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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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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작성
23.03.2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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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0쪽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DUMMY

진정제가 듣지 않게 된 우르는 가볍게 다음 격벽을 무너뜨렸다. 우르를 가는 설비와 갈아진 우르를 담는 탱크들이 나타났다. 보안요원들은 탱크와 설비들을 사이로 이제는 거의 쓸모없는 진정제를 쏘며 후퇴를 계속했다.


세 마리의 우르는 서로 엇갈려나가며 몸채찍으로 설비를 날리기도 하고 몸으로 깔아뭉개기도 하는 등, 걸리는 것들을 모조리 뒤엎어 버렸다. 우르인간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던지며 우르를 엄호했다. 몸을 접을 때마다 우르의 몸이 닿는 공장의 천정은 밀쳐져 들려질 것 같았다.


천정에 무너져 버리면 공장의 설비들이 고철로 변하고 있는 장면을 목성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목성이 환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로파의 주인은 목성이었다. 우리는 주인의 땅에 멋대로 들어와 애완동물을 죽인 침략자일 뿐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그런 감상에 빠질 할 여유가 있었냐고 묻겠지만, 허탈감에 빠져 다다른 최후의 종착지가 회피성 감성이었다. 우르는 금세 한 공정을 모두 파괴했다. 우르는 다음 격벽과 차단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제임스 기지의 켐젠이 김철수를 재촉했다.


“이젠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빨리 공장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아까와는 달리 김철수는 화를 내지 않았다. 김철수도 현실을 인정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입을 떼기가 힘든 것 같았다. 캬티냐 기지에 이어 이 공장까지 포기한다면, 이후 얼마나, 어떻게 책임을 질지 아득했던 것이다.


“유벤타를 만들어야 하는데···”


김철수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정작 통신기에 명령을 내린 건 뒤로 빠져있던 샘슨이었다.


“공장의 모든 대원은 선외 우주복을 착용해라. 궤도차 담당 대원은 각자 궤도차의 배터리와 산소를 점검하고 탑승해 대기토록 한다. 당장 임무가 없는 대원은 모두 정문 에어록에 모일 것.”


샘슨은 계속 몇 가지 명령을 더 내렸다. 공장 전체가 진공상태에 빠질 걸 대비한 산소 확보와 핵발전소 폐쇄까지 최고 단계의 비상대책을 실시하라는 명령이었다. 샘슨이 지시를 마치자 김철수가 힘없이 물었다.


“여기를 나가 어디로 간답니까?”


“일단은 월리엄 기지로 가야죠.”


“우르인간들이 따라 올 걸요.”


“저것들이 원하는 건, 자재니까 공장을 점령하면 바로 추적해 오지는 않을 겁니다.”


김철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게 물었다.


“김박사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메타 기지의 경우를 보면 우르인간은 먼저 노획물을 바다로 옮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켐젠이 화상으로 말했다.


“지금 공장에는 2백 명이 넘는 인원이 있습니다. 월리엄 기지에 그들을 다 수용할 순 없습니다. 보급선의 왕복선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왕복선을 이용해 바로 제임스 기지로 철수해야 합니다.”


“왕복선의 연료는 충분한가요?”


“이번에 보급을 받았습니다. 당장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기지도 2백 명을 다 수용하기에는 좁아요. 분산해야 합니다.”


“분산하면 위험합니다. 작은 기지일수록 공격에 취약합니다. 한 곳에 모여 대항해야 합니다.”


“어딜 가나 마찬가집니다. 우르를 막을 방법은 없어요.”


“그래도 리네아와 멀리 떨어져 있는 제임스 기지가 제일 안전해요.”


켐젠과 나, 샘슨이 의견을 나누는 사이 모니터를 보고 있던 클라크가 ‘어’ 하며 놀랐다. 나도 모니터에 집중했다.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서 우르와 맞서고 있는 보안대원들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클라크가 소릴 질렀다.


“위험해. 뒤로 빠져.”


그러나 카메라를 든 누군가는 공장을 파괴하고 있는 우르와 우르인간을 찍으며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들고 있는 카메라로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 그는 임진우였다.


“임진우 기자입니다. 기어코 여기 상황을 보도할 모양인가 봅니다.”


내가 놀라며 말하는 사이 통제실의 통신 담당 요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샘슨에게 보고했다.


“보십시요. 지구로 영상이 전송되고 있습니다.”


“뭐야? 어떻게 영상이 전송돼?”


샘슨보다 김철수가 먼저 물었다. 작은 모니터에는 교반 탱크를 찌그러뜨리고 있는 우르의 모습이 선명히 잡히고 있었다. 통제실 요원이 설명했다.


“뉴스를 보낼 때 이 주파수를 이용하라고 언론사용으로 열어둔 채널입니다.”


“그럼 모니터의 영상이 지금 카메라로 찍고 있는 거란 말이야?”


“그런 것 같습니다.”


“차단, 차단, 빨리 차단시켜.”


김철수가 고함을 지르는 사이에도 영상은 계속 송출되고 있었다. 통제실 요원이 급하게 채널을 닫았다.


“얼마나 송출되었나?”


“송출되는 걸 발견하기 이전의 영상까지 합치면 대략 5분입니다.”


