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10
추천수 :
0
글자수 :
265,398

작성
24.03.13 23:50
조회
10
추천
0
글자
13쪽

031-신입(2)

DUMMY

조철희의 얼굴을 본 승필은 곧장 욕실 앞으로 달려갔다.


“야! 야! 조철희 반장이 찾아왔는데?”

“뭐? 갑자기 반장님이 왜?”

“나도 몰라. 어떡하지?”

“일단 조용히 있어 봐. 집에 없는 척하면 가실 수도 있어.”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기라도 한 건지 조철희가 현관문을 쾅쾅 두들기며 소리쳤다.


“한민아! 안에 있는 거 다 안다! 나와 봐!”


우당탕!


“아야야!”


욕실 안에서 넘어지기라도 한 건지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옷을 다 입은 민아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야, 이거 걸쳐.”

“고마워.”


휙 날아오는 외투를 받아서 걸친 민아는 현관으로 향했고 승필은 시욱이와 함께 욕실 문을 닫고 숨었다.


“아저씨! 나 나갈래.”

“시욱아, 우리 조금만 더 욕실에 있자.”

“나 다 씻었는데···.”

“초콜릿 줄 테니까.”

“정말? 두 개 먹어도 돼?”

“그래. 그러니까 5분만. 5분만 조용히 있자.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알겠지?”


승필이 시욱이가 사족을 못 쓰는 초콜릿으로 회유하는 사이 민아는 현관문을 열고 철희를 맞이했다.


“죄송해요. 샤워 중이었어서.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반장님?”


민아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응대했으나 철희는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서서 민아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민아의 등 뒤, 현관 너머로 보이는 집 안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반장님?”


반장의 시선을 따라간 민아는 식탁을 보고서는 뜨악한 표정이 되었다.


식탁 위에는 세 사람분의 식사가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발 끝이 떨렸지만, 민아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그럴듯하게 둘러댔다.


“좀 있다가 친구들이 오기로 했거든요.”


하지만 반장은 들을 체도 않고 앞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어, 어? 반장님, 이건 아니죠. 아무리 반장님이라도 이렇게 집에 함부로 들어오시면···.”

“비켜.”


민아가 반장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녀보다 30cm 가량 더 큰 반장이 밀고 들어오자 민아는 속절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거실로 들어온 반장은 그대로 욕실로 걸어가 문을 벌컥 열었다.


“아, 안 돼!”


욕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황하며 뛰어온 민아는 비어있는 욕실을 보고는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어 욕실 안에 들어가 살펴보았다.


“쉬이이이이. 조용히 해야 해, 시욱아. 숨바꼭질하는 거야.”


승필은 시욱이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속삭였다.


두 사람이 숨어있는 곳은 민아의 침실.


혹여나 반장이 집으로 들어 올 경우에 화장실을 들르려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옮긴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의 침실을 멋대로 들어오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옮긴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아, 아니! 반장님! 이렇게 멋대로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안 그래도 안 좋은 소문도 돌고 있는데 누가 보기라도 하면···!”


반장은 또다시 민아의 말을 무시하며 소파에 가서 털썩 몸을 던졌다.


“반장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네?”

“한민아, 나는 에스퍼들과의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야. 아까는 듣는 귀가 있을 것 같아서 말 안 했는데 네 차, 사고 때문에 망가진 거 아니잖아.”

“···정말 접촉 사고예요.”

“그러면 저 안에 있는 둘은 뭐야?”


조철희가 그녀의 침실을 가리켰다.


“빨리 나와 보라고 해.”

“무슨···말씀이세요?”

“하, 사람을 속이려면 잘 좀 속여라. 밥은 3인분이고 네 것도 아닌 옷도 돌아다니고.”


철희가 승필이 소파 아래로 밀어 놓았던 옷가지들을 꺼내 흔들었다.


“어디 잡아 처넣으려는 거 아니니까 빨리 나오라고 해. 그냥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 그래.”


민아는 어쩔 수 없이 침실 문을 열었다.


“그래, 이름이 정승필이라고 했나? 저번에 나 본 적 있지?”

“네.”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사방에 스캐너가 쫙 깔렸는데.”

“···전부 해킹해서 마비시켰습니다.”

“해킹?”


해킹이라는 말을 들은 조철희는 승필의 옆에서 초콜릿을 냠냠거리며 먹고 있는 시욱이를 가리켰다.


“설마···저 애가 면회소에서 탈출했을 때 스캐너가 전부 맛이 갔던 거가 네 짓이야?”

“네···.”

“허허···.”


철희는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의 동기이자 관리국 정보부장인 강재훈은 그때의 사건 때문에 궁지에 몰려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었다.


