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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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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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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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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3-이변(1)

DUMMY

급히 병실을 떠나려는 민아를 도현이 붙잡았다.


“야! 그런 몸으로 어딜 가려고!”

“괜찮아. 이 정도는 별로 아프지도 않···으윽.”


도현이 붕대 감은 팔을 살며시 누르자 민아는 인상을 쓰며 팔을 휙 내뺐다.


“이거 봐. 안 아프기는 무슨.”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하아. 가서 뭐 하려고?”

“알 필요 없어. 피 보기 싫으면 괜히 내 일에 더 엮이지 마.”

“대응반에는 어떻게 가게? 너 차도 없잖아.”


터벅터벅 걸어가던 그녀는 도현의 말에 우뚝 멈춰 섰다.

자신의 차를 폐병원 아래에 세워놓고 온 것이 기억난 것이다.


“기다려 봐. 내가 태워줄 테니까.”

“택시 타고 가면 돼.”

“불안해서 그래. 가다가 어디 쓰러지기라도 할까 봐.”


잠시 후, 도현의 차 앞에 도착한 민아는 미안한 얼굴로 도현과 그의 차를 번갈아 보았다.


검게 탄 트렁크, 거미줄처럼 쩍쩍 금이 가고 구멍까지 뚫린 뒷유리.

민준과 벌였던 격투의 흔적이 도현의 차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미안해. 이건 내가 변상할게.”

“됐어. 곧 대응반에서도 잘려서 백수 될 텐데 아껴둬. 근데 혜주는 어디 갔어? 방금까지 뒤에 쫓아오고 있었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주차장을 살피던 도현은 기둥 뒤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에스퍼인 그녀는 대응반 외부에서는 조장 근처에 있어야만 했기에 도현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는데, 방금 민아와 싸웠던지라 가까이 오지도, 그렇다고 벗어나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던 것이었다.


“뭐 해? 빨리 안 타고.”

“아, 알았어요. 타면 되잖아요.”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혜주는 민아의 눈을 피하며 만신창이가 된 뒷좌석에 올랐다.


너덜너덜한 도현의 차가 병원을 나서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가만히 앞만 바라보던 민아와 혜주.

민아는 백미러로 혜주의 얼굴을 흘끔흘끔 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뭐가요?”

“내가 너무 예민했어. 너는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일 텐데.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아니다 변명은 안 할게. 내가 너무 말이 심했어, 혜주야. 미안해.”

“···아니에요. 언니가 반장님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면서 그런 말 한 나도 잘못이 있죠.”

“그래도 반장님을 그렇게 만든 놈들에게 복수하기 전까지는 대응반에 돌아갈 생각 없어. 어차피 이미 돌아갈 수도 없게 된 것 같지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옆에서 듣고 있던 도현이 민아 대신 그녀가 대응반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했다.


“왜, 왜요? 뭐 때문에?”

“에스퍼 경보까지 울려대면서 대응반이랑 추격전까지 벌이고 난리를 쳤으니 잘릴 만하지. 나는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핸들을 빙글 돌렸고 대응반 정문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그의 차는 출입 확인 기기 앞에 멈춰 섰다.


-삐빅. 3조 한민아 조장 확인되었습니다.

“적어도 아직은 조장인가 보네.”


민아는 냉소를 내뱉고는 출입증을 도로 회수해 도현의 차에서 내렸다.


“도와줄 거 있어?”

“아니.”


대응반에서 잘릴 민아와는 다르게 도현과 혜주는 계속해서 이곳에서 일해야 하는 몸.

두 사람이 자신과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여서 별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 민아는 홀로 대응반으로 들어갔다.


대응반 건물로 들어간 민아는 에스퍼를 가둬 놓는 수감실 쪽으로 향했다.


수감실은 에스퍼들을 임시로 가둬 놓는 유치장과 매직미러를 통해 유치장을 감시하는 감시실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곳에 도착한 민아는 감시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당직인 조장이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품을 하다가 뒤를 슬쩍 본 그는 민아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얼굴로 말을 걸었다.


“한민아, 오랜만이다. 너 무슨 사고 치고 다녔냐? 곧 잘린다는 말이 있던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혹시 오늘이랑 어제자 수감 기록이랑 출입 기록 좀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왜?”

“그냥 좀 확인할 게 있어서요.”


그는 갈등하는 듯 미간을 찡그린 채 몇 초간 민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


“너 아직 잘린 거 아니지?”

“출입증 찍으니까 아직 조장이라고는 해주던데요.”

“그러면 뭐 문제는 없겠지. 들어와.”


