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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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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5,398

작성
24.04.1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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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6-이변(4)

DUMMY

다가올 죽음을 감지하고 눈을 꼭 감은 하랑.


쾅!


귀를 때리는 폭발음이 건물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그런데 폭발음은 묘하게 멀었고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


그녀는 눈을 살며시 떴다.


앞에는 있어야 할 그 한민준이라는 놈이 없었다.


분명히 그 녀석을 쇠사슬로 묶어 두었을 텐데 앞에 남아있는 것은 오직 아수라장이 된 응접실, 죽음을 각오했던 그녀와 조직원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만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응접실로부터 조금 떨어진 건물 밖 공터.

흙바닥 중앙의 폭발로 검게 탄 자국과 그 주변으로는 그을음과 먼지가 섞인 채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살점 덩어리들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그 파괴의 흔적 속에서 홀로 빛나는 작은 보석.

별의 눈물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살이 붙기 시작하더니 이내 심장을 이루었고, 자라나는 뼈와 살덩이는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여긴 어디야?”


재생이 끝난 민준은 낯선 풍경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응접실 안에서 자폭했을 텐데 보이는 것은 사방이 뻥 뚫린 공터.

꽤 강력한 폭발물을 삼키고 오긴 했지만, 건물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 정도도 아니었고, 그렇다기에는 주변에 잔해물도 없고 너무 깨끗했다.


그가 어찌 된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자니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는 놈이냐?”

“너는 누군데?”


민준은 되물으며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을 살폈다.


묘하게 낯익은 얼굴이었다.

아니, 상당히 낯익은 얼굴이었다.


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금방이라도 누구였는지 떠오를 것 같은 갑갑한 느낌이 그의 가슴을 후벼팠다.


“윽?”


아니, 그의 가슴을 후벼판 것은 날카로운 칼날.


민준이 피를 토해내며 물러나자 그의 가슴에 박혀 있던 칼날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고, 부러진 것처럼 끝부분만 남은 칼날이 허공에서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공간 이동 계열인가?”


민준은 칼끝만 사라진 상대방의 롱소드를 보며 추측했다.


이번에는 트리니티가 칼을 찌르지 않고 휘둘렀다.


그러자 민준의 목 오른쪽에서 칼날이 나타나 민준의 목을 베어냈고, 허무할 정도로 깔끔하게 잘려나간 민준의 목이 바닥으로 툭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트리니티의 공격은 민준에게 있어서 그다지 큰 타격은 아니었는데, 민준의 잘려 나간 목에서 곧바로 새 살이 돋아나더니 새로운 머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베어봤자 소용없어. 어차피 재생하니까.”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트리니티는 계속해서 칼을 휘둘러 민준의 사지와 목을 잘라냈다.


“세상에 무한한 에너지 같은 게 있을까.”


대처 불가능한 공간 이동 공격에 민준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얼마 가지 않아 공터는 민준의 잘려 나간 사지와 머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계속해서 민준의 사지를 잘라대던 트리니티의 칼이 멈췄다.


“이런 씨발.”


공격이 멈추자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민준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일어났고 마지막으로 잘려 나갔던 그의 다리가 허벅지에 와서 다시 붙었다.


민준은 아직 남아있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왜, 이제 지치기라도 했어?”

“지친 건 네 쪽인 거 같은데. 방금 재생할 때 이상한 점 못 느꼈나?”

“이상한 점?”


이상한 점이라니?


민준은 트리니티의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개소리야?”

“방금 잘렸던 네 다리가 스스로 돌아가 결합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민준이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트리니티가 답을 내놓았다.


“재생하는 데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세상에 무한한 에너지가 없듯이, 초능력도 마찬가지니까.”


그제야 민준은 트리니티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는 자신의 팔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의 몸은 잘려 나간 부위를 곧바로 몸에서 자라나게 하는 방식으로 재생해왔다.


그런데 마지막 공격으로 잘려 나간 부위는 새롭게 돋아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잘려 나갔던 부위가 딸려와 다시 붙는 방식으로 재생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민준의 심장에 박혀 있는 별의 눈물에는 롭게 살덩이를 생성해낼 만큼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


민준은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앞으로 몇 번일까? 네 녀석의 사지가 잘리고도 재생할 수 있는 건.”

“그만···그만둬.”


민준이 믿었던 불멸의 신체는 허상.

세상 무엇도 두려울 것 없었던 민준의 얼굴에 공포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웠다.


“으아악!”


트리니티의 공격에 다리가 다시 잘려 나가며 민준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민준은 뒤로 누워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뒤로 물러났고 트리니티는 그의 속도에 맞춰 따라오며 계속 칼을 휘둘렀다.


“왜? 이제 좀 죽음이 두려워졌나?”

“사,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그의 처절한 외침에도 트리니티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며 계속해서 절단했다.


“으윽, 이런 개 같은···.”


이제는 민준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초능력에도 슬슬 한계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몸이 재생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 것이다.


“이딴 곳에서 죽을 것 같아···?”


민준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상대를 붙잡으려 했지만, 트리니티는 절대 붙잡힐 만한 거리를 주지 않으며 뒤로 물러나 계속해서 칼을 휘둘러댈 뿐이었다.


“이제 슬슬 끝인가 보군.”


트리니티는 이전과는 다르게 굼벵이처럼 기어와 붙는 민준의 팔을 보았다.


“이만 죽어라.”


민준은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며 상대의 공격을 어떻게든 피하려 애썼지만, 부질없는 노력.

트리니티의 마지막 일격이 민준의 목을 휘둘러졌다.


툭, 데구르르.


