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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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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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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9장. 캬티냐 기지(7)

DUMMY

2.

미찌코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로봇개의 영상을 보냈음에도 지구의 신디케이트 본부는 조용했다. 신디케이트 본부는 어떤 흥분도 보이지 않았고 지시도 보내지 않았다. 김철수도 분위기를 눈치 채고 화를 죽이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지구의 신디케이트가 영원히 가만있을 리는 없었다. 신디케이트는 아이템 하나를 획득했고 사용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벤타 공장에서 만큼은 로봇개가 경악과 분노의 대상이었다. 유로파에 있는 신디케이트의 직원 모두가 재단의 협약위반에 분노했다. 그 증거가 방역관 장영의 방문이었다. 문건한과 헤어져 내 방에 온 뒤 얼마 되지 않아 장영이 내 방 문을 두드렸다. 나는 뜻밖의 방문에 놀라며 문을 열었다.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괜찮죠?”


“물론이죠.”


장영은 언제나처럼 배시시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몸에 달라붙은 평상복에 드러난 몸과 다리의 늘씬한 라인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뭐 마실거라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방안에는 생수밖에 없었다. 이 우주의 공장은 호텔이 아니었다.


“아뇨. 괜찮아요.”


장영도 그런 사정을 아는지 쾌활하게 거절하고는 내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았다.


“캬티냐 기지에 갔다오셨다죠?”


“예. 다녀왔습니다.···”


나는 장영과 마크 또한 캬티냐 기지에 가길 원했다는 걸 떠올리고는 말끝을 흐렸다. 역시 장영는 그 얘기부터 했다.


“분명 캬티냐 기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는데도 우릴 떼어놓고 갔다 왔더군요. 샘슨과 김 이사에게 항의 하고 오는 길이에요.”


“아, 사정이···. 그곳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잖습니까? 그래서···”


내가 변명을 하며 말을 더듬자 장영이 재밌고도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찡그렸다.


“박사님도 신디케이트 사람이 다 되었군요. 신디케이트 사람은 신디케이트의 정책을 따라야죠. 그래, 캬티냐 기지는 어떻든가요?”


나는 어색하게 한번 웃고는 장영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


“우르가 모든 시설들을 부수어 엉망이었습니다. 제대로 남아 있는 건물은 발전소와 산소, 수소 탱크 정도였습니다.”


장영의 눈이 더욱 반짝거렸다.


“그럼 바이러스에 관해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었겠네요?”


“그렇다고 봐야겠죠. 수거할 수 있는 샘플들은 모두 가져오기는 했습니다만···.”


“아, 가와무라 박사님이 조사하고 있죠. 지금 마크가 도우고 있어요.”


“그럼 바이러스에 대해 뭔가 찾아낼 수도 있겠군요?”


장영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런 행운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조사해야 될 것 같아요.”


“또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곳은 너무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어···.”


“우르인간과 로봇개가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특히 로봇개에 대해서는 나도 깜짝 놀랐어요. 여기 사람들 모두가 분노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미찌코 아니, 가와무라 박사가 위험할 뻔 했어요.”


나도 모르게 미찌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장영은 의심심장하게 나를 보더니 살짝 웃었다. 나는 당황함을 숨기며 급히 말을 이었다.


“거긴 우르인간이 만들어지는 곳이라, 마주칠 가능성이 백프로 입니다. 그러면 그대로 끝장인 거죠.”


“아, 우르인간이 탄생하는 곳이라고도 하던데, 어떻게 그런 곳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죠?”


“바다 속의 유기물이 겔화가 되고 그게 우르에게 영양분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우르와 인간의 유전자가 합쳐져 우르인간을 만들어내는 것 같고요···”


나는 장영에게 내가 보았던 것을 자세히 얘기했다. 물속에서 흐느적거리는 겔 상태의 물질. 인간의 형체로 부풀어 올라있던 우르의 몸. 기괴할 수도 있는 탄생을 세밀화처럼 얘기한 것이다. 장영은 맑은 눈을 반짝이며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내 얘기를 들었다. 내 얘기가 끝나자 장영이 물었다.


“그럼 좀비가 된 대원들과는 별개의 개체가 되겠네요.”


“예. 지금으로서는 그렇다고 생각되는데, 어쩌면 우르의 유전자 속에 한명이 아니라 복수의 인간유전자가 들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럼 그렇게 세상에 나온 우르인간의 능력은···”


“그게 꼭 좋은 능력만 갖을 수는 없으니까 너무 과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지요. 단지 그런 우르인간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장영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혼잣말을 했다.


