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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로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가지 이유로 무림지존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루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09 22:55
최근연재일 :
2021.04.16 23:2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413,533
추천수 :
8,040
글자수 :
267,243

작성
21.04.10 17:50
조회
7,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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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글자
16쪽

다행이다 내 본능 / 사업 확장

DUMMY

“뭐, 뱀?”


쉬이이이익.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뱀.

마치 그 크기가 지하철만 했다.

그로데스크한 그 모습에 정신이 붕괴될 것 같았다.


검기의 녹색 불빛에 의존하며 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동굴이 뱀이 지나간 자리였구나.’


어쩐지 끈적끈적 하더라.


쉬이이익.


공동에 똬리를 튼 뱀이 붉은 눈을 번쩍거리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뱀이 대체 어찌 저리 크단 말인가······.”


남궁진이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무림에 살아도 이렇게 거대한건 볼일이 잘 없나.’


난생 처음 보는 거대한 몸집에 당황하는 남궁진.


「······천년백사는 이무기로 탈피하기 위해 긴 세월을 견디었으나, 천년 설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황금상단의 합공에 결국 숨이 끊어졌으니, 그 피는 천하제일 신의, 공가의 여식이 가진 절맥을 치료할 수 있는······.」


“천년백사.”


“뭐라?”


“천년백사라고. 젠장.”


‘쓸데없는 정보 말고 저걸 잡을 수 있는 꿀팁을 줘야지!’


쉬이이잇.


신중하게 우리를 바라보던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대가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득.


섬뜩한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남궁진과 나는 재빨리 좌우로 멀어지며 뱀의 이빨을 피했다.


타타타탓.


푹.


나는 뱀의 몸통으로 뛰어올라 무작정 검을 찔러 넣었다.


키에에에에!


쿠르르르.


뱀이 몸부림을 쳤다.


“이보게, 명이! 혼자가면 어찌하는 가? 나는 아무것도 안보인단 말일세!”


부스럭.


뱀의 몸부림에 무언가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잎 소리?’


바닥을 살펴보니 나뭇잎과 나무 잔가지가 바닥에 흩어져있었다.


“궁진아! 바닥에 나뭇잎!”


쉬이이익!


푹.


끼에에에에!


나는 뱀의 몸을 타고 이곳저곳을 쑤시며 남궁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라?”


“바닥! 불! 불을 지르라고! 화섭자!”


휙.


순간, 꼬리인지, 뭔지 모를 것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경공을 극성으로 발휘해 바닥으로 굴렀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

뱀의 꼬리가 간발의 차이로 내 몸이 있던 곳을 훑었다.


화르르르륵.


동굴 바닥에서 불길이 일었다.

뱀이 지나가 눅눅해진 곳을 제외하고는 바짝 마른 나뭇잎과 잔가지가 시뻘건 열기를 내며 활활 타올랐다.


‘설마 이러다 산소 결핍으로 죽는 건 아니겠지.’


혹시 모를 일이다. 순간 마음이 급했다.

타오르는 불길에 비친 뱀의 모습은 끔찍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 구멍이 난 몸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야가 확보되자 남궁진이 자세를 고쳐 잡고 기수식을 취했다.


“이 흉악한 요괴야! 여기로 오거라!”


남궁진이 뱀의 눈을 보며 호기롭게 외쳤다.


“그래! 저기로 가!”


“······?”


남궁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왜. 뭐!”


쉬이이이잇.


뱀이 머리를 이러 저리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


남궁진의 절초. 창궁무애검법 제 일 초 창천섬격이 허공을 수놓았다.

음교혈에서 출발한 그의 진기가 주요 혈맥을 돌며 녹색으로 빛났다.


‘오, 가르친 보람이 있군.’


스팟.


키에에에엑!


뱀의 눈에 피가 튀어 들어갔다.


‘속도가 줄지 않아?’


“위험!”


쿵.


