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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17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6 17:29
조회
425
추천
16
글자
8쪽

18.∥막간 종장∥

DUMMY

요원들이 탄 SUV 차량은 빠른 속도로 현수교에 가까워졌고 다리 입구까지의 거리는 이제 고작 몇 백여 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그 순간 현수교 상공에 떠있던 시커먼 구름이 추락하는 운석처럼 긴 꼬리를 그리며 현수교의 도로 위로 콰앙 하고 쏟아져 내렸다.

먹구름인지 유황불에 피어난 검은 연기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 그 검은 안개무리 속에서 번쩍! 하며 총 8대의 차량이 연이어 구름 밖으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레 도로 위로 쏟아진 탓인지 차량들 중 최후미에 있던 한 대는 다른 차량들과의 거리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고 그들을 피하려고 방향을 꺾다가 제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리고 말았다.


키리리리릭!


차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 제자리에서 다섯 바퀴 반을 회전하며 현수교 난간에 부딪혀


쾅!


하고 차량의 앞쪽 절반이 난간을 뚫고나가 걸려버렸다.


「으악!!!」


보웰 요원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차량들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안드레이의 하반신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윗쪽에 서있는 안드레이는 자길 붙잡는 줄 만 알지 보웰이 달라붙은 건 신경쓸 겨를도 없어보였다.


「처음부터 따라가는 게 무리였다면 우리 쪽으로 오게 해야지.」


「설마... 설마....」


후배 요원이 온갖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울먹거렸고 두려움에 안전벨트를 양 손으로 꽉 붙잡고있던 교수가 소리쳤다.


「리을 군이 저기에 있어요!」


「아르망디. 저 차들... 아니 굳이 말 할 필요도 없겠군.」


포룸 요원이 운전석의 아르망디를 돌아보자 그의 눈동자가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평소에 냉정하기 그지없던 그가 플로지아로서 신체의 색을 바꿔버릴 만큼 흥분해있었던 것이다.

안드레이의 일갈이 떨어진다.


「아직 끝난게 아니야 이 멍청이들.」


포룸 요원들의 차량이 그들을 뒤쫓았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공간이동으로 혼란스러워하던 적들도 곧 뒤따라오던 차량의 존재를 발견했는지 급격하게 속력을 올렸다.

다리의 총 길이는 800미터.

그리고 그 1/3 지점에서 나타난 여덟 대의 차량들은 이제 일곱 대가 되어 그들을 쫓아오는 누군가를 피해 반대편으로 질주했다.


「이대로는 늦겠어요!」


본 교수의 말에 아르망디가 속도계를 힐끔 쳐다보았다.

시속 120km를 가리키는 계기판의 숫자는 더 이상 쉽게 속력이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도망가는 적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지 땅으로 추락한 그들은 이들이 타고있는 차량보다 한발 늦게 속력을 올린 참이었다.

그러니 가속패달을 밟고있던 자신들이 유리하다. 아슬아슬하게 따라잡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직선거리가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선 말이다.

본 교수가 늦을 것 같다고 말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포룸 요원의 차량은 이제 막 다리의 입구에 진입했고, 저들은 벌써 다리의 절반 넘어간 위치에서 거리를 좁히지 않으려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만약 현수교를 벗어나버리면 이 뒤는 복잡한 도시의 중심구역이다. 그렇게 되면 그건 저들과 도심 속에서 술래잡기를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속도를 줄이지 말게. 요원. 나를 믿고 그대로 달려가.」


안드레이가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고 무언가의 마법을 준비하듯 시속 120km로 달리고는 자동차 위에서 양 팔을 활짝 벌렸다.

보웰은 썬루프를 통해 위에서 쏟아지는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과 수염이 엉망이되자 쉬지않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안드레이의 다리를 온몸으로 꽉 붙잡는다.

후배 요원은 감고있던 눈을 살짝 떠 실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보웰의 그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럽고 지금 자신들의 상황이 너무 엉망진창이라 긴장과 흥분 때문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실성한 것처럼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아무도 후배 요원의 상태를 신경쓰지 않았다.

