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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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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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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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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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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35-터널(3)

DUMMY

얼마 전, 철희는 직접 장봉리로 찾아가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인 하수도가 콘크리트로 막힌 것을 확인했다.


“정말로 막으셨더군요.”

“그래. 내가 약속했지 않나.”


국장은 커피를 후루룩 마시며 철희에게 기분 나쁘게 삿대질을 했다.


“자네는 말이야, 국장이 말을 하는데 뭐 그리 의심이 많아?”

“평소에 믿을 만한 짓을 하셔야 믿지요.”

“···자네, 나는 관리국장이야. 자네 상관이라고.”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철희는 대충 고개를 숙인 후 멋대로 국장실을 나가버렸고 관리국장은 그런 그의 모습에 화가 잔뜩 나서 컵을 쾅 내리찍었다.


“저, 저 싸가지 없는 새끼.”


그는 예전부터 철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급자 주제에 마음에 안 들면 들이받는 저 행태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한때 직급과 인사고과를 이용해서 찍어누르려던 때도 있었으나 그는 얼마 안 가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조철희는 딱히 진급에도 대응반장 자리에도 관심이 없었고, 일은 또 성실히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국장은 그가 욕망에 충실하고 상승의 욕구가 있는 자신과 완전히 대척점에 선, 상극인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는 되도록 그를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이번에 터널을 순순히 막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터널을 막지 않으면 조철희는 계속해서 들이박았을 테고 그 때문에 일이 커지기라도 해서 해저 터널이 세간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골치가 아파질 테니까.


게다가 그렇게 되면 명분이 서는 쪽은 해저 터널을 막자는 조철희였을 터였다.


그렇다고 국장이 순순히 터널 입구를 막은 것은 아니었다.


한민준에게 받아먹은 것도 많고 약점도 잡혀있던 그가 한민준의 말을 쉽사리 거스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가 문제의 사진이라도 퍼지게 되면 국장 자리는 물론이고 가정마저 한순간에 풍비박산.

그랬기에 그는 한 가지 잔꾀를 생각해냈다.


터널로 들어가는 하수도의 입구만 막아 놓는 것이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터널을 봉쇄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하수도의 입구만 막힌 셈.

알렉스 컴퍼니는 근처에 우회로를 뚫어 그곳을 통해 멀쩡히 하수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완벽한 계획이야.”


국장은 자신의 얄팍한 잔꾀를 자화자찬하며 뿌듯해하고 있었으나 그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미 그에 대한 조철희의 신뢰는 완전히 바닥을 찍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도 국장을 못미덥게 생각하고 있던 철희였으나 저번 국장의 거짓말로 인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신뢰가 완전히 박살 났으며 그와 알렉스 컴퍼니와의 유착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관리국장의 입장에서 해저 터널을 방치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는데 자신에게 터널을 막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

그것이 가장 결정적으로 유착을 의심하게 된 이유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렉스 컴퍼니 녀석들에게 뒷돈이라도 받아먹지 않은 이상 그가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국장을 믿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일대를 조사한 그는 알렉스 컴퍼니 일당이 숨겨놓은 우회로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덩굴과 나뭇잎으로 위장해놓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근처에 우회로를 뚫을 만한 공간을 찾으려 하니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국장과 알렉스 컴퍼니의 유착에 관한 철희의 의심은 완전한 확신으로 돌아섰다.


“국장님, 이번에도 거짓말을 하셨군요,”


철희는 우회로를 통과해 터널까지 들어가며 찍은 증거 사진을 국장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저를 이렇게까지 속이시는 이유가 뭡니까?”

“반장,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나.”

“알렉스 컴퍼니 놈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아시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녀석들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어요.”

“그래. 자네 말대로 알고 있네, 알고는 있는데···.”

“녀석들에게 받은 뒷돈 때문입니까? 아니면 녀석들에게 약점이라도 잡히신 겁니까?”


정곡을 찔린 국장은 그의 눈을 슬슬 피했다.


“국장님, 이거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알렉스 컴퍼니에게 무슨 압력을 받고 계신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밖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걸 국장님이 묵인하고 있었다는 게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시는 겁니까?”

“안 들키면 되지 않나! 안 들키면!”


국장은 도리어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자네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몰라!”


