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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22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28
조회
513
추천
23
글자
7쪽

13-1.

DUMMY

13.


그것은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거대한 성곽 과도 같았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그것을 보자마자 감탄사를 터트렸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 우리가 들어선 곳은 도시의 최외곽으로 이어지는 해안 절벽의 복잡한 고속도로 구간이었다.

해안가의 고속도로. 그곳엔 총 일곱 층계로 이루어진 거대한 인터체인지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7층 나들목이라니.

인터체인지에는 해안가의 절벽에 뚤린 터널에서부터 맨 윗층의 고가도로에 이르기까지 총 일곱 단의 고속도로가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원형으로 둘러쳐져있었고 그 중심부에는 각 층계들을 서로 연결하는 2차 3차선의 연결 도로들이 시야의 사방 구석구석으로 뻗어있었다.

도로들의 규모가 얼마나 크고 복잡한지 도로의 기둥 사이로 보이는 바닷가의 모습이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프레임이 잘려보였다.

대체 어떤 정신나간 도시공학자가 설계했을까 이유를 묻고 싶은 이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마치 아스팔트 라는 재료로 만들어진 거대한 불가사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치르르르르르!


한참 넋을 놓고 주변을 둘러보는 와중에 차량 앞좌석에 설치된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통신기기 하나에서 시끄러운 경보음이 나기 시작했다.


「본부로 부터. 반경 10km 지역에서 자연마나의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마나는 무슨 개뿔. 자연이란 단어가 울겠다.」


보조석의 드워프 요원이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콧바람을 씩씩 거렸다.

그런데 단순한 우연인가.

정말로 그 전보가 울린 뒤 부터 몸에서 기묘한 촉감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환각을 느끼는 것처럼 온몸을 짖누르는 그것은 주변의 세상이 깊은 물 속에 가라앉는 것처럼 소리도 냄새도 없이 내 주변을 서서히 감싸왔다.

이게 뭐야. 나만 느끼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지만 다른 요원들은 특별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고 나도 이런 순간에 걱정을 끼치기 싫다는 생각에 겉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이게 진짜로 마나라는 건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내가 타고있는 차량이 연결 도로들을 따라 꺾이고 다시 본 도로에 진입했다가를 반복하며 복잡한 경로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다들 늦지않은 모양이군.」


포룸 요원이 말했다.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자 거기엔 내가 지금 타고있는 것과 같은 모양의 검은색 차량들이 다른 방향의 통행로에서부터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며 도로 위를 메워가고 있었다.

병원에서 출발할 때의 차량이 고작 다섯 대에 불과했다면 시야에 들어온 차량들은 어림잡아도 백여대가 넘어보였다.

맙소사.

차량 앞에 설치된 기기가 신호음과 함께 초록불에서 빨간색 불로 바뀌자 후배 요원이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본부에서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현 시간부로 작전에 대한 모든 권한은 포룸 제1선임요원에게 위임 됩니다.」


포룸 요원이 자신의 큰 키를 조금 구겨가며 손을 내밀어 앞 좌석에서 납작한 형태의 유선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아, 아. 긴말하진 않겠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냐. 빠르게 움직이고, 뭉쳤다가, 흩어진다. 내 옆에 울시 요원처럼 혹시라도 무서워서 토할 것 같으면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애들 기저귀나 갈아줘.」


대체 이 셀라는 무전으로 무슨 소릴 떠들어대는 걸까.

황당함은 나 뿐만이 아니었는지 앞좌석의 두 요원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왼편의 오르세우스 요원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포룸 요원을 오래 본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 사람은 이런 성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지. 급조한 계획이라서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로 무식하기 짝이없는 멍청한 작전이야. 내가 짰다. 그래도 언제 우리가 편하게 일 해 본적 있나? 우린 이 망할 마법사놈들이 어디에 숨어서 무얼 계획하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해야지.」


무전기를 내려놓기 전 마지막으로, 포룸 요원은 기도라도 하듯 잠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우린 오늘 미끼가 된다.」


「작전 시작합니다.」


냉정하고 차가운 감시요원의 모습으로 돌아온 후배 요원이 작게 선언하자 일곱 층계의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검은색 무리의 차량들이 동시에 엄청난 소음과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 물소떼가 도로 위를 물결치듯 내달리는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작전이란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이 아니라 이들은 일부러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

이렇게 좁고 복잡한 공간에 이 정도 숫자의 비슷한 색상의 차량들이 모여있다면 어느 자동차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지 분간하는게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진다.

이게 목적이었던 건가?


투두두두두두두


그리고 하늘에서는 어느틈엔가 벌써 다섯 대 정도의 방송 헬기들이 몰려와 이 검은 차량들의 행진을 앞다투어 취재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우리 차량을 따라오던 헬기도 있는 듯 했지만 우릴 찾는데에는 실패한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번쩍!


하고 도로의 기둥 아래에서부터 한눈에 보기에도 불길한 메시지가 담긴 듯한 빛이 솟구쳤다.

그 빛을 보자 비어있는 속을 쥐어짜내듯 불쾌한 구토감이 화악 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젠 알겠다.

저게 마법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몸이 정말로 저 이상한 힘에 반응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버터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문다.

붉은빛을 뿜어내며 솟아오른 구체는 순식간에 가장 윗층에 있던 도로들보다 더 높이 떠올라 해질녘에 어울리지 않는 불꽃놀이를 선사했다. 그리고는 화악 하고 타오르더니 공중의 그 자리에서 고도를 유지하며 떠 있었다.

무언가의 신호 혹은 선전포고인 걸까.

마치 이곳은 우리 구역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하늘로 쏘아올린 물체가 저런 식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즈음.

그 붉은 빛의 구체가 확하고 넓어지며 둥근 고리모양으로 변했고, 다음 순간 빛의 고리 중심부에서 어떤 투박한 덩어리들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형태를 쌓아갔다.


콰드드득 콰직.


저게 대체 뭐야.

바윗돌?

까마득한 숫자의 바윗돌들이 도로 상공의 수십미터 지점에서 얼음덩어리가 자라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속도로 자신의 부피를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볼링공 만한 형태로까지 자라나자 깜빡 잊고있던 중력이 생각났는지 도로 위의 차량들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맙소사.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초자연적인 현상들.

중세 시대 공성전에서 적들이 쏘아낸 돌덩어리들을 바라보는 듯한 아찔한 절망감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숙여!」


차량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몸을 낮게 웅크리며 옆에 있던 후배 요원도 내 머리를 푹 하고 눌렀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요원이 번개같은 속도로 핸들을 틀자 차의 무게중심이 기우뚱거린다.


끼이이이익!


콰과과광 쾅!


차 안에 있음에도 귀를 아프게 할 정도의 충돌음이 들렸고 도로가 흔들리며 몸을 울릴정도의 진동이 느껴졌다.

이곳에 있는 모든 차량들을 노릴 셈인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게 아니라 수십개의 바윗들이 무질서한 박자로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떨어져 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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