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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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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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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3.05.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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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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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6쪽

16장. 죽음과 변용 (13)

DUMMY

나는 얼음기둥사이로 몸을 숨겼다. 우르인간이 날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왕복선을 타야할 시간이 오고 있고 산소량은 줄고 있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우르인간의 공격이 더 무서웠다.


우르인간이 나를 보지 않았기를 기도했다. 몇 분이 지난 후 나는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보았다. 얼음기둥과 바위위에는 어떤 생명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우르인간의 능력을 믿었다. 우르인간이 분명 나를 봤고 이제 확인하러 올 것이라는 예감은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같은 장소에 숨어 있다간 죽음이었다.


나는 내가 숨어있는 얼음기둥 무더기에서 살금살금 벗어났다. 허리를 구부리고 최대한 조용히 걸음을 옮겼지만 진동을 일으키지 않고 거친 얼음 땅을 걷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방향을 확인하며 4,5분을 더 걸었다. 김철수의 궤도차는 착륙지점에 거의 도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다간 너무 늦어지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통신기에서 김철수인지 샘슨인지 모를 비명소리가 나왔다. 나는 놀라 통신기로 그들을 불렀다.


“김 이사님, 샘슨, 무슨 일입니까? 괜찮아요?”


클라크가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빌어먹을, 개 같은··· 궤도차가 얼음바위에 맞았어.”


“예? 그럼 피해는···?”


김철수가 화난 소리로 대답했다.


“뒷부분이 절반이나 내려앉았어. 사람이 없어 다행이에요.”


이어서 샘슨과 클라크의 대화가 들렸다.


“궤도차는 우르에게서 멀어졌을 텐데 어떻게 맞췄을까요?”


“우르인간들이 궤도차를 보고 손짓발짓으로 지시를 내려주었겠지. 포병대의 관측 장교같은 역할을 했을 거야.”


“그게 말이 됩니까?”


“말이 되지 않으면 지금 얼음바위에 맞을 리가 없지 않소? 그나저나 빨리 궤도차에서 빠져나갑시다. 얼음바위를 또 던질 거요.”


셋은 서둘러 궤도차를 내리는 듯 잠시 통신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셋이 주고받는 대화가 다시 들렸다.


“이제 착륙지점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1km 정도만 가면 되요.”


“김 박사와 만났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고 우르가 왕복선을 얼음바위로 맞출 수도 있겠는데···”


“그러니 기다릴 틈이 없어요. 착륙과 동시에 이륙해야 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는 나는 다시 심장이 죄어들었다. 나는 걸음을 빨리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건 이제 김철수 일행도 나처럼 도보로 이동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클라크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셋이 궤도차에 내려 몇 십 미터 걷기도 전에 궤도차는 얼음바위에 맞아 완전히 부서졌다는 말이 들렸다. 클라크가 재촉했다.


“어디선가 우르인간이 우릴 보고 있어. 고속도로를 따라 걸으면 우리가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것 밖에 안 돼. 얼음바위속을 걸어야 돼.”


김철수와 샘슨에게 하는 클라크의 말이 내게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얼음바위와 기둥들 아래로 몸을 숨겨 GPS에 의존해 목표지점으로 나갔다. 목표지점까지는 이제 몇 백 미터 남지 않았다. 지형이 살짝 높아지며 얼음바위 무더기들이 앞을 막았다. 나는 얼음바위들 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바위사이의 틈은 아무래도 아래가 좁고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법이다. 그러다보니 얼마 지나자 나도 모르게 얼음바위들의 중턱 높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내 쪽을 보고 있을지도 모를, 어쩌면 나를 뒤쫓고 있을지도 모를 우르인간들이 나를 발견했을까 걱정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얼음바위 무더기가 거의 끝날 때 쯤 드디어 목표로 했던 얼음기둥들의 횡렬이 나타났다. 거리는 백 미터 정도였고, 현재의 내 위치와 얼음기둥들 사이에는 지형이 조금 낮아지며 내 키 정도의 얼음바위들이 흩어져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크레바스 지형이었다. 바위와 바위 사이는 온통 크레바스 일 것이다. 크레바스도 위험했지만 이 유로파에서는 평야라고도 할 수 있는 지형이라 몸을 감출만한 것이 없어 불안했다. 하지만 회피할 시간도, 길도 없었다.