그의 뻔뻔한 태도에 철희는 경멸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자네 무슨 에스퍼 인권 운동이라도 하나? 왜 이렇게 터널에 집착하는 거야?”

“저는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에스퍼를 옹호하는 해방 전선 소속도 아니고 관리국 앞에 매일 같이 와서 시위하는 사람 중 하나도 아닙니다. 오히려 에스퍼들을 죽이는 일이 다반사죠. 그런데 그런 저도 이건 아니라는 건 알겠습니다.”


철희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돌아섰다.


“국장님께서 하실 생각이 없으면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자네가 무슨 수로? 대응반이라도 끌고 와서 터널을 막을 건가?”

“이 터널의 존재를 공개하면 알아서 해결될 겁니다. 사람들이 외치겠죠. 그 위험한 터널을 당장 막으라고.”

“뭐, 뭐? 그건 안 돼!”


국장이 다급히 뛰어왔다.


“왜 이러십니까.”

“절대 안 돼! 그걸 공개하기만 해 봐! 절대 나 혼자는 안 죽어!”


그는 협박인지 부탁인지 모를 어조로 말하며 철희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상관없습니다.”

“제발! 제발 부탁이네!”


국장은 이제 아예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에게 빌기 시작했다.


“자네가 그걸 공개하면 나는 파멸이야. 제발 부탁이네.”

“···그러면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시간?”

“곧바로 공개하지는 않을 테니 스스로 한민준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터널을 막건 옷 벗을 준비를 하건 시간을 드리겠다는 말입니다.”

“조철희 반장!”

“시간은 사흘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조, 조철희 반장! 기다리게!”


그는 철희의 발목을 붙잡았으나 철희는 휙 뿌리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패닉에 빠진 국장은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멍하니 바닥을 보다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한민준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그대로 고했다.


어쩌면 자신의 이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쌍한 처지에 동정심을 느껴 용서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심도 조금 품은 채로.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에스퍼를 학살하고 다니는 인간에게 그딴 동정심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고 돌아온 것은 차가운 목소리였다.


“하, 관리국장. 내 돈 그렇게 처먹고 일을 이딴 식으로 처리하시면 안 되지. 자기 부하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나?”

“하,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자네도 조철희 그 녀석의 성격 잘 알잖아!”

“그러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사진을 공개하는 수밖에.”

“···그 터널이 공개되면 너희들은 무사할 것 같아? 너희가 격리 지구를 멋대로 드나들었던 걸 내가 발설하면 너희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민준은 그의 협박에 같잖다는 듯 피식 웃었다.


“마음대로 해. 나는 해외로 뜨면 그만이니까. 가라앉는 건 당신 혼자일 테니까 마음껏 발버둥 쳐봐.”


민준의 말은 사실이었다.


2년간 숨어 살았던 것은 해외로 도피할 수단이 없으니 그랬던 것이고 지금은 춘봉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해외로 밀항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당신 약점이 그 사진 하나뿐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당신이 그걸 발설하는 순간 생각도 못한 걸 터뜨릴 테니 어디 잘해보라고."


또다른 약점?


생각해보니 걸리는 것이 많았던 국장은 철희에게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비굴한 태도로 순식간에 전환했다.


“뭐, 뭐? 기다려 봐.”

“왜? 더 할 말 있어?”

“···아니 그게.”


다급한 마음에 일단 붙잡기는 했으나 딱히 할 말은 없었던 국장은 말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갈 수단을 찾았다.


전화가 끊어지는 순간 자신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맞이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뭐야? 할 말 없으면 끊어.”

“내,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조, 조철희 그놈. 그놈만 입 다물고 있으면 되는 거잖아. 그러면 되는 거잖아?”

“그거야 그렇지?”

“아, 알겠어. 내가 해결할 테니까 그 사진만큼은 뿌리지 마. 부탁이야.”

“그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뭐, 알아서 잘해봐.”


전화를 끊은 그는 곧장 컴퓨터로 달려가 대응반 조직도를 찾아 열었고 조직도를 살피던 그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이거라면 어떻게든 되겠어···. 이거라면···.”


***


삐빅.


타타탕!


삐빅.


탕!


따르르릉.


