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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13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5 15:03
조회
435
추천
19
글자
8쪽

17-1.

DUMMY

17.


상원의원이 곧바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칫하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


「포룸 요원. 그래 무슨 일인가.」


「아, 혹시 그곳에 인간 소년. 아니지, 리을 군이 있습니까?」


상원의원이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킹슬레이 상원의원.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녹음이나 감청따윈 없으니 우리 편하게 이야기 해봅시다. 질질 끄는 건 서로 성미에 맞지 않으니까요.」


상원의원이 가볍게 웃었다.


「뭐, 자네들도 바보가 아닌이상 이쯤되면 눈치채고 있을 거라 생각했네만... 착각하지 말게. 통화를 녹음해서 날 협박한다고 그게 먹힐거라고 생각지도 않고 딱히 신경쓰지도 않네. 내가 자네의 말을 들어주는 이유는 나도 자네에게 원하는 게 있기 때문이야.」


「그거 좋군요.」


「보른 교수가 혹시 자네 곁에 있나?」


「그걸 왜 묻습니까.」


「리을 군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은데 도저히 대화가 이뤄지질 않는 군. 혼자서 너무 떠든 나머지 내 어린시절 첫사랑 이야기까지 줄줄이 자백할 뻔 했네.」


한숨을 푹 내쉰 상원의원이 이를 갈았다.


「대체 어떻게 그녀를 빼낸 건지는 모르지만 꽤나 날 짜증나게 해줬어. 그거 하나는 칭찬해주지.」


「....」


잠시 대답이 없던 핸드폰 너머에서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너무나도 ‘익숙한 언어’가 들려왔다.

본 교수였다.


-[리을군. 괜찮아요? 무사한거죠?]


-[네, 교수님.]


목이 메어왔다.

고작 반나절 가량을 만나지 못한 것 뿐인데 느낌으로는 반 년 만에 처음 이 언어를 듣는 기분이었다.

가능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습격을 당했을 때 무리하게 소리친 것 때문에 목소리가 거칠어져 있었고 본 교수도 그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나와 교수의 대화를 상원의원이 알아듣지 못할태니 주변의 위치같은 것을 물어볼 줄 알았지만 의원을 자극하지 않으려는지 그저 한 마디 말을 남겨주었다.


-[...기다려요. 반드시 구해줄께요.]


어떻게 라고 묻지 않는다.

그것이 비록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만으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있는 거예요?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자네에겐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하네, 보른 교수.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야.」


「인류학회의 세미나에 참석해 제게 후원회를 열어주겠다고 접근한 것도 이것이 목적이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네. 물론 그 전부터 인류학에 관심이 없던 건 아니지만 자네가 발견한 그 기원전 5세기의 인간 화석이 계기가 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걸세.」


그리고 진심이 담긴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맙네.」


침묵이 흐른다.

나는 알고 있었다.

본 교수가 비록 겉으론 차가워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인물이란 것을. 그리고 그녀가 인류학자로서 가지고있는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현대사회에서 누구도 관심없는 멸종한 종족을 그토록 오랜세월동안 연구해올 순 없었을 것이다.

상원의원이 교수에게 인간을 납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그녀가 보낸 신뢰와 학문에 대한 열정 모두를 모욕하는 말이었다.

리아나 본 교수가 마음을 정리했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운 목소리로 작별을 고했다.


「잘 알았습니다. 상원의원. 당신이 지난 10년 간 국제인류학회에 보내온 지원들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꿈에서나 볼 수 있을거라 믿었던 살아있는 휴먼을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에도요. 비록 길은 갈라지고 말았지만 언젠가 당신에게도 평화가 깃들길.」


「내 삶에 평화란 것은 있을 수 없어.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상원의원이 웃었다.

그리고 포룸요원이 다시 전화기를 돌려받는다.


「상원의원. 왜 우릴 배신한 겁니까.」


「배신? 배신이라니. 내 목적은 언제나 하나 뿐이었네. 마법사들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거야.」


그의 목소리에 흔들림은 없었다.


「자네들도 마법을 감시하는 자로서 마법사에 대한 증오나 복수심이 없지 않겠지. 내게 거스르려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이쪽 편에 서게. 감시요원이 겉으론 그럴 듯 해도 공무원 박봉에 더러운 마법사들을 상대해야 하는데다 폭주하는 골렘이라도 처리할 때면 생명이 위태롭지. 날 위해 일해준다면 원하는 게 무엇이든 도와주겠네. 자네라면 기관에 대한 자부심도 있을태니 간부직을 보장하지.」


「....」


잠시 통화기 너머에서 침묵이 흘렀다가 곧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큭, 크큭. 푸하하하.」


「?」


한 사람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후배 요원과 다른 요원들의 웃음 소리도 들려왔다.

모두 무사한가 보다. 이런 상황이긴 했지만 조금 기뻐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못보던 사이에 유머감각이 늘었군요. 상원의원.」


상원의원의 싸늘하게 대답했다.


「날 자극해봐야 이득볼 게 없을 텐데.」


「이크,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말에 한 가지 모순이 있군요. 당신 말대로 우린 마법사를 ‘감시’ 하는 자들이지 ‘없애는’ 자가 아닙니다. 늘 그 역설을 마주해야 하고 마법사들에겐 들개라고 개무시를 당하지만 지난 세월 쌓아올린 감시기관의 업적들은 그 한계 속에서 이룩해온 것들입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위험하기 짝이없고 보상은 커녕 때론 비참한 현실 앞에 무기력함을 느끼지만 당신을 보니 이제 알겠습니다. 왜 감시기관의 창설자들이 스스로를 그 한계 속에 가두었는지 말이죠.」


「뭐?」


포룸 요원의 말투가 변했다.


「우린 길을 벗어나지 않기위해.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이 방식을 택한 거요. 자신을 돌아보시오 상원의원. 마법사들을 이 세상에서 없앤다고? 스스로가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양 포장하지만 상원의원이라는 권력을 가지고서 하는 짓이 고작 어린아이를 납치하는 일인가. 대체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는 거요. 동료를 배신하거나 내부의 정보를 흘리는 게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당신을 직시하란 말이오.」


상원의원의 얼굴에 분노가 일었다.


「새파란 애송이 주제에 감히 내게 훈계를 해? 넌 아무것도 몰라. 마법사들이 자신의 힘을 남용해 어떤 일들을 저지르고 다니는지. 그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지를! 감시위원으로 활동한 지난 20년 간 마법사들을 상대해왔지만 내가 목격한 것은 언론에도 보도할 수 없는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만행 들이었다. 13년 전 마을 하나가 통째로 땅에 묻힌 그레고리 사건. 7년 전 마법학회가 시도한 생물의 마나석화石化 연구. 2년 전 이자벨라 쌍둥이가 저지른 정신지배 사건까지. 이 중 둘은 자네도 잘 알고있을 텐데.」


「....」


포룸 요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법사가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이자들은 악 그 자체야. 결코 존재해선 안되는 인류의 암세포 일세. 언제까지 감시기관의 힘 만으로 이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거 같나. 의회는 썩었고 정치인들은 마법사들의 로비에 넘어가 이 상황을 방치하고있네. 우리에겐 결단이 필요해. 비록 다소 간의 희생이 있겠지만 말야.」


그런데 그때. 갑작스럽게 전화기 너머에서 비웃음이 섞인 냉소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소리도 이쯤되면 예술이군. 사이루스 킹슬레이. 그러는 당신은 어떻지.」


밥맛없는 북방엘프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떻게?

어째서 이 마법사가 감시기관의 요원들과 함께있는 걸까.

상원의원도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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