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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40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4 01:37
조회
452
추천
18
글자
7쪽

15.∥막간 2장∥

DUMMY

포룸 요원이 크게 심호흡을 한다.

내뱉는 숨결이 자그맣게 떨리며 그가 얼마나 큰 감정의 기복을 억누르고 있는지 보여주는 듯 했다.


「이번에는 졌다고 했지 다음에도 지겠다는 말은 안했다.」


후배 요원이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포룸 요원은 오랜 역사를 지닌 감시기관 내에서도 전설적인 인물들 중 한 명이였다. 하지만 그와 함께했던 3년 가까운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무례한 언동으로 상관들의 눈 밖에 난지 오래였고 툭 하면 돌출행동을 일으켜 상부에 불려가기 일수였다. 그나마 그를 지켜주는 지금의 직속계통이 없었다면 자신이 본 것만 벌써 여섯 번은 넘게 일을 때려치워 버리겠다고 할 만큼 기관의 유명한 트러블 메이커였다.

존경하는 선배일 순 있어도 믿음직한 인물인가 라고 물으면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처음 보는 낯선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서려있다고 느꼈다면 착각일까.

그는 이제 모든 망설임을 떠쳐낸 듯 후배 요원을 마주하고 있었다.


「보웰, 아르망디.」


포룸 요원의 부름에 다른 두 요원이 조용히 그의 곁에 다가왔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절대로 그 소년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게다가 아우터클래스인 프로스트 베놈을 쓴다는건 명백히 룰 위반이야. 그러니 이 이후부터는 안전장치가 없다고 생각해라. 빠지고싶으면 지금 빠져.」


마지막 말에는 진심으로 팀원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마법사들이 쓰던 이너클래스Inner-class와 아우터클래스Outer-class라는 용어는 어느샌가 마법집단과 감시기관 사이에서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일종의 암묵적인 '룰'을 가르는 기준처럼 쓰이 게 되었다.

선을 넘는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작전에서 이탈하겠다는 요원은 아무도 없었다.

포룸 요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보웰. 현재 상황을 말해봐.」


보웰이란 이름의 톨브족 요원이 어느 때보다 냉정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차량은 완전히 파괴, 실려있던 통신장치는 사용불가에 트렁크에 실려있던 무장에서부터 주머니 속에 소지품까지 전부 털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찌저찌 증원요청을 한다고 해도 작전계획상에 서로 간의 통신을 금지시켰으니 정해진 통제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결국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목표였던 인간 소년을 되찾을 기회도 영영 사라지겠죠.」


모든 것을 지금 여기있는 자신들의 힘 만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 무거운 현실이 그들의 어깨를 짓눌렀지만 포룸 요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질문을 이어갔다.


「아르망디. 우리의 ‘적’은 누구지.」


과묵한 긴 장발의 플로지아 요원이 조금 생각을 정리하듯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흘 전 도시의 상공에 거대한 태풍이 발생한 날. 감시기관의 정보망은 아무런 작동도 하지 않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란 허점을 노출했습니다. 그건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우리들의 활동정보가 적에게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는 의미겠죠.」


다른 세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차량들을 동원해 인간 소년을 숨기는 이번 작전은 비록 급조한 것이지만 오히려 급하게 짜여졌기 때문에 저희와 동일한 차량을 준비해 저희들의 뒤를 추적한다는 역발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가능한 인물이라면 선임요원님 본인 외에 작전 수행을 논의했을 소수의 관계자들.」


그의 말은 이어졌다.


「그리고 저희가 습격당하기 직전 선임요원께서 언급하신 그 세번째 추론. 이 모든 일들의 배후 ‘A’는 저희 감시기관의 임무수행에 전혀 개의치 않는 자가 아닐까. 다시말해 그건 내부에서 감시기관의 모든 정보에 접근 가능한 자 라는 의미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범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그는 간결하게 자신의 추리에 결론을 내렸다.


「이 모든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인물은 단 한 명. 사이루스 렉스 킹슬레이 상원의원 뿐입니다.」


상원에서 지난 20년간 마법사들을 감시하는 위원회에서 활동해 오면서 또한 마법사들의 활동에 대한 제제 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인물이었다.

그런 킹슬레이 상원의원이 배신자라니.

오늘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면 후배 요원은 도저히 믿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인간 소년의 주변에서 벌어지고있는 이 모든 일들의 정황 증거가 상원의원의 존재를 감시기관의 배신자라고 결론짓고 있었다.

포룸 요원조차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아르망디에게 재차 되물었다.


「확실해?」


「명백합니다.」


아르망디가 무미건조한 얼굴로 대답했다.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차량 한 대 없는 해안가 고속도로에 버려진 이 현실 외에 뭐가 더 필요합니까. 저희가 망설일 때마다 흘려보내는 시간과 그 소년이 잃어버리는 시간은 결코 같은 가치를 지닌 게 아닙니다.」


그의 말대로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포룸 요원이 손의 장갑을 벗고 왼팔의 양복 소매를 걷어올렸다.

가지고있던 무장들과 소지품은 모두 사라졌지만 감시기관의 내부정보를 알고있는 이들 조차 포룸 요원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의 팔꿈치 3cm 아래부터는 기계로 만들어진 의수라는 점이었다.

설마 이런 날이 찾아올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남아있다.

도대체 왜 인간인가. 왜 그 소년이어야만 했나. 이 모든 일들을 저지른 목적은 무엇인가.

포룸 요원은 쏟아지는 의문들을 뒤로한 채 평소에는 그렇게 꼴도보기 싫었하던 자기 왼손의 손목 부위를 조작해 피부아래의 구동부를 열어젓히더니 손바닥의 1/4 만한 크기의 얇은 통신장치를 뽑아들었다.

자신에게 이 장치를 만들어준 기술부의 동료가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비웃는 듯한 착각이 들리는 듯 하다. 거봐 만들어두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니까.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3년 간 함께 해온 후배 요원조차도 그의 왼팔이 의수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옆에 있던 보웰이 후배의 표정을 보며 키득거린다.


「리아나 본 교수님. 감시기관 포룸 요원입니다. 들리십니까.」


그러나 연결된 것이 분명한 통신기기의 너머에선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질 않았고 잠시 후 비아냥 대는 듯한 굵직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들었다.


「이래서 내가 너희들을 믿지않는 거야. 들개. 잘난척 하지만 늘상 이런 꼴이지.」


「마스터 안드레이?」


아무도 모르게 본 교수에게만 비상용으로 전달했던 포룸요원의 통신회선에 어째서 마법협회의 마법사가 나타난 걸까.

안드레이의 이름을 듣자 그의 옆에서 후배 요원을 놀리던 보웰조차 후배 요원과 똑같은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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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9.∥막간 1장∥ 17.08.08 430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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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막간 2장∥ 17.08.04 453 1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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