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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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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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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3.03.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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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1쪽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DUMMY

공격조가 퇴각하자 통제실에는 이전보다 더 큰 침잠함에 빠져들었다. 저 거대한 생물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근심만이 아득히 밀려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우르는 통제실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한 번의 움직임으로 백 미터씩 접근해왔다.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리는 광경이었다. 클라크도 위축되었겠지만 대장답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명령하기 시작했다.


“2조는 우르용 진정제로 우르를 제압하라. 투입구 방어를 맡은 조도 합류해. 진정제를 쏟아 부어. 레이저 총 요원들은 빨리 재충전을 해라. 진정제에 멈추면 레이저로 조금이라도 잘라내 버려.”


우르에서 잘려나간 조각은 우르인간이 되거나 스스로 움직여 원래의 몸에 붙겠지만, 클라크는 어떡하던 시간을 지연시켜 반격의 실마리를 찾으려했다. 클라크의 명령에 보안요원들이 재빠르게 유벤타 공장을 나갔다. 보안요원들은 몸을 낮추고 공장 앞의 확 터인 지대를 달려 주 도로 양옆에 있는 얼음바위 뒤에 숨었다. 그리고는 진정제를 연발 사격했다.


진정제를 맞은 우르들의 동작이 느려졌다. 두 번째 우르는 몸을 접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얼음에 반사되는 목성의 빛 속에서 30여 미터의 높이로 굽어있는 우르의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르인간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우르의 몸에서 솟아 나온 우르인간은 이제 척 보기에도 3백 명은 되어보였다. 그들은 연신 얼음을 던지며 우르를 엄호했다. 진정제와 얼음덩이들이 유로파의 얼음 위에서 교차되어 날아갔다. 진정제에 맞아 무릎이 휘어지며 주저앉은 우르인간과 얼음에 맞아 뒤로 물러서는 보안요원들이 영화 장면처럼 엇갈리며 눈에 잡혔다.


대기를 찢는 비명이나 단말마, 죽어가는 자의 신음 같은 것은 없었다. 얼음덩이에 맞은 보안요원들의 욕이 가끔씩 들렸을 뿐이었다. 그래서 거대한 우르가 배경에 없었다면 어린아이들이 환상의 얼음 나라에서 장난치는 영화의 장면이라고 할 것이다.


클라크는 연신 부하들의 이름을 부르며 격려했다. 하지만 눈의 초점은 오직 세 마리의 우르에게 가있었다. 우르는 그 존재만으로 이 미칠 것 같은 정적의 전투를 지배했다. 날아오는 얼음덩이를 보면서도 혹시나 우르가 갑자기 움직이며 몸 채찍을 내리치지 않을까 걱정해야했다.


관객은 단연 목성이었다. 웅장하게 소용돌이치는 기류로 소리 없는 환호를 지르며 무음의 전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음기둥과 바위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무관심을 가장하면서 얼음 조각이라는 걸 떼어다 놓아 우르인간들을 도와주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렇게 얼음기둥과 바위가 미워질 만큼 싸움은 유리하지 못했다.


진정제는 연발로 발사되었고 보안요원 한 명당 두,세 정의 총을 가졌지만 수적인 열세는 곧 눈에 띄게 드러났다. 우르인간들은 양손으로 번갈아 얼음덩이들을 던졌다. 거기에 진정제에 마비되었던 우르인간마저 꿈틀거리며 정신을 차리려하자 클라크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2번 에어록의 3조, 정문 에어록 4조도 모두 우르 투입구 쪽으로 가라!”


곧 보안요원들이 우르 투입구 쪽으로 합세했다. 이제는 거의 70명에 육박하는 숫자였다. 나는 통제실에 있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한명이라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김철수에게 슬쩍 말했다.


“나는 보안요원을 지원하러 가야겠습니다.”


김철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김 박사는 통제실에 있다가 그 놈의 기자가 들어오면 잘 커버해요. 아예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면 더 좋고.”


그러고 보니 김대주와 임진우는 이 난리 통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지구에 보낼 기사와 영상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별 수 없이 다시 모니터에 눈을 고정시켰다. 우르인간들은 얼음을 던지며 조금씩 접근했고 보안요원들은 그 만큼 뒤로 밀렸다. 얼음덩이에는 맞아도 죽지 않지만 엉겨 붙었다가 헬멧이 벗겨지면 인간은 끝장이었다. 클라크는 입이 마르는 것 같았다.