“격리 지구에서는 어떻게 탈출했고?”


더 숨겨봤자 뭐하리, 승필은 루돌프를 통해 해방전선과 접촉한 경위부터 격리 지구에서 탈출해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전부 털어놓았다.


“그러니까···격리 지구로 숨어드는 해저 터널이 있고 해방전선은 서산 시에 숨어 있다?”

“맞습니다. 다만 해방전선은 이미 거처를 옮겼어요. 제 능력으로 기지를 확인해 봤거든요. 그런데 반장님, 저···혹시···.”


무엇을 말하려는지 우물쭈물하던 승필이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허허, 이거 참 당돌한 놈일세. 지금 네 처지를 알고 말하는 거냐?”


승필은 지금 범법자 신세였고 그것도 격리 지구에서 도망쳐 나온, 즉각 사살당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

철희가 지금 당장 쏴 죽이거나 관리국으로 이송시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디 한 번 말해 봐. 들어나 보자."

“염치없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해저 터널을 봉쇄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알렉스 컴퍼니 녀석들이 격리 지구의 에스퍼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하고 있습니다. 그 안의 에스퍼들은 그냥 에스퍼라서 잡혀 들어간 것뿐이지 아무런 죄도 없지 않습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승필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철희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미소 지었다.


사실 철희는 해저 터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부터 입구를 봉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응반 반장으로서 관문을 지나치지 않고 허가 없이 격리 지구를 드나드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철희는 그것을 숨기고 역으로 승필에게 제안을 했다.


“좋아. 대신, 너도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줘야겠어.”

“어떤···부탁입니까?”

“네가 저번 사건 때 스캐너를 마비시킨 덕분에 내 동기가 옷을 벗게 생겼거든. 어쩌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어쨌든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렇게 됐으니 네가 해결해 줘야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내가 기계 쪽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고 해킹했다는 건 일부러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

“그렇습니다.”

“지금 관리국 네트워크를 해킹해서 그날 남은 것처럼 흔적을 남길 수도 있나?”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 잘 알겠습니다.”

“말이 잘 통하는군. 그러면 부탁하지.”

“알겠···.”

“잠깐!”


옆에서 불안하게 두 눈을 굴리던 민아가 두 사람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반장님. 그 흔적을 남긴다는 건 정확히 무슨 말이죠? 승필이가 스캐너를 조작했다는 증거를 남긴다는 말로 알아들어도 되나요?”

“그래.”

“그러면 얘는 완전히 중범죄자가 되는 건데요?”

“중범죄자 맞잖아.”


철희의 말대로 승필은 이미 민아의 집에 있는 시점부터 용서받을 수 있는 선을 한참 넘은 것이었다.


“이 녀석이 했다는 증거를 남기면 재훈이도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고 대응반에서 출동할 명분도 생겨. 격리 지구에서 탈출한 에스퍼가 있으니 탈출한 경로를 조사하다가 해저 터널을 발견한다. 얼마나 자연스럽냐?”

“···그러면 차라리 그 루돌프라는 녀석이 한 거로 하면 되잖아요. 실제로 그 녀석도 관리국 네트워크를 드나들고 있고요. 거기에 정보부장님을 살리려면 해방전선의 소행이라고 이목을 끄는 게 더 쉽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네. 그러면 그건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고.”


철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아의 행적이 의심스러워 확인만 해보려던 것이었는데 생각 외의 수확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집을 나가기 전, 다시 돌아서 민아에게 충고했다.


“저 녀석들이 여기 숨어 사는 건 딱히 문제 삼지 않겠어. 대신 숨기려면 제대로 숨겨, 지금처럼 멍청하게 들키지 말고. 이거 들키면 쟤네들뿐만 아니라 너까지 목이 날아갈 수 있으니까. 알겠어?”

“네, 반장님.”

“그럼 나는 간다.”


민아의 집에서 나온 철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뭐지?”


주차해뒀던 차 쪽으로 걸어가던 철희는 순간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

그곳에 있는 화단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고 철희의 동물적인 감각이 소리쳤다.


부스럭.


철희가 그곳을 향해 다가가자 화단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사람의 형체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튀어나온 형체는 그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 도망쳣고 동시에 철희도 그 형체를 쫓아 쫓아가기 시작했다.


“거기 서!”


철희는 도망치는 인형을 좇아 전속력으로 달렸고 도망자도 그에 맞춰 속도를 더욱 높였다.


“헉헉! 뭐가 이렇게 빨라!”


철희는 거구의 덩치인 것치고 어마어마하게 빠른 편이었는데, 대응반 전체에서 1km 달리기 기록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그런 그가 점점 도망자에게 뒤처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없이 놓치게 생길 판.