감시실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컴퓨터에 적힌 출입 명부를 쭉 살펴보았고 도현의 말대로 민준에 관한 기록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배.”

“선배는 뭘 선배야. 곧 대응반에서 나갈 텐데. 그냥 편하게 불러.”

“선배, 혹시 어젯밤에 대응반에 남아있었어요?”

“재미없기는···. 야근 때문에 남아있기는 했지. 그건 어떻게 알았냐?”

“요즘 그분이랑 꿀이 떨어지시는 것 같길래 또 야근 핑계로 남아있을 거 같았죠.”

“···그게 그렇게 티 났냐?”


자신의 부하 에스퍼와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킬 줄 몰랐던 그는 당황하며 민아에게 변명했다.


“아니, 그냥 대응반에서도 에스퍼 싫어하는 사람들 많고 그러니까 걔가 숨기는 게 어떠냐고 해서 그래서 숨기고 연애했던 거지 뭐 그게 부끄럽거나 해서 그런···.”

“알겠고, 어젯밤에 대응반에 에스퍼 하나 잡혀 들어왔던 거 봤어요?”

“어. 자정쯤에 들어왔지 아마. 남양주 지부 대응반이 붙잡아 왔던가 했을 거야.”

“혹시 그 뒤로는 누구 출입한 사람 없어요?”

“글쎄···그런 게 있었나?”

“숨기지 말고 말해줘요.”


그는 뭔가 부끄러운 듯한 모습으로 민아의 눈을 피하다가 마지못해 실토했다.


“새벽 두 시 반쯤에 차가 두 번 들어왔어.”

“어디서 봤어요?”

“사무실···아이씨, 쪽팔리게 이런 건 왜 자꾸 물어봐?”

“어떤 차였는지 기억해요?”

“하나는 알렉스 컴퍼니 차였고 하나는 파란색 세단이었어.”

“고마워요 선배. 제가 나중에 밥 한번 살게요.”

“어, 어? 그래. 맛있는 걸로 부탁한다.”


그는 갑자기 나타나서 이상한 걸 물어보고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얼떨떨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민아는 관리국 본부 정문 근처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는 차들을 체크했다.


그녀가 확인한 파란색 세단은 총 네 대.


안에 탄 사람들의 얼굴을 조직도와 비교해본 결과, 민아는 대상을 한 사람으로 쉽게 좁힐 수 있었다.


조철희보다 계급이 높고 터널 봉쇄에 인력을 끌어올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단 한 명, 관리국장뿐이었던 것이다.


민아는 조직도에 떠 있는 관리국장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잊지 않도록, 각막에 새겨질 때까지 보고 또 보던 그녀는 이내 발걸음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


“어이! 김씨! 빨리 와! 커피 안 마실 거야?”

“됐어. 이제 건강 좀 챙기려고.”


김씨는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다른 인부들 앞으로 척하고 내밀었다.


“뭐여, 영양제여?”

“그래. 니들도 나이가 있는데 건강 챙겨야 하지 않겠어? 그런 설탕 덩어리 그만 먹고 나처럼 이런 건강식품 좀 사 먹어.”

“하이고, 여태 술자리마다 병나발을 그렇게 불어 대던 자슥이 영양제 몇 알 처넣는다고 퍽이나 달라지겄다.”

“흥,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아니겠어?”


다른 사람들은 김씨의 그런 결심이 작심삼일이겠거니 하며 비웃었지만, 김씨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코웃음 치며 알약을 하나 입에 털어 넣었다.


“오오? 뭐야? 뭔가 벌써 건강해진 기분인데?”


알약을 집어넣은 지 30분 만에 몸이 가뿐해진 것을 느낀 김씨.

다른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저마다 한 마디씩 던졌다.


“저놈 또 꼴값을 떤다.”

“이 자식아, 오바하지 마라. 영양제 하나 삼켰다고 바로 효과가 오겠냐.”

“냅 둬. 저놈아가 저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니, 아니 진짜라니까? 힘이 막 솟아나는 게 느껴진다니···까?”


퍽!


시끌벅적했던 공사판에 갑자기 흐르는 정적.


모두의 시선이 모여 한곳을 보고 있었다.


“어, 어···철두야?”


철두라고 불린 남자의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바로 아래에는 깔끔하게 잘려 나간 목의 단면만이 남아 허공으로 힘차게 피를 뿜어내고 있을 뿐.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뻐끔거리던 사람들 사이로 곧 누군가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그것을 기점으로 모든 사람이 소리 지르며 김씨에게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

“사람 살려!”

“자, 잠깐 기다려!”


