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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31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26
조회
530
추천
27
글자
7쪽

12-2.

DUMMY

상태가 좋아진 나를 보고 포룸 요원이 씨익 하고 웃더니 앞좌석의 사이드 포켓에서 덩치에 비해 정말로 조그맣게 보이는 사탕 두 개를 꺼내 하나는 내게 건내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당겨물었다.

상큼한 과일맛 사탕이 입안에 퍼지며 달달한 기운이 감돌았다.

맛있다.

후배 요원도 그런 나와 자신의 선배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필요 이상으로 말을 걸지 않는 것은 단순히 말이 안통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종의 배려인 건지도 모르겠다.

사탕을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나를 백미러로 바라보던 보조석의 드워프 요원이 중얼거렸다.


「늘상 상대하던 녀석들이지만 이번 일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구만.」


후배 요원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죠. 마법은 ‘감시’의 대상이지 ‘불법’이 아니니까요.」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걸까.


「마법에 대한 추가 감시법안은 관련 기업들의 로비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어요. 의회의 다수당도 마법학회에 대해선 내부에서 입장이 갈리니 말 다했죠.」


포룸 요원이 끼어들었다.


「아이러니야. 아이들에겐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면 안된다고 가르치면서도 늙은이들은 아직도 옛 시대의 마법을 그리워하는 것이나 다름없잖아.」


후배 요원이 놀라며 손을 젓는다.


「워 워. 어디서 남 귀에 들었갔다가는 큰일나요. 안그래도 인사과에 불려갔다 쌓인 경고가 몇 갠데.」


「앙? 누가 듣는다고?」


포룸 요원이 무언가 심통이 났는지 앞좌석의 운전사와 조수석 사이에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양 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 말이 들렸냐?」


「아무 것도 못들었습니다.」


질문받은 드워프 요원이 익숙하다는 듯이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로봇처럼 말한다. 운전하는 요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거봐. 암것도 못들었대자나.」


「하아....」


후배 요원이 이마를 감싸쥐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그 사이 차량의 무리는 어느새 도로를 따라 번화한 도심지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딘가에서 헬리콥터의 날개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두두두.


포룸 요원이 웃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닌 기묘한 표정으로 이를 드러낸다.


「역시 움직이나.」


「R포인트 2km 전 입니다.」


「그대로 진행해.」


저게 뭘까?

순진하게 고개를 내밀어 이쪽 세상에서 처음보는 헬리콥터를 올려다보려다가 후배 요원이 급하게 나를 제지했다.

와악. 그리곤 나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듯이 말한다.


「이번 작전은 당신을 숨기는 게 목적이니 가능하면 차량 밖으로 고개를 들거나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작전? 숨긴다고?

섬 마을로 가는 거라고 들었는데 그게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의 일인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후배 요원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소리로 듣건데 헬기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분명히 우리들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에 우연히 들어온 헬기 옆의 모습을 확인하니 그 모습으로 추측하건데 소방헬기나 군용헬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커다랗게 써진 숫자와 뭔가 낯익은 디자인의 볼드체 문자들.

저건... 언론사의 헬기다.

순간 익숙한 감각에 뒷통수가 따끔거린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를 중심으로 또다시 무언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태풍의 눈.

그 눈이 다시금 자신의 안으로 나를 빨아들이려 하고있는 것 같았다.


「경찰은 뭐래?」


「기관과 마법사 사이에는 개입할 수 없지만, 도로통행에 관해선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는군요. 다만 인명 피해를 일으키면 법대로 하겠답니다.」


포룸 요원이 빈정대며 말했다.


「눈물나게 고맙군. 우리도 괜히 어슬렁거리다 휘말리는 민간인은 책임 못진다고 전해.」


드워프 요원이 정말로 포룸 요원의 말대로 무전 메시지를 전달하려다가 후배 요원에게 제지를 받았다.

운전석에 앉은 요원이 큰 각도로 팔을 돌리자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전방에 보이던 4차선의 원형 교차로로 들어섰다. 그 뒤론 도로의 교통 신호들이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들 차량이 통과할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파란불로 바뀌며 길을 열어주었다.

차량의 속도는 도시 한가운데를 달리기에는 조금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주변의 다른 차량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리을 군 이라고 했죠? 잘 들어요.」


후배 요원이 내 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획이 틀어졌어요. 원래는 상원의원님의 말대로 당신을 그 섬으로 안내할 생각이었지만 정보가 새 나갔습니다.」


무슨 뜻인지 간신히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론에 정보가 흘러들어갔어요. 아직 당신에 대한 것까지 드러나진 않았지만, 나흘 전에 발생한 기상이변과 우리들 감시기관의 움직임을 연결지으면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소동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소란을 피우면 다른 마법사들도 따라서 움직일 거예요.」


마치 첩보영화에서 마피아들에게 노려지는 내부고발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농담이 아니라 웃을 수가 없다.

마법사들이 나를 노린다?

순간 머릿속에 마법사 안드레이의 얼굴이 스쳐지나갔지만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포룸 요원이 말했다.


「마스터 안드레이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지.」


분명 상원의원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마법학회는 겉으로는 멀쩡해보여도 내부엔 파벌이 갈려서 자기들끼리 정말 온갖 암투를 벌이는 마귀소굴이야. 아무리 안드레이 법사가 밥맛없는 꼰대라고 해도 자기가 알고있는 정보를 다른 마법사들에게 흘리는 성인군자 같은 행동을 할 리가 없어.」


「그렇죠. 그 거만한 엘프가 다른 파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우월함을 스스로 포기하진 않겠죠.」


너무나도 신랄한 말들이 오갔기 때문에 그 엘프 마법사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엘프 마법사는 감시기관의 요원들이 자신에 대해 얼마나 비뚤어진 신뢰를 보내고 있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대로 아무 일 없이 끝난다면 좋겠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주세요. 우린 지금부터 기관이 운영하는 안전가옥으로 이동할 겁니다.」


후배 요원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무엇이 원인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대충은 설명을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나았으니까.

사람은 아니지만 하여간 이 사람들을 믿을 수 밖에.


「포인트 800m.」


「숨바꼭질 시간이다.」


우드득 하고 포룸 요원이 입 안에 있던 사탕을 깨물었다.

운전수가 액셀 페달을 지그시 밟자 차가 서서히 속력을 더하기 시작했고 연극의 막과 막 사이에 커튼이 내려오는 것 처럼 차량의 무리가 어두운 지하차도로 들어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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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3-2. 17.08.03 488 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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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 17.08.03 531 27 7쪽
19 12-1. +2 17.08.03 570 2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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