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이유로 무림지존

청문회

‘은잠술은 이럴 때 써먹는 것이지!’

세맥의 진기를 잔중혈로 보냈다.

호흡이 극도로 느려지며 심장박동이 안정화 되었다.

멈칫.

금태정이 몸을 움찔했다.

당황한 듯 몸을 돌리며 기감을 확장해 나를 찾으려 애썼다.

나는 호흡을 고르게 정돈하며 진기의 흐름을 가속시켰다.

“저 친구 지금 뭘 하는 것인가?”

“응? 왜 그러는가?”

“저, 저건······ 은잠술 아닌가?”

“은잠술? 비무대에서?”

“얼핏 스쳐보면, 거의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네. 극상승의 은잠술이야.”

“개방도라 하지 않았나?”

“대체 누가 사사한 것 이길래······.”

관람석에서 경악이 섞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러면 저 금태정 소협이 위험한 것 아닌가?”

“내공이 폭주한 거 같이 보이는데?”

관람석에 앉아있던 생도들의 걱정이 한가득 쏟아졌다.

대기실에 있던 생도들조차 찢어질 듯 커진 눈을 비비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능력 있는 인기인은 괴롭군.’

금태정은 여전히 나를 찾으려 몸을 돌리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후웅.

의미 없는 베기가 허공을 갈랐다.

마치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듯 애처로운 몸짓.

은밀하게 금태정에게 다가갔다.

드드드드드.

진기가 몸 밖으로 흘러나오며 비무대 바닥이 떨렸다.

‘엄청난데?’

무슨 약인지는 몰라도 내공이 이정도로 순식간에 증가할 수 있나?

- 명아, 금태정이 주화입마에 들었다. 내가 개입할 터이니······.

구양 할배가 다급하게 전음을 보냈다.

- 잠깐만요. 제 밥 입니다.

조심스럽게 진기를 운용해 내관혈로 보냈다.

움찔.

금태정이 나를 느꼈는지 동작을 정지했다.

스슷.

전원이 꺼지듯 사라지는 금태정의 신형.

‘멍청하긴. 또 똑같이 오냐.’

금태정의 신형이 좌측에서 나타났다.

이어지는 빠른 베기.

허리를 베어내는 검격이 이어졌다.

금태정을 향해 정면으로 파고들며 각을 좁혔다.

“잘 가라, 돼지야.”

내관혈에 모인 진기를 터트리듯 밀어냈다.

더욱 선명해지는 녹색의 진기가 밝게 빛났다.

푹.

금태정의 견정혈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섭선에 마혈을 제대로 찔린 금태정이 그대로 검을 놓쳤다.

“크아아아!”

‘젠장, 강시야 뭐야.’

마혈을 찔렸음에도 계속해서 움직이는 금태정.

양 손에 시뻘건 기가 맺혔다.

금태정이 나를 향해 권장을 내뿜었다.

퍽.

서둘러 몸을 비틀어 치명상을 피했다.

그러나 왼팔이 살짝 스치며 순식간에 피부가 터져나갔다.

주르륵.

팔이 시큰해지며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크아아아아아아!”

이어 금태정의 신형이 다시 한 번 사라졌다.

이번엔 금태정의 신형이 우측에서 나타났다.

짧은 간격으로 권장이 정신없이 날아들었다.

‘강 대 강이다.’

섭선을 내려놓고, 노궁혈로 진기를 집중해 수기를 만들었다.

꽝!

팔이 찌릿한 느낌과 함께 양쪽 모두 뒤로 삼 장 가량 밀려났다.

나는 재빨리 광섬을 이용해 금태정을 향해 파고들었다.

“이제!”

꽝.

금태정이 팔을 들어 내 주먹을 막았다.

“쫌!”

쾅.

금태정의 팔꿈치 아래가 기괴하게 꺾였다.

“그만 꺼져!”

꽝!

명치를 얻어맞은 금태정이 허리를 굽혔다.

나는 남아있던 세맥의 진기를 모두 끌어 모았다.

주먹에 맺힌 선명한 녹빛.

허리를 굽혀 금태정의 하복부를 있는 힘껏 올려쳤다.

퍼억.

“끄으으으.”

털썩.

금태정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됐다!’

금태정의 하단전에 몰려있던 녹색의 진기가 산산이 흩어졌다.

그대로 혼절한 금태정.

“저, 저!”

“단전을 폐한 건가?”

“어, 어찌 저런 잔악한!”

단전이 깨진 금태정을 바라보는 생도들의 목이 움츠려 들었다.

감독관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 하고 입만 뻥끗거렸다.

그때, 단상에서 웅혼한 내력이 실린 소리가 연무장 전체를 울렸다.

“금태정 생도는 주화입마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그러나 설천명 생도의 빠른 대처로 목숨은 건질 수 있게 되었다.”

흘깃 돌아보니 구양 할배가 나를 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도와주셨군요! 할배!’

구양 할배의 말에 관람석에 있던 생도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된 것이었군. 아까 먹은 그 내단이 내공을 증폭시키는 것이었나 보이······.”

