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597
추천수 :
0
글자수 :
265,398

작성
24.02.04 13:00
조회
57
추천
0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

두 도시가 멸망할 적에는 천벌로 하늘에서 불과 유황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이것도 천벌인가?


남자는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수백 미터 상공에서 돌연 나타나 떨어지는 거대한 건물들, 인류 문명의 상징.

꼭대기부터 모습을 드러낸 수십 개의 마천루가 일제히 낙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이시여.”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과 함께 마천루들이 지상에 내리꽂혔고 남자는 그 광경에 압도되어 넋을 잃었다.

부서진 구조물의 파편들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위험해요!>


쿵!


거대한 로봇이 남자를 향해 떨어지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몸으로 받아냈다.


<괜찮으세요?>


로봇의 조종사는 자신이 지켜낸 남자가 무사한지 살폈다.


하지만 카메라 화면 너머의 남자는 죽어있었다.

파편에 맞아서가 아닌 날카로운 물건에 목을 베여서.


<이, 이게 무슨···.>


깨진 유리 파편에 베이기라도 한 것인가?


혼란스러워하는 조종사가 보는 화면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거리는 대략 10미터 정도.

조종사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깨달았다.


<트리니티, 이 개자식!>

“머시너리, 내가 이 도시를 떠나라고 충고했을 텐데.”


트리니티라 불린 남자는 피가 묻은, 길이 1미터 정도의 롱소드를 털어냈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설명한다고 네가 이해할까?”


트리니티는 냉소했다.


<지금이라도 멈춰!>

“아니, 나는 멈추지 않아. 이 가증스러운 도시의 마지막 한 명이 죽을 때까지.”

<트리니티!>


로봇이 트리니티를 향해 달려들었다.

4미터 가까이 되는 강철 덩어리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지만 그는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응시했다.


잠시 후, 그의 칼날이 손잡이만 남겨두고 사라졌다.


<으아아아악!>


머시너리의 비명과 함께 트리니티를 뭉개버릴 듯한 기세로 달려들던 로봇은 다리가 꺾이며 무너져내렸다.

순간이동한 트리니티의 칼날이 강철의 외벽을 무시하고 그의 본체를 찌른 것이다.


“목숨은 살려줬으니 다시 일어나지 마라.”

<그만둬···. 네가 말했잖아. 이 도시야말로 평화의 상징이라고···, 히어로들이 인간과 에스퍼 사이의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 낼 거라고···.>

“그랬었지.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트리니티는 콘크리트 폭격으로 엉망이 된 도시를 보았다.

도시를 보는 그의 눈에서는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증오의 원념도, 복수의 희열도.

그는 이미 모든 감정이 닳고 닳아버린 듯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세상 망해버리는 게 나아.”


머시너리는 다시 힘겹게 일어섰다.

비틀거리면서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세웠다.


그는 그 거대한 몸뚱이를 꼿꼿이 세워서 트리니티와 눈을 마주했다.


“얌전히 쓰러져있는 게 좋을 텐데.”

<히어로는···쓰러지지 않아.>

“방금까지 쓰러져있던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히어로는 쓰러지지 않는다. 설령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 그게 히어로다. 네가 했던 말이야. 기억 안 나?>

“흥, 다시 일어나던 말던 마음대로 해. 어차피 일어나봤자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트리니티는 코웃음 치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칼날이 사라졌을 때처럼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머시너리는 트리니티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보았다.


그의 말대로였다.

자연재해급 사태에 고작 이런 강철 덩어리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살려주세요! 제 딸이!”


트리니티의 마지막 말을 곱씹던 머시너리의 귀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사건 현장에서 들어오던, 누군가가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로봇을 움직였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머시너리는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계속해서 로봇의 속력을 높였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움직였다.


‘그런 걸 생각할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구해. 그게 히어로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0화 내용 뒷부분이 수정되었습니다. 24.02.13 6 0 -
49 048-이변(6) 24.04.23 3 0 13쪽
48 047-이변(5) 24.04.18 7 0 12쪽
47 046-이변(4) 24.04.17 8 0 12쪽
46 045-이변(3) 24.04.15 9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9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43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24.04.10 9 0 13쪽
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9 0 13쪽
41 040-트리니티(2) 24.04.02 8 0 12쪽
40 039-트리니티(1) 24.04.01 9 0 14쪽
39 038-터널(6) 24.03.27 8 0 11쪽
38 037-터널(5) 24.03.25 9 0 12쪽
37 036-터널(4) 24.03.22 9 0 12쪽
36 035-터널(3) 24.03.21 9 0 13쪽
35 034-터널(2) 24.03.20 9 0 12쪽
34 033-터널(1) 24.03.19 9 0 12쪽
33 032-신입(3) 24.03.14 10 0 12쪽
32 031-신입(2) 24.03.13 10 0 13쪽
31 030-신입(1) 24.03.11 10 0 12쪽
30 029-창공(3) 24.03.10 11 0 12쪽
29 028-창공(2) 24.03.08 11 0 13쪽
28 027-창공(1) 24.03.07 10 0 12쪽
27 026-해방전선(4) 24.03.05 9 0 12쪽
26 025-해방전선(3) 24.03.04 10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0 0 12쪽
24 023-해방전선(1) 24.02.29 11 0 11쪽
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22 021-최악의 2인조(2) 24.02.27 9 0 12쪽
21 020-최악의 2인조(1) 24.02.26 11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