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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유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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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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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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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2.06.1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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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장. 다시 유로파에(1)

DUMMY

유벤타 가격이 100배로 올랐다. 모두가 공황상태다. 원래 나이가 40대인 나는 유벤타의 약기운이 옅어져도 견딜 만하다. 피부의 팽팽함이 없어지고 평소보다 활력이 떨어졌다는 느낌뿐이다.


하지만 60대부터는 다르다. 유벤타의 효과가 컸던 만큼 약효가 떨어지는 속도도 빠르다. 피부는 하루가 다르게 탄력을 잃고 늘어진다. 활력은 급속히 사라지고 주름은 깊어진다. 오직 유벤타에 의지해 젊음을 유지하던 그들은 순식간에 노인이 되어버린다. 인간이 만든 약으로 막았던 자연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젊음이 빠져나간 몸을 덮친 건 바이러스다. 병원의 중환자실은 온갖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로 만원이다. 세상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오만 대신 누가 죽었다는 소식뿐이다.


‘재단’이 합성 유벤타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생산 설비를 갖추는데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안전성에 대해서는 온갖 소문이 떠돌고 있다. 합성 유벤타가 특정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유발했다는 말에서 심지어 좀비가 된다는 우스개에 가까운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합성 유벤타는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이제 영원한 젊음이 사라지고 노화와 죽음의 자연 법칙이 다시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내가 만약 우르를 사냥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유벤타가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인간이 생로병사의 법칙을 계속 따랐다면 이런 고통과 혼란이 있었을까? 내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우르를 잡았을 거라는 변명 따위는 필요 없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죄책감이 내 목을 죄일 뿐이다. 그 때문이라도 나는 유로파에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실을 고백할 의무가 있다. 물론 나는 이 모든 것을 청문회에서 얘기했다. 하지만 정작 대중에게 보도된 내용은 단편적이고 왜곡되기조차 했다. 아마도 신디케이트의 힘은 아직 강력해 그들의 돈과 영향력에 언론이 굴복한 것이리라! 그래서 유로파에서 일어났고 내가 보고 겪었던 일에 대해 정확하게 쓰려한다. 내가 여기에 쓴 글은 모두가 진실이고 직접 경험했던 일이다. 단 하나의 문장도 조작된 것이 없다는 걸 미리 밝혀둔다.


1장. 다시 유로파에.

1.

그날도 나는 정해진 교양센터 강좌를 마치고 허름한 내 원룸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산책삼아 날씨가 좋으면 지하철 다섯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날도 평소처럼 교양강의 센터에서 집까지 걷고 있었다.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영하 박사님십니까?”

“그런데요.”

“신디케이트 인사팀의 박 부장이라 합니다. 오늘 좀 만나 뵈어서면 하는데요?”

“신디케이트라구요?”

나는 놀라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부장은 정중하고도 빠르게 말했다.

“지금 박사님 원룸 앞에 있습니다. 다른 약속이 있으시더라도 이곳으로 바로 와주시면 합니다.”

예의를 갖추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졌다.

“30분 내도 도착할 겁니다.”

나는 택시를 잡았다. 택시비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었지만 신디케이트가 왜 나를 찾는지 궁금했다. 택시는 거침없이 길을 달려 오 분이 조금 지나 낡은 원룸 건물에 도착했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트에서 내리자 싱글 정장차림은 남자 둘이 지친 기색으로 내 원룸 앞에 서 있었다. 키가 큰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김영하 박사님이죠. 박 부장이라 합니다.”

다른 남자는 김과장이라 했다. 유벤타 덕에 둘의 나이 차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비즈니스에서는 때때로 그런 점이 곤란스러웠다. 누구가 연장이고 상사인지 알기 어려운 것이다. 어째튼 나는 둘을 원룸 안으로 들였다. 김 과장은 생각보다 초라한 내 원룸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박 부장은 그만큼 사회경험이 있어서인지 엄숙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식탁 겸 책상으로 쓰이는 테이블에 앉자 박부장이 진중하게 말했다.

“김영하 박사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급하게 찾아뵈었습니다.”

“부탁할 일이요?”

“예. 유로파에 가 주셨으면 합니다.”

“유로파!”

유로파라는 이름을 듣자 가슴속에서 아득한 추억이 일어났다. 나는 추억을 애써 묻으며 되물었다.

“왜 갑자기 유로파에?”

“자세한 내용은 유로파에 가는 동안 아시게 될 겁니다.”

부장이 말해주지 않자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부장은 눈치가 빨랐다.

“물론 사례는 충분히 드립니다. 계약기간이 짧은 것이 좋으신지요, 긴 것이 좋으신지요?”

“그럼 계약직으로 가는 거군요.”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업무 성과와 필요성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신디케이트의 정규직이라면···’ 나는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부장은 내 속마음을 알아챘겠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부장은 담담히 말했다.

신디케이트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한다는 조건으로 6개월 계약에 1억 원을 드리겠습니다.”

“예? 1억 원···”

“예. 1년 계약을 원하신다면 2억5천만 원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2억5천만 원이나요?”

1년 계약이 6개월 계약보다 1.5배가 되는 이유는 그만큼 더 신디케이트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시간이 길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글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장은 가만히 내 눈을 쳐다봤다. 부장의 눈에는 이 금액에도 사인하지 않겠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돈이 탐났지만 바로 넘어가기에는 내 자존심이 상처를 입을 것 같았다.

