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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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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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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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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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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이변(2)

DUMMY

털썩.


춘봉은 시신이 든 자루를 가볍게 갑판 위에 던져 올리고는 손을 털어냈다.


자루 하나당 30억.

아니, 요즘 알렉스 컴퍼니가 별의 눈물의 물량을 어마어마하게 공급해댄 탓에 시세가 조금 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인 것에는 변함없는 사실.

그런 자루가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것을 보고 있자니 콧노래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자니 그의 뒤로 민준이 마지막 자루를 끌며 걸어왔다.


“오늘치 분량은 끝냈어. 이 기세로 가다가는 에스퍼들 씨가 마르겠는데?”

“걱정하지 마, 미스터 한. 에스퍼는 계속해서 생겨나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대응반에게 사살된 에스퍼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현장에 있던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 에스퍼, 40대 중반이었는데 변이했다더라고. 지금까지 30살을 넘어간 에스퍼는 나타난 적이 없었잖아?”

“아. 그 말이 사실이었나? 약에 취해서 하는 헛소리인 줄 알았는데.”

“그 말이라니?”


갑판에 먼저 오른 민준이 배를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낸 춘봉의 손을 잡고 위로 끌어 올리자 배가 엔진음을 울리며 천천히 바다 위로 나아갔다.


“안 그래도 요즘 중국 쪽에서 만 30세가 넘어간 에스퍼 변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그렇겠지. 나도 국방장관의 딸에게 들은 이야기니까. 아직 중국 정부에서도 그 건에 대해서는 공개 안 하고 있다더라고.”

“그런데 국방장관의 딸이라는 사람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었지?”

“마약을 하는 녀석이거든. 마약상들에게서 들은 모양이야. 그리고 그런 이야기도 하더라고. 사람을 에스퍼로 강제 변이시키는 약물이 돌고 있다고.”

“그런 약물이 있다고? 어떻게 약물 따위로 사람을 에스퍼로 만드는 게 가능한 거야?”

“나야 무슨 원리인지 모르지. 나도 그냥 그런 게 있다고만 들은 거니까.”


민준의 말을 듣던 춘봉은 무언가 깨달은 듯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에스퍼로 변이했다는 건 별의 눈물도 똑같이 생긴다는 말인가?”

“설마 너···.”


그 말의 의도를 이해한 민준 역시 그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인위적으로 에스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별의 눈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


위험한 계획을 품은 두 사람을 태운 배는 망망대해를 계속해서 나아갔다.


***


“아유, 고마워 승필씨. 승필씨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포동포동하게 생긴, 중년을 넘어 노령의 나이에 접어들기 시작한 여자가 승필의 어깨를 툭툭 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근 오래된 가전제품들 때문에 그녀는 골치를 썩고 있었는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승필이 모조리 새것처럼 고쳐낸 것이다.


“아니에요. 저도 매일 도움 받는데 제가 더 감사하죠.”

“요즘 청년이 아주 예의도 바르네. 솔직히 말해서 난 승필씨 보고 처음에 좀 무서웠단 말이지? 그 눈에 새까만 안대도 차고 있고 해서 말이야.”


그녀는 승필의 보이지 않는 눈을 가리키며 킥킥 웃었다.


그는 시골에 내려온 뒤 보이지 않는 쪽 눈에 평소에 차고 있던 기계 대신 안대를 쓰고 다녔었다.


처음에는 검은색 일색의 투박한 안대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하기 꺼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들은 그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고 서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사실, 사람들이 그에게 접근하기 시작한 이유는 그가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었기 때문도 있으나 더 결정적인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시욱이가 한 장난.

지금 승필의 안대에는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스티커가 떡하니 붙어 있었는데, 시욱이의 작품이었다.


마을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던 시욱이 이웃에게서 받아온 스티커를 그가 자는 동안에 본드로 붙여버렸기에 어쩔 수 없이 쓰고 다니고 있었는데, 이 안대가 사람들의 경계심을 완화하는 데 상당히 큰 역할을 했던 것.