“백병전이 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해.”


클라크가 잔소리하듯 연거푸 말했지만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장 앞선 우르의 몸에서 꿈틀거림이 있었다. 마비가 풀리고 있는 것이다. 우르에게 주입되었을 그 엄청난 양의 진정제도 길게 가지 않는 것 같았다.


“첫 번째 놈에게 진정제를 집중해.”


클라크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우르가 몸을 한번 접었다가 그대로 뻗었다. 첫 번째 우르는 순식간에 앞으로 백 미터를 뻗어 나와 모든 우르인간들을 앞섰다. 우르는 그대로 엄폐물이 되었다. 보안요원들이 쏘는 모든 진정제는 모두 우르의 몸에 꽂혔다. 그 틈에 우르인간들은 어떤 저항도 받지 않고 백 미터를 더 전진 할 수 있었다. 클라크가 우르를 탱크에 비유한 이유가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샘슨이 한숨을 쉬었고 김철수는 작게 혀를 찼다.


첫 번째 우르는 진정제를 집중적으로 맞고 다시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자 두 번째 우르가 앞으로 나섰다. 두 번째 우르는 주 도로 옆의 얼음바위들을 가볍게 넘어 선두에 나선 뒤 다시 한 번 더 몸을 접었다 뻗었다. 우르인간들이 그 뒤에서 앞으로 전진 했다. 그만큼 유벤타 공장과 우르인간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앞에 나온 두 번째 우르를 쏘란 말이야!”


클라크의 호령에 진정제가 두 번째 우르에게 집중되었다. 두 번째 우르가 마비되자 세 번째 우르가 1번 분출공까지 와 엄폐물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제는 유벤타 공장과 우르와의 사이에는 거친 분출공지대가 없었다. 인간이 평탄하게 깎아 놓은 얼음 대지 뿐이었다. 그 땅 가운데로 우르인간과 우르가 진격하고 있는 주 도로가 달리고 있었다. 우르를 운반하는 궤도차가 다녔던 그 도로는 이제 우르와 우르인간의 진격로가 될 참이었다.


그 사이 가장 뒤에 있던 첫번째 우르가 꿈틀대며 몸을 움직였다. 깨어난 첫 번째 우르는 서둘지 않았다. 우르는 그들 소유의 얼음 땅을 향유하듯 천천히 몸을 접었다 뻗으며 잠시 마비되어 있는 두 우르를 지나 유벤타 공장으로 다가왔다.


그 앞뒤와 양옆으로 우르인간들이 산개해 따라왔다. 발에 걸리는 얼음 조각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지만, 우르 보다 앞선 우르인간은 진정제의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우르인간에게 이제 진정제는 잠깐의 마비를 일으키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보안요원들은 유벤타공장 바로 앞까지 밀렸다. 샘슨이 침을 삼키며 클라크에게 말했다.


“우르가 접근해 문을 부수면 끝장이에요. 몸채찍이 공장에 닿지 않는 범위에서 막아야 합니다.”


클라크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샘슨을 힐끔 본 후 명령을 내렸다.


“고압선을 준비해.”


고압선의 길이가 백 미터이기에 미리 준비하려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문건한은 고압선을 따라 나서지 않았다. 차단기가 파괴되었을 때 조치하기 위해서였다.


고압선과 연결된 총을 든 보안요원이 공장 밖으로 나갔다. 우르가 고압선의 길이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보안요원들이 우르가 더 접근하길 기다리는 동안 우르인간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얼음덩이가 사방에서 보안요원들에게 날아들었다. 적어도 느끼기에는 그랬다. 보안요원들은 진정제로, 또 간간히 레이저 총으로 대응했다.


때로는 화염탄을 쏘기도 했다. 화염탄에 맞은 우르인간은 불길에 휩싸였지만 진공에서 불길은 몇 초가지 않았다. 불길은 곧 꺼졌고 타다 남은 우르인간은 옆의 우르인간과 합쳐졌다. 수는 줄었지만 원래보다 더 커진 우르인간은 그만큼 더 세고 빠르게 얼음을 던졌다. 어떤 방법으로도 죽지 않는 적에 보안요원들의 사기는 떨어졌다. 클라크는 재빨리 그걸 알아챘다.


