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01
추천수 :
0
글자수 :
265,398

작성
24.02.26 20:15
조회
11
추천
0
글자
12쪽

020-최악의 2인조(1)

DUMMY

남자는 자그마한 보석함을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내용물은 별의 눈물.

남자는 손가락으로 보석들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어설픈 영어 발음으로 세어갔다.


“하나, 둘, 셋, 넷···열여섯. 너무 많아.”


남자는 곤란한 목소리로 상자를 다시 춘봉에게 돌려주었다.


“돈이 부족해, 미스터 페르소나?”

“당연하지. 도대체 어디서 이 많은 숫자를 가져오는 거야?”

“최근에 좋은 사냥터를 하나 찾았지. 한국, 아아 기회의 땅이여.”

“기회의 땅이고 뭐고 나 같은 개인은 감당 못 할 액수니까 어디 큰 데라도 찾아가 봐.”

“오우, 얼마나 부족한데 그래?”

“다 사봤자 절반 정도?”

“그러면 절반이라도 사는 건?”


페르소나는 절반만 사라는 제안에도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안 살래.”

“미스터 페르소나, 갑자기 무슨 일이야? 평소에는 돈 되는대로 사 갔으면서.”


그는 포기할 줄 모르는 춘봉의 행동에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손짓했다.


“하···좋아. 조금만 가까이 와 봐.”


페르소나는 춘봉이 가까이 다가오자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를 지켜보는 놈들이 있어.”


춘봉이 그의 말에 고개를 살살 돌리며 주위를 살폈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야?”

“당신 등 뒤의 벽 너머.”

“미스터 페르소나, 당신 에스퍼였어?”

“맞아. 그래서 내 심장을 파내기라도 할 거야?”


페르소나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노우. 나는 이익 계산이 철저한 사람이야. 당신만큼 믿을 만한 거래상 찾기가 쉽지 않아.”

“다행이네. 어쨌든 나는 그 물건 못 사. 당신이면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이 지금 상황에 그런 물건을 들고 다니는 건 죽여달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이니까 알려준 거야.”


페르소나는 뒤로 천천히 물러나 그와 멀어졌다.


“나는 안 살 거니까 다른 사람 찾아봐!”


그리고 누군가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구매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히고는 다시 조용히 말했다.


“그러면 행운을 빌게.”

“내 걱정은 하지 마, 미스터 페르소나.”


페르소나가 춘봉에게서 멀어지고 춘봉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골목을 빠져나갔다.


골목 바깥으로 나온 춘봉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하품하고 있는 민준을 볼 수 있었다.


“거래는 잘 됐어?”

“노우. 그보다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왜? 태국 여행 조금만 더 하고 가지.”

“따라붙은 녀석들이 있어.”

“귀찮게···끄윽. 끄으윽.”


민준이 갑자기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벽에서 칼이 튀어나와 민준의 목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칼날은 그대로 위로 솟아올라 민준의 머리를 세로로 두 동강 내버렸다.


“어딜 도망가시려고.”


기다란 장검을 든 여자가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벽을 뚫고 튀어나왔고 그녀를 중심으로 무기를 든 괴한들이 여러 명 나타나 춘봉의 주위를 둘러쌌다.


“이거 참, 에스퍼가 된 뒤로 조심성이 많이 없어졌단 말이지.”


퍼억.


“아아악!”


쓰러졌던 민준의 몸뚱이가 다시 벌떡 일어나며 벽에서 튀어나온 여자의 머리에 박치기했다.


“에스퍼냐!”


괴한들이 깜짝 놀라며 경계 태세에 들어가자 민준은 잘렸던 상처를 문지르며 말했다.


“얘도 에스퍼인데 뭘 놀라고 그래.”


그는 이빨을 쏟아내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여자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뭐해! 다 죽여!”


여자가 바람 새는 소리로 소리치자 괴한들이 달려들어 무기를 휘둘렀다.


수많은 날붙이가 민준의 몸을 관통했으나 당연하게도 그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그는 괴한들이 당황한 사이 몸에 박힌 칼날을 뽑지 못하게 꽉 붙들고는 나이프를 꺼내 순식간에 두 명의 목을 베어버렸다.


괴한들은 춘봉에게도 달려들었다.

두 명이 춘봉을 공격했고 춘봉은 보석함을 넣어뒀던 가방을 들어서 공격을 막아낸 후 휘둘러 다른 한 명의 머리를 후려쳤다.


금속제 가방에 얻어맞은 한 명은 두개골이 함몰되며 피를 쏟아냈고 무기를 놓친 나머지 한 명은 춘봉에게 뒤통수를 붙잡혀 끌려갔다.


“그, 그만둬!”


괴한을 벽까지 끌고 간 춘봉은 강판에 채소를 갈듯 머리를 벽에 대고 죽 밀어버렸고 끔찍한 소리와 함께 괴한의 안면이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총! 총을 쏴!”