이 망할 마법사는 대체 뭘 하는 거야!

보웰의 목소리가 바람소리에 파묻힌다.

마침내 검은 먹구름이 다리 위로 떨어져내린 지점을 SUV 차량이 지나자 안드레이가 팔을 뻗어 거의 사라져가는 그 검은 안개 덩어리 하나를 간신히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마법사의 목소리가 공간을 일깨우듯이 울려퍼진다.


「만물의 형상을 현상으로 분해하는 위대한 칼마이뉴의 법칙으로 명하나니!」


늘어나라. 늘어나라. 늘어나라.


안드레이의 손에 붙잡힌 검은 먹구름 덩어리가 급속도로 압축되며 쪼그라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할로겐 램프 수십개를 켜 놓은 것처럼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밝은 순백색의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누구도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엔키리디온Enkheiridion.


주문을 외치며 엘프가 오른손의 구체를 앞으로 던졌다.

고작 마법사의 가느다란 어깨 힘으로 던진 빛의 구체는 그러나 광선을 쏘아낸 것처럼 잔상을 만들며 공간을 꿰뚫었다.

그리고는 감시기관의 검은색 세단 무리를 넘어 현수교의 기둥에 부딪히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안드레이가 탈진한 듯 차량 안으로 푹 하고 무너져 내렸다.

보웰이 저 멀리 적들의 차량과 이 엘프 마법사를 번갈아 쳐다본 뒤에 안드레이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아무것도 변한게 없잖아!」


「입 다물고 무기를 들어라, 돌센.」


안드레이가 간신히 그렇게 말하곤 식은땀을 흘리며 거의 의식을 잃고 말았다.


「아니 그러니까 뭘 한거냐고! 으아아아, 이 망할 엘바나!」


목을 졸라버릴 듯이 흥분한 그의 어깨를 후배 요원이 두드렸다.


「왜!」


「저기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뭘, 아무 것도 안보이는데.」


「그게 아니라, 다리 기둥을 보시라구요.」


보웰이 벌떡 고개를 들어 자기자리로 돌아와 후배 요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 현수교는 중간교각 없이 2개의 주탑 만으로 다리상판을 떠받치고있는 형태였다.

그런데 기둥의 모습들이 착시현상처럼 흐릿하게 흔들렸고 다음 순간 두 개로, 또 세 개로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


현수교의 메인케이블에서 거대한 울림이 들려온다.

다리의 기둥탑들이 한눈에 보아서는 셀 수 없을 만큼 줄지어 늘어서기 시작했고 다리의 길이 역시 건너편 도심지의 모습이 까마득하게 느껴질만큼 길어지고있었다.

공간과 공간 사이의 거리감각이 부정당하고 눈꺼풀을 깜빡일 때 마다 세상의 형태가 일순까지 보이던 현실을 농락하고있는 듯 했다.

항만을 가로지르던 현수교가 해협을 가로지르는 수십km 길이의 횡단로로 변해버린 것이다.

다리의 존재가 공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거론하기 이전에 그들은 이 것이 안드레이의 마법이 일으킨 현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맙소사.」


이 모든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있던 운전석의 아르망디 조차 탄성을 내뱉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 다리의 길이가 얼마만큼 늘어난 건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적들이 이 다리 위를 쉽사리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자신과 적들의 거리가 단순히 일직선 상에 놓여있을 뿐이라면 분명히 저 차량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포룸 요원이 자신들의 팀원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전원, 무장을 준비해.」


그리고 본 교수를 돌아보았다.


「교수님, 운전대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냥 가속 패달을 밟고 계시면 됩니다.」


「그러죠.」


백발의 노교수가 일말의 주저없이 대답한다.


「솔직히 거절해주시길 바랬습니다만....」


「지금은 사양할 때가 아니니까요. 법사가 만들어준 이 기회를 놓쳐서도 안되구요.」


이 나이 들어서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하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녀의 손 끝이 조금씩 떨리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다른 요원들이 진심어린 존경의 눈빛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포룸 요원이 한숨을 쉬었다가 얼굴색을 바꿔 팀원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너무 오래 기다렸어. 이젠 우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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