“지금 후퇴하면 다 죽는다. 끝까지 버텨.”


클라크는 부하들에게 그렇게 말한 후 샘슨과 김철수에게 말했다.


“우르 두 마리는 고압으로 죽인 후 나머지 한 마리와 우르인간들은 공장 안으로 끌여들여 태워버립시다.”


“우르를 공장안으로?”


“반쯤이라도, 아니 반에 반이라도 태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


“저 큰 놈을 어떻게 공장안으로 들인단 말이요? 공장이 다 뭉개질 거예요.”


“지금 와 공장을 온전히 지킨다는 생각은 마오.”


“무슨 소리요. 공장이 무너지면 인류도 무너지는 겁니다.”


샘슨이 반발했지만 클라크는 다시 모니터쪽으로 눈을 돌린 후 더 상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에서 샘슨도 공장이 파괴될 각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우르가 공장 앞까지 왔다. 우르인간은 더 격렬하게 얼음을 던졌고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 정확도도 높아졌다.


“우르용 진정제를 첫 번째 놈에게 집중해.”


클라크의 명령이 떨어지자 진정제가 쏘여지고 우르의 행동이 느려졌다. 그러나 우르는 그대로 당하지만은 않았다. 몸이 느려지면서도 보안요원들을 향해 몸채찍을 휘두른 것이다. 다행이도 몸채찍도 속도가 떨어져 날렵한 보안요원들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안요원의 대열이 흐트러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 틈에 우르인간들은 공장에 더 가까이 왔다. 첫 번째 우르가 잠깐 마비되는 걸 보자 클라크가 급하게 명령했다.


“고압선이 달린 총을 쏴.”


보안요원이 자세와 방향을 잡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우르인간들이 던진 얼음덩이가 소나기처럼 보안요원에게로 날아왔다.


“빌어먹을. 저놈들이 이전에 당한 걸 기억하고 있어.”


김철수가 외치는 사이 보안요원이 얼음덩이에 집중적으로 맞아 고압선이 달린 총을 빗나게 쏘고 말았다. 고압선의 끝부분은 우르를 살짝 벗어나 우르인간들이 있는 얼음 땅위에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얼음기둥이나 바위가 없는 지역이라 그런 것에 박히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내 입에서는 비명이 나왔고 샘슨과 김철수도 마찬가지였다. 클라크가 통신기에 대고 정신없이 소리쳤다.


“전기를 넣지 마. 빨리 선을 당겨. 빨리.”


고압선을 감는 윈치가 돌아가고 그것도 모자라 보안요원들이 달려들어 고압선을 미친 듯 당겼다. 길이가 백 미터인 고압선이 보안요원 쪽으로 다시 당겨지는 듯 했지만 선이 길어 시간이 걸렸다. 근처의 우르인간들이 달려들어 선을 붙잡았다. 우르인간들은 확실히 이전의 실패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아는 것 같았다. 우르인간들도 필사적으로 선을 당겼다. 목성 아래서 기묘한 줄다리기가 벌어진 것이다.


“선을 잡은 놈들을 향해 진정제를 쏴. 아끼지 말고 모두 쏴.”


클라크가 흥분해 소리쳤다. 줄을 잡지 않은 보안요원들 모두가 줄다리기를 하는 우르인간들에게 진정제를 쐈다. 우르인간들도 얼음덩이를 던져 견제했지만 줄은 당기던 우르인간들은 진정제에 맞아 마비된 덕에 줄을 감는 윈치는 다시 돌아갔다. 고압선은 빠르게 감겼다.


그러나 두 번째 우르가 몸채찍의 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첫 번째 우르와 고압선에 정신이 팔려있어 누구도 두 번째 우르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앗’하는 순간 두 번째 우르가 날린 몸채찍이 유벤타 공장의 우르 투입구 앞에 떨어지며 두 개의 광파발생기 탑을 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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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4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3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8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30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8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6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50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4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3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9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2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5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60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7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9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1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7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7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3 15 14쪽
»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2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2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5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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