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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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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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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5,398

작성
24.03.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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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터널(4)

DUMMY

민아는 불안했다.


반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을 들은 뒤로 사흘 동안 그것이 신경 쓰여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우였던 걸까.


그 뒤로 반장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세상은 그녀의 생각이 과했다고 말해주고 싶기라도 했던 건지 유례없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출동은커녕 매일 같이 들어오던 에스퍼 의심 신고, 장난전화조차 단 한 건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폭풍전야라는 말이 있듯 큰 사건이 터지기 전이 가장 조용한 법.

민아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사무실 안을 서성거렸다.


민아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즐기고 있던 혜주는 정신이 사나워져서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언니, 왜 그래요? 무슨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그러게. 조장님 요즘 계속 그러시네.”


하도 심심해서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던 경수 역시 민아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관심을 보였다.


“고민 있으면 말해 봐요. 우리가 들어줄 테니까.”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빤히 바라보는 두 에스퍼.


민아는 두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반장님이 대응반을 떠나실 수도 있다고요?”

“어디 관리국 본부로 발령이라도 나셨나?”

“그랬으면 그렇다고 말해주셨겠지. 하, 뭔지 모르니까 답답해 죽겠어.”


안절부절못하는 민아를 의아한 눈으로 보던 경수가 물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큰 문제에요? 그냥 말하기는 좀 그런 개인 사정이 있는 걸 수도 있잖아요.”

“너한테야 별문제가 아니겠지만, 언니한테는 큰 문제지.”

“응? 왜?”

“왜냐니. 반장님하고 언니 사이니까.”

“두 사람 사이? 설마 그 소문이···.”


경수는 요즘 떠도는 소문을 떠올리고는 무의식적으로 말하다가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민아는 그의 말에도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고 혜주는 그런 경수를 한심한 눈으로 보았다.


“에휴, 너도 그 헛소문 믿고 있었냐?”

“아니 믿은 건 아니고···그냥 들었다고···.”

“안 믿기는. 완전히 믿고 있었던 눈치인데?”

“아니···반장님이랑 조장님이 그냥 좀 상상 이상으로 가까워 보이길래 혹시나 했지···. 죄송해요, 조장님.”


민아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하는 그에게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나랑 반장님 사이는 혜주한테 밖에 말한 적 없으니까.”

“엥? 두 분 무슨 사이인데요?”

“반장님이 언니 아버지의 친구셔.”


경수는 그제야 그간 있었던 두 사람의 행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이 차이와 직급 차이를 생각했을 때 너무 친한 감이 있었는데 그 사실 하나로 지금까지 경수가 갖고 있던 모든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


게다가 경수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부모님을 여읜 민아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보호자 역할을 해줬던 것도 반장이었기에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이인 만큼 민아는 반장이 왜 반장직을 그만두려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적잖이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만두는 이유 정도는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은가.


민아는 섭섭한 마음에 이제는 짜증까지 조금 치밀어오르고 있었다.


“아아아아! 답답해서 못 참겠네.”


그녀는 문을 박차고 나가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반장실.


민아는 꼭 이유를 듣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반장실 문을 두드렸으나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반장님? 안에 안 계세요? 반장님?”


문손잡이를 돌려보니 문이 잠기지도 않은 상태.


민아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아무도 없는 반장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또 어딜 가신 거야?”


그녀는 문을 닫고 돌아가려다 무언가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는 다시 문을 열었다.


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 반장실을 살피던 그녀는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아무렇게나 뽑힌 모니터와 마우스, 키보드의 선이 책상 위를 어지럽히고 있었고 모니터도 이상한 각도로 돌아가 있었던 것.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고개를 숙여 책상 아래를 보자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 물건이 없었다.


“본체가 없어···?”


있어야 할 컴퓨터의 본체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급하게 본체만 뽑아간 것처럼 돌아가 있는 모니터와 어질러진 책상.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민아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숨통을 조여오는 극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반장실을 나와 거의 구르듯 계단을 뛰쳐 내려간 그녀는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


해저 터널로 들어가는 하수도.


철희가 이곳에 다시 찾아온 것은 한민준을 잘 설득해 문제를 해결했고 지금은 터널을 막고 있다는 국장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터널은 다시 공사가 재개되었는지 콘크리트로 막혀 있던 입구는 뚫려 있었고 입구에는 시멘트를 가득 실은 수레들이 세워져 있었다.


‘어떻게 그놈을 설득한 거지?’


사실 철희는 딱히 국장이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정리할 시간은 주고 싶어서 기다려 준 것뿐.

결국에는 국장도 사퇴하고 그런 국장에게 발목을 잡혀 자신도 반장직에서 물러나는 결말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원만하게 일이 잘 풀리니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가던 그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수십 명분의 수레와 장비, 포대를 입구에서 보았건만 일하는 인부들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벌써 끝난 건가?’


이미 작업이 끝난 것이리라 생각하고 계속 들어가던 그는 터널의 입구에 도착했고 거기에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관리국장이 서 있었다.


“뭡니까. 말씀하신 거랑 다르지 않습니까.”


국장의 뒤로 보이는 터널은 멀쩡히 뚫려 있는 상태.


철희가 그 험악한 얼굴을 확 찌푸리자 국장이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닙니까?”

“하하, 이제 막 문제를 해결하려던 참이네. 안 그런가, 민창식 반장?”


