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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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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28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37
조회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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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8쪽

15.∥막간 1장∥

DUMMY

15.∥막간∥


「그 자식들, 처음부터 우리랑 한데 섞여있었어.」


포룸 요원이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저희 차량을 특정할 수 있던 것도 납득이 가네요.」


다른 두 요원이 일어나는 것을 도우며 후배 요원 또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차량을 바라보았다.

갈수록 얼어붙는 정도가 심해져 이제는 차량 내부의 가죽이나 플라스틱 내장제들 까지도 얼어붙어 있었다. 저 내부에서 기절해있었다면 아마 곱게 죽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독한. 정말로 지독한 냉기.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목숨을 건졌다고 좋아해야하나.

이번 작전은 실패했다.

오르세우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자신들의 부서진 차량만 남아있을 뿐. 그들을 따라다니던 방송 헬기도,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던 인간 소년도 보이질 않는다.

위액이 올라오는 듯한 쓰린맛을 집어삼켜야 했다.

준비가 부족했나? 저들은 명백히 자신들이 대비했던 것보다 한 단계 위의 수준에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것 뿐이었을까.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무엇보다 정보가 세어나갔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들의 머리꼭대기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있는 듯한 불쾌한 느낌에 분노와 무력감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끼기기긱.


그 자체의 냉기 만으로 차의 철판이 우그러지는 파열음이 들려오다가 어느 순간 남아있던 유리창이 투두둑 하고 부서져 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냉기를 뿜어내는 저것은 마치 독사의 맹독이 퍼지는 것 같다 해서 프라스타츠 비눔frastaz vinum 혹은 프로스트 베놈frost venom 이라고 불리는 마법이었다.

아까 전의 바위덩어리나 수해水害를 소환한 원소술사들의 위력에 비할 바 못되지만 그 지독한 성질은 요원들 전원을 한 순간에 행동불능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차가워진다는 물리법칙의 역류.

명백하게 허가 없이는 사용이 금지되어있는 아우터클래스에 속하는 마법이었고 이런 고난도의 마법은 자연히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많은 량의 자원을 필요로 했다.

저들은 이번 일에 자신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것이다.


「아까 그게 대체 얼마짜리 마법인거야.」


선배인 포룸 요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며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현대의 마법사들은 고대의 마법사들과 달리 자연마나 그 자체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촉매의 역할을 하는 특별한 광물을 필요로 했다.

이 광물들은 그 자체론 아무런 에너지도 없지만 마법에 쓰이는 자원이라는 의미로 마나석石이라고 불렸고 마나석을 가공해서 사용하는 현대의 마법사들은 그 패널티를 최소화하고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동기구 라고 불리는 유틸리티를 만들어 냈다.

우스갯소리로 마법사들의 요술지팡이라고 불리지만 농담이 아니다.

자신들의 앞 길을 가로막았던 흰색 밴에 실려있던 기계장치. 처음보는 형태였지만 그것역시 시동기구의 하나임이 분명했다.

현대문명의 도구인 이상 화기를 본 떠 소형화하거나 이번처럼 중장비화를 시키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모든 장점을 비웃는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그것을 운영하기 위해 소모되는 막대한 량의 자금에 있었다.

즉, 현대의 마법은 돈이다.

마법에 소모되는 자원이 돈이고, 마법에 관한 지식이 돈이며, 마법을 발동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마법 그 자체까지 모든 것이 돈이었다.

프로스트 베놈 그 자체가 당혹스러운게 아니다.

후배 요원 자신이 기억하는 한 이 마법은 분명 근거리에서 접촉의 형태로만 발동되는 마법일 터였다. 따라서 시전자 자신 또한 냉기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함부로 사용해선 안되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위험하고 비효율적이니 자연히 널리 쓰이질 못했고 그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진 여러 마법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마법을 발동하는 수단을 근거리에서 원거리로 바꿈으로써 이러한 단점을 마치 유탄발사기가 폭발물을 투척하는 듯한 형태의 장점으로 뒤집어 버렸다.

본인들이 당한 것만 아니었다면 그 발상의 전환에 감탄해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니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건 일개 마법이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그들의 자금력과 감시기관의 차량을 노리는 대담한 실행력에 있었다.

후배 요원이 감정을 억누르며 포룸 요원에게 말했다.


「감탄하고 계실 때 입니까.」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이번엔 우리가 졌어. 다수의 동일한 차량으로 마법사들을 교란할 목적이었는데 설마 이정도로 깊숙이 개입했을 줄이야.」


자신들도 순진하게 당하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혹시 모를 내부에서의 정보유출을 방지할 목적으로 작전 중에 서로 간의 교신마저 금지시켰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만 잡는 꼴이 되고 말았다.

후배 요원은 생각했다.

처음부터 섞여있었나? 아니. 병원을 출발할 때 부터는 아니다.

그랬다면 눈치채지 못했을리 없다. 만약 자신들 사이에 섞일 기회가 있었다면 고속도로 상의 대규모 합류지점에서 였을 것이다.

백여대 가까운 차량들이 몰렸으니 자신들조차 이질적인 누군가가 똑같은 차량으로 그 속에 섞여들어왔다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 작전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자신들의 계획을 역으로 이용했다는 뜻이다.


「센서를 재밍하질않나, 우리 통신장비가 꺼져있는 틈을 노리다지 않나. 평범한 자들이 아니야.」


뭐가 그리 놀라운지 연신 감탄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평소에도 자주 돌출행동을 보이는 포룸 요원이었지만 그 모습을 보며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던 후배 요원이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다.


「선배님!」


포룸 요원이 후배 요원의 행동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조금 기지개를 켜머 산책을 나서는 듯한 걸음거리로 터널의 출구를 빠져나갔고 해가 완전히 넘어가버린 자주빛의 서쪽 바다로 고개를 돌렸다.


「그 소년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자신을 만류하는 다른 두 요원들의 손길도 뿌리치고 후배 요원이 포룸 요원에게 다가갔다.


「그 약속이 그렇게 가벼웠던 겁니까?」


오르세우스가 그에게 다그치듯 물었고 포룸 요원은 어째선지 그의 눈을 마주보려 하지 않았다.

서늘한 저녁이 되자 바닷바람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낮에는 해풍이 불고 밤에는 육풍이 부는 해안가의 특성상 하루의 어느 시간에 이르면 바다와 육지의 온도차가 사라져 아주 잠시동안 바람 한 점 불지않는 때가 온다.

하루종일 끊임없이 요동치던 바람들이 고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포룸 요원은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 다른 요원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목에 유리조각을 댄 채 만신창이의 몸으로 소리치는 소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대체 누가 누구를 경호하는 건가.


「그 소년을 보셨잖아요. 아무 죄도 없는 아이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어요. 겁을 먹고 있었다구요. 여기서 그냥 포기하실 겁니까? 그건 그 아이를 버리겠다는 겁니까!」


임무를 떠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 소년을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다른 요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소년은 유일한 인간이었으니까.

인간이 멸종해버린 이 땅에서 기적처럼 살아있는 인간을 만난 것이다.

종교를 믿진 않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분명 그 소년을 지키는 게 자신에게 내려진 사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또 다시 마법 때문에?’


비참한 심정에 말이 나오질 않는다.

저들로부터 고작 어린애 하나 지켜내질 못할만큼 자신들은 나약하기 짝이 없었다.

후배 요원이 대답없는 자신의 선배를 바라보다못해 고개를 떨구었다.

머리로는 알고있었다. 분명 포룸 요원이 자신보다 더 큰 책임과 괴로움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그를 몰아세우는 건 옳지않다.

하지만 마음 속으론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대로 끝낼 순 없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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