나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발밑을 보며 왼쪽으로 나갔다. 얼음기둥 횡렬의 왼쪽 끝을 돌면 착륙지점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통신기에서는 별다른 잡음이 없었고 간간히 고통을 참고 걷는 샘슨의 낮은 신음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통신기의 잡음이 없다면 우르에게서 멀어졌다는 말도 되고 얼음기둥 횡렬까지는 이제 백 미터도 남지 않아 자신감이 들었다.


절반정도 왔을 때 주먹 두세 배만한 얼음덩이가 내 어깨를 스치며 바로 앞의 얼음바위에 맞았다. 우르인간이었다. 나는 뒤를 보지도 않고 바닥에 엎드렸다. 곧 십여 개의 얼음덩이가 내 앞과 옆의 얼음바위로 날아들었다. 머리라도 들었다간 그대로 맞을 것 같았다. 나는 낮은 포복으로 정신없이 기어 얼음바위 뒤로 숨었다. 그리고는 엄폐가 될 만한 얼음바위를 찾아 무릎으로 기어 몸을 숨겼다. 옆으로 맨 예비산소통이 말할 수 없이 거추장스러웠다.


시간이 지연되었기 때문인지 손목의 산소게이지는 노란색으로 바뀌어 있어 예비산소통을 버릴 수도 없었다. 메뚜기처럼 얼음바위와 바위 사이로 몸을 숨기며 가는 식으로는 우르인간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곳곳에 있는 크레바스를 피해 가느라 진척은 더 느렸다.


긴장으로 입이 말랐지만 얼음덩이가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 것이 위안이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얼음기둥 횡렬 쪽으로 접근했다. 결국 2,3십 미터 앞 지점까지 와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이 든 순간 바로 앞의 얼음바위 위에 우르인간이 나타났다. 내 눈과 우르인간의 눈이 마주쳤다.


인간과 같은 눈동자가 아닌 유동성이 있는 둥근 살덩이가 내게 고정되었다. 몇 초간의 정지, 그 동안 심장이 멈춰선 것 같았다. 뭔가 무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내가 가진 물건은 예비산소통 뿐이었다. 나는 슬그머니 예비산소통의 끈을 풀었다.


우르인간이 훨쩍 뛰어 올라 나를 덮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예비산소통을 당겨 우르인간의 머리통을 향해 휘둘렀다. 우르인간의 손이 내 목에 닿았지만 잠시 동안이었다. 산소통에 가격당한 우르인간의 머리가 꺾이며 뒤로 털썩 쓰러졌다. 나는 다시 산소통으로 내리 찍어 우리인간의 머리를 찌그러뜨렸다.


우르인간이 이 하나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왔던 길을 따라 얼음 바위들 위에 수십 명의 우르인간들이 서 있었다. 그들과의 거리는 수십 미터, 그들 모두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나는 예비 산소통을 들고 목표했던 얼음기둥을 향해 뛰었다. 내가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얼음기둥 너머에서 클라크 일행을 만나 도움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아득한 희망이 있었을 뿐이었다.


얼음기둥 가까이에 갔을 때 우르인간이 등을 덮쳤다. 나는 앞으로 쓰러지며 몸을 돌려 무작정 산소통을 휘둘렀다. 운 좋게도 산소탱크가 우르인간의 머리를 때렸다. 우르인간은 내게서 굴러 떨어졌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얼음기둥의 횡렬을 향해 뛰었다. 작은 크레바스는 그대로 뛰어 건넜고 조금 커다 싶으면 옆으로 돌아가야 했다.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우르인간이 내 옆까지 뛰어와 산소탱크를 잡았다. 산소탱크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안 것이다. 나는 산소통을 휘둘러 우르인간을 뿌리치려했지만 먼저 산소통을 잡은 우르인간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나는 산소통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나는 몸을 구부려 얼음덩이를 집어 들어 우르인간의 머리를 내리쳤다.