철희가 국장의 시선을 따라 몸을 돌리자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민창식의 모습이 보였다.


창식에 손에 들린 것은 기다란 철제 삽.

무슨 의도에서 그것을 들고 왔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아도 명확했다.


“국장님,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물론이지.”


창식이 괴성을 내지르며 철희를 공격했고 철희는 그가 휘두르는 삽을 피해 뒤로 훌쩍 물러섰다.


“조철희 반장, 자네만 세상에서 사라지면 모두가 행복해지네. 민창식 조장은 대응반장이 되는 거고, 나도 옷 벗을 일 없고.”

“죽어 이 새끼야!”

“하하.”


철희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국장과 같이 침몰하는 결말 정도까지만 예상했지 설마 국장이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할 줄은 전혀 생각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붕! 붕!


철희는 계속해서 뒤로 도망쳤다.


아무리 체급 차이가 난다지만 무기를 들고 덤비니 쉽게 받아칠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방패가 될 만한 물건이라도 주변에 있었으면 몰랐겠으나 미리 치워두기라도 것인지 주변에는 그럴 만한 물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턱.


다시 한번 뒤로 피하던 철희는 등을 단단한 무언가가 막았다.


어느새 벽까지 몰린 것이다.


창식은 자신의 승리라고 확신하며 삽을 크게 휘둘렀다.


“으어어어어!”


그러나 철희는 몸을 굽히며 그의 공격을 피해냈고 간발의 차이로 삽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며 그의 잘린 머리카락이 허공에 나부꼈다.


그는 그대로 창식을 붙잡고 넘어뜨려 마운트로 끝내려 했으나 창식 역시 대응반에서 굴러먹던 몸.


그는 곧장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며 철희의 공격을 피해냈다.


창식은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삽을 집으려 했으나 재빨리 달려온 철희가 발로 차서 삽을 저 멀리 차버렸다.


“민창식 조장! 뭐 하는 거야!”


식은땀을 흘리는 창식의 뒤로 국장의 격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늙은이.’


창식은 저 멀리 날아간 삽을 흘끔 보았다.


키만 해도 20cm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맨손으로 저 맹수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


창식은 어쩔 수 없이 숨겨놓았던 권총을 꺼내 철희를 겨누었다.


“총은 쓰기 싫었는데 말이야.”


탄을 쓰게 되면 나중에 사용처 확인이라도 들어오게 되었을 때 일이 상당히 귀찮아질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쓰지 않으면 이쪽이 당할 테니까.


“이런 씨발···.”

“잘 가라, 철희야.”


창식은 씨익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끼릭. 탕!


“어?”

“음?”


철희는 멀쩡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둘은 당황하여 눈을 끔벅거렸다.


분명히 제대로 조준하고 쐈는데 철희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서 있던 것이다.


빗나간 것도 아니었다.


빗나갔으면 벽이나 바닥에 총알이 틀어박히는 소리가 들리든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탕! 탕! 탕! 탕! 탕!


당황한 창식이 남은 다섯 발을 모두 쏴 버렸지만, 이번에도 소리만 요란할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권총에 들어있던 총알은 전부 훈련용 공포탄이었던 것.

어떤 신입이 실수로 실탄과 공포탄을 잘못 채워놓아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철희는 달려가서 얼 타고 있는 창식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으억!”

“어, 어?”


창식은 단 한 번에 나가떨어졌고 뒤에서 여유롭게 구경하고 있던 국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일이 잘못 돌아감을 깨닫고는 출구를 향해 뛰었다.


“어딜 도망가쇼.”


그러나 그의 허접한 신체 능력으로 철희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계단을 채 올라가지도 못한 채 뒷덜미를 붙잡혀 끌려 내려왔다.


“하, 하하. 서프라이즈~?”


국장은 이 모든 게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 웃음을 지었으나 그딴 변명이 통할 리가 없었다.


“덕분에 진짜로 인생 하직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뭐냐, 조철희 반장.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내가 자네를 해치려던 건 아니고···.”

“계속 말씀해 보십쇼. 어디 얼마나 대단한 변명을 하는지 들어나 보게.”

“하하···. 내가 잘못했네, 조철희 반장. 한 번만 용서해줘! 아니지, 애초에 자네가 가만히만 있어 줬으면 이런 일도 안 일어났지 않은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국장은 진짜로 억울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허, 참. 이딴 게 관리국장이라니, 나라 꼴이 참···.”

“나도 동감이야.”


입구에서 갑자기 들려온 또 다른 목소리.


철희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있는 것은 한민준과 춘봉이었다.


민준은 철희를 보고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조철희 조장님, 아니 이제는 반장님이지. 오랜만입니다, 반장님.”

“한민준···.”

“오우, 실제로 보니 더 거대한데 미스터 한?”


춘봉은 자신보다도 조금 더 큰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감탄했다.


“왜, 몸이 근질근질거려?”

“노우노우. 나는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아니야, 미스터 한. 나도 저런 인간은 무섭고 목숨 아까운 줄은 안다고.”


춘봉이 기겁하며 물러나자 그 모습을 보고 킬킬 웃은 민준은 권총을 꺼내 철희를 겨누었다.


“반장님, 저는 어떤 머저리처럼 공포탄을 넣고 다니는 실수는 안 하는 거 아시죠?”


끼릭.


민준의 손가락이 서서히 방아쇠를 당겼고 철희는 모든 것을 체념한 얼굴로 국장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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