킥킥거리던 여자는 그에게 커피를 한 잔 내놓고는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욱이는 어때? 이 마을에는 노인네들밖에 없어서 같이 놀 친구도 없을 텐데.”

“괜찮아요. 혼자서도 잘만 놀러 다니던데요.”

“아이는 아이랑 같이 놀아야 정서적으로도 좋은 법이야. 그리고 곧 학교도 다녀야 할 거고. 그러니까 이런 시골 말고 좀 젊은 사람들 사는 데 도시에 가서 사는 게 어때?”

“하하, 그러기에는 제가 돈이 없어서요.”

“그래? 승필씨 손재주면 어디 가서 굶고 살지는 않을 거 같은데.”

“또 제 눈도 이렇기도 하고요.”


승필은 대충 둘러대고 있자니 마당 쪽 미닫이 유리문으로 익숙한 얼굴이 우다다 뛰어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저씨! 여기 있었구나!“

”좀 천천히 뛰어다녀. 넘어질라.“

”시욱이는 여전히 힘차네.“


여자는 승필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시욱을 보고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두 사람만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렴 어떻겠는가, 아이가 좋아하는데.


”이모, 들어가도 돼요?“

”그럼.“


여자의 허락을 받은 시욱은 유리문을 드르륵 밀고 들어와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집안을 들쑤시고 다니다가 무언가를 보고는 우뚝 멈춰 섰다.


”이모! 저거 나쁜 거!“

”응?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니?“


시욱이 가리킨 것은 주방에 놓인 뜯지 않은 영양제.


그녀는 영양제 병을 집어 시욱이에게 보여주며 다시 확인했다.


”이거 말하는 거니?“

”맞아요!“

”흐음. 이게 왜 나쁘다는 거지?“

”검은색 구름!“

”검은색 구름?“


그녀는 영양제 병을 빙글빙글 돌려보며 검은색 구름으로 보일만한 그림을 찾았지만, 그런 그림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병, 제가 좀 봐도 될까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시욱이는 초능력에서 나오는 힘을 구름의 형태로 볼 수 있었다.


그런 시욱이 구름을 봤다고 하니 저 병에도 에스퍼의 힘이 깃들어있는 것일 터.

약병을 받아서 자세히 살펴보는 척을 하던 승필은 여자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 이 영양제 요즘 말이 많던데. 이거 사기래요. 먹어도 별 효과 없고 오히려 체질에 안 맞는 사람은 부작용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머어머, 정말?“

”네. 이건 환불받거나 버리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 그래야겠다. 선물 받은 거라 조금 미안하기는 한데, 몸에 안 좋은 걸 굳이 먹을 필요는 없지. 버려야겠다.“


여자는 쓰레기통에 약병을 휙 집어 던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가 시욱이와 노는 데 정신이 팔린 사이 승필은 쓰레기통에서 약병을 꺼내 재빨리 주머니에 숨겼고, 집에 돌아온 그는 약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시욱아. 아까 구름이 보인다고 했지?“

”응!“


그는 약병의 내용물을 바닥에 모두 쏟아내고는 물었다.


”구름이 보인다는 게 이 알약들이야?“

”맞아! 여기 검은색 구름이 있어!“


‘검은색?’


시욱이가 초능력을 구름으로 표현하는 것은 많이 들어봤어도 검은색이라고 색깔까지 확실하게 지정해 말하는 것을 본 적은 없었기에 시욱이에게 다시 물었다.


