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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30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32
조회
460
추천
19
글자
9쪽

14-2.

DUMMY

나를 노리고 있다니. 대체 왜? 나를 잡아서 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 걸까?

단순히 나를 해치려는 게 목적이라면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저지를 필요가 없었다.

의도치 않게 이 세상 유일한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해버린 나로서는 최악의 경우 요상한 과학 실험의 대상이 된다거나 해부를 당한다거나 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겠지만 우습게도 난 외계인이 아니었다.

나 같은 생물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비록 2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지만 이 세계에서는 과거에도 엄연히 존재하던 종족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만일 누군가가 몇 백 년 전 과거로 돌아가 아메리카 대륙의 어느 원주민 부족을 만나게 됐다고 치자. 그 사람은 현대에는 볼 수 없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생김새나 언어 등등을 직접 볼 수 있게된 것을 무척 신기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생물학적으로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이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멸종했다고 알려진 종족이 눈 앞에서 살아있다면 무척이나 드문 일이긴 하겠지만 지구에 추락한 외계생물을 잡으려는 듯이 대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내가 겪을 수 있는 베드엔딩 중에는 그런 종류의 결말은 존재하지 않을거라고 믿고싶다.

그렇다면 과거에 유럽인들이 동시대의 다른 대륙의 사람들을 잡아와 동물원에 가두었던 것처럼 나를 동물원 안에 구경거리로 만든다거나 하는 것은?

꽤나 소름끼치는 상상이긴 해도 그것 또한 현실성이 없다.

요원들의 대화를 통해 추측컨데 마법이란 것은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많은 량의 자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니 시공간 마법이라고 부르는 거창한 주문을 사용해놓고 정작 날 데려온 이유가 동물원에 가둬놓고 ‘여러분 살아있는 인간입니다. 와서 구경하세요!’ 라는 쇼를 벌이기 위해서 일리가 없다.

그런 짓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런 의문 이전에 이미 합리적인 수준에서 경제성을 고민할 가치조차 없는 쓰잘데기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포룸 요원이 말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선배. 아까 전에 마법사들이 알고있다고 했는데 그건 무슨 의미예요? 언론에는 감시기관의 VIP가 인간이라는 정보까지 흘러가진 않았잖아요.」


「아아 말 그대로야. 마법학회 내에서도 파벌이 나뉘어져 있다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꾸민 핵심들은 따로있을 거 아냐.」


「구체적으로는요?」


「예를 들어 의도적으로 인간을 ‘소환’ 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자들이지. A 라고 부르자.」


「네....」


「물론 추정에 불과하고 목적도 모르지만. 정말로 A 라는 개인 혹은 다수가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녀석들은 인간 종족에 관해 정통해 있는 학자에 관해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겠지. 자문을 구했다거나 궁금한 것을 묻는다거나.」


「리아나 본 교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본 교수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래. 어떤 경로로든 본 교수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었다면 그녀가 병원으로 도착했다는 것을 통해서 자신들이 소환한 대상이 인간라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확신했을 거야.」


그런데 둘의 대화를 듣고있는 와중에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뭐가 이상한 것인지 잘 알 수 없을만큼 꺼림칙한 느낌에 불과했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고있던 독자가 결말에 이르기도 전에 범인의 트릭을 알아챈 것 같은 확신할 수 없는 섬뜩함이 뒷통수를 싸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이 느낌은 대체 뭐지?

그렇지만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그 감각이 무엇인지 알아챌 길은 없었고 안개 속에서 손을 휘젓는 듯한 찝찝한 기분은 곧 머릿 한켠에서 지워버렸다.

포룸 요원과 후배 요원의 대화는 계속된다.


「정말로 VIP가 목적이었다면 어째서 병원에서 있을 때 부터 노리지 않은 걸까요. 굳이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기 전에도 기회는 많았잖아요.」


이 부분에선 포룸 요원도 조금은 자신이 없는 듯 하다.


「가정하자면 첫 번째는 A가 생각한 것 보다 우리들이 더 빨리 움직였다.」


「그런 거라면 그나마 위안이 되네요.」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태풍이 부는 날 경찰차에 치이는 인간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처음 호출이 들어왔을 땐 도저희 믿기지가 않아서 농담인줄 알았다. 덕분에 우리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그정도의 일이었나.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만 생각했지만 내가 경찰에게 발견됐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가벼운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다음은요?」


「두 번째는 마스터 안드레이가 병원에 찾아올 줄 예측하지 못했다.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리을 군은 원래 더 오랜기간 입원해 있었을 테지. A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방해를 받은 셈인 거야.」


「...아.」


「안드레이가 어떤 경로를 통해 병원에 찾아왔는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A 라는 핵심과는 거리가 멀어. 정말로 그런 계략을 꾸밀 위인이었다면 상원의원의 말대로 자기 무리를 이끌고 순진하게 병원으로 걸어들어오진 않았을태니까.」


마법사 안드레이에 대한 요원들의 신뢰는 이제는 거의 성선설에 가까워진 듯 했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었건 간에 그의 돌발행동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리을 군이 병원에서 퇴원하게 됐지. 이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정이었고 언론사에 우리 감시기관의 정보가 흘러들어간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어.」


「...우연이겠죠.」


「그렇다고 치자.」


어느덧 차량은 해안가 절벽에 나란히 이어진 터널 구간을 통과하게 되었다.

터널의 오른쪽 벽면은 인공적인 매끈함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쳐 다듬어진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었고 왼편에는 손으로 깍아낸 듯 섬세한 굴곡의 아치형 기둥들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둥들 사이로 바깥의 바다가 보인다.

마법사들에게 노려지는 이런 이상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해외 여행이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부드러운 엔진음이 차량 안을 조용하게 매웠고 나는 창 밖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서쪽 하늘에 저무는 태양은 황금빛에서 이제 타오르는 듯한 완연한 주홍빛으로 변해있었다. 터널 내부에선 바깥에 자리잡은 기둥과 그 기둥들 사이에 드리워진 그림자들이 검은색의 차량 보닛 위에 반사돼 물결치듯 일렁거렸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대화가 이어진다.


「세 번째는.」


「세 번째도 있어요?」


포룸 요원이 마치 뭔가 거슬리는 점을 찾아내기라도 한듯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방금 생각난건데. 최악의 가정이지만 A는 어쩌면 우리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든 어떤 방법으로 리을 군을 이송하려 하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라고....」


그 때 과묵하게 앉아있던 운전석의 플로지아 요원이 입을 열어 그의 말을 끊었다.


「선임 요원님.」


요원이 드물게 입을 열자 보조석의 톨브 요원 역시 고개를 들었다.

포룸 요원도 무언가를 눈치챈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후방에서 차량 한 대가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저 차가 왜 저기에?」


그 차량은 감시기관의 검은색 차량이었다.

지금은 작전 수행 중이었고 계획대로라면 감시기관의 모든 차량들은 표적인 내가 이동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일종의 교란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터였다. 따라서 서로 동선이 겹치거나 같은 위치에 가까이 접근하려 해선 안된다.

그럼에도 차는 명백하게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위치에서 거리를 좁히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차량에 타고있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의 신경이 온통 후방에 등장한 검은색의 차량에 쏠리게 되었을 때 터널은 절벽을 따라 오른편으로 크게 커브를 돌았고 조금씩 출구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널 출구 한가운데에 정차해있기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흰색의 밴 한 대가 서 있었는 것을 발견했다.

일순 혹은 찰나.

어떤 수식어를 붙이든 실수라 하기엔 너무나도 뼈아픈 그 작은 틈이 모든 것을 결정지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한 발 늦게 반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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