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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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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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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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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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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해방전선(3)

DUMMY

시욱이의 부모님 면회가 있던 그 날.


민아가 시욱이를 데리고 격리 지구에서 떠나기 직전 승필은 그녀를 불러세웠다.


“아 맞다. 한민아, 잠깐만 기다려 봐.”


승필은 나가려다 멈춰 선 그녀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가 내민 것은 길이 3센티 정도의 작은 정사각형 물체.

그 물체의 한쪽에는 구시대의 USB 포트가 달려있었다.


“이게 뭐야?”

“위치 추적기야. 혹시나 해서 만들었어. 나랑 시욱이 로봇에 센서를 부착해놨으니까 그거랑 휴대전화랑 연결하면 우리 위치가 지도에 뜰 거야.”


격리 지구에서 빠져나온 민아가 곧장 관리국으로 돌아온 것은 자신의 책상 서랍에 보관해 둔 위치 추적기 때문.

시욱이야 면회 갈 때 로봇에 탄 상태가 아니었으니 아무런 쓸모도 없었지만, 승필이 격리 지구를 빠져나갔을 때는 로봇에 타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었다.


쾅!


갑작스럽게 들려온 커다란 소음에 기절하듯 쓰러져있던 도현은 깜짝 놀라 일어나다가 허벅지를 책상에 찧고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끄아악!”


뒤편에 있는 소파에서 큐브를 만지작거리며 뒹굴거리던 도현의 부하 에스퍼는 그런 그를 한심하게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조장님, 근무시간에 잠을 자니까 벌을 받는 겁니다.”

“아으으. 안 자고 있었어. 너무 피곤해서 잠시 엎드려있었을 뿐이라고. 그보다 방금 무슨 소리야?”

“문 닫는 소리 같은데···아닌가? 문 여는 소리였나?”


평소에 부하들에게 쌓인 게 많았던 도현은 그에게 곧바로 반격했다.


“헹! 안 자고 있어도 나을 거 없구만. 그런 것도 구분 못 하고 말이야.”

“역시 자고 있던 거 맞잖아요.”

“아, 아니라니까! 어쨌든 무슨 소리였는지 확인하고 올 테니까 그런 줄 알아!”


한심하게 보는 시선을 넘어서 안타까움이 담긴 시선을 받은 도현은 괜히 부끄러워져 화를 내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것은 1조부터 10조의 사무실까지 줄지어 배치된 넒은 복도.


소리의 근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난히 소란스러운 사무실이 딱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열린 3조 사무실의 문 안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도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서랍을 마구잡이로 열어 그 안을 뒤지고 있는 민아의 모습이었다.


“한민아, 너 오늘 비번 아니었어?”


민아는 들리지 않는 건지 일부러 무시하는 것인지 도현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찾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도현은 소파에 앉아 태평하게 과자를 까먹고 있는 혜주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물었다.


“야, 쟤 왜 저래?”

“뭘 찾는 중인 거 같아요.”

“그건 나도 보면 알아. 뭘 찾는 중이냐고.”

“어머머? 왜 이렇게 까칠해? 애들한테 또 까이고 왔어요?”

“아닌데?”

“딱 보니까 또 까였네, 까였어. 또 퍼 자다가 걸렸어요?”


정곡을 찔린 도현은 구차하게 변명했다.


“···너무 피곤해서 잠깐 쉰 거야.”

“변명 한번 추하네요.”

“에잇 진짜. 그래서 뭘 찾고 있는 거냐고.”

“나도 몰라요. 나도 방금 물어봤는데 대답도 안 해주더라고요. 섭섭해 정말.”

“야, 이거 맛있다. 뭐냐 이거?”

“아앗! 내 과자 뺏어 먹지 말아요! 밖에서 과자도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두 사람이 과자를 놓고 혈투를 벌이는 동안 모든 서랍을 열어 본 민아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위치 추적기.

분명히 사무실 서랍에 넣어뒀을 텐데 위치 추적기가 발이 달려 도망가기라도 한 건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야, 한민아. 도대체 뭘 찾는데 그래?”


