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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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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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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98

작성
24.03.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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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터널(5)

DUMMY

혜주는 창밖으로 달려가는 민아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어? 어디 가요 언니!”

“잠깐! 잠깐만 나갔다 올게!”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에 올라탄 민아는 시동을 걸며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하지만 신호음만 갈 뿐 반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다급해진 민아는 바로 액셀을 밟아 대응반을 빠져나갔다.


“왜 안 받는 거야!”


차를 최대한 빨리 달려 그녀가 도착한 곳은 그녀의 집.


쾅!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다리에 달라붙는 시욱이를 슬쩍 떼어놓고는 구석에서 뭘 만들고 있는 승필에게 다가갔다.


승필은 평소와 다르게, 상당히 초조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야, 너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승필아, 미안한데 나 좀 도와줘.”


민아는 반장의 방에 누군가 침입했던 흔적이 있었던 것을 승필에게 설명했다.


“반장님이 전화도 안 받으셔. 네가 혹시 어디 있는지 확인 좀 해줄 수 있을까?”


눈을 감은 승필은 능력을 사용해 반장의 휴대 전화의 신호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기를 3분 정도.

그 시간도 참기 힘들었던 민아가 승필을 보챘다.


“반장님은?”

“···못 찾겠어.”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평소였으면 30초도 안 걸렸잖아?”

“신호 자체가 안 잡혀. 어디 전파가 안 닿는 곳에 있는 모양인데.”

“요즘 세상에 그런 데가 어딨어?”

“아주 깊은 지하실이라던가, 벽이 두꺼운 밀실이던가 어니 터널 같은···.”


왜 신호를 못 잡는지 설명하던 승필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왜, 왜 그래?”

“반장님 차종이랑 번호가 뭐였지?”


차종을 알려달라고 말한 그는 자신이 10년이나 격리 지구에 갇혀 있었기에 요즘 차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요구를 바꾸었다.


“아니, 차 외형이랑 번호를 알려 줘.”

“흰색 SUV. 656 머 1367.”


승필이 능력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은 대응반 입구에 설치된 CCTV.

30분 전 기록에 반장의 차량이 대응반을 나서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있었다.


뒤이어 차량의 동선을 따라 CCTV를 확인해본 결과 그는 반장의 차량이 어디로 갔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 즈음에 CCTV가 없어 끊기긴 했으나 그가 장봉리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고 전파가 안 닿을 만한 곳을 찾으라면 생각나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었으니까.


해저 터널이었다.


‘어?’


반장의 위치를 알아낸 그가 CCTV의 기록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던 그 순간, 구석에서 달려가는 차 한 대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외형이 특이하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겉에 쓰여있는 눈에 띄는 문구 때문이었다.


‘여러분의 안전을 지켜 드립니다 Alex Company’


승필은 자신이 본 모든 것을 민아에게 말했다.


“알렉스 컴퍼니? 그 녀석들이 왜···.”


해저 터널로 이동한 반장의 행적, 그 뒤를 따라가는 알렉스 컴퍼니, 그리고 타이밍 좋게 털린 반장실.


직감으로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민아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야, 어디 가려고?”


승필은 다시 뛰쳐나가려는 민아의 손목을 탁 붙잡았다.


“반장님 찾으러 가야지! 알렉스 컴퍼니 녀석들한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데.”

“너 혼자 뭘 어떻게 하게? 네가 가도 달라질 건 없어.”

“나보고 어떡하라고! 그러면 이대로 가만히 있어?”

“내가 도와줄게. 나한테 방법이 있어.”


***


“헉, 헉.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춘봉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철희를 질린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철희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옆구리와 어깨는 총에 맞아 구멍이 뚫려 있었고 몸 곳곳에는 선명한 자상이 가득해 이미 죽었어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게 용할 정도였다.


“끄윽.”


옆으로 쓰러져있던 그의 몸이 순간 꿈틀거렸고 땀을 닦아내던 춘봉은 그것을 보고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철희는 전혀 무서울 이유가 없는, 시체 같은 상태였음에도 그를 보는 춘봉의 눈빛에는 설마 하는 감정과 희미한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철희에게서 5미터 정도 떨어진 곳.


그곳에는 민준이 쓰러져 있었다.


그의 목은 180도 돌아가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절명했을 상태.

그러나 무한히 회복하는 민준의 몸은 좀비라도 된 것처럼 삐걱거리며 일어섰고 목은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크크크큭.”


그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웃었다.


“전방에서 도망친 퇴물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30분 전.


그가 처음 철희를 총으로 겨누었을 때 설마 싸움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그저 앞에 있는, 시대에 뒤쳐진 퇴물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임무 완료.


딱히 봐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진심으로, 망설임 없이, 정확하게 심장을 조준한 상태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가 방아쇠를 당긴 그 순간, 철희가 몸을 틀었고 총알은 그의 어깨에 맞았다.


민준은 그가 피하려 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가 얌전히 서서 맞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기에.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다음.


곧바로 총구를 돌려 철희에게 세 발 더 쏘았는데, 철희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밀고 들어와 민준을 덮친 것이다.


총알이 빗나간 것도 아니었다.


세 발 중 두 발이 어깨와 옆구리에 한 발씩 또 박혔는데도 그는 멈추지 않고 돌진해서 민준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런, 미친!”


약이라도 한 건가?

그의 상식상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었다.


비록 급소는 맞추지는 못했으나 보통 사람이라면 옆구리와 어깨에 맞은 것만으로도 주저앉거나 하다못해 멈칫거리기라도 하기 마련.

그런데 철희는 인간이라면 응당 보여야 할, 고통의 반응이 전혀 없이 불도저처럼 그대로 밀고 들어온 것이다.