그러나 뱀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 머리를 돌려 남궁진을 들이 받았다.


“커헉.”


남궁진이 그대로 동굴벽으로 날아가 부딪히며 선혈을 토했다.


“이런 젠장. 궁진아!”


나는 재빨리 경공을 발휘해 뱀의 몸을 타고 머리 위로 올라갔다.

급하게 세맥의 진기를 쥐어짜냈다.


“열파참!”


스걱.


얕았다.

마음이 급하니 제대로 된 초식이 발현되지 않았다.


끼에에에에에!


귀가 찢어질 듯 한 비명과 함께 뱀이 몸부림을 쳤다.


쿠르르르르르.


넓던 동굴 안에는 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젠장 이러다 무너지는 거 아냐?’


뱀의 크기에 비하면 검은 그저 이쑤시개 수준조차 되지 않는다.


“쿨럭. 쿨럭.”


정신이 돌아온 남궁진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힘겹게 일어섰다.

입가에는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아오······ 철년 설삼 하나 얻기 드럽게 힘드네!’


나는 왼팔의 내관혈로 진기를 집중했다.


‘거패권!’


쿵.


뱀의 대가리를 내리 찍었다.


캬아아아앗!


뱀이 고개를 쳐들며 입을 쫙 벌렸다.

나는 망설임 없이 뱀의 아가리로 뛰어들었다.


“안 돼! 명아!”


뒤에서 남궁진의 절규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뱀은 이빨에서 독이 나온다. 목을 자르려면 여기가 제일 빨라.’


나는 뱀의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다시 한 번 세맥의 진기를 쥐어 짜냈다.

눈을 감고 진기를 운용했다.


하단전이 위치한 기해혈을 거쳐 중단전으로 보냈다.


‘이대로 상단전까지 간다.’


백회혈로 진기를 끌어 올렸다.


두근두근.


키이이.


삼라만상, 우주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릇은 비어있어야만 무엇을 담을 수 있다.’


백회혈을 찍어 보내던 진기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머리칼이 쭈뼛 서는 느낌과 함께 고요함이 찾아왔다.


‘단전이라는 게 다 부질없구나.’


자연의 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담아낼 필요 없이 그저 사용하면 되는 것을.


작은 깨달음과 함께 검을 든 오른팔이 움직였다.


스팟.


세상을 베어냈다.

순식간에 해방된 느낌이 피부에 느껴졌다.


“명아!”


턱.


남궁진이 경공을 발휘하며 하염없이 떨어지는 나를 잡아챘다.


쿵.


“배, 뱀의 머리가 잘렸네! 자네!”


‘끄으으으.’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 죽기 직전이다.

온 몸의 진기를 짜내 구양 할배의 검술을 흉내낸 댓가는 참혹했다.


‘당장 쓰러져 자야하는데······ 끄으으.’


한 톨의 진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부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일어섰다.


“자네, 괜찮나?”


“아니, 비우기는 개뿔. 역시 단전이 있어야 해. 하단 중단 상단, 다다익선, 거거익선이다.”


“응? 그게 무슨 소린가?”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는 나를 보며 남궁진이 뱀 대가리를 가리켰다.


“그래도 우리가 이 흉악한 것을 잡아 죽였네!”


“아니, 우리가 아냐. 나지!”


“······그래, 자네가 잡았네!”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다니.

남궁진도 많이 컸다.


“근데, 대체 이런 뱀이 여기에 왜 있는 건가? 자네는 또 이걸 어찌 알고······?”


남궁진이 신기한 듯 뱀 대가리 가까이 다가갔다.


번쩍!


순간, 뱀의 눈이 빛났다.


캬아아아!


잘린 뱀의 대가리가 남궁진을 덮쳐갔다.


‘크흡.’


나는 한 톨도 남지 않은 진기를 박박 긁어모아 발의 용천혈로 보냈다.


경공을 쥐어짜내며 남궁진을 온몸으로 밀쳐냈다.


