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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19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32
조회
464
추천
23
글자
7쪽

14-3.

DUMMY

「이런 젠장. 피해!」


밴의 뒷문이 열리며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위험해 보이는 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차량에 설치된 유탄발사기 같다고 해야할까.

메마른 눈동자가 노려보듯 무미건조한 기계의 총구가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기계의 뒷편에 서있던 그림자가 무기의 방아쇠를 당긴다.

포룸 요원이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가장 먼저 온 몸의 세포들을 질식시키는 듯한 강렬한 마나의 압력이 콰앙 하며 온 몸으로 쏟아져내렸다. 그 다음엔 세상의 온갖 것들이 느릿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진동이 터널 내부를 뒤흔들었고 흰색 밴에 설치된 기계장치에서 약실로 추정되는 덮개가 철컥 하고 뒤로 젖혀졌다.

저게 뭐지.

퉁! 하는 소리와 함께 탄피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묵직한 유리관이 약실을 빠져나왔고, 바닥에 닿으며 크리스탈 조각처럼 부서져 내렸다.


콰앙!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귀여운 파란색 특수효과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그것은 무기였고 무기는 냉혹하며 무자비했다.

야구공보다는 좀 더 작은 크기의 투사체가 공간을 가로지른다.

무기라고 하면 폭발을 생각하고 폭발이라고 하면 화약과 불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그 장치는 대신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냉기를 터트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차량의 아랫면에 적중한 발사체는 형태가 일그러짐과 동시에 흰색의 안개를 내뿜었고 뒤이어 그 안개와 닿는 모든 것들이 으지지직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엄청난 속도로 얼어붙었다.


빠드드득 빠득.


말장난 처럼 그것은 화기火器가 아니라 냉기冷器 였다.

현대에 마법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마법을 유탄처럼 쏘아내는 기계장치가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일까.


끼이이이이이익!


앞 바퀴의 타이어는 도로와 함께 얼어붙은 즉시 터져버렸고, 지면과의 접지력을 상실한 우리 차량은 그대로 균형을 잃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가드레일을 뚫고 반대쪽 차선을 넘어 절벽을 깎아만든 터널의 돌기둥에 쳐박히고 말았다.


쾅!


하는 충격과 함께 차량 내부의 앞뒤좌석 모두에서 에어백이 터졌다.

귀에서 위잉위잉 하는 소리가 울리고 시야가 흔들린다.

목을 조르는 듯한 이 감각.

마나중독으로 인한 발작증상.

고통이 느껴지지만 어디가 대체 얼마나 아픈 건지 헤아릴 수도 없었다.

몇 십 킬로그램짜리 푹신한 베개로 온몸을 구타당한 느낌이었다.

하얗게 얼어버린 차창 유리의 흐린 시야 너머로 뒤따라오던 차량이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어두운 복장에 검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인물들 여럿이 튀어나왔다.

다급하게 요원들을 둘러봤지만 그제서야 양 쪽의 요원 둘이 날 감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보호하느라 본인들은 미처 다 충격에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


그 짧은 순간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복받쳐 올랐다.

운전석과 보조석의 두 요원들도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쓰러진 채였다.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와 차량의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고 그놈의 냉기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퍼서석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짝이 연결고리 채로 부서져 버렸다.

차량 안에 유리들과 금속제 프레임이 서서히 하얀 서리로 뒤덮여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드라이아이스 같은 시린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법이란 게 이런 건가.

등골이 떨려올 정도로 체온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를 쫓아온 이들은 앞좌석의 톨브 요원과 포룸 요원 둘을 차 밖으로 끌어내 도로 위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그리고 난 그 잠깐의 틈을 타서 깨어진 자동차의 유리조각 하나를 집어들고 차량에서 빠져나왔다.

차의 유리들은 원래대로라면 사고의 순간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잘하게 부서지도록 만들어졌을 태지만 말도안되는 극저온으로 순식간에 조각나버린 유리는 우연처럼 자그마한 크기로 뾰족한 날을 세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멈춰!]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최악의 상태였지만 나는 내 목에 유리조각을 들이밀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요원들을 지켜야한다. 그런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당장 그 사람들에게서 손을 떼.]


발성을 하면 할 수록 의식의 끈을 놓아버릴 것 같은 괴로움이 목을 조른다.

마나중독으로 인한 압박과, 자동차 사고로 인한 통증이 겹치니 이제는 어디서부터가 내 몸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내 말을 알아듣진 못했겠지만 이들은 내 행동에 놀란 건지 조금씩 요원들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어느정도 내 의도가 통하는 것 같다.

얼어붙은 유리조각을 집은 손이 그 날카로움에 베여서 피가 나고있었지만 너무 차가운 탓에 상처에서 흐르는 피들 조차 그대로 손바닥에 엉겨붙었다.

손이 어는건지 유리조각이 녹는건지 하얗 김 같은 것이 피어나고 있었고 손끝은 체온을 잃어가며 점차 보라색으로 변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정도 밖에 없었다.

내 말을 이해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이들에게 내 목에 놓여진 유리조각으로 주의를 돌리며 다른 두 명의 요원들도 빨리 차에서 빼라고 손짓했다.

참으로 멍청한 짓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들의 목적을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인 나를 노리는 거라면 내가 스스로 내 목에 유리조각을 가져다 대고 있는 상황은 이들도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근본도 없는 자해공갈이었지만 지금 당장 요원들을 차량에서 구조해내지 않으면 온 몸이 얼어버릴 것이다.

내 등 뒤에서 가까이 다가오려는 발자국을 느끼자 이번에는 유리조각으로 내 목에 정말로 선을 그었다.

가늘게 난 생체기는 그러나 핏방울이 흘러내리기에 충분했고 나는 내가 이런 짓을 할 거라고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들을 연달아 저지르며 어떻게든 이 자들로 하여금 다른 요원들을 끌어내게 만들려 하고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손짓이다.

유리조각을 들지않은 반대쪽 손으로 부서진 차량을 가리킨다.


「이거이거, 귀찮은 일이 돼 버렸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며 흰색의 밴에서 누군가 바닥으로 내려와 나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왔다.


「반쯤 죽어가는 송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놀랐네.」


익숙한 목소리일 리가 없다.

나를 공격한 이들. 고깔 모자를 쓰고 요술봉을 휘두르는 이미지와는 몇 천 년 정도 떨어진 이 시대의 마법사들.

그런 이들 중에 내가 알고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뭐, 자네 기개는 인정해주지. 나도 감시기관의 요원이 급랭되서 조각나는 꼴을 보고싶은 건 아니니까.」


그자가 손짓으로 부하들을 부리자 곧이어 검정 세단 안에 있던 후배 요원과 운전석의 플로지아 요원도 차량 밖으로 꺼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게 가까이 다가온 그 자가 쓰고있던 중절모를 가볍게 들어올린다.

동공이 커졌고 들고있던 유리조각이 땅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나버렸다.

부서진 것은 유리조각일까 아니면 다른 것일까.


「차에 타게. 이야기를 좀 나누세나. 거친 방법을 쓰고싶진 않으니까 얌전히 협조해줬으면 좋겠어. 물론 따르지 않을 시에 요원들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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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5.∥막간 1장∥ 17.08.03 462 2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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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4-2. 17.08.03 460 19 9쪽
23 14-1. 17.08.03 496 24 6쪽
22 13-2. 17.08.03 487 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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