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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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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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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98

작성
24.03.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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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9-창공(3)

DUMMY

민아의 손을 붙잡은 승필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움직일 수 있겠어?”

“되는 데까지 해봐야지.”


승필의 그런 의지와는 달리 그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움직이려고 애를 써보아도 팔다리의 신경이 전부 끊기기라도 한 것처럼 힘이 들어가질 않는 것이 걷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일이었다.


“안 되겠다. 업혀.”

“아무리 네가 힘이 좋아도 나를 업고 숲을 빠져나가는 건 힘들어.”

“괜찮아. 여기서 차까지 별로 멀지 않으니까.”


승필은 업은 다음에는 시욱이 문제였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수준은 아니었으나 밤의 숲길은 어린아이가 걷기엔 상당히 위험했기 때문.

민아처럼 야간 투시경을 쓴 것도 아니기에 나무뿌리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쉬울 것이었다.


민아는 시욱이에게 당부했다.


“시욱아, 절대로 누나한테서 떨어지면 안 돼. 누나 다리 꼭 붙잡고 따라와. 알겠지?”

“응.”


세 사람은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숲속을 헤치며 민아의 자동차로 향했다.


민아는 최대한 빨리 움직였으나 성인 남성 하나를 업고 있는 데다가 시욱이까지 붙어 있으니 속도가 여간 더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쪽으로 가 볼 테니, 너희는 저쪽으로 가!”

“혹시나 발견하면 공격하지 말고 생포해. 공격 능력 하나 없는 에스퍼 둘이니까.”


멀리서 추격하는 에스퍼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민아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 속도대로라면 아슬아슬하게 저쪽이 먼저 따라잡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자동차 바로 근처까지 도착한 민아가 도로 위에 시욱이를 올려 두고 다시 승필을 업으러 내려왔을 때쯤 손전등의 불빛이 그녀를 비추었다.


“저기다! 저기에 놈들이 있어!”


추격자들의 고함과 함께 얼음 창과 레이저가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날아들었다.


승필을 등에 업은 민아는 도로로 올라가는 비탈길을 급하게 뛰어올라 가드레일을 넘어갔고, 공격이 닿기 직전 간발의 차이로 가드레일을 방패 삼아 막아낼 수 있었다.


“이 새끼들아! 생포하라고 했잖아!”


승필과 시욱을 생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에스퍼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초능력의 사용을 멈추고 민아 일행을 향해 달려갔다.


민아는 주머니를 뒤져 자동차 키를 드러누워 있는 승필에게 휙 던졌다.


“시동 걸 수 있겠어?”

“어떻게든 해볼게.”


가드레일을 넘으려는 에스퍼들은 다섯 명.


민아는 에스퍼들을 몸으로 막아섰고, 무기가 없는 민아와 생포하라는 명령을 받은 에스퍼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퍽! 퍽!


민아는 가드레일 너머에서 펀치를 날리고 발로 차대며 에스퍼들을 공격했고, 비탈길 아래서 불안정한 자세로 가드레일을 붙잡고 있던 에스퍼들은 비명을 지르며 비탈길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저, 저 개 같은 년이!”

“저 여자는 생포하라는 말 없었어!”


다시 레이저와 얼음 창이 날아들기 시작했고 민아가 가드레일 뒤에 숨어서 공격을 피해내는 동안 한 에스퍼가 기어 올라와 그녀의 발목으로 손을 뻗었다.


그 손길에서 위험을 느낀 민아는 곧장 에스퍼의 얼굴을 차 냈고, 에스퍼의 손길은 민아의 바짓단만 스친 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아아악!”


민아는 발목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는 주저앉았는데, 에스퍼의 손길이 스친 곳의 바짓단은 가루 수준으로 분해되어 있었고 살갗은 면도칼로 난도질당한 것처럼 찢어져 있었다.


에스퍼가 굴러떨어지며 부딪힌 철제 가드레일은 쥐가 파먹기라도 한 것처럼 분해된 상태.

직접 닿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났을지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민아는 고통을 참으며 계속해서 올라오려는 에스퍼들을 견제했다.


그녀는 열심히 견제하기는 했으나 오래 버티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

가드레일은 각종 초능력에 난타당해 걸레짝이 되어있었고 더는 버티기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쾅!


