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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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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98

작성
24.04.18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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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7-이변(5)

DUMMY

창식은 몇 날밤을 지새우기라도 한 것처럼 예민한 얼굴로 반장실을 서성거렸다.


몇 걸음 걷다가 창밖을 힐끔 보고, 몇 걸음 걷다가 창밖을 힐끔 보기를 반복하는 창식.

그가 계속해서 살피는 것은 정문을 장악한 한 무리의 기자들이었다.


“아아! 왜 내가 반장이 되고 나서 이런 일이!”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히스테리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밤낮 가리지 않고 기자들이 붙어대기를 사흘째.

밥을 먹을 때도 잠시 외출을 할 때도 보이는 수상한 그림자, 아마도 기자와 파파라치들의 것이 확실한 그림자가 자꾸 눈에 밟혀 미칠 지경이었다.


“반장님?”


한껏 예민해져 있던 창식은 갑자기 들려온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문밖의 사람에게 괜시리 화를 내었다.


“어떤 놈이야!”


문을 두드렸을 뿐인데 갑자기 날아온 호통에 도현은 그냥 돌아갈까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는 대답했다.


“남도현입니다.”

“무슨 일이야!”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지금 나 바쁜 거 안 보여? 바쁘니까 나중에 와!”


문을 닫고 있어서 안을 볼 수도 없었는데 왜 혼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도현은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밀고 나갔다.


“어···최근 폭증한 에스퍼 변이 건과 관련된 사안인데 지금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뭐?”


민창식의 깜짝 놀란듯한 목소리와 함께 도현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정말이야?”

“네.”

“별거 아니면 그땐···.”


반장실 문을 닫고 들어가 의자에 앉은 도현은 응접용 테이블에 약병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이게 뭐야?”

“영웅제약이라는 곳에서 나온 영양제입니다. 최근 고령 변이자들 소지품 중에 이 영양제가 있었어서요.”

“영웅제약? 처음 듣는데?”

“네. 검색해보니 정보는 거의 없고 변이자들 소지품에 있기도 하고, 뭔가 좀 수상하지 않습니까? 혹시 이 약에 사람들을 에스퍼로 만들거나 하는 성분이 있는 건 아닐까···.”

“야.”


도현의 말을 끊은 민창식이 예민함을 넘어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네.”

“너 지금 나랑 장난하냐?”

“네?”

“사람을 에스퍼로 만드는 약이라고? 그딴 약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냥 영양제 하나 가지고 호들갑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국과수에 의뢰를 맡기면···.”

“헛소리하지 말고 꺼져! 당장 꺼져!”


쾅!


반장실에서 쫓겨나 힘없는 눈으로 약병과 반장실을 번갈아 보던 도현.


“그래. 그딴 약이 있겠냐. 바보 같은 녀석.”


그는 한숨을 푹 쉬고는 5조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


중국에서 도망쳐 한국으로 돌아온 민준.


트리니티의 공격으로 죽다 살아난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손바닥을 슥 그었다.


2cm 정도 파고 들어간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으나 이내 피가 뚝 그치더니 그의 상처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트리니티에게 공격당하기 전의, 능력이 온전했을 때보다는 회복이 조금 느렸지만, 얼마 안 있으면 능력도 완전히 회복될 것이었다.


‘초능력에 한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


세상에 무한한 에너지는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였으나, 초능력이라는 비 자명한 현상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그런 당연한 이치를 완전히 망각하고 있었다.


특히나 초능력을 쓰면 체력을 소진해 피로해지는 다른 에스퍼들에 비해 몸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능력을 지닌 민준은 피로감도 느끼지 못했기에 그런 이치에 더더욱 무던해져 있었다.


‘내 약점을 완전히 파악해야겠어.’


그는 최근 당했던 고약한 경험들을 상기했다.


한민아에게 납치당했던 것과 트리니티에게 반항도 못 하고 죽을뻔했던 일을 말이다.


“뭐? 며칠 쉬고 싶다고?”


춘봉은 갑작스러운 민준의 요구에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인력 손실에 당황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휴가를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에 당황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운동을 며칠만 쉬어도 근손실을 외치며 발작하듯 민준은 며칠만 돈을 못 벌어도 금손실을 외치는 부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온 민준은 곧장 시험에 돌입했다.


처음으로 시험한 것은 각종 약물.


아주 적게부터 치사량에 달하는 수준까지 약물을 직접 투입해본 그는 자신의 능력이 약물의 양에 상관없이 곧바로 발동해 회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스스로 목을 조르거나 전기 충격을 가해 보았는데, 목을 졸랐을 때는 기절하고 나서 아무런 능력도 발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만 직접 목을 매달았을 때는 달랐는데, 머리에 산소 공급이 차단되자 그의 능력이 손상된 뇌를 계속해서 복구시켜 그는 기절할 수가 없었다.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 역시 비슷했다.


기절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지만, 기절해서 뒤로 넘어져 머리가 깨졌을 때는 곧바로 능력이 신체를 복구시켜 기절에서 깨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손상이 간 부분에만 능력이 발동하는 거야.’


그랬기에 민아가 테이저건을 쏘았을 때 그는 기절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했던 것.


재생의 조건을 파악한 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다음으로 확인하는 것은 신체 재생의 한계치.


그는 밤낮을 새워가며 자신의 신체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며칠 뒤, 민준의 집에 찾아온 춘봉은 그를 찾다가 창고 문을 열고는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스터 한. 제정신이야?”


창고 바닥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쌓인 것은 민준의 잘린 신체.


