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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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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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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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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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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48-이변(6)

DUMMY

“뭐, 뭐야?”


민아는 저도 모르게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생각지도 못한 창식의 변이.

민아는 곧바로 대응반에 에스퍼가 발생했다고 신고하고는 계속해서 창식의 집안을 살펴보았다.


당장 대응반에서 나온 그녀가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 창식아.”

“엄마! 다가오지 마.”


창식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려는 어머니를 제지하고는 변기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설마 그 약이 정말로 사람을 에스퍼로 만드는 약이었던 걸까.


그것 외에는 그가 이 나이에 갑자기 에스퍼로 변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약이 원인이라는 것은 정황상 거의 확실해 보였다.


고개를 힘없이 바닥으로 떨구고 몸을 벌벌 떨던 그는 손을 들어 어머니에게 손짓했다.


“엄마, 아까 내가 먹었던 영양제···그거 당장 버려.”

“창식아, 너 지금 그게 중요하니? 너 몸부터 어떻게···.”

“당장 버리라고! 그 약 아무도 먹지 못하게 확실히 버려.”


펑!


그의 분노와 함께 몸에서 터져 나온 시퍼런 번개 줄기가 세면대 옆 선반을 완전히 박살을 냈다.


그것을 본 그의 어머니는 공포와 걱정이 함께 뒤섞인 얼굴로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약병이 있는 부엌 쪽으로 사라졌다.


“혀, 형. 설마 그거···.”

“창식아, 너 괜찮은 거냐?”

“잠깐 나 생각해야 하니까 말 시키지 말아 봐요. 위험하니까 저 멀리 좀 떨어지시고.”


그는 가족들을 뒤로 물리고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며 날뛰는 번개를 겨우겨우 붙잡았다.


‘어떡하지? 이 사실을 들키면 곧바로 붙잡혀 갈 텐데···.’


그는 이미 들켰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속 생각했다.


‘어떻게든 숨어 살아야 해. 절대 격리 지구에 갈 수는 없어.’


격리 지구의 열악한 상황을 아는, 심지어 사냥꾼들마저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창식은 얌전히 자수할 생각이 없었다.


“엄마. 지하실 좀 비워줘.”

“아, 알겠어 창식아. 조금만 기다려 봐. 여보, 나 좀 도와줘요.”

“잠깐잠깐. 뭘 어떻게 하려고?”


창식의 동생이 지하실을 정리하려는 부모님의 팔을 붙잡아 만류했다.


“설마 지하실에 숨겨주려는 거 아니지? 그건 안 돼.”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니?”

“숨겨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그때는 어떡하려고? 우리 다 감옥 가는 거야!”


부모님에게 소리 지르며 창식을 가리키던 동생은 어쩌다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피했다.


서슬 퍼런 한 쌍의 눈빛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동생은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 다시 소리 질렀다.


“아, 아니야? 형은 관리국 소속이니까 제일 잘 알 거 아니야! 에스퍼를 숨겨준 가족들이 어떻게 됐는지! 그렇게 되면 나는 직장에서도 잘릴 거라고!”

“애! 조용히 좀 해! 다른 집에서 다 듣겠어!”

“무슨 상관이야! 아니, 오히려 들었으면 좋겠어! 나, 이제 좀 자리도 잡고 안정되려고 하고 있었는데 형이 좀 양보해줘야 할 거 아니야!”

“양보? 너 지금 양보라고 했냐?”


분노에 집어 삼켜진 창식은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 밖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왔다.


“오, 오지 마!”

“둘 다 진정하렴!”


그의 어머니는 두 아들 사이로 끼어들며 가로막았다.


“엄마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응?”


불안에 떨면서도 어떻게든 두 아들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따뜻한 눈길.

창식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물러나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겨우 진정한 그에게 다시 날아드는 가시 박힌 한 마디.


“형, 우리를 생각한다면 얌전히 자수하자.”


번쩍.


시퍼런 번개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와 동생의 가슴팍을 뚫고 지나갔다.


“아, 안 돼!”

“창수야!”


창식의 아버지는 쓰러진 아들에게 뛰어가 상태를 살폈다.


번개에 맞은 아들은 심장 마비가 온 상태.

아버지는 곧바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불렀다.


“하, 하하. 이제 다 끝났어.”

“창식아, 괜찮아! 괜찮으니까 구급차가 오기 전에 지하실에 가서 숨어 있으렴. 알겠지?”

“그놈들이 바보인 줄 알아요? 쟤 상태를 보면 바로 에스퍼 때문인 걸 알 텐데 숨어서 무슨 의미가 있어요!”


흥분한 창식은 초능력을 주체하지 못했고 다시 번개가 뛰쳐나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악!”