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달아나는 사람들에게 손을 뻗자 그의 손에서 쉭하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발사되었고.


털썩.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도망치던 사람들의 몸이 두 동강이 나 바닥을 굴렀다.


“으아아아악! 오지 마!”

“에스퍼다!”

“기다려! 나는 에스퍼가 아니···.”


자신은 에스퍼가 아니라 주장하던 김씨는 중간에 입을 다물고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벌벌 떨었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마치 새로운 팔다리가 자라난 것 같은 기묘한 감각.


“설마.”


그는 떨리는 손을 지갑으로 가져가 지폐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두었고 그 기묘한 감각에 신경을 집중하자 지폐는 믹서기에 갈아버린 것처럼 산산이 찢겨 허공으로 흩어졌다.


“어, 어째서?”


그는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의 연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람이 에스퍼로 변이할 수 있는 것은 삼십 대까지.

그 이상의 나이에서는 에스퍼의 형질이 발현된 사례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망쳐야 해.”


자신이 왜 에스퍼가 되었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자신이 초능력으로 사람들을 여럿 죽였다는 것.


얌전히 체포당하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들었고 아마 대응반에 발견되는 즉시 사살당할 확률이 지극히 높았기에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야만 했다.


애애애애애앵!


에스퍼 발생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고 김씨는 허둥대며 공사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씨발,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자신의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달려가던 김씨.

그는 돌연 들려온 총성과 함께 어깨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을 굴렀다.


“으으으윽!”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총을 들고 있는 대응반의 대원.

김씨는 그 대원을 향해 손바닥을 쭉 뻗었다.


저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테니까.


김씨의 손에서 발사된 보이지 않는 칼날은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고 상대방의 얼굴이 반으로 갈라지기 직전.


파잉!


칼날 앞에 푸른색의 실이 생겨나 막아내며 그의 공격을 저 멀리 튕겨내었다.


그렇게 그의 마지막 반격의 기회는 허망하게 날아닸고 곧바로 김씨의 머리와 가슴에 총알이 날아와 박히며 김씨의 숨은 순식간에 끊어졌다.


“헉, 헉.”


에스퍼의 공격에 얼굴이 둘로 갈라질 뻔했던 최태수.

그는 벌떡벌떡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낸 것이 아니었는지 살짝 베인 상처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에 묻어나온 빨간색 액체를 본 그는 씩씩거리며 분노하더니 뒤에 있던 오하나에게 다가가 뺨을 때렸다.


“악!”

“너, 일부러 그랬지?”

“아, 아니에요.”

“제대로 막을 수 있었는데 일부러 그런 거잖아!”

“죄,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할게요.”


목숨을 살려주었음에도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태수.

그런 그의 행동에도 하나는 그저 굽신거리기만 할 뿐 반항 한번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구급차 여러 대가 출동해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이 내려 시신들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김씨의 몸이 들어 올려지는 순간 주머니에서 떨어져 오하나의 발치로 굴러와 툭 부딪힌 병.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영양제 병이었다.


별것 없는 평범한 약병이었으나 그 밑에 쓰여진 조그마한, 처음 보는 회사 명이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녀는 그 이름을 천천히 혼잣말하듯 읽었다.


“영웅···제약?”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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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6-이변(4) 24.04.17 9 0 12쪽
46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11 0 12쪽
» 043-이변(1) 24.04.11 9 0 12쪽
43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24.04.10 10 0 13쪽
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10 0 13쪽
41 040-트리니티(2) 24.04.02 8 0 12쪽
40 039-트리니티(1) 24.04.01 9 0 14쪽
39 038-터널(6) 24.03.27 9 0 11쪽
38 037-터널(5) 24.03.25 11 0 12쪽
37 036-터널(4) 24.03.22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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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4-터널(2) 24.03.20 9 0 12쪽
34 033-터널(1) 24.03.19 10 0 12쪽
33 032-신입(3) 24.03.1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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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0-신입(1) 24.03.11 10 0 12쪽
30 029-창공(3) 24.03.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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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7-창공(1) 24.03.07 11 0 12쪽
27 026-해방전선(4) 24.03.05 10 0 12쪽
26 025-해방전선(3) 24.03.04 11 0 13쪽
25 024-해방전선(2) 24.03.03 11 0 12쪽
24 023-해방전선(1) 24.02.29 12 0 11쪽
23 022-최악의 2인조(3) 24.02.28 11 0 11쪽
22 021-최악의 2인조(2) 24.02.27 9 0 12쪽
21 020-최악의 2인조(1) 24.02.26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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