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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51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23
조회
592
추천
27
글자
8쪽

10-3.

DUMMY

「자네 말대로 정말로 마법학회가 이번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더 이상 소년에게 접근하지 말게. 그리고 자네들 주장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를 받아야 할거야.」


「하지만 저 인간의 생존에 관해선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 의사들에게 맡기면 분명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그의 궤변은 돌고돌아 다시 인간의 마나중독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왔고 마지막 발악인지 안드레이는 끝까지 그 부분을 물고늘어졌다.

그러자 상원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 그렇다면 그에 대한 결정은 저 소년에게 맡기지.」


「네?」


「합리적이지 않나. 문제의 당사자인 인간 소년을 두고 왜 자네들끼리 언쟁을 벌이지. 난 이 문제에 있어선 무엇보다 저 아이의 의사가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안드레이는 침묵하자 상원의원의 시선이 닥터 위브에게로 돌아갔다.


「자네도 인정하나?」


「...끄응. 의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잘 정돈된 수염 끝을 검지손가락으로 배배 꼬아가며 심각하게 고민하던 위브 선생도 결국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보른 교수, 리을 군에게 전해주게나. 이대로 병원측의 치료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마법사들의 방식을 따를 것인지 말이야.」


그러면서 상원의원은 나와 눈을 마주치곤 남들 몰래 한쪽 눈을 찡긋한다.

여태껏 인간이니 소년이니 하는 식로만 부른 것과 달리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수는 상원의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의원님. 인간이기 이전에 고작 15살 어린애예요. 그런 결정을 맡기는데 동의할 수 없어요.」


상원의원이 조금 난처해진 표정을 짓는다.


「보른 교수. 이해해주게. 이건 저 소년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릴 위한 일이기도 하네.」


「....」


「어제 저 소년이 발작을 일으키던 걸 자네도 보지않았나. 혹시라도 무언가 잘못됐다면 그 죗책감이 평생 자네를 따라다녔을 텐데 그 무거운 책임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


「고작 그런 이기적인 이유로 이 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돼요. 전 닥터 위빙스톤의 말에 동의합니다. 인간을 멸종시킨게 마법인데 또 다시 마법사들의 손에 인간을 맞길 순 없어요. 치료는 분명 효과가 있고 다른 연구소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꺼예요.」


「그래서 그게 언제까지 이어지겠나. 1년? 5년? 10년? 아니면 평생?」


「의원님.」


「부디 오해하지 말게. 우린 저 아이의 삶을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어. 아무리 선의와 진심을 호소하더라도 그게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0 이 아니라면 리을군에게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지만....」


-[알겠습니다.]


-[리을 군!]


대화의 흐름상 두 사람의 의견차가 좁혀질 것 같지 않았기에 내가 먼저 답을 했다.

지금의 이 상황은 내가 원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고 의도해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운 점이 없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상원의원의 말이 조금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교수님, 의원님 말씀이 맞아요. 이건 제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제 자신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결과를 책임질 수 없어요.]


어젯밤, 자신을 자책하며 어린 내게 고개숙여 사과하던 노교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본 교수의 얼굴에 차갑다못해 분노가 이는 듯한 감정이 깃들었지만 나는 저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있었다. 어린시절 나를 혼내키던 선생님의 얼굴에서 읽은 감정과 똑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할머니는 지금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그것도 무심코 화를 낼 만큼 진심으로.

그게 조금 행복해서 어쩐지 상황에 맞지않게 뭔가 그리운 것을 떠올리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있는지 알고있어요?]


고개를 끄덕인다.


-[마나중독이란 게 인간을 멸종시켰다는 것,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걸 치료해본 적이 없다는 것도요. 무엇보다 제가 결정을 해야할 순간이란 걸 잘 알고있어요.]


닥터 위브와 시선이 마주쳤다가 고개를 돌려 별로 호감이 가질 않은 북방엘프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의사들과 마법사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묘한 상황이었지만 본질은 어느쪽의 치료 기술이 뛰어나다 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마나중독 때문에 인간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했는데 수명이 줄어드는 것은 병이나 사고로 죽는 것과는 의미가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고 할 때도 그 말은 자신의 수명대로 살았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러니 둘 중 어느 쪽을 택하든 결국 내 생명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처음엔 단순히 교통사고의 후유증 때문에 이런 과잉진료를 받았나 싶었지만 어제 밤 깨어났을 때 부터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눈치채가고 있었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즉 이런 것이다.

인간은 멸종해있다.

2세기 전 기록된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니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의사도, 마법사도 혹은 날 돕겠다는 이가 어느 누구이든 인간의 멸종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고 나 역시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냐고?

중요한 건 결국 내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지껏 제 3자의 눈으로 이들을 지켜봤지만 이 모든 논쟁과 갈등은 본질적으로 나에 대한 문제였고 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도 나에 관한 문제였다.

자신에 관한 문제는 자신이 결정해라.

그러니까 나는 어떻게 살아갈 지를 스스로 결정 한다는 흔하디 흔한 고민거리를 떠앉은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은 어쩐지 내게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난 이미 한 번 결정을 내렸으니까.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사실 원래 세계의 이리을이란 인간이 죽어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따지면 난 이미 삶과 죽음의 기로 위에 서 본 경험이 있었다.

우연이라고만 표현하기엔 정말이지 너무나 악취미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괜찮아요. 다 괜찮습니다.]


내가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본 교수를 바라보자 망설이던 그녀도 결국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인간이 멸종해버린 세상에 떨어져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 만으로 선택을 강요당하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부조리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 상황을 매듭지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뿐이었다.


-[아참, 교수님.]


-[예.]


-[이제부터 할머니라고 불러도 되나요?]


-[....]


본 교수가 정말로 당황했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저도 리을 군 나이 만한 손녀가 하나 있어요. 어째선지 날 미워하기 때문에 할머니란 말을 들어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손녀가 뭐라고 부르는데요?]


할망구.


나랑 교수가 나누는 대화를 짐작조차 하지못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옆자리의 간호사 누나가 고개를 돌리며 푸흡 하고 웃었다.


-[그럼 저도 할망구라고 부르죠.]


-[할... 뭐라구요?]


내 귀에 들리는 이쪽 세계의 공용어와 내가 말하는 언어 사이에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본 교수조차 인간의 언어로 할망구 라는 단어를 한 번에 발성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뿌듯하군.

잡담은 여기까지다.

고개를 돌려 상원의원을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 의원님께 전해주세요. 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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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아그룬타
    작성일
    17.09.07 15:31
    No. 1

    체세포 분열 과정에서 마나를 배제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고.. 마나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거라면 그냥 마나를 모두 빼버린 공간이나 슈트를 만들면 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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