“경찰이 올 거야!”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그게 문제야?”


괴한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춘봉은 가방을 열어 총을 꺼내 들었다.


꺼내든 총은 소음기가 달린 기관단총이었는데, 춘봉 같은 덩치가 들고 있으니 권총처럼 보일 수준.

그는 기관단총을 붙잡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드르륵 긁었고 괴한들은 바람을 맞은 갈대처럼 우수수 바닥으로 쓰려졌다.


춘봉이 순조롭게 괴한들을 제압해나가는 동안 민준 역시 괴한들을 손쉽게 도륙 내고 있었는데, 괴한들에게 무한한 재생력을 이용해 쏴도 쏴도 찔러도 찔러도 쫓아오는 그의 모습은 공포 영화가 따로 없었다.


“크윽.”


민준에게 박치기당해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던 여자는 사태가 심각해져 감을 깨닫고 곧장 능력을 사용했다.


“어디 가?”


솜사탕이 물에 녹아들 듯 바닥으로 사라지던 여자의 머리채를 민준이 놓치지 않고 낚아챘다.


그러나 여자는 장검을 휘둘러 자신의 머리카락을 베어냈고 무사히 땅속으로 숨어들 수 있었다.


땅속으로 숨어든 그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흑인 남자를 향해 헤엄쳐갔다.

민준은 베어도 베어도 재생하는 괴물이었기에 차라리 춘봉을 노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춘봉의 발밑까지 다가간 그녀는 머리 위를 향해 힘차게 칼을 찔러 올렸다.


사타구니부터 머리까지 꿰뚫을 기세로 질러낸 공격.

그것이 여자의 실책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몸이 땅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어야만 했다.


“어?”


칼끝에는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고 여자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아 다시 바닥으로 숨으려던 그 찰나, 춘봉이 그녀의 손목을 콱 붙잡았다.


“친구, 내가 너 같은 녀석들을 한두 번 상대해본 줄 알아?”


땅이나 벽 속을 이동하는 능력자들은 통과하는 대상의 재질이 유리라도 되지 않는 이상 내부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때문에 대상의 위치를 짐작해서 공격해야 했고 춘봉은 이를 역이용해 옆으로 살짝 비켜 기다리고 있다가 여자의 공격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춘봉은 손을 그대로 들어 올려 여자를 땅속에서 꺼냈고 반대 손에 들고 있는 기관단총을 그녀의 가슴에 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알은 여자의 목숨을 앗아가기는커녕 아무런 상처도 내지 못했다.


그녀가 능력을 사용하자 총알이 몸을 통과해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것을 본 춘봉이 한숨을 푹 쉬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후우, 곱게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의 손이 여자의 목을 틀어쥐었다.


“커억!”

“이러면 손이 많이 가잖아.”


춘봉은 계속해서 목을 졸랐다.

무생물은 전부 통과하는 그녀의 능력 때문에 직접 손을 쓰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손아귀에 힘을 더 주자 여자의 목이 부러져 버렸고 시체가 되어버린 여자를 바닥에 툭 내던지며 손을 툭툭 털었다.


“으으, 몇 번을 해도 기분 나쁜 감촉이야. 그쪽은 다 정리됐어, 미스터 한?”

“어. 그보다 그 에스퍼 시체 챙겨. 경찰이 오고 있는 거 같으니까.”


희미하게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춘봉은 돈, 아니 여자를 어깨에 들쳐메고 민준과 함께 시체로 가득한 현장을 빠져나갔다.


으슥한 곳에 세워둔 차로 돌아온 둘은 시체를 트렁크에 던져 넣고는 몸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이제 어떡해? 이것들 아직 다 처리 못 했잖아.”


민준이 별의 눈물이 든 상자를 짤랑짤랑 흔들었다.


“이 난리를 피웠으니 당분간은 여기서 거래하기 힘들 거야, 미스터 한. 한국으로 돌아가 사냥이나 계속하면서 상황을 보자고.”


***


“어디 가요?”


빌라를 나서던 승필은 갑자기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목소리의 주인은 승필이 사는 빌라 1층에 사는 여자.

그녀의 이름은 도연아로, 10년 전부터 이웃이었던 에스퍼였다.


“하하, 좀 시끄러웠죠?”

“네. 그 꼴을 하고 어디 가는 거예요?”


승필은 강철로 된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민아가 찾아왔을 때 입고 있었던 뼈대 위로 철판을 덧붙여 만든 물건이었다.


“어···그게···.”


격리 지구를 탈출할 거라고 말할 수는 없었던 승필.

그는 급하게 변명거리를 생각했으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 위험한 격리 지구에서, 그것도 밤에 이런 갑주를 입고 밖에 나가려는 상황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연아는 멍청한 얼굴로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승필을 보고 피식 웃었다.


