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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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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3.03.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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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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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DUMMY

우르인간이 유벤타 공장을 직접 공격하기 시작했다. 투석기도 충차도 없는 우르인간들의 무기는 얼음덩이였다. 그것으로 에어록을 파괴할 수는 없었다. 결과에 개의치 않겠다는 듯 우르인간은 맹목적으로 얼음던지기를 계속했다.


“캬티냐 기지를 무너뜨린 게 효과는 있어. 저것들이 투석기를 가지고 오지는 않았지 않아.”


그런 모습을 보며 김철수는 자신의 결정을 옳았다는 걸 강조했다. 김철수의 말이 아니라도 우르를 처치했기 때문인지 우리는 다소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우르인간이 얼음던지기를 멈추지 않자 다시 불안이 통제실을 지배했다.


“저 놈들은 왜 돌아가지 않지! 우르가 죽으면 돌아갔었잖아?”


샘슨이 의문을 품자 클라크가 단정 짓 듯 말했다.


“군사적으로 보면 전선을 유지하며 전력이 보강되기를 기다리는 거요.”


“전력이 보강되기를 기다린다고요?”


“그렇소. 우르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분명해.”


김철수가 침울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럼 이번에 아주 끝장을 내겠다는 것인데···.”


김철수의 말에 클라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 놈들은 자신들이 승기를 잡았다는 걸 분명히 알아. 조그만 더 밀어붙이면 재단의 기지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공장에 있는 걸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걸 아는 거지.”


샘슨이 중얼거렸다.


“그럼 그것으로 저렇게 무장을 하고··· 또 다른 기지들을 공격하겠지···.”


김철수가 피식 웃었다.


“유벤타 공장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없어요. 유벤타가 끊어지면 전 지구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우르를 잡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겁니다.”


갑자기 김철수의 얼굴이 밝아졌다. 우르와의 전쟁에서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 될지를 상상하는 모양이었다. 샘슨이 고개를 저었다.


“전쟁 같은 건 생각지 맙시다. 사람도 아닌 저 동물들과 전쟁을 한다니···, 그런 생각만 해도 우스운 일이에요.”


김철수가 샘슨을 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것들은 이제 동물이라고 할 수 없어요. 지성을 갖춰 가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미처 죽지 못한 세포 속에 남아있던 그리움과 아쉬움, 살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는 분노가 모두 뒤범벅이 되어 있겠지. 저들은 지구를 노릴지도 몰라요.”


김철수는 정말 이 싸움이 전쟁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는 것 처럼 우르의 지구 침공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샘슨이 반발했다.


“왜 꼭 분노만 남아야 합니까? 좋은 기억도 있을 텐데.”


“유벤타가 있는데 죽었으니 억울하지 않겠어요? 조그만 더 기다리면 불사의 약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우릴 막무가내로 공격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클라크가 둘의 얘기를 듣다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높였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얘기는 그만해요. 또 우르가 나타나면 어떡하겠소?”


김철수가 정신이 든 듯 샘슨에게 말했다.


“일단 문 팀장을 불러 대책을 세워봅시다. 차단기를 수리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샘슨이 통신기로 문건한을 불렀다. 문건한은 언제나처럼 무관심한 얼굴로 나타났다. 초췌해 보였지만 달관한 듯 한 표정과 말투는 변하지 않았다. 김철수가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분명 우르는 다시 공장을 공격할 거요. 고압을 더 쓰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대용량 차단기가 다 타버렸습니다. 공장이 모두 타버리는 걸 받아들인다면 한번은 가능합니다.”


“한 번으로는 안 돼요. 세 마리로도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네 마리, 다섯 마리가 올 겁니다.”


문건한이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핵 발전기까지 나가버릴 겁니다. 그럼 우린 에너지원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산소도 만들 수 없습니다.”


회의실은 정적에 빠져 침통함만이 흘렀다. 김철수가 고심을 하다 애타는 눈으로 문건한을 보았다.


“방법이 있을 것이에요.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방법을 찾아봐요. 반드시 있을 거야.”


샘슨이 김철수에게 말했다.