헬멧 방탄복, 기관단총 등으로 완전무장한 채로 훈련장을 종횡무진하며 표적을 사격하던 민아는 타이머가 울리자 동작을 딱 멈추고는 헬멧을 벗어 던졌다.


“후아.”

“너도 실수할 때가 있구나?”


벤치에 앉아 발을 까딱거리며 구경하던 도현이 넘어가지 않은 표적 하나를 가리켰다.


“당연히 실수하지. 내가 기계라도 되는 줄 알아?”

“그런 줄 알았지.”


이번에는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민아가 뛰어다녔던 세트 안으로 들어가려다 약실을 확인하고는 곤란한 듯한 얼굴을 했다.


“뭐야? 빈 탄창인데?”

“정말?”


도현이 탄창을 꺼내 보여주었고 그의 말대로 탄창은 깔끔하게 비어있었다.


“이거 누가 끼워준 거야?”

“어···최태수 조장.”

“그 신입? 하 참, 이게 헷갈릴 일인가.”

“신입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내가 가서 바꿔올게. 조금만 기다려.”


도현의 한숨을 뒤로하고 탄창을 교체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던 민아는 창문으로 훈련장 밖을 지나가는 철희를 발견했다.


“반장님, 요즘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세요?”


철희는 뛰어나온 그녀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훈련 중이었냐?”

“네.”

“담배는?”

“한 대 피우실래요?”

“가자.”


흡연장에 들어간 둘.


철희는 담배를 꺼내 물었고 민아는 곧바로 라이터를 켜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야, 야. 불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다음부터는 하지 마. 요즘 그런 거 하면 욕먹어.”

“괜찮아요.”

“아니, 내가 꼰대라고 욕먹는다고.”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그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눈을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들어온 게 몇 년째지?”

“2년이요.”

“···아무리 규정은 없다지만 역시 2년 차는 좀 그래. 하, 그렇다고 수황이는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고. 자홍이는 귀찮은 일 하기 싫어하고. 좀 열정적이고 몸 사리지 않고 지도력 있는 그런 녀석 없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내 다음 타자가 창식 선배인데 선배한테 반장직 맡기는 건 영 꺼림칙해서.”

“반장님이 누구 대놓고 욕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창식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그럴 일이 있었어. 그보다 선배 정도는 붙여라, 임마.”

“일 그만두기라도 하시게요?”

“그냥. 갑자기 미래가 걱정돼서. 도현이는 어떠냐?”

“···반장 자리를 말씀하시는 거면 저랑 연차도 얼마 차이 안 나는데 좀 그렇지 않아요?”

“역시 그렇겠지?”

“진짜 갑자기 불안하게 왜 이러신대요?”


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를 재떨이에 휙 던졌다.


“반장님? 진짜 뭔 일 있어요?”

“없어. 그보다 우리 오늘 저녁에 회식이나 한번 하자.”

“이렇게 갑자기면 못 오는 사람들도 있을 건데요.”

“올 수 있는 사람만 오라고 하면 되지. 가족끼리 다같이 모여 얼굴도 보고 해야하지 않겠냐.”


갑자기 예고도 없이 회식을 하자고 하는 철희.


민아는 계속되는 그의 이상한 발언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일을 그만둘 사람처럼 굴지 않는가.


“그냥 다음에 하면 되죠. 사람들 최대한 시간 되는 때에 맞춰서요.”

“아니, 그냥 오늘 하자. 알았지? 네가 전파 좀 해줘라.”


철희는 웃으며 그녀의 등을 팍 치고는 흡연장을 나갔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는 민아의 두 눈은 묘한 불안감으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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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045-이변(3) 24.04.15 9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9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43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24.04.10 9 0 13쪽
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9 0 13쪽
41 040-트리니티(2) 24.04.02 8 0 12쪽
40 039-트리니티(1) 24.04.01 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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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7-터널(5) 24.03.25 9 0 12쪽
37 036-터널(4) 24.03.22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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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4-터널(2) 24.03.20 9 0 12쪽
34 033-터널(1) 24.03.19 9 0 12쪽
33 032-신입(3) 24.03.14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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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7-창공(1) 24.03.07 10 0 12쪽
27 026-해방전선(4) 24.03.05 9 0 12쪽
26 025-해방전선(3) 24.03.04 10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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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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