“막대한 돈을 들여 구한 내단이겠지. 금태정의 실력으로 검강이 가당키나 하는가?”

“자칫 잘못했다가 모두를 위험하게 할 뻔 했군!”

“그 짧은 시간에 단전만을 골라 폐하다니, 실력이 아주 좋은데?”

‘안 들을 때는 솔직하네.’

금태정이 쓰러져 있어서인지 아부성 발언이 쏙 들어갔다.

“이번 비무는 주작대의 설천명 소협이 승리하였소!”

“잘했다! 주작대!”

“설마 설천명! 실력이 상당하구나! 백호대가 너를 기다린다!”

“현무대에 오면 중책을 주마!”

‘그래그래. 이제야 제대로 된 응원이 쏟아지는 군!’

스카웃 제의야 말로 가장 발전된 형태의 칭찬이다.

감독관들이 금태정을 들것에 실어 비무대를 빠져나갔다.

나는 환호를 뒤로하고 비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섭선은 대체 왜 쓴 거야?”

공소희가 인상을 쓰며 내게 말했다.

“응용법을 보여준 거야. 약한 놈들은 섭선을 펼쳐서 패고, 강한 놈들은 몽둥이처럼 휘두르라고!”

공소희가 피식 웃었다.

“비무가 한 순배 돌려면 아직 멀었는데, 우리 아버지 잠깐 보지 않을래? 아버지께서 널 궁금해 하시네.”

“흐음? 신의께서?”

‘드디어 입질이 오는군.’

“그래. 같이 가자.”

공 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막 나서려던 참이었다.

“자네들! 지금 어딜 가는 건가? 본인의 차례가 되었을 때 자리에 없으면 그대로 탈락이네!”

공소희가 아무 말 없이 매서운 눈빛으로 감독관을 쏘아보았다.

“공 소저께 어찌 그리 함부로 말씀하십니까!”

“맞습니다. 필요하다면 제가 경공을 써서라도 찾아내겠습니다. 방금 하신 말씀 철회하여 주십시오.”

“철회하여 주십시오!”

옆에 있던 생도들이 입에 거품을 물며 아우성이었다.

감독관이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휘저었다.

“그, 그렇담······ 내 다른 생도를 통해 연락을 취할 테니 어디에 가는지나 말하고 가게.”

“저기 단상 뒤로 갈 거예요.”

공소희가 귀빈들이 있는 단상을 가리켰다.

감독관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공소희가 앞장섰다.

* * *

“희야, 몸은 괜찮으냐?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신의가 공소희에게 헐레벌떡 달려와 이리저리 몸을 살피며 물었다.

“아빠! 그만!”

“몸도 약한 것이 그리 격하게 몸을 움직였으니, 성한 데가 있겠느냐······ 어서 이것부터 먹거라.”

신의의 품에서 검은 단약이 나왔다.

“아 진짜, 그만하라고 했다!”

“희야······ 제발 부탁이다. 이것만 먹자꾸나, 응?”

신의의 표정이 숫제 울 것 같았다.

공소희가 마지못해 단약을 삼켰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쉰 신의가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설천명인가?”

“예. 안녕하십니까?”

신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천년백사의 독을 구했다는 말을 들었네만, 사실인가?”

“물론이죠. 관심 있으십니까?”

“그렇다네. 자네 의술에 소양이 있는 편인가?”

“왜요?”

“귀한 독을 구했으면 응당 당가에 연락을 취할 것인데, 자네는 내게 알렸네. 약재로 쓰인다는 걸 모르고하는 할 수 없는 행동이지.”

공소희가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둘이 얘기해. 난 좀 쉰다.”

공소희가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알아서 잘 피해주네.’

제대로 협상 하려면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초 칠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좋다.

이렇게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니, 얼마든지 편하게 신의를 구워삶을 수 있다.

“물론, 몰랐다고 하면 거짓이겠지요. 어디에 쓰실 예정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신의의 표정에 놀라움이 스쳤다.

“예. 공 소저를 치료하기 위함이겠지요. 진기의 흐름이 거의 다 끊어져있던데······ 절맥 아닙니까?”

“그, 그걸 어찌 알았나?”

신의가 눈을 부릅떴다.

“어찌 알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죠. 제가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고, 신의께서 필요로 하신다는 게 중요할 뿐.”

신의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듣자하니 자네는 은자를 좋아한다더군.”

“누군지 몰라도 아주 정확하게 저를 파악하고 계시네요.”

“조금 전 추풍신개 대협을 치료하던 차에 들었네.”

움찔.

‘노인네, 눈치 깠나?’

광개 할배가 눈치 챘으면 돈으로 받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덥썩.

신의가 내 손을 부여잡았다.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네. 내게 팔겠는가?”

“아 물론이죠. 파는 건 어렵지 않은데, 얼마정도 생각하시는지? 천년백사 잡으려고 진짜 고생 많이 했거든요.”

“암암, 오죽 고생했겠는가. 또한 자네의 무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방금 전의 비무를 통해 잘 보았다네.”

“그럼 구체적인 액수를 말씀 해 주시지요.”

