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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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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5,398

작성
24.02.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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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최악의 2인조(3)

DUMMY

-···너리!

“이거 어떻게 열 방법이 없나?”

“흐음, 돌아가서 분쇄기에라도 넣어보는 건 어때?”

“그러다 별의 눈물까지 부서지면 어떡해?”

“하하, 미스터 한. 절대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해. 별의 눈물은 핵폭탄이 떨어져도 멀쩡하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니까. 괜히 비싼 물건이 아니야.”


전신의 뼈가 으스러진 것 같은 고통.

귀를 어지럽히는 이명.


정신을 차린 승필이 일어나려 하자 루돌프가 그를 다급히 말렸다.


-일어나지 마! 가만히, 조용히 있어.


승필은 입을 닫은 채로 가만히 루돌프가 하는 말을 들었다.


-녀석들, 지금 당장 네 갑주를 열 방법이 없는 모양이야. 그러니 일단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명 때문에 부분부분 안 들리는 말이 있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이해한 승필은 가만히 누운 채로 능력을 사용해 로봇의 시스템을 점검했다.


‘어차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겠는데.’


로봇이 수류탄의 파편을 전부 막아내 승필의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멀쩡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의 관절부는 손상된 상태였고 내부 전선이 상당히 많이 끊어졌는지 연결조차 안 되는 부위도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로봇의 무게는 대략 80kg.

로봇의 상태가 처참한 만큼 움직이려면 로봇 자체의 동력 없이 순순 근력으로 움직여야만 했는데, 집에 숨어 살던 승필에게 그런 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심지어 수류탄의 충격으로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으니 더더욱.


“오늘 사냥은 어떡할까. 네 부하들 상태도 말이 아닌데.”

“Fuck! 요즘 풀리는 일이 없네, 미스터 한.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이놈이라도 싣고 돌아가야겠어. 어이! 다들 빌빌대지 말고 일어나서 열차에 타! 일단 회사로 돌아간다!”


춘봉은 혼자서 150kg이 넘어가는 승필을 질질 끌어 열차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고 열차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어떡하지?”


승필은 열차 소리에 묻힐 만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장 루돌프의 말대로 가만히는 있었으나 이대로 끌려가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일.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도망도 칠 수 없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걱정하지 마.


쿠구구구구구궁.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진동음.

소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땅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엇!”

“이번엔 또 뭐야! 잠깐 멈춰 봐!”


열차가 멈추었고 민준과 춘봉이 진동이 다가오는 쪽으로 라이트를 비추었다.


그들은 곧 땅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레일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파도가 다가오는 것처럼 레일이 진동에 맞춰 파형으로 휘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열차에 타고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한 민준 일행은 승필을 내버려 두고 짐만 챙겨 열차 밖으로 탈출했다.

다들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은 승필은 안간힘을 쓰며 움직이려 했지만, 그의 몸을 감싼 무거운 쇳덩어리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레일의 파도는 금방 열차에 도달했고 모두 열차가 뒤집히거나 박살 날 것이라 생각했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도는 열차를 멀쩡히 내버려 두고 지나쳐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예상치 못한 전개에 모두가 멍하니 열차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지나쳐갔던 파도가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며 열차와 접촉했다.


“어어어?”


파도는 승필을 태운 열차를 앞으로 밀어내며 순식간에 민준 일행과 멀어져갔고 민준 일행은 다급히 열차를 쫓으려 했으나 갑자기 허공에서 네 사람이 나타나 그들 앞을 막아섰다.


“누구냐.”

“해방전선이라고 말하면 아시겠나요?”


해방전선의 대표가 앞으로 나서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아, 요즘 뉴스에서 떠들썩한 그 녀석들이로군. 우리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아니요. 우리가 볼일이 있는 건 저쪽 분이에요.”


대표가 뒤쪽으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승필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하지만 당신들이 하는 짓을 알고 있으니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겠네요.”

“내가 직접 처리할게, 대장.”


해방전선 일원 중 하나인 불새가 몸을 풀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큰 키에 깡마른 체형의 남자였는데, 전신이 새빨간 불꽃을 뿜어내는 모습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불길이 얼마나 뜨거운지 그가 밟고 있는 레일은 새빨갛게 달아오르다 못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워, 워. 진정하라고. 음···뭐라고 불러야 할까, 해방전선의 대장님?”


춘봉이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에스퍼 네 명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당신들에게 가르쳐줄 이름 같은 건 없어요.”

“그러면 간단하게 대장님이라고 부를게.”

“나는 당신들의 대장 같은 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잖아. 내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중요한 거지. 안 그래, 대장님?”

“···좋아요. 어디 들어나 보죠.”


대표의 허락을 받은 춘봉은 손을 내려 주머니에 푹 찔러넣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우리를 그냥 보내줘.”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했더니만···목숨 구걸이나 하려 했던 건가요?”

“목숨 구걸이 아니야. 협상이지.”