콰직.


“끄으으··· 아이 싯팔!”


종아리에 뱀 이빨 끝이 박혔다.


스걱.


남궁진의 검이 호선을 그리며 뱀 이빨을 잘라냈다.


“뒤로 가세! 어찌하여 목이 잘렸음에도······.”


남궁진이 나를 부축하는 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뱀의 독이 내 몸 안에 퍼지며 눈앞이 핑핑 돌았다.


혈관이 터질 듯 부풀고 심박이 빨라졌다.


삐이이이이이-.


귓가에 이명이 커지며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뱀은 변온 동물이라 머리가 잘려도 한참동안 움직일 수 있어. 군대를 안 가봤으니 알 턱이 있나······.”


이를 뿌득 갈며 중얼거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꿈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힘을 쥐어짜내며 입을 열었다.


“궁진아. 여기 어디에 천년설삼이 있다. 그걸······ 내게······.”


독한 술을 진탕마시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누운 기분.

몸이 바닥으로 끝없이 가라앉았다.


* * *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쿰쿰한 냄새에 고개를 돌려보니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옆에는 남궁진이 눈을 감고 진기를 다스리며 안정적인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끄윽······.”


남궁진이 눈을 번쩍 뜨며 내게 다가왔다.


“이보게 명이! 정신이 좀 드나?”


“뭐야, 아직도 동굴이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잘은 모르겠네. 수 시진 정도 지나지 않았나 싶네.”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봐.”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남궁진이 미친 듯이 동굴을 헤집었다.


뱀의 똬리가 있던 자리 중앙.

고고한 자태를 뿜어내는 흰 꽃잎의 설삼이 있었다.


그걸 캐낸 남궁진이 정신을 잃은 내게 가져왔다.


‘이런 시, 싯팔.’


나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남궁진에게 물었다.


“그, 그걸 어떻게 먹였어? 서, 설마 그런 끔찍한 짓은······.”


설마 씹어서 입으로 먹여줬다거나······?


만약 그랬다면 천하제일이고 뭐고, 다시 한 번 뱀독을 들이켜야지.

남궁진이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설삼이란 말 한 마디에, 흰자위만 보이던 자네가 그걸 낚아채서 한 입에 삼키더군.”


“어, 그래?”


‘후우······ 다행이다. 내 본능.’


그리고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했다.

시간이 지나 몸이 안정되자 남궁진도 자리를 잡고 내상을 다스리고 있었다.


“흐음, 그렇다 이거지.”


‘독에 당하고 이겨내면 백독불침이라도 생기려나?’


심법을 배우고, 단전을 만들며 먹으려던 계획은 틀어졌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근데, 자네 그······ 운기행공 말인데.”


“운기행공? 나?”


남궁진이 무언가 말을 하려다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닐세. 나야 모르는 것이 많으니······.”


“뭐야 싱겁게. 자 그럼 이제 그만 나가볼까? 그 전에 내단 좀 챙기고······.”


“내단?”


남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뱀의 사체를 가리켰다.


“저거 아무리 봐도 영물이잖아. 이름도 천년백사인데, 뭐라도 있지 않겠어? 불 피운 김에 뱀 고기도 좀 구워먹고.”


“저걸 먹는단 말인가? 우욱······.”


“야, 저거 없어서 못 먹어. 얘가 배가 불렀네.”


대한민국에 풀어놓으면 아재들이 순식간에 먹어치울 것이다.


혹시 탈모에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돈을 받고 팔수도 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뱀에게 다가갔다.


‘아. 저 뱀 피가 무슨 공가 여자를 고칠 수 있다고?’


문득, 좀 전에 보았던 소설 속 내용이 떠올랐다.


“궁진아. 제하제일 신의, 공가가 누구냐?”


“공가? 귀주의가를 말하는 건가?”


“그래. 거기.”