“아, 무슨 일인지 모르고서야···”

“사실 박사님에게 맡겨질 일이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단지 우르에 관한 일이라고만 들었습니다.”

“우르?”

“예. 우르!”

부장이 맞장구치며 능숙하게 빙긋 웃었다. 우르! 유로파에 사는 거대 생명체 우르. 노화방지제 유벤타의 원료가 되는 우르! 나는 그 우르를 최초로 사냥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신디케이트가 나를 찾는 건 우르에 관한 일 말고는 없을 것이다.

“우르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저도 잘 모릅니다. 저는 박사님을 유로파로 보내라는 지시만 받았어요. 죄송합니다.”

부장은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순간 내게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목성과 유로파 사이에 있는 우주 정거장에 신종 바이러스가 퍼져 대원들이 사망했다는 뉴스였다.

“혹시 우주 정거장에 퍼졌다는 바이러스 때문인가요?”

“바이러스로 인한 문제가 있긴 했죠. 하지만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부장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바이러스 관련해서는 김철수 이사님이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계시니까 박사님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우르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우르에 관한 일이라면···, 내가 가야겠지요.”

그랬다. 우르와 관련 있다면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년 계약으로 하시죠. 유로파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것이 좋을 것 같군요.”

나도 즉시 찬성했다. 옆에 있던 과장이 타블렛을 내밀었다. 타블렛의 화면에는 계약서가 떠 있었다. 굵은 글씨체의 절대적인 복종과 비밀유지 조항에 빨간 밑줄이 그어져있고 별도 사인을 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들이 가리키는 모든 곳에 사인을 했다.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박사님의 통장계좌 번호를 불러 주십시요.”

내가 계좌번호를 불러주고 1분도 되지 않아 타블렛을 만지던 과장이 부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이 근엄하게 말했다.

“박사님 계좌에 2억5천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이제부터 박사님은 신디케이트의 계약직 직원입니다. 지금 당장 달로 가 유로파에 가는 우주선을 타야합니다.”

“예? 지금 당장요?”

“예 지금 당장입니다. 옷이나 세면도구 같은 것을 가져갈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우주선에서는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니까요. 박사님 전용의 유벤타와 개인용 컴퓨터 정도 챙기시면 됩니다.”

옆에 있던 과장이 거들었다.

“바로 출발하시죠.”

“하지만 교양센터와 대학교에 내 강의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데요.”

과장이 재촉했다.

“가시는 중에 하셔야 합니다. 달로 가는 우주선의 시간 맞추기가 빠듯해요.”

“하지만 무중력 적응 훈련도 받아야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합니다. 박사님은 이미 한 번 다녀오셨으니 다른 훈련이 없어도 적응하시겠죠.”

부장이 재촉했다.

“빨리 가시죠. 적어도 모레는 달에서 유로파로 출발해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 입니다. 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나는 마치 체포되어 가는 것처럼 휴대폰과 노트북, 유벤타등을 챙겨 그들을 따라 원룸을 나왔다. 우리가 원룸 건물 앞에 서자마자 운전석이 비어 있는 차량이 우리 앞에 섰다. 부장과 나는 뒷자리에, 과장이 조수석에 오르자 승용차는 바로 출발했다. 나는 차안에서 학교와 교양센터에 연락해 급한 일로 몇 개월 강의를 쉬겠다고 했다. 학교는 학교대로, 교양센터는 교양센터대로 난리가 났지만 대체 강사를 뽑는 비용을 신디케이터가 지불하겠다고 부장이 약속하자 항의는 수그러졌다. 승용차가 도착한 곳은 원룸에서 30분 떨어진 헬기 착륙장이었다.

“헬기를 타고 가야합니까?”

“예. 시간이 없었어요. 박사님 혼자 달 우주선 발사장까지 가시면 됩니다. 그곳에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부장이 대기하고 있던 헬기에 나를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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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16 천케이
    작성일
    22.06.11 11:43
    No. 1

    잘 읽겠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52 낸맘데루
    작성일
    22.07.18 21:34
    No. 2

    아무리 전문가라지만...
    석연치않은일에 저리도 허둥지둥하면 의심해야 하는거 같은데
    그 먼 행성으로 가는데 고작 2억5천? 것도 연봉이...
    정말 하찮은 박사인가..
    기본 100억은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78 le******..
    작성일
    22.10.16 15:17
    No. 3

    2억 5천만원이요??? 웃고 갑니다ㅋㅋ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45 baume
    작성일
    22.10.26 15:54
    No. 4

    디플레이션이나 리디노미네이션이 일어났을 수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superior..
    작성일
    22.10.29 19:55
    No. 5

    돈 좀 수정하면 좋을듯. 바로 몰입감 깨버립니다 ㅠㅠ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49 Fragarac..
    작성일
    22.12.18 20:07
    No. 6

    물가를 현재 기준으로 잡았다면 2 억 5 천이 웃을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백곰사육사
    작성일
    23.02.03 16:14
    No. 7

    박사면 오히려 한 분야만 죽자고 판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이리숙할 수 있긴 하지..그나저나 오타나 비문이 상당한 건 신경좀 쓰셔야겠는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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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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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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