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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34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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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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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3쪽

21.

DUMMY

21.


차량이 완전히 멈추자 포룸 요원이 왼손으로 차량의 윗 뚜껑을 잡아채곤 종잇장처럼 찢어서 날려버렸다.


「히이익!」


공포에 질린 벤자민이 운전석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푸는 것 조차 잊어버린 그의 발목에 벨트가 걸렸고,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다가 구두 두 짝이 발에서 벗겨지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리곤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도망을 쳤다.

신경은 온통 상원의원에게 쏠려있었던 탓인지 포룸 요원은 딱히 그를 쫓거나 하지 않는다.


「한 가지만 질문할 기회를 주게. 준비한 일들이 전부 계획대로 흘러간 건 아니지만 이것 만은 도저히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 말이야.」


완전히 반으로 접혀버린 차량이나 화물 칸 채로 으스러진 흰색 밴을 무미건조한 눈으로 둘러보던 상원의원이 입을 열었다.

요원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상원의원의 손목을 낚아채 비틀어 그가 품에서 꺼내려 했던 특이한 형태의 권총을 땅에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상원의원이 별다른 저항도 없이 순순이 그에게 제압당한다.

SUV 차량이 가까워지더니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섰다.

운전석의 문이 열리며 본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을 군!]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서 제대로 가눌 수 조차 없는 상태였다.

이미 천장이 완전히 뜯겨나간 자동차의 문을 간신히 밀어냈다.

차에서 내리려는 시도였는데 무릎에 힘이 풀려 문의 손잡이를 붙잡고 볼품없이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곧 의료진을 부를 태니까 움직이지마세요.」


포룸 요원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돌아보았지만, 상원의원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 초조한 듯 보였다.


「가까이 오지말게!」


상원의원이 내쪽으로 다가오던 본 교수와 다른 두 명의 요원들에게 소리쳤다.


「부탁이네 본 교수. 이런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뛰어오던 교수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이건 의원님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예요.」


「그래. 그렇지. 자네 말이 맞네.」


양 팔이 뒤로 꺾인 채 포룸 요원에게 제압당해 차량 밖으로 끌어내려진 상원의원이 등 뒤의 본 교수에게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리을 군에게 묻고 싶은 게 있네. 말을 전해주게.」


「....」


모든 게 끝이 났다.

오늘의 이 사태 뿐 아니라 상원의원이 여지껏 쌓아올린 지위와 명성. 그리고 그의 인생까지도. 그런 생각에 본 교수조차도 조금 마음이 약해진 듯 했다.


「말씀하세요.」


「리을 군에게 전해주게. 대체 어떻게 우리 공용어를 이해할 수 있었는지 말이야.」


「네?」


꺾인 팔이 고통스러운 듯 상원의원이 조금 인상을 찡그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계획이 틀어진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그거야. 대체 어떻게 인간이 우리 공용어를 이해하는 거지.」


몸을 일으켜서 조금이라도 상원의원에게서 멀어지고 싶었지만 제자리에서 일어나기는 커녕 고개를 가눌 힘 조차 없었다.

이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서 귀에 들리는 목소리로 주위 상황을 파악하는 수 밖에 없었다.


「무슨 말씀을....」


「대답해보게. 대체 리을 군은 어떻게 우리 말을 이해하는 건가.」


교수와 상원의원이 갑작스럽게 엉뚱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네도 알지않나. 지금의 공용어가 정착한 지는 채 1세기도 지나지 않았어. 내가 비록 시공학파의 마법사들을 끌어들였다지만 다른 언어를 이해하게 만드는 재주까지 부릴 순 없네. 저 소년이 우리 공용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걸.」


그러면서 조금 기침을 쿨럭거리며 스스로도 우스운지 쿡쿡거린다.