민준은 난생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기는 했으나 침착하게 붙잡힌 손의 반대 손으로 나이프를 꺼내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칼을 꺼내기도 전에 반대 손마저 붙잡혔다.


우드득!


철희는 나무젓가락 부러뜨리듯 민준의 양 손목을 손쉽게 부러뜨려버렸고 양손에 힘이 빠진 민준은 무기들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는 민준이 떨어뜨린 총을 집어 무방비인 민준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틱! 틱!


방아쇠는 어디 걸린 것처럼 더 당겨지지 않았다.


“아쉽게 됐네요. 그 총, 지문을 인식하거든요.”


민준의 총 손잡이에는 센서가 달려있어 본인의 지문이 아니면 자동으로 방아쇠가 잠기게 되어 있었던 것.


총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안 철희는 민준도 쓰지 못하도록 총을 저 멀리 던져 버렸다.


그가 나가지 않는 총과 씨름하는 사이 언제나 그랬듯 민준의 덜렁거리던 손목은 순식간에 원래대로 회복했다.


“너···에스퍼였냐?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밖을 나돌아다닐 수 있는 것일까.


그의 의문에 민준이 해답을 주었다.


“서울이랑 관리국이 있는 김포 쪽만 빼면 스캐너의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있거든요.”

“이 나라는 정말 제대로 되먹은 게 없구만.”

“그것도 동감입니다. 크크큭. 그보다 제가 에스퍼인 걸 보고도 포기하지 않을 셈입니까?”


이 와중에도 눈을 살살 돌리며 빠져나갈 틈을 찾고 있던 철희는 기습적으로 민준의 가슴에 주먹질했다.


“으윽!”


공격이 너무 빨라 피할 수가 없었던 민준은 팔을 교차시켜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막아낸 민준의 팔은 다시 부러져 덜렁거렸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상태로 복구되었고 철희는 그것을 보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괴물 같은 놈.”

“누가 할 소리를.”


저 덩치로, 그것도 총에 맞은 상태인데도 공격을 따라가는 게 고작.

현장에서 물러나 녹슬었을 텐데도 이 정도라는 것에 민준은 소름이 돋았다.


“어디 이래도 회복하는지 보자!”


다시 달려들어 민준을 붙잡은 철희는 민준이 휘두르는 나이프를 팔로 받아내며 그의 몸을 그대로 들어 올려 바닥에 거꾸로 처박았다.


아무리 회복 계열이라고 해도 몸에 명령을 보내는 중추 기관인 뇌가 망가지면 더 재생하지 못할 터.


엄청난 속도로 내리꽂힌 민준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이 터져나갔고 그것을 본 국장은 히익 소리를 내며 넘어져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미친···.”


철희의 기대와 달리 부서진 민준의 머리는 식물 자라나듯 안에서부터 새살이 돋아나며 복구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뇌는 복구하기 힘든 기관인지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뎠고,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철희는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그가 잊고 있었던 한 명, 춘봉이 그의 앞으로 끼어들어 출구를 막아섰다.


“비켜!”

“그렇게는 안 돼, 미스터 프레지던트.”


철희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의 흑인.


맞붙은 둘은 서로의 손을 붙잡고 힘 싸움에 들어갔다.


춘봉은 솔직히 지금이라면 철희를 막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는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힘으로 져본 적이 없었다.


물론, 철희를 보는 순간 처음으로 힘으로 밀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지금 그는 총에 맞고 민준과의 격투로 힘이 빠진 상태.

자신이 밀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와, 왓?”


그리고 그 말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철희는 춘봉을 힘으로 찍어 눌렀고 힘에 굴복한 춘봉의 무릎이 서서히 굽히기 시작했다.


깍지껴 맞잡은 손은 동상이라도 걸린 것처럼 감각이 없었고 다리는 힘이 풀린 것처럼 다시 일어날 엄두가 나질 않았다.


휙!


“이 자식···.”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회복하고 일어난 민준이 칼을 휘둘러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춘봉의 손은 가루처럼 으스러졌을 것이었다.


“직접 맞서보니 어때?”

“디재스터. 재앙이야.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는 재앙.”


춘봉은 벌벌 떨리는 손을 주무르며 민준의 뒤로 물러났다.


“뭐야, 천하의 알렉스가 지금 겁먹은 거야?”

“미스터 한, 오히려 현명하다고 해 줘. 달려오는 트럭을 피한 사람에게 겁먹어서 피했다고 하지는 않잖아? 괴물은 괴물이 상대하라고.”


민준은 나이프를 빙글 돌려 역수로 잡으며 씨익 웃었다.


“그래도 사람은 사람인가 봐?”


무적 같던 철희의 얼굴에도 이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총상 3개에 깊은 자상 하나.

더 공격하지 않아도 내버려 두면 알아서 죽을 수준의 무거운 상처들이었으나, 이미 철희의 무력을 겪어본 민준은 방심하지 않고 그를 완전히 쓰러뜨리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 후로도 수십 번을 달려든 끝에, 마지막의 마지막에 서 있는 것은 민준이었다.


“반장님, 당신 같은 인간은 앞으로 못 볼 겁니다. 보고 싶지도 않고요.”


계속해서 회복하기는 해도 민준 역시 체력의 소모는 어쩔 수 없었는지 힘없이 비틀거리며 철희에게 다가갔다.


더는 움직일 힘이 없는 철희의 눈이 민준의 칼끝으로 향했고 죽음을 확신한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이만 죽으세요.”


그에게 작별을 고한 민준은 칼을 든 팔을 힘껏 내리찍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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