그 생각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가드레일을 뚫고 날아온 얼음 창이 자동차 옆문을 강타하여 차체가 푹 우그러들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차가 망가질 판이었기에 어떻게든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야 했고 때마침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부르릉!


“시동 걸었어!”

“시욱이는?”

“뒷좌석에 있어!”


민아는 곧장 뛰어 승필을 조수석으로 밀어내며 운전석에 올랐다.


그녀는 야간 투시경을 조수석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액셀을 밟았고 자동차는 빠르게 속도를 올리며 에스퍼들의 공격 범위를 벗어났다.


에스퍼들의 추격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안전해진 것 같자 민아는 한숨을 푹 쉬며 푸념했다.


“하, 씨. 차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대응반 월급 세잖아.”

“지금 누구 도와주다 이렇게 됐는데? 응?”

“···내가 어떻게든 티 안 나게 고쳐 볼게.”

“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 자고 있을 때는 멋대로 전화 걸어서 깨우더니 이런 중요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미안해. 정신이 없었어.”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너는···.”


민아가 이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안심하며 승필을 마구 갈구던 그때, 승필은 앞에서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민아에게 소리쳤다.


“야! 한민아! 속도 줄여!”

“어? 왜? 어어어?”


승필이 가리킨 곳을 본 민아 역시 이상함을 느끼고는 브레이크를 밟았고, 서서히 속도가 줄어들던 자동차는 승필이 가리켰던 곳 바로 앞에 멈췄다.


“이게 뭐야···.”


민아는 차에서 내려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가서 앞으로 내밀었다.


앞에 펼쳐진 것은 반투명한 검은 색의 장막.

커튼처럼 나풀거리며 앞길을 막은 검은 빛의 오로라는 민아가 들고 있는 나뭇가지를 부드럽게 튕겨냈다.


장막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민아는 양팔을 내밀어 힘껏 밀어보았으나 장막은 커튼이 나풀거리듯 요동치기만 할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운전석으로 돌아온 민아는 차를 천천히 앞으로 전진시켜 벽에 들이밀었고 벽에 닿자마자 액셀을 최대로 밟았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해방전선이 한 짓이겠지. 일단은 돌아가자.”

“녀석들이 쫓아오고 있는데 어떻게 돌아가?”

“여기 가만히 있어도 붙잡히는 건 똑같아. 그러느니 뚫고 지나가 보자.”


민아는 차를 돌려 다시 액셀을 밟았다.


끝까지, 최대로.


아예 해방전선 녀석들이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지나가려는 심산이었다.


곧 민아의 시야에 도로 위로 쫓아오고 있던 에스퍼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차를 막아!”

“자, 잠깐! 도망쳐!”


차를 발견한 에스퍼들은 곧장 막으려고 시도했으나 앞을 막아서는 것을 모두 뭉개버릴 의지로 달려오는 자동차에 기겁하며 좌우로 갈라졌다.


자동차를 피한 에스퍼들은 도망가는 자동차를 다시 겨냥했으나 최대 속도로 내달리는 자동차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그들은 닭 쫓던 개 꼴로 멍하니 도로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야, 야 이러다 죽겠어!”

“아하하하! 누나! 더! 더!”


난폭 운전에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승필과는 달리 시욱이는 생애 처음 타보는 놀이 기구에 신이 나서 들썩거리는 것이 안전띠가 없었으면 방방 뛰기라도 할 기세였다.


광란의 질주는 계속되었고 민아가 처음으로 차를 주차했던 그곳을 지나쳐갈 때, 민아는 무언가를 캐치하고는 승필에게 물었다.


“야, 너 방금 봤어?”

“이렇게 달리는데 보긴 뭘 봐!”

“가드레일이 원래대로 돌아온 거 못 봤어?”

“뭐?”

"아까 우리가 싸웠던 곳에 있었던 가드레일 말이야."


아까 그 장소를 지나치던 순간 민아는 분명히 보았다.


초능력 포화에 걸레짝이 되었던 가드레일이 원상태로 돌아와 있는 모습을.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대표의 능력을 보지 못한 민아는 알 길이 없었으나 승필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했다.


“차 멈춰. 아마 이 앞쪽도 똑같이 지나가지 못할 거야.”

“나도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시도해볼 가치는 있잖아.”

“아니. 소용없어. 여기는 이미 아공간의 내부니까.”