춘봉이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내 뚜껑을 툭 밀어 올렸고 그 안에는 부싯돌이 아니라 조그마한 버튼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뭔지 느낌이 금방 오지? 너무 뻔한 전개니까 말이야.”

“폭탄의 스위치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정답이야.”

“흥, 겨우 그런 물건으로 협박하려 하다니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셨군요.”


대표가 콧방귀를 뀌며 다른 해방전선의 일원 중 하나에게 눈짓했다.


귀, 코, 입술 등등 얼굴에 피어싱이 가득한 여자였는데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춘봉 일행과 해방전선 사이에 불투명한 막이 하나 생겨났다.


“마음껏 터뜨려보시죠. 죽는 건 당신들뿐일 테니까.”

“이런, 대장님.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야. 이 터널에 설치해 둔 거지.”


격리 지구의 위치는 강화도.

초지대교를 제외하고는 육지로 나갈 길이 없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

이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사실 육지로 이어지는 길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터널.

누가 만든 것인지, 어떤 의도로 만든 것인지 알 길은 없었으나 이 터널은 해저로 뻗어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터널이 해저 터널이라는 점.

춘봉은 그 사실을 이용해 해방전선을 협박했다.


“이 스위치를 누르면 터널이 무너질 테고 우리 다 같이 인천 앞바다에 수장당하는 거야.”

“마음대로 하세요. 우리는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대표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받아쳤다.


“대장님, 연기력이 상당한데. 하지만 당신 부하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야.”


대표와는 달리 다른 해방전선의 인원들은 모두 낯빛이 변해 춘봉의 협박이 실제로 위협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어떻게 하겠어?”

“당신들을 보내주면 터널을 터뜨리지 않을 거라고 우리가 어떻게 확신하죠?”

“우리랑 거리를 두고 따라오면 되잖아.”

“···알겠어요.”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러면 우리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비켜.”


해방전선은 마지못해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민준과 나머지는 혹시나 해방전선이 기습이라도 할까 경계하며 비켜선 그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민준이 먼저 앞서간 후, 해방전선은 혹시나 저들이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당장에 대응할 준비를 하며 2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들이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전진하는 사이 승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열차에 기대어 앉았다.


80kg짜리 로봇을 순수히 자신의 힘으로만 움직이려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이이익.”


승필은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 로봇을 어떻게든 벗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수류탄의 충격으로 잠금장치가 망가졌는지 도저히 벗을 수가 없었다.


“그 갑옷 못 벗겠어요?”


대표가 승필 앞에 쪼그려 앉아 갑옷을 살폈다.


“네. 해방전선의 대장님이신가요?”

“대표라고 불러주세요. 끄응.”


승필을 도와 같이 갑옷을 벗기려던 대표는 몇 번 시도해보고는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승필에게 말했다.


“지금은 안 되겠어요. 우리 아지트에 돌아갈 때까지 이대로 있어야 할 것 같네요. 돌아가면 이 갑옷을 벗길 능력자가 있으니 안심하세요.”

“하하, 벗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네요. 혼자였으면 여기 갇혀서 굶어 죽었을 거예요. 그보다 대표님, 저놈들 살려보낼 건가요? 살려 보내면 수십, 수백, 아니 격리 지구의 모든 에스퍼가 다 죽을 때까지 살인을 계속할 놈들이에요.”

“저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어요.”

“아까 다 들었습니다. 폭약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그거라면 제 능력으로 멈출 수 있···.”

“아니요, 하지 마세요. 괜히 위험 부담을 지고 싶지는 않아요.”


대표가 승필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실패할 확률은 없어요. 저 스위치는 제가 정지시킬 수 있어요.”

“아니에요, 하지 마세요.”


대표는 양손으로 그의 머리를 붙잡고 승필만 들을 수 있게 작은 목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저들은 보내줘야 해요.”


저 녀석들을 보내준다니?

그 말은 막을 수 있는데도 일부러 막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돌려보내면 에스퍼를 수도 없이 죽일 저 악마 같은 녀석들을 왜 굳이 살려 보내는 것인지 승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가 안 돼요. 어째서···.”

“다 이유가 있으니까 더 묻지 마세요. 당신은 이제 해방전선의 일원이에요. 그렇죠? 그렇다면 대표인 제 말을 따라주세요.”


대표는 눈빛으로 더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일어나 자리를 떠나버렸다.


“루돌프. 대표가 왜 저러는 거야?”

-···모르겠어. 나도 이 결정은 이해가 안 가는데. 굳이 저 녀석들을 살려주는 이유가 뭐지?


왜 대표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두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사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민준과 춘봉이 먼저 빠져나간 후 해방전선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지상으로 빠져나온 승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안개가 깔린 회색빛의 새벽 바다.

태양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바다가 있거나 그 위로 펼쳐진 끝없이 푸른 하늘이 보이거나 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승필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보였다.


“정말로 밖에 나온 거야?”

-그래.

“정말로···밖에 나온 거야?”

-이제 자유야.

"정말로···."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승필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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