「마나를 지칭하는 헥사-메타모르포시아노니 란 단어의 ‘아노니anony’ 가 무슨 뜻인 줄 아나? 모른다는 뜻이야. 이 어리석은 종족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이 무슨 힘을 다루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네. 마법은 무지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댓가는 한 종족이 홀로 감당해 내기엔 너무나 크나큰 것이었네.」


상원의원의 창가를 쳐다보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참으로. 참으로 가여운 이들이야. 마치 다른 종족에게 이용당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지않나. 자연선택으로 생존경쟁에서 탈락한 열등한 종족인 걸세. 결국 인간들은 공기청정기의 필터나 청소기의 먼지망 정도의 가치 밖에 없던 거지.」


툭 하고.

상원의원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말들이 아무 생각없이 쏘아보낸 화살촉처럼 내 머릿속을 꿰뚫었다.

뭐라고?

지금 저 엘프가 무슨 소리를 떠드는 걸까. 내가 방금 들은 그 단어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살면서 수많은 욕설과 망언을 보고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저자가 입을 열고 꺼낸 말처럼 폭력적인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눈빛이 흔들린다.


「하지만 자넨 달라. 자네는 다른 인간들과 달리 그냥 소모품이 아닐세. 아주 귀중한 소모품이지. 인간을 이 세계에 불러내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를태지만 자랑스러워 해도 되네.」


귓가에 삐이이이 하는 이명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니야.

인간은 그런 게 아니야.

소모품이라니.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만난 사람들, 내게 인사를 건내고 말을 걸고 나를 걱정해주었던 그 모든 이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어젯밤 저녁 내게 책을 읽어주던 본 교수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역사에 기록된 이야기, 그 흔적들.

분명 다른 종족들도 인간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고 있었다.

자신의 친구를 잃은 황제는 권력을 버렸고, 이별을 앞둔 연인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었다. 과거에 살아있던 사람들도 분명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닥친 슬픔들을 진심으로 위로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상원의원이 말했다.


「생각해보게. 인간이 누구 때문에 죽어갔는지도 모르면서 여전히 이 땅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을 떠올려보게. 마법이. 그리고 마법사가 종족 전체를 멸종시켜버렸네. 그럼에도 자신들의 힘이 마치 신에게서 받은 권리인냥 떠들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있지.」


그의 목소리가 이제는 으르렁거리는 듯 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저들을 벌해야 해. 그래서 신의 정의가 오만한 이들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어야 하네. 마법사들 모두를 이 땅에서 완전히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뿌리뽑아야 하는 거야! 그들은 해충일세! 죄악일세! 존재 자체가 저주일세!」


상원의원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그 분노의 감정이 나에게 까지 전해지자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조금 낯선 공포심이 살갗을 옥죄어 오는 듯 했다.


「마법사들에게 복수를 해야하지 않겠나. 내가 그걸 도와주겠네. 리을군. 내게 협조하게.」


대체 무엇이 이 엘프를 이토록 증오심에 불타게 만들어 놓은 걸까.

대답이 없는 나를 보며 상원의원이 허탈하게 웃는다.


「정말이지, 보른 교수가 이 자리에 없는게 너무 아쉽구만.」


그리고는 의자 아래쪽에 놓인 하드 케이스를 꺼내더니 양쪽 걸쇠를 밀어서 열었다. 그곳엔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쩍어 보이는 두 개의 물체가 들어있었다.

하나는 의료용으로 쓰이는 주사기였고 다른 하나는 매끄럽게 가공된 푸른 빛깔이 물결치는 금속 덩어리였다.


「지금부터 이 마나석을 녹여서 자네의 살아있는 척수액에 주입할 걸세.」


...?

저 말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나답다.


「그리고 그것을 뽑아내서 주변의 자연마나에 반응하는 시동기구를 만들겠네. 마법을 쓰면 쓸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영구적인 동력원을 만드는 거지.」


아니 아저씨. 마법사들을 증오한다면서요.

자신의 증오를 자신이 증오하는 자와 똑같은 방법을 이용해서 풀겠다는 건가.


「이 힘만 있으면, 마법학회를 붕괴시키는 것 뿐 아니라 마법사들을 전부 없애버릴 수 있네. 이미 내게 동조하는 세력이 있고 단 한 번만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우물쭈물 눈치만 살피는 의회의 썩어빠진 늙은이들도 결국 날 따라올 수 밖에 없겠지.」


이미 저쪽 세계에서는 물리법칙상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판명된 영구기관을 만들겠다는 발상조차 어처구니 없었지만 그것을 자신의 복수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의도와 스스로의 문제해결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반추하지않는 정신상태가 눈앞에 이 인물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는 확신을 들게 해 주었다.


「너무 걱정말게 그다지 아프지 않을태니까. 무엇보다 자네가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척수액이 완전히 녹을 때 까지 잠시동안 마비시켜 놓겠네. 자네의 고귀한 희생은 내 영원토록 잊지 않겠네.」


눈을 감았다 뜨면 자네 동족들이 자네를 반겨줄 걸세


상원의원이 푸른빛이 감도는 금속원석에 손을 올리자 주변의 마나가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고 다음 순간 주사기의 바늘이 금속 내부로 박혀들어갔다.

그리고 주사기의 밀대를 잡아당기니, 파란색으로 염색한 수은처럼 역겹게 빛나는 금속액이 주사기의 내부로 빨려들어갔다.


「내 부모는 어릴 적에 나를 버렸다. 나는 원치도 않게 마법사 집안의 자식으로 입양됐고 그 집안의 가주는 미치광이였지.」


아주 섬세한 작업인 듯 상원의원이 조심스럽게 주사기에 금속 용액을 채워넣고 있었다.

그의 손에 끼워져있는 반지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 미치광이는 예전부터 인간이 마나 오염과 연관되어있다는 가설을 세웠고 그것이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마나를 다루는데 뛰어난 엘프의 신체에서도 똑같은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실험은 자신의 ‘입양한’ 자식들을 상대로 행해졌지.」


대체 무슨 원리인지 모르지만 금속덩어리는 단 한 방울도 밖으로 튀거나 흘리는 일 없이 마치 빨려들어가듯 주사기의 바늘을 타고 내부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척 보아도 고체 상태일 때와 액체 상태일 때의 부피가 명백하게 차이가 났음에도 아무런 저항없이 주사기의 용량을 가득 채웠다.

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고싶은 대로 생각하자고 건방지게 떠들어댔지.

하지만 눈 앞에서 죽음이 닥쳐오는 경험을 한 적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많지않은 경험 중에서도 단연 지금 이 순간. 눈앞에 보이는 저 끔찍한 도구들이 내 목숨을 노리는 이 때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그것 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실험들은 당연히 실패를... 뭐지?」


현대인들의 습관은 참으로 무서웠다.

그게 설령 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기위해 한 손에 주사기를 들고있는 호러영화에나 나올 법한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할지라도 품에서 전화기의 진동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게 되버리는 것이다.

그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일보직전의 상원의원이라고 할 지라도 그 역시 현대 엘프의 한 사람으로서 주사기를 잠시 내려두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뭔가. 지금 중요한 때이니 방해하지 말게.」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의 귀에서 급하게 핸드폰을 떼어냈다.

뒤이어 핸드폰에서 치지직 거리는 전파음이 나더니 스피커 기능이 자연스럽게 켜지며 나한테도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건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아아, 들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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