“여보!”

“어, 엄마!”


번개에 스친 어머니까지 쓰러지자 창식은 더더욱 당황했고 초능력은 이성 잃은 황소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냉장고에 번개가 꽂히자 건물 전체가 정전되어 환했던 집안은 한순간에 어둠에 삼켜졌고 창식의 몸에서 튀어나오는 스파크만이 어두운 집을 간간이 밝혀주고 있었다.


“창식아! 어떻게 좀 해 봐!”

“으으으으으!”


창식의 가족이 그의 초능력에 정신을 빼앗긴 사이 그림자 하나가 담벼락을 넘어와 마당을 가로질러 빠르게 다가왔다.


챙그랑!


마당쪽 유리창을 깨고 뛰어든 것은 민아.


민아는 기다란 나무 각목 끝으로 창식의 가슴을 퍽 찍고는 그대로 밀어 부엌까지 그를 밀어 보냈다.


“빨리 사람들 데리고 나가요!”


민아가 고함을 지르자 멍하니 있던 창식의 아버지가 두 사람을 질질 끌어 마당으로 나간 뒤 아내의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


“한민아!”


자신을 밀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챈 창식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의 손끝에서 발사된 푸른 번개.


민아는 재빨리 뒤로 몸을 젖혀 간발의 차로 번개를 피해냈고 그대로 백 텀블링해 바닥에 착지했다.


번개를 보고 피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보고 반응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였으니까.


그녀가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받아온 훈련과 에스퍼들과의 실전 경험 두 가지 때문.

그의 손가락이 들어 올려지는 것을 보고 몸이 반응해 피해낸 것이었다.


민아는 당황하며 손을 거둬들이는 그에게 달려가 각목을 휘둘렀다.


퍽!


“으윽!”


허벅지를 가격당한 창식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고 민아는 각목을 한 번 더 휘둘러 그의 등을 내리찍었다.


강렬한 고통을 느낀 그의 몸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또다시 번개가 터져 나왔고 민아는 이번에도 겨우겨우 피해내며 창식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엎어진 그의 뒤통수를 각목으로 눌렀다.


“한민아···그동안 나를 쫓아다니던 게 너였어?”

“그래, 이 개새끼야.”

“···엄마는, 동생은?”


그는 그녀에게 가족의 상태를 물었다.


조금 흥분이 가라앉은 듯 그의 몸에서 더는 위협적인 번개 줄기가 쏘아지지 않았고 미약한 스파크만이 이따금 튈 뿐이었다.


“네 어머니는 괜찮은 거 같아. 네 동생은 모르겠고.”

“···이런 말 하는 거 이상한 거 알지만 네가 내 동생을 좀 도와줘. 아버지 말고 심폐소생술에 익숙한 네가 대신해 줬으면 좋겠어.”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아무 짓도 안 할게. 도망가지도 않을 거고, 여기 가만히 있을 테니까, 부탁이야. 제발.”


그녀는 바닥에 엎어진 창식과 마당 쪽을 번갈아 보았다.


한쪽은 반장님을 그렇게 만든 원수, 다른 한쪽은 생명이 위험한 일반인이자 원수의 가족.


민아는 증오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창식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이미 체념했는지 온몸에 힘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고 더는 스파크도 튀어나오지 않고 있었다.


민아는 그에게 조용히 경고하는 어조로 말했다.


“여기 가만히 있어.”


그녀는 그를 계속 경계하며 각목을 내려놓았으나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민아가 열심히 창식의 동생을 살리고 있던 그때 대응반과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이 창식의 어머니와 동생을 싣고 나가는 사이 집 안으로 돌입한 대응반 대원들은 곧장 창식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가 이내 총구를 내렸다.


부엌에 기대고 앉은 그의 얼굴에서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반항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본 대원은 총을 쏘는 대신 작은 쇳덩이를 하나 집어 던졌다.


창식의 옆에 툭 떨어진 작은 쇳덩어리.

그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그대로 눈을 감았다.


수면 가스탄.

테이저건이 통하지 않는 에스퍼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


가스를 들이마신 창식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기절한 채로 유치장에 갇혀있던 창식은 두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들여 보내주세요.”

“안 돼. 일반인은 못 들어가.”

“선배, 어떻게 안 되겠어요?”

“미안하지만 규정은 규정이야.”


멍한 그의 귀로 들려온 것은 한민아의 목소리.


자신의 뺨을 짝짝 때려 정신을 차린 그는 매직미러 너머라 보이지는 않지만, 민아와 실랑이를 버리고 있을 조장에게 말했다.


“들여보내.”


잠이 덜 깬 듯 혀가 살짝 꼬부라진 창식의 목소리에 잠시 생각하던 조장이 입을 열었다.