남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귀주의 공태석, 천하제일 신의로 유명하지.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것인가?”


“거기 여식이 있어?”


“흐음. 나는 그런 것 까지는 잘 모르겠네.”


‘에휴, 이놈한테 물어본 내가 병신이지.’


피를 가져가야 한다.

아직 피가 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에 담아 가지?’


피를 가져가야 협상을 할 수 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소매에서 금존청을 꺼냈다.


‘아, 존청아. 미안하다.’


퐁.


맑은 소리와 함께 금존청의 뚜껑이 열렸다.

바닥에 술을 버리고 뱀의 피로 헹구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 병 가득 피를 담아내고 단단히 봉했다.


“이제 내단 찾자.”


동굴 속에서 뱀 해체 쇼가 펼쳐졌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갖 곳을 헤집어 보았으나 내단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얻은 것이라고는 붉게 빛나던 눈알 두 개였다.

투명해진 눈알은 유리알처럼 반짝거렸다.

그 중 하나는 남궁진의 일격을 맞아 흠집이 나 있었다.


“너 하나 가질래?”


남궁진에게 흠집 난 눈알을 내밀었다.

남궁진이 몸서리를 쳤다.


“난 되었네. 자네는 정말 기괴하군. 그걸 뭐 하러 챙기는 것인가?”


“싫음 말구.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다.”


나는 만족해하며 품에 눈알을 넣었다.


“이제 나가보자.”


“어디로 말인가?”


나는 위로 경사진 길을 가리켰다.


* * *


“후아! 드, 드디어!”


땅 밖으로 나오자마자 맑은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눈부신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만이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거야······ 뭐, 잘해야 하루 정도겠지?’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천년 설삼을 먹기는 했고, 천년백사의 피도 얻었다.

반짝이는 유리 눈알 두 개도 얻었다.


남궁진은 옆에서 같이 고생했지만 얻은 것이 없는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오늘은 수업료 반으로 깎아 줘야지.’


관대한 처사에 스스로 만족감이 들었다.


“궁진아, 뱀 고기 맛이 꽤 괜찮았지?”


“······그냥 먹을 만은 했네.”


그래도 영물의 피륙은 준 영약에 버금간다는데 몸에 분명 좋을 것이다.


“그나저나 여긴 옆 봉우리 아닌가? 이리도 오래도록 땅을 파고 다녔단 말인가?”


남궁진이 허탈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위치를 잡은 남궁진이 북동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쪽이 안휘 방향이네. 초량현으로 가는 게 맞는가?”


남궁진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내게 쏘아졌다.

여기서 그냥 학관으로 돌아가자고 하면 검이 날아올 게 뻔했다.


“맞아. 가자. 초량현, 우리 고향으로.”


뱀 고기 덕인지 몸이 가뿐했다.

진기를 쥐어짜내며 경공을 운용해 고향으로 달렸다.


* * *


안휘에 도착한 우리는 금호네 장원으로 향했다.


“재수 없게 거지 놈들이 어딜 마음대로 들어가? 썩 꺼지지 못해?”


장원에 들어가려는데 문지기가 우리를 막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저희는 금호 친구입니다.”


“친구? 어디 그런 거지꼴을 하고 친구라 하는 거냐! 거짓을 고해봐야 소용없다!”


그제사 우리의 행색을 둘러보니, 천년백사와 사투를 벌이고 그대로 뱀 비늘과 피, 흙에 뒤범벅 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음,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


아, 이 아저씨 이름이 뭐였더라?

머리를 감싸 쥐고 기억을 짜냈다.


“아! 현 아저씨! 저 기억 안나요?”


내가 이름을 부르자 문지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내 이름은 어찌 아는거냐? 이 거지놈들이 이제는 아주 지능적으로 행동하는구나!”


‘아오 진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현 아저씨. 제가 금호의 친구일 수 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첫째.”