“가와무라 박사에게 가서 새로운 진정제를 만들라 한 번 더 설득해 보는 게 어떨까요?”


김철수가 격하게 반대했다.


“소용없어. 그 여자는 끝났어. 유 회장 앞에서 손을 들었다고 그 여자 스스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유로파에 와서 나를 따라다니며 의심하고 방해한 일밖에 없어.”


화상으로 나와 긴 침묵만 지켰던 켐젠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문 팀장이 방법이 없다면 없는 거예요. 그대로 있다간 모두 다 죽어요. 제임스 기지로 대피할 계획을 세우는 게 좋겠습니다.”


김철수가 즉시 반박했다.


“유벤타 공장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다 죽을 겁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회의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회의실의 전면 통유리 창으로 김대주와 임진우가 통제실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김철수가 귀찮은 얼굴로 내게 눈신호를 보냈다. 나는 일어나 회의실로 나가 김대주와 임진우 앞에 섰다. 김대주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정전이 두 번, 아니 세 번이나 있었어요. 직원에게 물었더니 우르를 죽이기 위해서였다고 하던데, 왜 그런 중요한 순간에 우릴 부르지 않은 겁니까? 우린 큰 사고라도 난 줄 알고 방에서 떨고 있었어요. 그 좋은 기회를 그냥 놓쳤단 말입니다.”


나는 대답을 찾느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우르가 공장으로 와 별수 없이 전기로 태워야 했습니다. 공장의 전력이 다운될 가능성이 있어 신디케이트 직원 외의 인원은 자신의 방에 머무는 게 안전했습니다.”


김대주는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다시 흥분하며 물었다.


“우르인간이라는 놈들이 공장을 포위하고 있다고 하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방금 벌어진 일의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나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에둘러 말했다.


“우르가 있는 곳에 우르인간이 있으니까요. 우르가 타 버리는 걸 보고 우르인간이 화가 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1공장의 설비들이 모두 타버렸다고 직원들이 말하던데 그건 사실입니까?”


“정전 때문에 일부 설비에 문제가 생긴 건 사실입니다. 복구할 방도를 찾고 있습니다.”


나는 회의실을 힐끔 보며 대답했다.


“그럼 유벤타 생산에 문제가 생겼겠네요?”


김대주는 공장이 날아갈 위험 앞에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유벤타 생산에 이상이 없는지 물었다. 우리가 정보를 주지 않은데다, 그것 때문에 왔으니 유벤타에만 관심을 갖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평상시의 표정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지장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김대주의 얼굴에서 갈등의 주름이 살짝 잡혔다. 이걸 지구에 알려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는 불안을 최대한 숨기며 말했다.


“회의가 끝나면 김 이사가 직접 찾아가 브리핑을 할 것입니다.”


김대주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임진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일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은데요, 나가서 우르인간을 촬영하면 안 될까요?”


“안 돼요. 너무 위험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록은 남겨야 되지 않습니까?”


임진우가 동의를 구하려는 듯 김대주를 보았다. 김대주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신디케이트와 후배의 눈치를 동시에 보려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김대주도 기자로서 후배 앞에서 뭔가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김대주가 강경하게 나왔다.


“브리핑은 뒤에 듣고, 일단은 통제실에 머물면서 상황을 봅시다. 우리도 뭔가를 알아야 지구에 알릴 수 있지 않겠어요?”


“통제실은 가장 중요한 곳이라 김 이사와 지구의 의견을 들어봐야 합니다.”


김대주가 기자 특유의 넉살을 부렸다.


“에이, 전에는 있게 했으면서 갑자기 왜 그래요?”


“그때는 신디케이트 본부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본부의 허락 같은 건 없었다. 우르가 기어 다니고 공장을 박살내게 될 줄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이다가 옳은 답이었다.


나와 김대주가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몸이 조금 흔들렸다. 컴퓨터가 지진 발생을 알렸다. 진도는 3.5이었다. 유로파에서는 보기 드문 강도였다. 불길한 예감이 덮치며 전율이 등을 타고 흘렀다. 우르인간이 지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지진이라니··· 그럼 우르가 나오겠군요.”