“규정상 일반인은 못 들여보냅니다.”

“대응반장의 허가가 있으면 말이 다르잖아. 안 그래?”

“곧 옷 벗으실 겁니다.”

“그 말은 아직 내가 반장직에서 안 잘렸다는 말이잖아. 들여보내라고.”


조장의 짧은 한숨과 함께 문이 열리며 민아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때, 이제 기분이 좀 좋아?”


유치장에 갇혀 헛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가만히 보던 민아가 짧게 대답했다.


“어.”

“들어오려 한 이유가 뭐야?”

“조철희 반장님, 네가 그렇게 했어?”

“아니.”

“사실대로 말해.”

“정말이야. 내가 한 게 아니야.”

“녹음되고 있을까 봐 거짓말하는 거야?”

“아니, 어차피 격리 지구로 끌려갈 텐데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어.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 녀석을 공격한 건 맞지만, 나는 그 녀석 털끝도 못 건드려봤어. 오히려 나가떨어진 건 내 쪽이라고.”


그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민아는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러면 반장님을 그렇게 만든 건 누구야?”

“네 오빠, 그리고 그 친구.”

“관리국장은?”

“하 씨, 그건 또 어떻게 아는 거야? 뭐, 말해도 상관없겠지. 맞아. 관리국장도 같이 있었어. 그 인간이 지시한 일이고. 이제 됐어?”

“더 숨기고 있는 건?”


창식은 고개를 저었다.


“내 동생은 어떻게 됐어? 엄마는?”

“두 사람 다 생명에 지장은 없다는 거 같아.”

“그래···그렇단 말이지. 불행 중 다행이네.”


힘없이 말한 그는 민아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는 무언가 말하려고 망설이듯 입을 우물거리다가 한 마디를 툭 내던졌다.


“고마워.”


민아는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뭐라고?”

“고맙다고. 되돌릴 수 없는 짓을 저지를 뻔했어. 동생을 살려줘서 고마워.”


그의 감사에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던 민아가 돌아간 뒤, 밖을 지키던 조장이 방독면을 쓴 채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수면 가스탄.


“이송되는 건가? 격리 지구로?”

“네, 아마도요.”


창식은 또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에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공간이었다.


당황한 그는 일어나 손을 더듬었고 곧 자신이 갇힌 곳이 아주 좁은 상자 내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자 밖에서 들려오는 건 모터보트가 연상되는 커다란 엔진음.

그는 탈출하려고 능력을 쓰며 발버둥 쳤으나 전기를 내뿜는 것 빼면 평범한 인간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허허, 일어났나 보군 대응반장. 아니, 참. 이제는 대응반장이 아니지.”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관리국장의 목소리.


자신의 운명을 어렴풋이 깨달은 창식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 씨발.”

“자네에게 악감정은 없네만, 혹시나 해서 말이야. 그 알잖아? 잃을 게 없는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거.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네가 격리 지구에 가기 전에 무슨 말을 할지 모르지 않나. 내 마음 이해할 거라 믿네.”

“좆까, 개새끼야.”


다시 들려오는 국장의 허허거리는 기분나쁜 웃음소리.


욕설을 담은 그의 마지막 한마디를 끝으로 창식을 담은 상자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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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047-이변(5) 24.04.18 7 0 12쪽
47 046-이변(4) 24.04.17 8 0 12쪽
46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9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43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24.04.10 9 0 13쪽
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9 0 13쪽
41 040-트리니티(2) 24.04.02 8 0 12쪽
40 039-트리니티(1) 24.04.01 9 0 14쪽
39 038-터널(6) 24.03.27 8 0 11쪽
38 037-터널(5) 24.03.25 9 0 12쪽
37 036-터널(4) 24.03.22 9 0 12쪽
36 035-터널(3) 24.03.21 10 0 13쪽
35 034-터널(2) 24.03.20 9 0 12쪽
34 033-터널(1) 24.03.19 9 0 12쪽
33 032-신입(3) 24.03.14 11 0 12쪽
32 031-신입(2) 24.03.13 10 0 13쪽
31 030-신입(1) 24.03.11 10 0 12쪽
30 029-창공(3) 24.03.10 11 0 12쪽
29 028-창공(2) 24.03.08 11 0 13쪽
28 027-창공(1) 24.03.07 10 0 12쪽
27 026-해방전선(4) 24.03.05 9 0 12쪽
26 025-해방전선(3) 24.03.04 10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0 0 12쪽
24 023-해방전선(1) 24.02.29 11 0 11쪽
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22 021-최악의 2인조(2) 24.02.27 9 0 12쪽
21 020-최악의 2인조(1) 24.02.26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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