가드레일이 수리되거나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대표 근처의 모든 사람이 가드레일이 멀쩡했던 시간대로 이동한 것이다.

아마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똑같이 새벽 시간으로 이동한 것일 테고.


그리고 그 장막은 아마도 아공간의 경계.

그녀가 아공간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그곳을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었다.


민아는 일단 자동차를 계속 운전했으나 승필의 예상대로 반대쪽 도로는 벽으로 막혀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더 도망갈 방법이 없는 거야?”

“아니. 하나 있어.”


이전에도 대표의 능력을 겪은 바 있었고 그때 아공간에서 탈출했던 방법.


승필은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려 시욱이에게 물었다.


“시욱아, 너는 지금 주변이 어떻게 보이니? 아까랑 달라진 거 없어?”

“으으음. 흐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처럼 흐려.”


지금까지 정황으로 봤을 때 시욱이는 초능력을 무효로 돌리는 힘을 갖고 있었고, 초능력을 구름의 형태로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 이곳은 대표의 아공간 내부.

이 공간 전체가 대표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곳이니 시욱이의 시야에는 마치 구름 속을 지나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테고, 그것을 김이 나는 것 같다고 표현한 것일 터였다.


“시욱아, 그때 기억나? 아저씨 머리에 구름이 보인다고 했었잖아.”

“응!”

“우리는 지금 그 구름 안에 있는 거야.”

“정말?”

“그래. 길이 잘 안 보여서 그런데 시욱이가 구름 좀 없애줄 수 있을까?”


시욱이는 승필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시욱이는 알 수 있었다.

세상을 가득 채운 구름을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는지 누가 가르쳐 준 적 없었음에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아이는 정신을 집중하며 구름들을 걷어내기 시작했고 승필이 이전에 보았던 것처럼 노이즈 낀 하늘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아공간은 끈질기게 복구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욱이의 능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렸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던 검은 장막 역시 그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


숲속에 가만히 앉아 상황을 보고받고 있던 대표는 갑작스러운 구토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커억! 이, 이번에도···.”


내장을 뒤집는 듯한 충격에 대표는 다시 엎드려 구역질을 시작했고, 속에 든 것도 없는데도 내장에 든 모든 것을 뱉어내려는 것처럼 구역질은 계속되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헉, 헉.”


대표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겨우 일어섰다.


“실수했어···.”


아공간의 반경은 그녀를 중심으로 5km 정도.

머시너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반경 내의 모든 생물체를 아공간으로 이동시켰으나 그녀는 그것을 후회했다.


“그 아이만 빼고 이동시켰어야 했는데.”


능력을 제거하는 그 꼬맹이만 빼고 이동시켰다면 녀석들이 아공간을 탈출하지 못했을 텐데.


만약 차가 달리는 도중에 사용했다면 운전자 없이 달리는 차에 남겨진 아이는 죽었을 테고 생포하지 못했겠으나 차라리 그게 나았다.


그녀의 능력을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아마도 이 세상에 몇 안 되는 존재.

생포했으면 좋았겠지만, 놓친 이상 살아서 탈출하게 두느니 죽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당장 사람들을 전부 물리세요.”

“물리라니요?”


박선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자 대표는 그에게 설명했다.


“방금 제 능력이 강제로 해제당했어요. 머시너리는 이미 탈출했겠죠. 자동차도 없는 우리가 쫓아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 다들 돌아오라고 하세요. 기지 옮길 준비나 해야겠어요.”


놓친 녀석들이 기지의 위치를 발설한다면 대응반 전체가 이곳을 공격할 것이니 그 전에 빨리 기지를 옮겨야만 했다.


박선은 그녀의 명령대로 해방전선의 인원들을 물리기 위해 자리를 떠났고 혼자 남은 그녀는 하늘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일로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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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10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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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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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4-터널(2) 24.03.20 9 0 12쪽
34 033-터널(1) 24.03.19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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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0-신입(1) 24.03.11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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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7-창공(1) 24.03.07 11 0 12쪽
27 026-해방전선(4) 24.03.05 10 0 12쪽
26 025-해방전선(3) 24.03.04 11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1 0 12쪽
24 023-해방전선(1) 24.02.29 12 0 11쪽
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22 021-최악의 2인조(2) 24.02.27 9 0 12쪽
21 020-최악의 2인조(1) 24.02.26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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