「마법학회의 안드레이가 병원을 찾아오는 것은 예상보다 조금 이르긴 했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일이었네. 유일하게 언어가 통하는 자네를 불러온 것도 이 소년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였고. 그런데 설마 안드레이와 닥터 위빙스톤의 대화를 모두 이해하고 전혀 엉뚱한 선택을 할 줄이야. 거기서부터 모든 게 어긋나기 시작했어.」


돌이켜보면 그랬다. 나도 내가 어떻게 이들의 공용어를 이해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언어를 이해한 덕분에 조금은 능동적으로 주변의 일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까 전만 해도 그렇지. 패배자의 헛소리로 들릴태지만 자네들이 전화를 걸어 방해하기 전에도 내 계획을 완성할 시간은 충분했다네.」


이 다리 위로 공간이동을 하기 전, 상원의원이 감상에 젖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늘어놓았던 것도 따지고보면 그가 내 언어를 이해할 순 없음에도 내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나랑 대화를 나눌 시간에 그저 자신의 계획을 일방적으로 진행시키려 했다면 결말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언어가 통한다는 그 별 것도 아닌 듯 보이는 사실 하나 때문에 수많은 우연들이 겹쳐서 이 사태가 여기까지 와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수도 상원의원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다가 그의 질문을 학자로서 그냥 넘길 수 없었는지 조금 주의가 쏠리는 듯 했다.


「이해할 수 없군요... 전 그냥 당신이. 이 모든 일들의 배후가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산인걸세. 보른 교수.」


상원의원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게 자네의 문제야. 냉정한 척 하지만 한편으론 순진하기 그지없지. 생각해보게, 정말로 내가 인간의 두뇌에 다른 언어를 집어넣을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해야하지 않겠나. 그랬다면 애당초 자네를 이 일에 끌어들일 필요도 없지 않나. 나 혼자 힘으로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했을 테니 말이야.」


그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지금도 마찬가질세. 자네들이 사용한 방법을 나라고 해서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 내가 떠들어대는 이 주절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틈을 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보게.」


「...?」


「교수님!」


후배 요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저 멀리 후방, 그러니까 우리가 달려온 방향에서 쇳덩어리를 파헤치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모습보다 더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손에 들려진 그 기계장치였다.

차량이 일그러지는 충격에도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지만 그 장치는 분명 원래는 흰색 밴에 실려있던 무기였다.

그것이 사람의 손에 들려서 이쪽으로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소름끼치기 짝이 없었다.


철컥!

위이이잉.


익숙한 격철의 움직임과 함께 그 장치가 또 다시 끔찍한 마법을 쏘아냈다.

먼저 반응한 후배 요원이 교수를 넘어뜨렸기에 간신히 공격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겨눠진 목표는 처음부터 교수와 감시기관의 요원들이 아니었다.

반응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상원의원을 제압하고있던 포룸 요원이었다.

그리고 그 무기가 처음부터 노리고있던 대상 또한 요원이었다.


콰직!


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자주빛의 에너지가 번쩍이더니 포룸 요원이 튕겨나갔다.

아까처럼 얼음 마법을 쏘아낸 것은 아니었지만 달리는 트럭에 맨 몸으로 부딪힌 것 같은 엄청난 충격이 그를 덮쳤다.


「선임요원!」


누군가가 소리쳤고 요원들이 그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이 모든 걸 예측하고 있던 상원의원의 행동이 더 빨랐다.


「움직이지 말게.」


누군가 내 몸을 거칠게 들어올렸고 목을 조르며 차가운 금속이 내 피부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안 돼!」


「두 번 경고하진 않겠네. 그건 보른 교수 자네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긴 장발의 플로지아 요원과 후배 요원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상원의원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포룸 요원이 날아가는 동시에 땅에 떨어져있던 무기를 집어들어 나를 붙잡았다.

그러니까 난 인질이 되버린 것이다.


「설마 일이 이렇게 까지 되버릴 줄이야. 인정하지. 자네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네.」


거칠어진 양복 목깃을 잡아당기며 상원의원이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정말 계획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그러면서 흰 밴에 실려있던 차량의 시동기구를 들고 이제는 요원들을 겨누고있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불쌍한 벤자민. 자네들이 저 젊은 청년을 저렇게 만든거나 다름없는 거야.」


「헛소리 지껄이지 마시오. 킹슬레이. 정신지배 라니. 대체 어디까지 추락하려는 거요.」


긴 장발의 플로지아 요원이 눈동자를 붉은색으로 빛내며 드물게 입을 열었다.

상원의원의 팔에 목이 감긴 탓에 고개를 마음대로 가눌 순 없었지만 멀리서 포룸 요원을 공격했던 누군가의 모습을 간신히 눈으로 쫓을 수 있었다.