거리가 있어 머리를 직접 가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음 공격을 막는 견제효과는 있었다. 우르인간이 멈칫하는 틈을 타 나는 얼음덩이를 쥐고 계속 앞으로 달렸다. 가장 왼쪽의 얼음기둥을 돌자 가려져 있던 얼음기둥이 나타났다. 나는 계속 얼음기둥 끝을 따라 달렸다.


얼음기둥의 밀도는 낮아지다 듬성듬성 서있게까지 되었다. 내 키 두세 배만한 얼음바위들이 그 사이에 있었다. 그 얼음바위 사이로 대략 백 몇 십 미터 거리로 고속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클라크와 김철수의 모습이 얼음바위 위로 잠시 보였다가 바로 얼음바위에 가려져버렸다.


그들은 착륙지점을 앞두고 그들은 켐젠과 교신을 하고 있었다. 도와 달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교신을 방해해서는 안되는 생각에 다시 삼켰다. 싸우느라 산소를 많이 사용해서일까! 산소게이지는 어느새 빨간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산소를 아끼기 위해 숨을 참고 계속 달렸다. 얼음바위와 얼음기둥들 하나하나가 장애물이었다. 그런 상황에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숨을 쉬면 참았던 것까지 한 번에 몰아쉬게 되어버렸다. 우주복의 컴퓨터가 산소부족 경고음을 내었다. 마음이 더 급해졌다. 그래도 바위 사이로 고속도로가 보인다는 게 희망이었다. 우르인간에게서 몸을 감추기 위해 얼음바위 사이로 들어가는 순간 위에서 우르인간이 뛰어내렸다.


나는 그 힘에 밀려 얼음바위를 기대고 주저앉고 말았다. 우르인간은 내 헬멧을 붙잡아 돌리려했다. 잠금장치에 걸려 헬멧은 벗겨지지 않았다. 우르인간도 그것을 안 모양으로 몸을 숙여 내 목을 다시 움켜잡고 잠금장치를 잡았다. 내가 얼음덩이로 우르인간의 머리를 가격했지만 우르인간은 머리를 젖혀 내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또 한명의 우르인간이 옆에 뛰어내려 얼음덩이를 쥔 내 팔을 잡았다.


한명도 벅찬데 두 명의 우르인간에게 잡혀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내 팔을 잡았던 우르인간이 위로 끌려 올라가며 멀리 내던져져버렸다. 나는 그 틈에 잠금장치를 돌리려는 우르인간의 손목을 잡았다. 순간의 힘 겨루기였지만 내가 이길 리 없었다. 잠금장치가 돌아간다고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 뛰어내리며 번개처럼 우르인간의 팔을 잡아 꺾은 뒤 몸을 들어 얼음바위 너머로 던졌다.


나는 그 힘에 놀라며 주저앉은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려다보는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산소가 다해 유로파의 얼음 속 어딘가에 쓰러져 있어야 할 장영이었다.


“어떻게 당신이···?”


“우르인간 투성이에요. 어서 착륙지점으로 가요.”


“하지만 어떻게···”


장영은 대답하지 않고 내 팔목의 산소게이지를 힐끔 보았다. 산소게이지의 색깔은 붉다 못해 자주빛이었다.


“그 양으로는 1분도 못 가겠네요.”


장영이 자신의 우주복에서 빠르게 산소통을 떼어내었다.


“산소통을 교환할 테니 잠시만 숨을 멈춰요.”


“그러지 말아요. 장영은 어떡하려고···”


장영은 나의 만류를 무시하고 번개처럼 산소통을 교체했다. 장영은 산소통이 있던 자리는 비어둔 채 배시시 웃었다. 충격이 번개처럼 머리를 지나갔다.


“그럼··· 장영··· 당신은···”


“그래요. 난 재단이 만든 안드로이드에요. 휴먼식스죠.”


“휴먼식스··· 그럼 마크도···”


“그래요. 마크도 안드로이드로 나와 같이 휴먼식스에요.”


장영은 웃음을 지으며 헬멧을 벗었다. 통신기에서는 잡음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우르가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휴먼 식스는 인간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안드로이드에요. 하지만 약점이 하나 있었어요. 지구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유로파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피부의 내구성이 문제였어요. 인간과 구별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표정변화와 피부질감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오래가지 않았죠. 하지만 휴먼세븐에서는 그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했더군요.”