통제실 요원이 지구로 보내진 영상을 재생시켰다. 격벽을 부수는 몸채찍, 쇠파이프를 투창처럼 던지는 우르인간, 탱크를 넘어뜨리고 우그러뜨리는 우르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간간히 임진우가 설명하는 음성까지 나왔다.


“지구의 여러분은 유벤타를 최대한 아끼십시오. 당분간 유벤타는 생산 될 수 없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유벤타는 생산되지 않습니다.”


김철수나 샘슨보다 클라크가 흥분해 보안요원에게 소리쳤다.


“죽지 못해 발광하는 저 새끼를 빨리 끌어내.”


보안요원이 달려 나가 임진우를 뒤로 끌었다. 우르인간이 던진 작은 쇳덩이가 끌려나가는 임진우의 헬멧을 맞추었다. 임진우는 그래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임진우에게는 선외우주복을 입고 대기하라는 명령이 기회였다. 선외우주복을 입자 누군지 당장 구별도 안 될 뿐더러 공기가 없는 곳을 자연스레 다닐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임진우는 조용히 보안요원들 뒤에 서서 우르와 우르인간이 공장을 파괴하는 장면을 그대로 찍다가 더 좋은 위치를 잡으려 보안요원 앞으로 나가다 발각 된 것이다.


“개새끼들. 그렇게 잘 해주었던데 저 짓을 하다니. 신디케이트 본부에 연락해. 방송을 막아야 해. 아니, 내가 회장과 통화해야겠어.”


김철수가 길길이 날뛰며 VIP 회의실로 달려갔다. 샘슨이 임진우를 감시하지 못한 나를 책망하듯 보았다. 기자 옆에 붙어있지 않고 통제실에만 있은 게 실수라면 실수였을까! 나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신디케이트의 안간힘에도 영상은 급속히 퍼져나갔다. 언론사의 직원들에게, 또 그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유벤타 공급 단절이 바로 자신들은 직접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신디케이트의 엠바고 요청은 젊음을 유지하려는 개인의 욕망에다 특종을 이용해 유명해지고 잘난 체 하고 싶은 욕망까지 더해져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영상이 전 지구로 퍼지는 데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김철수는 유회장과 통신을 마치고 김대주를 찾아가 난리를 친 모양이었다. 김대주가 허겁지겁 통제실로 뛰어와 송출된 영상을 보았다.


“저 새끼, 사고 칠 줄 알았어.”


김대주는 욕부터 했다.


“이제 어쩔 겁니까?”


“언론사에 연락을 하겠소. 영상이 나가지 못하도록 해야지.”


“나도 유 회장에게 메세지를 넣고 왔습니다. 일단 무조건 영상을 막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즈음 임진우가 긴장한 얼굴로 천천히 통제실로 들어왔다. 김대주가 임진우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 새끼야,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이런 짓을 해? 넌 언론계에서 끝났어.”


임진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뇨. 난 진실을 알린 기자가 될 겁니다. 내 세상이 열린 거라고요.”


임진우는 그대로 통제실을 나가 자신의 방으로 가버렸다. 김대주는 임진우가 없는데도 한참을 더 욕을 하다 씩씩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 동안 우르는 공장 대부분을 파괴했다. 공기총과 진정제를 든 주사기를 만드는 문건한 팀의 작업실까지 우르가 부수어버리자 모두가 손을 들고 말았다.


그 이후로 우르가 통제실이 있는 관리동까지 오는데 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켐젠이 왕복선을 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벤타 공장의 착륙장은 궤도차로 몇 분간의 거리에 있었다. 공장 밖은 이제 우르인간의 땅이었다. 왕복선이 내려앉는 걸 방해라도 하면, 아예 왕복선을 탈취라도 하면, 끔찍한 결과가 초래 될 수도 있었다. 유벤타 공장 주변의 다른 곳은 모두 얼음 기둥과 바위투성이였다. 왕복선이 앉을 만한 곳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샘슨이 결단을 내렸다.


“전원 궤도차로 월리엄 기지까지 갑시다. 기지 앞은 평탄화가 되어 있으니 그곳에서 왕복선을 타고 제임스 기지로 가죠.”


먼저 부상한 보안요원과 관리팀, 그리고 생산직 직원부터 출발했다. 보안요원과 김철수를 비롯한 간부들은 최후의 순간에 탈출하기로 했다. 10여대의 1진 궤도차가 공장을 떠나는 순간 우르는 연구동의 차단문을 넘어뜨리고 있었다.


공장동 부분은 천정이 없는 단일 건물이지만 그것과 이어져 있는 연구동 건물은 각 층이 있는 3층 건물이었다. 그 구조가 우르를 주춤하게 한 것 같다. 건물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강도가 공장과는 달랐던 것이다. 차단문은 한 번에 넘어갔지만, 격벽은 바로 넘어가지 않았다. 쓰러진 연구동의 차단문으로 우르인간이 먼저 들어왔다. 보안요원이 진정제를 쐈다. 우르인간들은 움찔거리고 잠시 느려지기는 했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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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휴가 등의 사정으로 잠시 연재를 쉽니다. +1 22.07.30 881 0 -
170 에필로그 +12 23.05.21 234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3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8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30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8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6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50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4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3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9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2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5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60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7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9 15 13쪽
»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2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7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7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3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2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3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5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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