”검은색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거야?“

”모르겠어. 그냥···그냥···기분 나쁜 검은색 구름이야.“

”으음. 시욱아, 혹시 그 구름이라는 거 없앨 수 있겠어?“


승필의 질문에 시욱은 알약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없어져.“

”그래? 이게 도대체 뭐지···.“


이 영양제의 정체가 뭘까 고민하던 승필은 약사도 아닌 자신이 고민해봤자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약의 성분을 알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았는데 문제는 그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민아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하필 그 민아와의 관계가 아주 나빠졌다는 것이 문제.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전혀 못 잡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지라 전화하기는 두려웠고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자고 그녀의 생활까지 염탐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민아의 생활을 염탐하려면 언제든 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고 전화로만 통화해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떡하지?’


끙끙대며 고민하던 그는 결국 능력을 쓰기로 했고, 대신 민아가 아닌 대응반의 서버를 해킹해 그녀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눈을 감은 그는 순식간에 대응반의 서버에 침투했고 대응반의 모든 카메라를 통제하에 둘 수 있었다.


카메라는 복도와 건물 외부에만 설치되어있었기에 민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는데, 아쉬운 대로 복도 카메라를 돌리던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3조의 사무실 문으로 카메라를 확대했다.


누구의 사무실인지 이름이 붙어 있는 다른 사무실과는 다르게 3조의 사무실에는 붙어 있어야 할 민아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만둔 건가?’


휴직계를 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설마 그만두기까지 한 걸까.


당황한 승필은 대응반 내부를 살피다가 낯익은 얼굴 하나를 발견하고는 카메라를 고정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혜주.

3조가 아닌 다른 사무실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


”얼굴 좀 봐봐요!“


혜주는 불같이 화를 내며 억지로 얼굴을 가리려는 하나의 손을 옆으로 치웠다.


”설마 그 인간 말종이 때렸어요?“

”아니에요···.“

”딱 봐도 뺨 맞은 건데 하나씨 뺨을 때릴 사람이 그 새끼 빼고 누가 있어요?“

”제가 실수한 거라···.“

”실수했다고 사람 뺨을 쳐요? 네?“


혜주는 뺨을 맞고도 사람 좋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답답해서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사실 하나가 실수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목숨을 구했다는 것까지 알았다면 혜주는 당장에 달려가서 최태수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휴, 얼굴에 상처 나서 어떡해.“

”어차피 사람 만날 일도 없는데 어때요···.“

”어이구, 이 사람이 진짜. 왜 만날 일이 없어요? 저기 8조 조장님 에스퍼랑 연애하는 거 못 봤어요? 누구에게나 다 기회가 오는 법이라니까?“

”···8조 조장님이? 정말이에요?“

”그럼요. 그러니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일랑 다 떨쳐버려요.“


그녀가 하나의 등을 토닥이며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자니 갑자기 사무실의 전화벨이 따르릉거리며 울렸다.


”하, 그 자식은 필요 없을 때는 사무실에 와서 맨날 갈구더니 전화 올 때는 꼭 사무실에 없네.“


혜주는 부재중인 태수를 욕하며 전화기의 액정을 보았다.


#&^@($(*^@.


보통이라면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과 직책이 뜨건, 번호가 뜨건, 하다못해 발신자 표시 제한이 떠야 했으나 액정에는 난생처음 보는 특수문자의 조합이 나열되어 있었다.


수상한 번호에 받을지 말지 고민하던 그녀는 받지 않기로 결정하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따르르릉.


하지만 전화벨은 끊기지 않았다.


오히려 전화벨은 점점 그 소리를 키워가면 나를 받으라고 성화를 부리듯 시끄럽게 울려댔고, 귀를 막고 버티던 혜주는 어쩔 수 없이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아이씨! 누군데 이상한 번호로 전화질이야! 어차피 광고할 거잖아! 응? 끊어!“

”···저 혹시 민아의 부하였던 혜주라는 분 아니신가요?“


스팸 전화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에 급공손해지며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네, 맞는데 혹시 누구신가요?“

”민아 친구인 정승필이라고 하는데요···.“


승필은 그녀의 패기 넘치는 목소리에 기가 팍 죽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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