장영이 안드로이드라니··· 내 가슴이 내려앉았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어, 하지만 어떻게··· WHO의 방역관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유로파에 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재단이 WHO을 설득했어요. 인간과 같이 간다면 극한의 환경에 피부를 노출할 일이 없으니까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기능을 실험하기에는 최상의 기회였죠.”


잡음이 심해지며 장영의 말까지 소리가 작아졌다.


“신디케이트는 어디까지 알고···”


“합병을 논의 할 때 유 회장에게만 말했죠. 방역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안드로이드라고요··· 그만큼 완벽한 로봇이 이미 활약하고 있다고요. 아마도 유 회장이 합병을 결심한 요인 중 하나였겠죠.”


“어떻게 여기까지···”


“우르와 휴먼에이트의 결합은 재단으로서도 충격이에요. 안드로이드의 인공지능과 우르의 생체세포들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성했는지 조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죠. 마크가 그 단서가 될 수 있는데··· 마크가 결합되어 있다고 의심하는 우르를 따라오다 통신기를 통해 여러 얘기를 듣고 이곳으로 온 거예요.”


장영의 설명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박혔다. 안드로이드에 끌린 인간···, 그리고 그 안드로이드에 의해 생명이 구해진 인간··· 장영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너무 시끄럽네요. 음악소리까지 들려요. ‘죽음과 변용’이네요.”


나는 귀를 기울였다. 잡음 속에서 아주 작지만 분명한 관악 소리가 들렸다. 문건한이 듣던 ‘죽음과 변용’이었다. 그렇다면 문건한은 자신의 원했던 대로 우르로 살아난 게 아닌가! 장영이 재촉했다.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해요. 주위가 다 우르인간이에요.”


“하지만 장영은···”


난 아직도 장영을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고 싶었다. 장영이 배시시 웃었다.


“지금 당장은 우르와 우르인간을 피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내 에너지가 떨어지면 나 또한 우르와 결합되겠죠. 하지만 그건 죽은 게 아니잖아요? 안드로이드에게 죽음이란 건 작동의 멈춤에 불과한 것이니까···”


장영이 어조가 급하고 강해졌다.


“빨리 왕복선이 내리는 곳으로 가요. 빨리요.”


잡음 속에서 김철수의 말이 단속적으로 들렸다.


“김 박사, 어디까지 왔어요. 그리고 누구와 얘기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하늘에 점이 나타났다. 나는 간단히 착륙지점이 보이는 곳에 있다고 대답했다. 내 말이 들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장영이 재촉했다.


“우르가 오고 있어요. 지금가지 않으면 늦어요. 빨리 뛰어요.”


장영을 향해 얼음덩이가 날아왔다. 장영은 어떻게 알았는지 얼음덩이를 보지도 않고 가볍게 머리를 숙여 피했다. 내 옆으로도 얼음덩이가 떨어졌다. 이대로 있는 건 나뿐만 아니라 장영에게도 위험했다. 나는 몸을 바로 세워 곧장 착륙지점을 향해 뛰었다. 마치 얼음의 바다로 뛰어드는 기분이었다.


나는 장영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인간이 로봇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관념이 머리에 박혀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생각하면 참으로 미안하고 후회스러울 뿐이다. 나는 얼음바위 무더기를 넘기도 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달리기도 했다.


우르인간이 던지는 얼음덩이 하나가 내 등에 직통으로 때렸지만 나는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착륙지점에 내려앉고 있는 왕복선이 보였을 뿐이었다.


김철수가 제일 먼저 왕복선에 올랐고 가장 마지막에 오른 클라크는 해치를 닫지 않고 나를 기다려 주었다. 나를 따라온 우르인간들이 던진 얼음덩이 두세 개가 왕복선 선체에 맞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결사적으로 왕복선의 사다리를 올랐고 클라크가 내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왕복선의 이륙과 클라크가 해치를 닫는 것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나는 유로파를 떠났다. 영웅이 아니라 도주자로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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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4 28 9쪽
»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3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7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9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7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6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50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3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3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8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1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5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9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6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9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1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6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6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2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1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2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4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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