민준의 목이 베이기 직전 갑자기 날아온 조그마한 쇳덩어리.


굴러오던 쇳덩어리는 민준과 트리니티의 사이에 멈춰 섰고, 그것이 수류탄이라는 것을 인지한 트리니티는 곧바로 능력을 이용해 멀리 이동했다.


푸쉬이이이.


그러나 트리니티의 예상과는 달리 수류탄은 터지지 않았다.

대신 수류탄은 구멍에서 하얀색 연기를 빠르게 뿜어내기 시작하더니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연기가 일대를 뒤덮어 트리니티의 시야를 가렸다.


갑자기 나타난 연막탄에 어리둥절해 있던 민준.

그의 앞으로 검은색 그림자가 여럿 다가왔다.


그중 가장 큰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살아 있어, 미스터 한?”

“하, 살았다. 알렉스! 네가 이렇게 이뻐 보이는 건 처음이야.”


민준은 그가 내미는 손을 붙잡고 일어나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오, 미스터 한. 미안하지만 나는 그쪽 취향이 아니라고.”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도망가기나 하자. 저 녀석,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부하들의 엄호를 받으며 연막을 헤치고 도망쳐 나온 두 사람.


그들은 차에 올라타 최대한 빨리 현장을 벗어났다.


“미친, 저 새끼가 아직 살아 있을 줄이야···. 10년간 감감무소식이길래 어디서 객사하기라도 한 줄 알았는데.”


민준은 춘봉의 부하들이 건네준 옷을 걸치며 몸을 덜덜 떨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던 그 감각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미스터 한, 저게 누군데?”

“트리니티.”

“트리니티라면 그 공간 이동 능력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10년의 세월 동안 풍화된 기억, 변화한 얼굴 때문에 방금에서야 겨우 기억해내긴 했지만, 그가 트리니티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전 세게예 그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마찬가지였던 춘봉은 불안한 눈으로 물었다.


“우리 살 수 있는 거 맞지?”

“···아마도. 쫓아오려면 진작에 쫓아왔을 거야.”

“왜 안 쫓아오는 거지?”

“굳이 쫓아오면서까지 죽일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 녀석의 힘을 생각하면 우리는 개미만도 못한 존재일 테니까.”

“저 정도나 되는 녀석이 왜 약품 밀수나 하고 있는 거지?”

“나도 모르겠어. 그놈이 왜 그런 일을 하는 건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지···.”



불어오는 바람에 연기가 거의 다 흩어진 공터.


능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민준의 신체를 한곳으로 모은 트리니티는 뒤로 돌아 물었다.


“발목은 어때?”

“뒤에 눈이라도 달리신 겁니까?”


하랑은 바짓단을 걷어 붕대 감은 발목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는 일단 쉬어.”

“괜찮습니다. 이 정도 상처는.”

“쉬라면 쉬어. 당장에 너 없어도 업장은 잘 돌아가니까.”


그렇게 말한 트리니티는 공터에 쌓인 시체들과 함께 공간 이동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수도 없이 눈알을 찔러대는 카메라의 플래시.

귓가를 어지럽히는 수많은 기자의 질문 세례.


“관리국장님! 이번 사태에 대해 말씀하실 건 없습니까?”

“최근 노인들이 에스퍼로 변하는 일이 폭증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국장님!”

“국장님!”


관리국장은 아직 조사 중이라는 대답만을 연발하며 기자들의 무리를 뚫고 관리국 본부로 이동했다.


“하아.”


극적으로 기자무리를 비집고 탈출한 그는 국장실에 들어오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며 땀을 닦아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야.”


최근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뜨거운 감자.


30세 이상 고령자의 에스퍼 변이.


최근 어마어마한 속도로 그 숫자가 폭증하고 있어 관리국 전첵가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직접 출동하는 대응반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각했는데, 쉴 새도 없는 대원들의 출동으로 행정 업무를 감당하지 못해 관리국뿐 아니라 경찰 기관의 인력까지 끌어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 씨, 이게 무슨 일이야.”


작전을 끝내고 돌아온 도현은 방탄조끼를 집어 던지며 의자에 몸을 던졌다.


그가 물수건으로 땀에 절은 머리카락을 닦아내고 있자니 그의 5조 에스퍼들이 사무실로 따라 들어오며 그에게 한 마디씩 툭툭 던졌다.


“어어? 조심하세요. 머리 빠질라. 요즘 스트레스성 탈모도 생기셨다면서 조심하셔야지.”

“그러게나 말이야. 나이도 있으신데 관리하셔야죠.”

”하아, 이것들이 진짜···.“


평소였으면 뭐라고 대꾸라도 했겠지만, 심신이 모두 지쳐있었던 그는 한숨만 내쉬며 물수건을 내던질 뿐이었다.


”아아아아아아.“


스트레스로 맛이 가기라도 한 건지 무의미한 소음을 내며 회전식 의자에서 몸을 빙글빙글 돌리던 그의 시선에 문득 영웅제약의 약병이 들어왔다.


최근 그가 출동해 에스퍼들을 제압하면서 이 약병을 본 것만 두 번.


‘그 약 때문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는 혜주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대응반에서는 이 약병에 대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아니 이런 게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혜주에게 그런 말을 들었던 도현의 머릿속에서는 의심의 싹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그럼에도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의심하던 도현.


그는 약병을 굴리며 계속해서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사무실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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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6-이변(4) 24.04.17 9 0 12쪽
46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10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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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10 0 13쪽
41 040-트리니티(2) 24.04.02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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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6-터널(4) 24.03.22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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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3-해방전선(1) 24.02.29 11 0 11쪽
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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