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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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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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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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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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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트리니티(2)

DUMMY

대방의 빌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이미 주변에는 공안과 구급차가 도착해있는 상태였다.


트리니티가 대방의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직원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때문에 출동한 것이었는데, 출동한 규모로 봐서는 고층에 쌓인 시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공안이 살인 사건을 조사하느라 분주한 사이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더니 곧 1층에 도착했고 띵 하는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잠시 후. 분명 아무도 들어간 적 없는 여자 화장실의 문이 열리며 제법 큰 키의 단발머리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하랑.


트리니티를 미행하기 위해 파견된 영웅회의 조직원이자 에스퍼였다.


혼잡한 거리를 헤치고 나와 영웅회로 돌아온 그녀는 보스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네 능력을 간파했다고?”

“네. 그뿐만 아니라 탐지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습니다. 숨어있는 적들부터 비밀 통로까지 모르는 게 없는 것 같더군요.”

“에스퍼는 능력을 하나만 쓸 수 있는 것 아니었나?”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근처에 그 녀석을 도와주는 또 다른 에스퍼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에스퍼가 능력을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알만한 당연한 상식.


그녀의 말을 분석해보면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 트리니티의 조력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네 의견은 어떠냐?”


하랑은 그가 무엇을 묻는 것인지 알아채고는 대답했다.


“녀석의 무력은 영웅회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러니 밀수 사업은 그냥 내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알겠다. 그렇게 하마.”


보스는 그녀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고, 용무가 끝난 하랑이 보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서려는 찰나 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하랑아.”


그녀는 다시 뒤돌아 섰고 그녀의 무감정한 눈을 똑바로 쳐다 보던 보스가 입을 열었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


휴대전화로 밀수 루트와 명단, 그리고 장부의 사본까지 전부 넘겨받은 트리니티는 휴대전화를 보며 턱을 긁적이다가 하랑에게 말했다.


“이렇게 순순히 다 넘겨줄 줄은 몰랐는데.”


그는 영웅회가 자신의 무력을 목격했으니 뒤통수를 치지는 않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것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덜 주고 이득을 취하려고 여러 가지 꼼수를 부릴 줄 알고 있었는데 그 어떠한 수작질도 부리지 않고 얌전히 그의 요구 조건을 따른 것이다.


심지어 그가 요구한 것은 유통책뿐이었음에도 영웅회는 창고에 쌓인 마약 재고까지 그에게 전부 넘겨주겠다고 제안해왔다.


“보스께서는 당신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하십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너희들과 더 볼 일이 없는데.”


그가 원하던 것은 오로지 이 밀수 유통책뿐, 더는 영웅회와 엮일 생각이 없었다.


“혹시나 빚을 지워둘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지금이야 세월이 지나서 내 얼굴을 곧바로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역사상 가장 몸값 높은 국제 수배범이야. 나와 연관되어있다는 증거라도 나오면 너희 조직은 그대로 끝장이라는 말이지.”

“보스께서도 그런 부분은 다 고려하고 있으십니다.”

“그래. 너희들 알아서 해라. 어쨌든 나는 너희랑 더 엮일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만 알라고.”


그렇게 못 박아 두고는 마약이 숨겨져 있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트리니티.


그는 멈춰서는 다시 하랑을 바라보았다.


“왜 따라와?”

“그 명단에 제 이름도 있지 않습니까?”


트리니티는 화면을 쭉쭉 내려 명단을 확인했고 끝자락에 있는 하랑이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네가 유통책에 끼어있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네 능력을 생각하면 누가 봐도 암살 전문 아니야?”

“어제 편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필요 없으니까 돌아가.”

“하지만 제 능력은 밀수에 분명 큰 도움이···.”

“필요 없다니까? 너 솔직히 말해. 옆에 붙어서 염탐질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사실 그렇습니다.”


트리니티는 곧바로 실토하는 그녀의 황당한 대답에 어이가 없어져 허, 하고 헛숨을 토했다.