도현이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과자를 한가득 담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고 그의 뒤로는 그에게 과자를 절반 가까이 빼앗긴 혜주가 텅 빈 과자봉지를 들고 오열하고 있었다.


“뭘 찾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여기 없는 거 아니야? 정리 깔끔하게 하는 편인 네가 이렇게 하고도 못 찾을 정도면 말이야.”

“분명히 여기 뒀었어. 기억나. 이 서랍에 분명히 넣어뒀었는데···.”

“흐음, 그 물건을 보관한 게 언제야?”

“해방전선 녀석들이 나타났던 날에.”


도현이 팔짱을 끼며 그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나는 그날 관문에서 만난 이후로 너를 본 적이 없는데.”

“아니야. 확실해. 그날 분명히 여기에 보관했었어. 사건 조사 도중에 잠시 여기 들렀던 게 기억나.”

“그러면 CCTV라도 확인해보는 게 어때? 혹시 모르니까.”

“CCTV? 이 방에 CCTV가 어디 있어?”

“복도에 달린 거 말이야. 그날 워낙 정신없는 하루였으니까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그날 여기 들어왔었는지부터 한 번 확인해보자고. 혹시 알아? CCTV 보고 뭐가 기억날 수도 있고.”


기억이 확실했기에 CCTV를 확인한다고 딱히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았지만, 승필을 찾을 방법은 그 위치 추적기밖에 없었던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비실로 향했다.


“이거 봐. 들어왔었잖아.”

“그러네···그러면 어떻게 된 거지.”


CCTV 녹화본에는 사무실로 들어가는 민아가 정확하게 찍혀 있었고 뻘쭘해져 머리를 벅벅 긁던 도현은 화면 한 귀퉁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야. 저거 누구야?”

“뭐가? 어디?”

“저쪽 귀퉁이에 누가 있잖아. 너를 보고 있는 거 같은데?”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자세히 보자 도현의 말대로 화면 귀퉁이에는 숨어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가 찍혀 있었다.


“저게 누구지?”

“글쎄.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이는데. 조금만 더 돌려보자.”


영상을 재생시키자 잠시 뒤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민아의 모습이 나왔고 민아가 화면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살금살금 그녀의 사무실 앞으로 걸어왔다.


“야, 이거···창식 선배 아니야?”


화면에 나오고 있는, 민아의 사무실로 몰래 들어가는 사람은 15조의 조장인 민창식.

두 사람의 선배이자 조장 중 가장 고참이었다.


“창식 선배가 왜 우리 사무실에···?”


민아는 그가 왜 저런 짓을 하는지 이해 못 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지만, 도현은 오히려 이제야 뭔가 알 것 같다는 얼굴을 했다.

얼마 전 훈련장 샤워실에서 샤워하다가 엿들었던 조철희와 정보부장 강재훈의 대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번에는 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 하나 밀어주고 있다며? 그 한민아인가 뭔가 하는 여자 말이야.’


‘어쨌든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민창식을 조심하라는 거야.’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CCTV에는 민아의 방에서 정사각형 모양의 무언가를 들고나오는 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설마 누군가 CCTV를 확인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는지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창식이 물건을 훔쳐 갔음을 확인한 민아는 잔뜩 화가 나서 15조 사무실로 달려갔다.


“야, 야! 잠시만 기다려 봐! 한민아! 가서 뭐 어쩌게!”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설마 선배를 상대로 코뿔소처럼 들이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던 도현은 다급하게 민아를 말려보았지만, 그녀는 도현의 손길을 뿌리치며 사무실 문을 쾅 박차고 들어갔다.


“뭐야, 한민아! 이게 무슨 짓이야!”


창식은 멋대로 쳐들어온 민아에게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는 창식의 앞에 가 똑바로 서서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선배님이야말로 무슨 짓입니까? 제 사무실에서 가져간 물건 돌려주시죠.”

“아아, 그거?”


창식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버렸어.”

“미쳤습니까? 당장 돌려주세요!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이게 보자보자하니까 선배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창식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버럭 화를 내며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댔다.


“이게 아주 오냐오냐해주니까 기어오르기나 하고···.”

“···정말 기어오르는 게 뭔지 보여줘?”