에스퍼 사냥이 직업인 춘봉조차 그 광경에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경악한 것은 단지 잔인하고도 참혹한 현장 때문만이 아니었다.


민준 혼자서 이런 짓을 했다는 것에 경악한 것이었다.


그의 능력이 신체를 재생시키기는 해도 고통마저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수백 수천 번도 넘게, 자신의 손발을 자를 때마다 가감 없는 고통이 그를 괴롭혔을 터.


“하, 하하.”


고통에 미쳐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하하거리며 웃고 있던 민준이 춘봉에게 대답했다.


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아아, 제정신이지. 아니, 오히려 이제야 나를 알게 된 느낌이야.”


***


민창식이 보았던 그림자는 기자들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염탐하는 그림자.

그것은 다름 아닌 민아의 그림자였다.


그녀는 후드를 푹 눌러쓴 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며 창식의 집을 염탐했다.


그녀는 조철희를 그렇게 만든 사람을 관리국장, 민창식, 한민준 세 사람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한민준은 이미 당한 전적이 있으니 조심하는 것인지 요즘 모습을 볼 수가 없었고, 관리국장의 경우는 민창식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자무리가 몰려들어 숨어서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남은 것이 민창식.


그녀는 그를 공격할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썩어도 준치라고 얼마 전까지 대응반 조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창식은 빈틈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는데, 심지어 최근 기자들에게 시달리기까지 해서 그런지 감이 날카롭게 서 있어 그녀의 존재를 얼핏 느끼기까지 한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민아가 접근하려 하자마자 창식은 후다닥 집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녀는 이번에도 허탕을 치게 되었다.


억지로 집 문을 따고 들어가 납치할까도 생각했지만, 문제는 그가 혼자 살고 있지 않다는 것.


그의 가족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6인의 대가족이었다.


무기를 들고 진입하면 민창식을 제외한 나머지가 무슨 큰 위협이 되겠냐마는, 잘못한 것도 없는 사람들을 겁박할 수는 없는 노릇.


그녀는 계속해서 민창식 혼자 있는 타이밍을 노렸으나 번번이 실패할 뿐이었다.


“엄마! 밥 줘!”


도청기 너머로 들려오는 창식의 밥투정.


“하이고, 너는 집에 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냐.”

“엄마는 내가 오늘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는지 알기나 해?”

“나는 니가 밥 달라고 징징대는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이놈아. 가서 씻고 오기나 해!”


근처 높은 건물로 올라간 민아가 줌을 당기자 창문 너머로 여섯 사람이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형, 요즘 나이 많은 에스퍼들이 갑자기 생겨났다며? 뉴스에서 아주 난리던데?”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미칠 지경이니 얘기하지도 마. 내가 집에 와서까지 그 소리를 들어야겠어? 하 씨, 내가 반장 되자마자 세상이 지랄을 하네.”


짜증을 팍팍 내며 식사를 마친 창식에게 그의 어머니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그의 어머니가 내민 것은 손바닥에 놓인 몇 개의 알약.


“비타민이야. 너 건강 좀 챙기라고. 요즘 하도 짜증도 많이 내고 몸도 허하다 그러는 거 같아서 말이야.”

“아우, 내가 무슨 노인네도 아니고 이런 걸 먹어?”

“형 나이가 몇인데, 예비 노인네지. 요즘은 젊은 애들도 먹는다더라. 그냥 먹어.”

“그래, 이 엄마 말 좀 들어라 이놈아. 언제까지 엄마 속 썩일래?”

“알겠어, 알겠어. 먹으면 될 거 아니야. 하여튼 잔소리는.”


그는 알약을 받아 한 번에 털어 넣고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자. 됐어? 아아아.”

“하여간, 조용히 그냥 먹으면 되지, 꼭 한 마디씩 붙여.”


창식을 계속해서 염탐하던 민아는 갑작스레 자신이 한심해져서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이런 데 음침하게 숨어 저런 보잘것없는 일상이나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아.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녀가 한숨을 쉬며 물로 목을 축이고 있자니 도청기를 통해 보잘것없는 대화가 계속해서 그녀의 귀로 들려왔다.


“뭐야, 이건? 이게 내가 방금 먹은 거지? 무슨 비타민이 이렇게 바로 효과가 와?”

“거봐. 몸에 좋은 거래.”

“흠···이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어디서 만든 거야? 영웅···제약?”


약병을 읽던 창식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얼마 전에 대응반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손에 들고 있는 약병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냈다.


“아니야···설마. 하하,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지.”


그는 불안한 눈으로 약병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다가 화장실로 달려가 먹은 것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우웨에에에엑!"

“어머, 얘가 갑자기 왜 그러니? 어디 아파?”

“우웨엑.”


창식은 정말 필사적으로 게워냈다.

몇 년 전에 먹은 것까지 모두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열심히.


“아아, 살았다.”


그리고 그는 게워낸 음식물 속에서 방금 먹었던 알약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설마 정말로 알약 때문에 에스퍼가 된 것일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창식은 괜히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있기는 싫었기에 혹시나 모를 남은 것까지 전부 게워내고 세면대에서 입을 닦았다.


“어? 너, 너 그게 뭐니?”


그가 안심하며 마무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려니 그의 어머니가 그를 보고는 당황한 손짓으로 가리켰다.


“뭐가?”

“너, 너 머리카락 말이야!”

“응?”


그는 어머니의 이상한 반응에 다시 세면대로 돌아가 거울을 보았다.


“어어?”


위로 바짝 선 머리카락.

번쩍거리며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작은 스파크.


그는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전류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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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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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해방전선(3) 24.03.04 10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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