‘천 냥 정도만 받아도······ 너무 쎈가?’

아니면 영단 같은 것도 괜찮다.

“삼천 냥! 어떠한가?”

“좋은 거래 감사드립니다. 참 훌륭하신 분이군요.”

자동으로 허리가 굽혀졌다.

삼억 이라니!

나는 신의를 얼싸안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땡땡땡땡.

학관 전체에 커다란 종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뭐지?”

전각 밖에서 무인들이 바삐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설천명! 설천명!”

팽미려의 고함이 들렸다.

“그럼 자세한 것은 추후에 이야기 나누시죠.”

“추후? 안되네! 우리 아이는 이제 한계야. 언제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란 말일세! 지금당장 독을 넘겨주게. 부탁일세!”

자리를 떠나려는 나를 신의가 부여잡았다.

독을 주기 전에는 떠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독 여기 없어요. 하여간 드린다니까!”

“제발 지금 당장 넘겨주게! 그 것만 있으면 된단 말일세!”

딸을 향한 그의 애절함을 모른척하기 힘들었다.

“알겠어요. 그럼 같이 움직이시죠.”

“고, 고맙네.”

신의와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설천명, 어디 있었어? 지금 큰일났어! 빨리 회의장으로 가자.”

팽미려가 나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누님,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혈천의 공격이 시작된 것 같아!”

“예?”

‘그럴 리가?’

아직 이야기는 소설의 초반부다.

벌써 공격 할 리가 없었다.

“맹주님 앞으로 서신까지 보냈어. 비상소집이야.”

“비무대회는요?”

“한가하게 비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안 돼, 내 우승상품······.’

우승이 코 앞 인데, 상품이 날아가게 생겼다.

혈천에 대한 증오가 물씬 피어올랐다.

“그런데, 회의장에 제가 왜 같이 가요?

“네가 얼마 전에 혈천이 있던 곳에 가 봤잖아. 당연히 그것 때문이지.”

‘그나마 경력직이라 이건가.’

“나, 나도 함께 가세. 설 소협과 함께 있어야 하네.”

팽미려가 나와 신의를 번갈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신의께서 회의장에 들어오시는 걸 누가 막지는 않을 겁니다.”

“고맙네.”

* * *

“이게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혈천이 무림에 태연히 나돌아 다니고 있다니요? 월령단과 무림맹은 무엇을 하고 계신 겁니까?”

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고성이 울려 퍼졌다.

“진정들 하시오. 그걸 논의하기 위해 모인자리 아니겠소?”

“진정? 곤륜에는 아무 피해가 없다고 수수방관 하시는 겁니까?”

“방관이라니요? 모용가에서는 말을 이상하게 곡해하시는 재주가 있으시오.”

“뭐라?”

회의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쿵.

회의장 전체에 진녹색의 진기가 순식간에 거미줄처럼 흘렀다.

엄청난 내공이 담긴 기파가 회의장에 모인 모두의 몸을 짓눌렀다.

‘크으. 죽여주네. 꼼짝을 못하겠어.’

진기의 흐름을 따라가 보니 상석에 앉아있는 제갈현우 옆으로 남궁진과 꼭 닮은 남성이 앉아 있었다.

‘남궁천인가?’

무림맹주 검신 남궁천.

무공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꼭대기에 있는 명실상부한 현 무림의 지배자.

남궁천이 내공을 개방하자 모두들 침음을 삼키며 조용해졌다.

“스스로를 천주라 밝힌 자에게서 서신이 하나 도착하였소.”

서신의 내용은 간단했다.

자기들끼리 조용히 잘 살고 있었는데, 우리가 저열한 공격으로 중요한 것을 훔쳐갔으니 돌려달라는 것.

그렇지 아니하면 전 무림이 피로 물들 것이라는 협박.

남궁천이 말을 이었다.

“무림맹에 들어오는 얼토당토 않는 서신이 하루에도 수백 통은 되오. 이 서신 역시 그러한 것이라 판단했었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갈현우가 말을 이었다.

협박인줄 알았던 서신이 현실이 되었다.

전서응을 통해 지급으로 올라온 정보에는 무림의 수많은 지역 문파가 붉은 가면을 쓴 자들에게 공격당해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추가로 수많은 무림인과 양민들이 실종되었다.

“대체 무엇을 훔쳐갔다는 것인지, 또한 지금 이 시점에 평화로운 무림을 깨우는 이유와 목적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학관주 제갈현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남궁천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네가 혈천의 잔당을 소탕했다는 무인인가?”

남궁천의 말에 회의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청문회야 뭐야.’

나를 빤히 바라보던 남궁천의 입이 열렸다.

“그 곳에서, 무엇을 훔쳤느냐?”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풍뢰전사]

건투를

[성냥깨비]

잘 봤습니다.

[우주인1호]

막장이네 아무나 못가는 무공서적들있는 대를 들어가고 신의 딸은 시험감독관이 학생 항의에 암것도못하고

[물물방울]

건필하시어요.

[애들은가라]

건투를 !

[화천애]

감샇바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