“야, 야 잠깐 한민아. 진정해.”


불길함을 느낀 도현.

그는 민아를 붙잡아 뒤로 물러나게 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민아의 주먹이 창식의 안면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


“아저씨!”


시욱이는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는 향해 뛰어가 안겼고 승필은 그런 시욱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잘 있었냐.”

“응! 여기 너무 좋아, 아저씨!”


활기찬 시욱이의 대답에 승필은 복잡한 얼굴을 했고 그것을 본 루돌프가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표정이 왜 그래?”


승필과 대표 사이의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루돌프의 눈에는 그가 시욱이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냥 별거 아니야.”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루돌프 형아!”


루돌프는 자신에게도 손을 내밀며 놀아달라는 시욱이를 넘겨받아 비행기를 태우며 승필에게 물었다.


“머시너리, 그러고 보니 시욱이는 능력이 뭐야?”

“나도 몰라.”

“엥?”

“나뿐만이 아니라 시욱이도, 시욱이 부모님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 그냥 스캐너에 걸려서 에스퍼라는 걸 들킨 것뿐인 거지.”

“거참, 초능력을 쓴 적도 없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너도 참 기구하구나, 시욱아.”


꺄르륵거리는 시욱이를 다시 승필에게 넘겨준 루돌프는 휴지를 꺼내 코를 한번 팽 풀었다.


“아이고, 진짜 죽겠네.”

“비염이라니, 힘들겠네.”

“힘들다마다. 나는 이만 일이 있어서 가볼 테니까 시욱이랑 놀고 있어. 이따가 다시 올게.”


루돌프가 방을 떠난 후, 그가 멀어졌는지 발소리를 듣던 승필은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시욱이에게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고 말해두고는 슬그머니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민아에게 연락하려고 했으나 근처에 탐색 되는 기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곧바로 좌절되었다.


“어디 가는 거지?”


마치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박선이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섰기 때문.


“누구시죠?”

“알 것 없다. 들어가.”


선의 돌아가라는 말 한마디에 승필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술을 왕창 들이키기라도 한 것처럼 몽롱한 기분이 승필을 덮쳐왔고, 그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벌써 화장실에 갔다 왔어?”

“어, 어? 내가 왜 여기에?”


시욱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승필이 고개를 들자 그는 놀이방 안에 있었다.


그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문손잡이를 붙잡았지만, 손잡이를 잡은 손이 돌아가지 않았다.

문이 잠겨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손목을 살짝 비틀기만 하면 열릴 텐데도 그 간단한 동작을 도무지 실행할 수가 없었다.


머리도 몸도 이상하게 무거웠다.


그렇게 5분 정도 문과 씨름을 하던 그는 결국 포기하고 돌아와 시욱이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욱이 그런 승필의 머리 쪽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툭 던졌다.


“아저씨, 아저씨. 그런데 왜 머리에 있는 구름이 더 커졌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시욱아?”

“아까는 아저씨 머리에 작은 구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엄청 커졌어.”


구름이라니?


시욱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하던 승필은 곧 무언가를 깨닫고는 시욱이에게 물었다.


“시욱아. 혹시 그 구름이라는 거. 아저씨 집에서 살 때도 보였니?”

“아니. 그때는 없었어.”

“···그러면 시욱아. 혹시 그 구름이라는 거 없앨 수도 있어?”

“할 수 있을 거 같아!”


시욱이가 승필의 허벅지 위로 폴짝 뛰어올라 그의 머리를 매만졌다.


머릿속에 뿌옇게 끼어있던 안개를 무언가가 헤집고 들어와 청소하는 느낌.

잠시 후 승필은 무거웠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


어떤 초능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고 옭아매던 힘이 사라진 것이다.


시욱이 말하는 구름의 정체는 아마도 자신을 옭아매던 그 초능력.


승필은 능력이 사라졌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다시 문손잡이를 잡았고.


철컥.


손잡이는 보란 듯이, 아주 간단하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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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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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6-해방전선(4) 24.03.05 10 0 12쪽
» 025-해방전선(3) 24.03.04 11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0 0 12쪽
24 023-해방전선(1) 24.02.29 12 0 11쪽
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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