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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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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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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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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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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장. 캬티냐 기지(8)

DUMMY

나는 부스스 일어나 통제실로 갔다. 김철수와 샘슨, 클라크등 통제실에 와야 할 사람은 벌써 와 있었다. 하지만 미찌코는 없었다. 잘생긴 마크와 캬티냐 기지의 샘플을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찜찜했다. 모두가 주시하고 있는 화면에는 6번 분출공에서 나온 우르 인간들이 공장의 우르 투입구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25명입니다.”


통제실의 누군가가 큰 소리로 보고했다.


샘슨과 클라크가 유벤타 공장의 모든 출입구를 폐쇄하고 테이저건과 전기봉으로 무장하라는 명령을 번갈아 내렸다.


“지진이 약해 얼음이 완전히 갈라지지 않았는데도 깨고 나왔어요.”


샘슨이 김철수에게 놀랍다는 듯 말했다. 김철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르인간 스스로 진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우르인간은 이전과는 달리 빠르게 걷지 않았다. 경치를 구경하듯 천천히 주위를 살피더니 우르를 잡아 올리던 설비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광파발생기를 달아두었던 기둥이나 크레인 등을 하나하나 음미하듯 손으로 만졌다. 자연이 아닌 인공적으로 평평해진 길마저 신기한 듯했다.


우르인간은 모두가 하나같이 닮아 보였다. 좀비가 된 대원들은 그나마 서로 닮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 우르인간들은 그냥 닮은 정도가 아니라 복제한 수준이었다. 김철수가 뭔가 알았다는 투로 말했다.


“저건 좀비 대원들이 아니야. 캬티냐 기지에서 태어난 놈들이야.”


“그렇습니다. 저것들은 확실히···”


나는 김철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 우르인간들은 뭔가 어설펐고 호기심에 차 있었다. 그들은 바다 밖으로 첫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그리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 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클라크가 입맛을 다셨다.


“그럼 저것들은 신병이군. 그런데 저런 신병들이 계속 나올 것 아니겠소?”


“그렇겠지요. 저쪽의 숫자는 늘어날 겁니다. 대략적인 숫자도 계산해 볼 수 있겠죠.”


김철수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는 머릿속이 복잡한 듯 했다. 클라크가 한 번 더 ‘쩝’하는 소릴 내며 말했다.


“저 놈의 우르 인간은 얼마나 만들어졌을까?”


클라크는 군인 출신으로서 정확한 적의 숫자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내가 무심코 떠오르는 생각을 말했다.


“우르의 몸에서 저것들이 나오니까, 우르의 평균 체적을 기본으로 계산하면 대략적인 숫자가 나오지 않을까요?”


내 생각이 흥미로웠는지 통제실 근무자의 조작에 따라 컴퓨터는 우르 인간의 키와 체적을 산정해 우르 한 마리당 우르 인간이 몇 명이나 나올지를 말해주었다.


“4282명입니다.”


컴퓨터의 명료한 말소리가 끝나기도 전해 나는 뒷골이 띵해졌고 김철수는 신음소리를 냈다.


“4282명이라고? 그렇게나 많이?”


샘슨이 비명 지르듯 되물었다. 컴퓨터가 기계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대답했다.


“우르 평균길이, 폭, 두께 등의 데이터로 우르 하나당 생산해 낼 수 있는 개채수입니다.”


컴퓨터의 무감동한 어투가 더 큰 놀라움과 충격을 주었다.


“우르가 100마리만 있다고 해도 4십2만8천2백 명의 대군이 나오는 군요.”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4십만의 대군!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우리가 숫자가 일으킨 공포에 젖어 있는 동안 우르인간은 천천히 공장의 벽을 따라 정문 쪽으로 걸었다. 투입구 옆의 에어록을 그냥 지나치는 걸로 보아 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 듯했다. 25명 모두가 하나같이 여유 있는 걸음이었다. 마치 산보라도 하는 친구들 같았다.