“세 가지 이유? 아니아니 되었네. 그만하게. 알겠네! 자네 정말 소 장주님 친우분이었군.”


내 말이 끝나자마자 시종이 미간을 구기며 손을 휘저었다.


“?”


나는 입을 쩍 벌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라 우선 첫째.”


“어허, 그만 하래도. 안내하겠네.”


“아니······?”


“푸하하핫!”


옆에서 남궁진이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시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 있는 자네는 얼굴이 익숙한데?”


남궁진이 거지꼴을 한 채 멋을 부려가며 포권했다.


“저는 남궁가의 진이라 합니다.”


시종이 그제야 입을 떡 벌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이쿠. 이거 소 장주님 친우분들이······. 개방도라 듣긴 했는데 정말 이리도 거지같으실 줄은······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이거 욕한 거야 뭐야?’


“어리석어 남궁가의 차남을 몰라 뵈었습니다. 죽여주십시오”


남궁가의 차남을 몰라 뵌 건 죽을죄고, 나는 정말 거지같다니.


상황이 정말 거지같다.


남궁진이 손사래를 치며 시종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괜찮습니다. 금호는 안에 있습니까?”


“아이쿠. 물론입니다. 아예 두 분이 계시던 곳을 금지로 만들었습죠. 가서 좀 쉬고 계십시오.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 이르겠습니다.”


몸을 씻고 나니 숙소에 거한 술상이 차려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금호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자, 자네들! 기별도 없이 이리 왔나! 하하하.”


“오 금호야, 신수가 훤한데?”


“하하하. 맞네. 요새 아주 기분이 좋다네.”


자리에 앉은 금호는, 요새 사업이 잘 되어 가는지 신나게 사업이야기를 떠들어 댔다.


“특히 그 장가 안내서가 아주 화제라네, 중원의 절경과 맛좋은 객잔을 소개하는 덕에 벌써 몇 번이나 추가로 인쇄를 하였는지. 껄껄.”


‘그래서 이리 기분이 좋았구만.’


돈도 돈이지만, 금호는 장가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중원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는 품에서 대검문의 계약서를 꺼내 금호에게 내밀었다.


“이제 슬슬 날아올라야지? 신사업 두 개 더 가져왔어.”


계약서를 뜯어보던 장금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소, 소금? 채염 사업을 하자는 말인가? 중원에 소금이 나는 곳은 이미 다 주인이 있는데······.”


“내가 누구냐?”


“천재?”


나는 앞에 놓인 술을 들이켰다.


“크으. 역시 너는 뭘 좀 아는구나. 궁진아, 좀 보고 배워.”


“나는 절대, 절대로 그 말을 내 입 밖에 내지 않을 걸세.”


궁진이의 마지막 자존심인가.

나는 피식 웃으며 단정한 자세로 귀를 쫑긋하는 금호를 바라보았다.


“이게 제대로 된 첫 번째 사업이고.”


“두, 두 번 째는?”


꿀꺽.


장금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이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장가전장을 통해 무림생명보험(武林生命保險)을 판매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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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계약 +12 21.03.19 10,623 212 15쪽
11 술이 떨어졌다 +7 21.03.18 10,719 202 15쪽
10 여기 좀 앉아봐라 +10 21.03.17 11,074 227 15쪽
9 무인답게 죽을 수 있게 해주게. +15 21.03.16 11,356 217 13쪽
8 창궁무애검법 제 일 초 +13 21.03.15 11,969 225 12쪽
7 남궁세가 이공자 +18 21.03.14 12,732 229 14쪽
6 황금객잔 +9 21.03.13 13,237 236 14쪽
5 출사표 +10 21.03.12 14,681 258 13쪽
4 감찰사의 위 +22 21.03.11 18,168 272 15쪽
3 하산하다 +20 21.03.10 20,530 303 13쪽
2 호접지몽 +23 21.03.10 24,424 342 13쪽
1 서장 +19 21.03.10 28,390 35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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