임진우가 흥미롭게 말했다. 이번에는 어떤 사진을 찍을지 벌써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지진이 나고 우르가 분출공까지 올라오기까지는 몇 분의 시간이 있다. 우르가 정말 분출공으로 기어 나온다면 벌어질 일은 뻔했다. 기자를 빨리 통제실 밖으로 보내야했다.


“우르가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지진도 있고 하니 빨리 복구 회의를 해야겠습니다.”


나의 태도가 오히려 의심을 강하게 했는지 김대주는 얼굴이 굳어지며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회의실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밖을 흘금거리던 김철수가 보다 못해 나왔다.


“아, 김 기자님 우리가 좀 중대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정리되면 무엇이든지 알려드리죠.”


일개 부장이 아니라 이 유로파의 최고위직인 김철수가 나와 말하자 김대주도 별 수 없었는지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통제실의 보안요원이 외쳤다.


“우르가 나왔습니다. 13, 10, 8번 분출공입니다. 어, 5번 분출공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나와 김철수의 눈은 통제실 정면의 모니터로 갔다. 나가려던 김대주와 임진우도 마찬가지였다. 회의실에 대형 모니터가 있는데도 샘슨과 클라크가 통제실로 왔다. 네 마리의 우르는 곧 몸을 구부리고 당겨 분출공을 빠져나왔다.


“네 마리라···”


김철수가 힘이 빠진 소리로 중얼거렸다. 문건한이 통제실을 나가며 말했다.


“전 차단기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문건한 마저 가버리자 정말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클라크는 힘을 내어 보안대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네 마리의 우르는 몇 백 미터의 간격을 두고 유벤타 공장으로 접근했다. 우르인간들의 얼음던지기가 더 격해졌다. 막대기와 방패를 든 우르인간들은 금방이라도 돌진해 올 것 같은 기세로 유벤타 공장 투입구의 정면에 정렬한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클라크가 통신기로 명령을 내렸다.


“우르 하나는 죽일 수 있다. 몸채찍과 얼음덩이 맞지 않기 위해 우리가 나가지는 않는다. 공장안에 엄폐해 있다 우르가 투입구에 최대한 접근해 문을 부수면 그때 진정제와 고압선 총을 쏜다.”


보안요원 하나가 물었다.


“다음 놈은 어떡합니까?”


“이전 처럼 진정제로 시간을 끌어.”


“그 다음은요?”


“진정제에 빠져 죽을 때까지 쏴.”


답이 없는 클라크가 화가 난 듯 고함질렀다. 클라크의 명령은 우르 투입구가 완전 부수어져도 좋다는 뜻이었지만 샘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르가 네 마리씩이나 나오자 샘슨은 거의 자포자기한 모습이었다.


우르들은 빠르게 접근했다. 우르 투입구 앞에서 흩어져 얼음을 던지던 우르인간들은 탱크를 따라오는 보병처럼 우르 뒤에 붙었다. 진정제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막대기와 방패를 든 우르인간들은 여전히 대열을 유지했다. 공장이 무너지면 바로 돌격해 올 모양이었다.


“대열을 유지하는 저 우르인간들을 유인원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 않습니까?”


김대주가 나와 김철수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김철수도 나도 애써 시선을 무시했다. 유벤타 공장의 위기를 직접 보고 있는 중이라 이제와 통제실에서 밀어내면 더 의심만 살 것 같았다. 나는 엉거주춤 모니터만 보았다. 김철수가 김대주에게 대답했다.


“학습하는 능력이 있습니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누구로부터 배운단 말입니까?”


“죽은 자요.”


“죽은 자?”


“뒤에 말씀드리죠.”


김철수가 말을 끊었다. 마침 첫 번째 우르가 몸채찍으로 유벤타 투입구를 내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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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휴가 등의 사정으로 잠시 연재를 쉽니다. +1 22.07.30 881 0 -
170 에필로그 +12 23.05.21 234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3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7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30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7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6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50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3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3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8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1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5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9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6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9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1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6 19 13쪽
»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7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3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1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2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4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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