그 중 하나가 걸음을 멈추고 공장 외벽 마감재인 강화 플라스틱을 만지자 나머지도 같은 동작을 따라했다. 천천히 외벽에 손을 문지르고 가볍게 두드리는 행동이 플라스틱의 촉감을 음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서로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대는 스킨십을 하며 한참을 서 있었다. 플라스틱의 촉감에 대해 몸으로 느낌을 나누는 것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김철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소리쳤다.


“저것들의 행동이 불길해. 뭔가 일을 꾸미려고 정보는 나누는 것 같아.”


누구도 대꾸하지 않았다. 통제실에 있는 모두가 엄청난 진화를 보며 전율하고 있었다. 우르인간들은 다시 움직였다. 전처럼 여유로운 걸음이었다. 그러다 2번 에어록에 다다랐다. 우르인간들 중 둘이 앞으로 나와 에어록을 만지자 나머지들도 차례로 에어록을 손을 더듬으며 형태와 재질을 조사했다. 특히 비밀 번호 입력 패드가 들어있는 박스에 관심을 가졌다. 만지는 것이 끝나자 다시 서로가 손을 잡은 채 한참을 서있었다. 5분을 넘겨서야 우르인간들은 손을 풀고 다시 움직였다.


그러다 그들은 얼음으로 내려쳐 벽을 깨뜨린 지점에 닿았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서서 수리한 부분을 물끄러미 보며 과거를 생각하는 듯 했다. 맨 먼저 에어록을 만졌던 우르인간 둘이 갑자기 공장의 벽에서 멀어지더니 인간이라면 혼자서는 들 수 없는 크기의 얼음 조각을 들고 왔다. 우르인간은 얼음조각으로 수리한 부분을 동시에 내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샘슨이 소릴 질렀다. 김철수가 황급히 물었다.


“설마 벽이 파괴되는 건 아니겠지요?”


“이전과 같이 외벽에 흔적이 남겠죠. 하지만 내벽의 콘크리트에 자꾸 스트레스가 가서는 안 되는 데 말입니다.”


공장장이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우르 인간들도 둘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모두가 흩어지더니 더 멀리 나가 더 큰 얼음 조각을 들고 왔다. 심지어 백kg은 넘을 것 같은 얼음을 둘이 힘을 합쳐 들고 온 우르인간도 있었다. 둘은 박자를 맞추어 얼음 조각을 들어 힘껏 벽에 내리쳤다. 다른 우르 둘도 똑같은 행동으로 얼음 바위를 들고 와 벽을 내려쳤다. 샘슨이 다시 욕을 뱉었다. 그러나 우르인간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화물 운반용 로봇을 내보내 주의를 끌면 어떨까요?”


내가 답답한 마음에 말하자 샘슨이 바로 반대했다.


“이제 운반용 로봇도 몇 대 없어요. 그렇게 소모했다간 우리 공장의 대원들이 물건을 날라야 할 겁니다.”


수리를 해 놓은 부분은 아무래도 약하기 마련이었다. 우르인간이 몇 차례 내리친 부분의 외벽 패널 일부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 카메라에 보였다. 우르 인간 하나가 조각을 들고 꼼꼼히 살폈다. 다른 우르 인간들은 곧 내벽 콘크리트를 얼음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클라크가 답답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차라리 저것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태워버리든지 해야지···”


나는 클라크의 말에 동의했다.


“저들은 학습하고 있습니다. 기억을 공유하는 것도 같고요. 내버려두면 정말 위험할 것 같습니다.”


“기억을 공유하는 능력이라···”


샘슨이 의심스럽다는 듯 말을 흐렸다. 김철수가 내 의견에 찬성했다.


“그래요. 그들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어요. 그러지 않다면 언어가 없는 저 괴물들이 어떻게 한 번 파괴한 부분을 정확하게 다시 공격하겠어요?”