그자는 한 눈에 보기에도 눈에서 눈동자보다 흰자위가 더 많이 드러나 보였고 입은 반 쯤 벌어진 채 침을 질질 흘리며 괴로운 듯한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몸의 근육이 평상시보다 부풀고 키도 약간 커진 건지 입고있던 말끔한 셔츠의 단추가 터질 것처럼 팽팽해져 있었다.

분명히 도망쳤다고 생각했던 상원의원의 보좌관이었다.

정신지배가 대체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단어가 전해주는 역겹고 불쾌한 느낌처럼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벤자민은 사람의 힘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게 아닌 크기의 무기를 들고 그 총구를 본 교수들에게로 겨누고 있었다.


「이자벨라 쌍둥이의 연구는 학회에서도 철저하게 파기했을 텐데 어떻게 저자가 그 마법에 걸려있는 겁니까?」


후배 요원의 질문에 상원의원이 큭큭거렸다.


「궁금한가?」


상원의원이 그들에게서 조금씩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네. 평범한 사람의 몸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발동하면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지. 장애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뭐 운이 없으면 죽을 지도 모르겠군.」


「지금 당장 리을 군에게서 그 총 치워요. 킹슬레이!」


본 교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미안하네 보른 교수. 그 요청은 들어줄 수 없어. 그리고 이 인간 뿐 아니라 자네들도 역시 인질인 건 마찬가질세. 이 엿같은 공간 마법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다리 바깥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지.」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내 등 뒤의 상원의원을 노려보지만 그는 그들에게 관심이 없는 듯 주변을 느긋하게 둘러보았다.

그 틈을 타서 후배 요원이 자신들의 타고왔던 SUV 차량을 힐끔 쳐다보자 상원의원이 고개를 까딱거린다.


「안 돼지 안 돼. 분명 오르세우스 요원 이었나? 인간을 죽일 순 없지만 내가 자네들을 쏘지 않을 거란 헛된 믿음을 가지지 않는 게 좋을 걸세.」


사람 좋아 보이던 그 후배 요원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며 뿌드득 이를 갈았다.


「그래 좋아. 좋은 얼굴이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면 얌전히 있게.」


후배 요원이 결국 고개를 떨구자 상원의원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겨누고 있던 총구를 공중으로 높이 들더니 방아쇠를 당긴다.

그의 손에 끼워져있던 반지가 빛을 내며 반응한다.


피우우웅!


16세기 카리브해에서 쓰일 법한 엔티크한 디자인의 전장식 권총에서 조명탄이 하늘 위로 쏘아졌다.

수 십 미터 상공까지 치솟은 조명탄은 밤하늘에 밝은 빛을 내며 타올랐고 그 불빛이 흔들거릴 때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뭘 하려는 거지.」


장발의 요원이 묻지만 상원의원은 여전히 틈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않아 멀리서 오늘 하루 종일 내 기분을 천국에서 지옥으로 몇 번이나 왔다가게 만들었던 지긋지긋한 비행 물체의 날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상원의원이 이제는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다는 듯 저 멀리 해안가 너머에서 들리는 헬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날아가는 방법 외에 뭐가 있겠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 소년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날 따라오지 않는 게 좋을 걸세.」


대체 어디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건지 질려버릴 것 같았다.

저 멀리에서 헬기의 서치라이트 불빛이 보이며 엄청난 속도로 항만의 상공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다리 위의 공간이 늘어난 것 만큼 그 반대 급부로 다리 바깥에 존재하는 물체 역시 같은 거리를 이동해도 말도 안되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당신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후배 요원의 말에 상원의원이 무슨 헛소리냐는 듯 피식 웃는다.


「뭐, 마음대로 떠들게. 비록 오늘은 이렇게 됐지만 조금 계획이 틀어진 것 뿐이야. 어차피 인간만 손에 넣으면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네. 그리고.」


하늘로 향해있던 권총의 총구를 후배 요원에게로 돌린다.


「자넨 조금 시끄럽군.」


「뭐하려는 건....」


철컥, 탕!


본 교수가 상원의원을 막아보려 했지만 망설임 없이 당겨진 방아쇠와 함께 권총이 총구에서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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