“당신 정도면 옆에 스파이가 붙어있건 아니건 별 상관없지 않습니까?”

“뭐 이런 게 다 있어?”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그를 보는 하랑.


그는 그녀와 더 이야기하는 게 멍청한 기분이 들어 더 대화하기를 포기하고는 창고로 쑥 들어가버렸다.


***


삐, 삐, 삐, 삐···


주기적으로 바이탈 사인의 신호음만이 들려오는 적막한 병실.


민아는 병실 한쪽에 가만히 앉아 철희가 누워있는 침대를 보고 있었다.


목석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앉아있던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반장님, 금방이에요.”


그녀는 시계를 흘끔 보고는 다시 한마디 했다.


“반장님을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네요.”


뚜벅 뚜벅.


병실 바깥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오늘도 여기에 있는 거야?”


민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문을 열고 들어온 도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로 왔어?”

“반장님 상태 좀 보려고 왔지. 혜주가 너 보고 싶다고도 하고.”


도현의 뒤에서 나타난 혜주가 그녀에게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원래는 만나면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반가운 느낌으로 인사하려 했으나 분위기를 보니 그럴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쪽에는 혼수상태인 반장이 누워있었고 한쪽에는 민아가 산 송장 같은 모습으로 앉아있으니 어떤 말을 하려고 해도 숙연해지고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민아가 휴직한다고 했을 때는 많이 힘든가 보다 했는데 직접 보니 그런 수준이 아니라 사람이 완전히 망가진 것처럼 보였다.


숨 막히는 공기에 짓눌려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녀는 겨우겨우 한 마디를 꺼냈다.


“어···언니, 좀 괜찮아요?”

“응.”


민아의 힘없는 대답과 숨 막혀 죽으려고 하는 혜주.


둘을 보다 못한 도현이 민아의 팔을 잡아끌어 일으켜 세웠다.


“꼴이 말이 아닌데,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

“필요 없어.”

“그러지 말고 나갔다 와. 매일 집이랑 병원만 왔다 갔다 하면서 술만 퍼마시고 말이야. 반장님이 일어나셔서 지금 네 꼴을 보면 뭐라고 하겠냐.”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비틀거리는 민아를 억지로 병실 밖으로 밀어냈다.


“언니 괜찮아요?”


피곤했던 것인지 벤치에 앉아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민아 옆으로 혜주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네?”

“무슨 일로 찾아왔냐고.”

“그, 그게···.”


혜주는 그녀의 너무나도 차가운 태도에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고 흐렸다.


그녀가 자신에게 화내는 모습은 본 적이 있어도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언니가 보고 싶어서···걱정되기도 하고···.”

“자.”


민아는 보라는 듯이 양팔을 활짝 벌리고는 마른 웃음을 내뱉었다.


“보다시피 잘 있어.”

“언니···.”

“나는 피곤하니까 이만 돌아갈래. 다음에는 일부러 찾아오지 마. 외출 허가받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언니! 잠깐만!”


혜주의 걱정스러운 외침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민아.


더는 붙잡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 민아의 뒷모습에 혜주는 그녀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민아는 어딨어?”


민아가 떠나가고 잠시 후, 혜주의 뒤로 도현이 다가왔다.


“갔어요.”

“어디를?”

“집에 간 것 같아요. 피곤하다면서.”

“하아, 상심이 크긴 하겠지만 빨리 이겨내야 할 텐데···.”

“남조장님. 혹시 외출 연장할 수 있어요?”

“응? 외출 연장?”


도현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되물었다.


“갑자기 왜?”

“언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아까는 당황하기도 했고 정신이 없어서 말하지 못했거든요.”

"지금 꼭 해야 돼? 상태 별로 안 좋아보이던데 나중에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뇨, 오늘 해야 해요."


그녀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외출 연장을 허락한 도현의 헤주를 태우고 민아의 집으로 향했다.


혜주는 이번에는 아까 하지 못했던, 민아에게 힘이 될만한 말들을 꼭 해주겠노라고 다짐했다.