그러나 김철수와 나의 주장은 곧 가슴 서늘한 결과에 도달했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통제실의 모두가 그 가설의 종착점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윽고 클라크가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김철수를 보며 말했다.


“그럼 좀비 대원들의 지식도 저들에게 전달되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김철수가 마뜩치 않은 말투로 중얼거리듯 답했다.


“글쎄요. 좀비 대원은 결국 죽은 자들이지 않습니까? 비밀 번호 정도면 몰라도 복잡하고 체계적인 고급 지식들이 죽은 사람의 머릿속에 제대로 남을 수 있을까요?”


“지식이란 게 시냅스의 배열이라면 죽은 자에게 단편적이나마 그 배열이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있죠.”


말하는 나는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내 추측이 맞는다면, 우르인간은 죽은 대원들이 가지고 있던 우주선과 핵무기에 관한 지식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철수가 스스로도 안심시키는 듯 느긋하게 말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여기는 얼음 밖에 없지 않습니까? 우르 인간이 인류의 위협이 되지는 못할 거예요.”


그것 또한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여기는 얼음과 그 밑의 물 뿐이었다.


“저 우르인간들이 왜 유벤타 공장에 들어오려는지 알 것 같습니다.”


내가 말하자 김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저것들은 우리의 물건이 필요한 겁니다. 그들에게 남은 기억이 그렇게 당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동안에도 우르 인간은 계속 얼음을 날라다 내리치며 내벽의 콘크리트를 부수고 있었다. 샘슨이 초조한 얼굴로 클라크에게 말했다.


“저대로 두면 안 되겠어요. 보안요원들을 내보내 처리합시다.”


클라크가 어이없다는 눈을 샘슨을 봤다.


“저놈들의 숫자를 봐요.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소.”


“하지만 저렇게 타격을 계속 받다간 아무리 특수 콘크리트라 해도 견뎌내지 못할 거예요.”


“남아 있는 보안요원을 다 끌어 모아 싸울 수는 있겠지만 한둘이라도 삐끗했다간 순식간에 전세가 바뀔 거요.”


샘슨은 김철수에게 눈을 돌려 동의를 구했지만 김철수는 평소와는 다르게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김철수도 클라크의 편에 섰다.


“보안요원에게 피해가 생기면 그것도 신디케이트 책임이에요. 저러다가 힘이 다하면 가 버릴지도 모르니까, 좀 더 기다려봅시다.”


김철수의 희망과는 달리 이번에는 세 명이 힘을 모아 얼음을 들고 왔다. 몇 백 킬로는 될 것 같은 얼음이 외벽에 부딪치자 샘슨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김철수는 입술을 깨물고 어찌해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저것들의 주의를 돌릴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은데···”


김철수가 중얼거리는 순간 내 몸이 약간 흔들렸다. 곧 컴퓨터가 지진 발생을 알렸다. 진도가 2.5가 넘는, 유로파의 기준으로 보면 가볍지만은 않는 세기였다. 우르인간들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 우르인간은 자신들이 부수던 벽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 중 하나가 몸을 돌려 분출공이 있는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다른 우르인간들도 일제히 몸을 돌려 앞선 우르를 따라 달려 나갔다. 마치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고기 떼와 같았다.


우르인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6번 분출공을 도착했다. 그러나 우르인간은 바로 분출공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그들은 분출공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6번 분출공에서 5백여 미터 떨어진 8번 분출공에서 얼음이 깨어지며 우르가 솟구쳐 올랐다. 우르인간은 그것을 기다린듯 했다.


우르인간은 8번 분출공으로 전력으로 달려 목성을 향해 몸을 치켜세운 우르의 몸에 달라붙었다. 우르인간은 우르가 분출공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우르의 살에 파고들듯 붙어 있다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화면을 보고 있던 김철수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샘슨이 손상된 벽의 상태를 파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곧 유벤타 공장의 비상사태는 해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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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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