“됐어요. 설명하기 힘들면 말 안 해도 돼요. 입고 있는 거 혹시 영화에 나오는 그거처럼 하늘도 날고 손에서 빔도 쏘고 그래요?”

“아니요, 제가 그 정도 천재는 아니라서···.”

“그렇죠? 영화는 영화니까.”


승필은 연아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지금껏 그녀와 대화할 때 열 마디 이상 들어본 기억이 없었는데 그녀는 오늘따라 유난히 말이 많았다.


“지금 나가면 다시 안 돌아오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그냥 그럴 거 같아서요. 그동안 말도 제대로 못 붙여봤는데 이대로 떠나는 게 좀 아쉽긴 하네요. 위에 남은 식량은 제가 먹어도 되죠?”


아, 그런 거였나.


격리 지구에서 식량 문제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승필은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네, 전부 드셔도 돼요.”

“···고마워요. 어떤 일로 떠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뭐가 됐든 잘 되길 빌게요. 잘 가요, 승필씨.”


연아가 집으로 돌아가고 승필은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밤거리를 힘차게 내달렸다.


연료가 따로 필요 없는 그의 능력 특성상 로봇의 구조를 아주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고, 로봇은 승필의 움직임을 보조해서 시속 80킬로미터 가까운 속력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안면부의 카메라는 야간 투시경의 기능이 있어 밤에도 주변을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에 승필은 사방에 널린 잔해더미를 손쉽게 피해내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약간 방향이 틀어진 것 같은데. 서쪽이 아니라 북서쪽으로 가고 있어.


승필이 보는 화면 우측 아래에 파란 불빛이 들어오며 루돌프의 목소리가 연결되었다.


“곧장 서쪽으로 가는 건 위험해서 안 돼. 안전하게 초토화 대지를 경유할 거야.”


초토화 대지란 강화도가 격리 지구가 아니었던 시절, 트리니티의 폭격이 떨어졌던 그 장소를 지칭하는 말.

그곳은 빌딩의 무너진 파편 때문에 아무도 살지 않는 장소였다.


승필은 위험하게 에스퍼들이 사는 구역을 통과해 가느니 차라리 조금 늦더라도 아무도 없는 초토화 대지를 경유하는 걸 선택한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 초토화 대지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는 서쪽 장벽 근처까지 아무런 위협 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여기서 멈춰.

“여기?”


루돌프의 지시에 따라 멈춘 곳은 테마파크.


바이킹은 두 쪽이 나 있고 곤돌라도 옆으로 쓰러져 다른 놀이기구들을 전부 뭉개고 있는 흉흉한 모습이었지만, 한 때는 히어로 페스티벌의 중심지였던 강화 테마파크였다.


-내가 지도에 표시해준 곳으로 움직여.


루돌프가 지시한 곳으로 가자 옆으로 반쯤 쓰러진 구조물이 있었고 그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여기야?”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들어가면 문은 꼭 닫고.


문 안쪽으로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자 끝도 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야간 투시경 기능이 있는 그는 내부 구조를 훤히 볼 수 있었고 내부를 본 승필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이게 뭐야···. 여기에 왜 이런 게 있는 건데?”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광경을 맞이한 승필은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0화 내용 뒷부분이 수정되었습니다. 24.02.13 6 0 -
49 048-이변(6) 24.04.23 3 0 13쪽
48 047-이변(5) 24.04.18 7 0 12쪽
47 046-이변(4) 24.04.17 8 0 12쪽
46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9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43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24.04.10 9 0 13쪽
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9 0 13쪽
41 040-트리니티(2) 24.04.02 8 0 12쪽
40 039-트리니티(1) 24.04.01 9 0 14쪽
39 038-터널(6) 24.03.27 8 0 11쪽
38 037-터널(5) 24.03.25 9 0 12쪽
37 036-터널(4) 24.03.22 9 0 12쪽
36 035-터널(3) 24.03.21 10 0 13쪽
35 034-터널(2) 24.03.20 9 0 12쪽
34 033-터널(1) 24.03.19 9 0 12쪽
33 032-신입(3) 24.03.14 11 0 12쪽
32 031-신입(2) 24.03.13 10 0 13쪽
31 030-신입(1) 24.03.11 10 0 12쪽
30 029-창공(3) 24.03.10 11 0 12쪽
29 028-창공(2) 24.03.08 11 0 13쪽
28 027-창공(1) 24.03.07 10 0 12쪽
27 026-해방전선(4) 24.03.05 9 0 12쪽
26 025-해방전선(3) 24.03.04 10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0 0 12쪽
24 023-해방전선(1) 24.02.29 11 0 11쪽
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22 021-최악의 2인조(2) 24.02.27 9 0 12쪽
» 020-최악의 2인조(1) 24.02.26 1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