마침 골목을 발견한 철희는 그곳으로 들어가 지름길을 가로지르는 것을 선택했다.


골목의 끝에 도달하자 철희는 뒤를 보며 뛰어가는 도망자의 옆모습이 볼 수 있었다.


그는 속도를 끌어올려 도망자를 덮쳤고 엉켜버린 둘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벽에 부딪히고서야 멈췄다.


“이 자식! 잡았다! 너 누구야. 누군데 그렇게 숨어서···.”


도망자의 얼굴을 확인한 철희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는 도망자의 이름을 불렀다.


“창식 선배···선배가 왜?”

“큭, 이거 놔!”


민창식은 힘이 풀린 철희의 손목을 비틀어 빼내고는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었다.


“설마 날 미행한 겁니까?”

“······.”

“왜?”

“흥, 나는 다 봤어.”


창식이 휴대전화를 켜서 철희가 볼 수 있게 들어 올렸다.


화면에는 한민아의 집으로 들어가는 철희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역시 한민아와 그런 사이가 맞았어.”

“그런 거 아닙니다. 단지 상담을 하러 온 것···.”

“거짓말하지 마! 다음에는 그년이야? 이번에도 날 밀쳐내고 그년을 반장 자리에 앉히려는 거잖아.”


창식의 눈은 광기에 물들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구 뱉어냈다.


“창식 선배, 왜 이렇게 추해지셨습니까.”

“추해져? 누가! 누가 추해져! 추해진 건 너지! 늙다리 새끼가 몇 번 대준다고 홀라당 넘어간 네가!”

“말 좀 가려서 하십쇼. 그런 거 아니라고 몇 번을···.”

“흐흐, 아니라고 우겨도 소용없어. 이 사진을 대응반에 뿌려버릴 거니까. 이제 네가 한민아와 그런 사이라는 걸 모두가 믿게 될 거야.”

“야, 이 개새끼야.”


철희의 손바닥이 창식의 얼굴을 덮쳤다.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덥석 움켜쥔 철희가 그의 얼굴을 눈앞으로 끌고 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민창식 조장. 내가 선은 넘지 말라고 했지.”

“읍읍!”


철희가 손을 꽉 움켜쥐었다.


얼굴이 유압 프레스에 짓눌리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창식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철희는 그런 그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낚아채 빼앗았다.


“네가 나를 어떻게 음해하든 뒤에서 뭔 짓을 하든 상관 안 해. 그런데 그런 짓은 나한테만 해. 애꿎은 후배들 건드리지 말고.”


우지직.


그가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자 휴대전화는 버티지 못하고 반으로 접히며 뭉개졌고 이제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 물건을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었다.


“다시 말하지만, 건드릴 거면 나만 건드려. 알겠어?”


철희는 천천히 손에 힘을 풀며 창식을 놓아주었다.


풀려난 창식에게서 아까와 같은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고,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벌벌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휴대전화는 배상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서 푹 쉬어.”


철희는 선배의 어깨를 툭툭 털어주고는 다시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까, 창식 선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0화 내용 뒷부분이 수정되었습니다. 24.02.13 7 0 -
49 048-이변(6) 24.04.23 4 0 13쪽
48 047-이변(5) 24.04.18 7 0 12쪽
47 046-이변(4) 24.04.17 9 0 12쪽
46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10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43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24.04.10 9 0 13쪽
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10 0 13쪽
41 040-트리니티(2) 24.04.02 8 0 12쪽
40 039-트리니티(1) 24.04.01 9 0 14쪽
39 038-터널(6) 24.03.27 9 0 11쪽
38 037-터널(5) 24.03.25 9 0 12쪽
37 036-터널(4) 24.03.22 9 0 12쪽
36 035-터널(3) 24.03.21 10 0 13쪽
35 034-터널(2) 24.03.20 9 0 12쪽
34 033-터널(1) 24.03.19 10 0 12쪽
33 032-신입(3) 24.03.14 11 0 12쪽
» 031-신입(2) 24.03.13 11 0 13쪽
31 030-신입(1) 24.03.11 10 0 12쪽
30 029-창공(3) 24.03.10 11 0 12쪽
29 028-창공(2) 24.03.08 11 0 13쪽
28 027-창공(1) 24.03.07 11 0 12쪽
27 026-해방전선(4) 24.03.05 9 0 12쪽
26 025-해방전선(3) 24.03.04 10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0 0 12쪽
24 023-해방전선(1) 24.02.29 12 0 11쪽
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22 021-최악의 2인조(2) 24.02.27 9 0 12쪽
21 020-최악의 2인조(1) 24.02.26 1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