쾅쾅쾅!


민아의 집 앞에 도착한 혜주는 문을 거세게 두들겼다.


“언니! 언니! 안에 있어요?”

“야, 야! 다른 집에 너무 민폐잖아. 그만 둬.”


혜주는 그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을 두들겼고, 그녀의 그런 막무가내 행동에 안절부절못하던 도현이 이번에는 그녀를 설득했다.


“이 정도로 대답이 없으면 집에 없는 게 아닐까? 아니면 정말로 우리가 보기 싫은 걸 수도 있고. 그러니까 다음에 오는 게 어때?”

“안 돼요.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그런 게 있어요.”


이번에는 혜주가 도어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혹시 언니 집 비밀번호 알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으음···언니라면 무슨 비밀번호를 썼을까.”


잠시 고민하던 혜주는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0000#.


철컥.


그리고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다.


“에, 엥? 정말 이게 비밀번호라고?”

“언니! 안에 있죠?”


혜주는 담배 냄새가 가득 밴, 불 꺼진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불을 켰으나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재떨이와 소주병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거실이 그녀를 맞이할 뿐이었다.


“거봐. 역시 없었던 거잖아. 이만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오자.”

“잠깐만요. 저건 뭐예요?”

“또 뭐가?”


혜주가 가리킨 곳은 거실의 테이블.


그곳에는 노트북 한 대가 전원이 켜진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민아 노트북이겠지. 어어? 야, 그걸 왜 멋대로 만져?”

“아니, 로드뷰가 떠 있길래. 혹시 이걸 보면 언니가 간 곳이 어딘지 알 수도 있잖아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어? 여긴 알렉스 컴퍼니 아니야?”


로드뷰를 본 도현은 그곳이 알렉스 컴퍼니, 정확히는 알렉스 컴퍼니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알렉스 컴퍼니라는 말을 들은 혜주의 얼굴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언니는 알렉스 컴퍼니를 싫어하지 않았어요?”

“응. 알렉스 컴퍼니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민아는 그중에서도 특히나 더 싫어했지.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 인간이 있다면서.”

“그런데 여기를 굳이 검색한 이유가 뭘까요?”

“그, 글쎄?”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혜주는 민아가 방문한 사이트 기록을 열어보았고 그녀가 SNS와 동영상 사이트에 무언가를 예약 업로드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약이 걸린 내용은 무언가를 폭로하는 글과 자료.


격리 지구로 통하는 해저 터널의 존재와 용도, 알렉스 컴퍼니가 여기에 연관되어있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


알렉스 컴퍼니 앞의 공원.


“웬일이야? 네가 나를 다 보자고 하고.”


민준은 가로등 아래 그늘에 숨듯이 서 있는 민아를 발견하고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다가갔다.


“왜 보자고 했냐고?”


푹!


무언가가 꽂히는 소리와 함께 격렬하게 몸을 떨던 민준이 앞으로 픽 고꾸라졌고 민아는 그런 그에게 다가와 머리카락을 세게 붙잡았다.


그의 몸에 꽂힌 것은 테이저건의 탄환.


민아는 감전당해 쓰러진 그의 머리끄덩이를 잡고는 질질 끌어서 자신의 차 트렁크에 던져 넣었다.


“그건 이제부터 곧 알게 될 거야.”


민아는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은 살벌한 눈으로 기절한 민준을 노려보고는 거세게 문을 내리 닫았다.


쾅!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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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6-이변(4) 24.04.17 9 0 12쪽
46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11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9 0 12쪽
43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24.04.10 10 0 13쪽
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10 0 13쪽
» 040-트리니티(2) 24.04.02 9 0 12쪽
40 039-트리니티(1) 24.04.01 9 0 14쪽
39 038-터널(6) 24.03.27 9 0 11쪽
38 037-터널(5) 24.03.25 11 0 12쪽
37 036-터널(4) 24.03.22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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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해방전선(3) 24.03.04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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