“반드시 캬티냐 기지에 가 바이러스 근원을 찾아야 하는데 어떡하지···”


“너무 위험해요. 새로 태어나 물정 모르는 우르인간이 아니라 이미 존재해 있던 우르인간과 만나지 않은 것이 정말 천행이었어요.”


“하지만 우린 그 캬티냐 기지가 바이러스의 진원지였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물증을 찾아야 하는데···”


“가와무라 박사가 가져온 샘플에서 찾아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운 좋으면 뭔가 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영이 나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가와무라 박사는 모든 걸 다 가져오지 않았을 걸요. 아마 유벤타 알파와 관련된 것만 가져오고 바이러스와 관계있는 샘플들은 일부러 버려두었을 거예요.”


“그런 걸 분별할 만큼 시간이 없었어요. 눈에 보이는 데로 집어 들었으니까요.”


장영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었다.


“박사님도, 가와무라 박사도 캬티냐 기지는 처음이었죠? 누가 두 사람을 이끌었나요?”


“그야 김 이사가 앞장섰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장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김 이사님이 아예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만한 시설물로 이끌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나는 놀라 말문이 막혔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김 이사도, 가와무라 박사도 신디케이트 기지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하니까요.”


내가 굳은 얼굴을 풀지 않자 장영이 미안해하는 얼굴로 말했다.


“물론 이해는 해요. 심각한 책임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장영은 내 기색을 한번 살핀 후 말을 이었다.


“바이러스의 기본은 우리에게 흔한 C형 인플루엔자에요. 분명 그 인플루엔자가 변이 한 건데, 그 근원도 근원이지만, 숙주조차 찾을 수 없단 말이에요. 그것만 찾으면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데···”


장영은 반농담 같은 말투로 말한 뒤 웃었다.


“유로파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고요, 지구라면 박쥐라, 사향고양이나 낙타 같은 동물에서 찾겠는데, 유로파에는 그런 동물도 없지 않아요?”


나는 장영이 말하는 의도를 알고 머리를 맞은 듯 숨을 멈췄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천천히 말했다.


“유로파에도 동물은 있죠. 우르가 있지 않습니까?”


장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네. 맞아요. 우르가 있어요. 나와 마크는 신종 바이러스와 우르가 분명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인플루엔자가 우르에게 전해졌을 거예요. 거기서 사람을 며칠 만에 죽게 할 만큼의 강력한 힘을 얻었어요.”


“우르가 인류를 멸종시킨다는 말로 들리는 군요.”


“아뇨. 우르가 아니라 인간이죠. 인간이 우르를 감염시켰고 새 바이러스를 받아 옮기는 것도 인간이죠. 이 사건에는 분명 인간이 개입되어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외계와 철저하게 차단된 우주정거장과 기지가 바이러스로 오염될 수는 없겠죠.”


나는 장영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장영는 방역관답게 정확하게 짚고 있었다. 장영과 마크가 왜 캬티냐 기지에 집착하는지도 분명해졌다. 바이러스가 우르에게 옮겨질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자연스러운 장소라면 우르를 잡아놓고 실험하던 캬티냐 기지가 아니고 어디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우연이었을까, 의도였을까? 나는 갑자기 몸이 굳어지며 침도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너무 심각해지자 장영은 당황한 듯 작게 손사래를 쳤다.


“내가 말한 모든 것은 추측이에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내가 너무 심하게 굳어있었던 모양이었다. 장영이 급하게 일어났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얘기 잘 들었습니다. 내 얘기는 모두 추측이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장영은 문을 열고 조심스레 나갔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오해 사는 것을 두려워한 것보다 내 기분을 고려한 행동이었다. 장영이 나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캬티냐 기지에서 진균을 실험했다던 미찌코의 말이 귓가에서 쟁쟁하게 살아났다. 진균도 실험했으니 바이러스도 못할 이유가 없다. 우르와 바이러스, 둘 사이에 무차별적 실험을 통해 이어진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김철수는 캬티냐 기지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 나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생각하다 살짝 잠이 들었다.


통신기가 시끄러웠다. 요란한 경보벨 소리에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스피커에서는 우르 인간이 출현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시계를 보니 잠이든지 3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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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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