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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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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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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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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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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터널(1)

DUMMY

“저는 그래도 에스퍼가 싫습니다.”


태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한민아 조장님께서는 에스퍼들을 용서하셨을지 몰라도 저는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네요.”


민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에스퍼를 향한 증오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는 잘 알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어쨌든 에스퍼들과 협력은 피할 수 없으니까요.”

“협력은 필요 없습니다. 저는 에스퍼들을 철저히 도구로 쓸 테니까요. 굳이 도구와 협력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태수는 민아와 더 할 말 없다는 듯 몸을 홱 돌렸고 민아는 그런 그를 뒤로 한 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


“으음. 이게 인생이지.”

“미스터 한, 오늘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물론이지.”


민준은 술잔을 들어 건배하듯 퉁기고는 한 모금 들이켠 뒤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냅킨으로 입을 닦아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앞에 있는 야외 풀 안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좀 건전하게 노는걸? 어디 교회라도 다니기 시작했나?”


춘봉은 며칠 전 이곳에서 열렸던 파티를 떠올렸다.


한민준이 지난 2년간 숨어 사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열었던 파티.

과장 섞어서 집 한 채 값은 쓴 것 같은 규모의 화려한 파티였다.


‘미스터 한.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그만큼 썼다고 민준의 잔고에 커다란 타격이 올 정도는 아니었으나 어쨌든 고작 연회에 이 정도 돈을 쓸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과하기는 이럴 때 쓰려고 모으는 거지. 그리고 말이야, 이건 나의 즐거움만을 위해서 연 파티는 아니야. 저기 보여? 저 사람은 국방장관의 딸이야. 저기 저 사람은 관리국장이고. 저 사람은 태산기업의 비서실장이지.’

‘호오.’


민준이 초대한 사람들은 정재계의 유명 인사들.

2년간 모습을 감추느라 연락을 끊었던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파티라고 할 수 있었다.


민준은 그런 파티를 일주일에 한 번꼴로 열었고 그날은 항상 일요일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민준은 얌전히 주말을 보내고 있었기에 춘봉은 왜 그런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온전히 쉬는 날도 있어야지.”


춘봉은 민준의 입에서 튀어나온 의외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봐?”

“아니, 미스터 한이라면 쉴 시간에 돈 될 사냥 거리나 찾아보자고 할 줄 알았거든.”

“내가 그 정도로 돈에 미친 놈은 아니야.”


춘봉은 속으로 맞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며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사탕을 하나 집어 입에 던져 넣었다.


“미스터 한, 궁금한 게 있어.”

“뭔데?”

“그 인맥들을 어디에 쓰려는 거야? 우리가 어디 대기업도 아니고 일개 사냥꾼들인데.”

“생각보다 상당히 도움이 돼.”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민준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민준은 대충 물을 털고 올라와 전화를 받더니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고는 씩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가 이렇게 기분 좋게 웃는 건 에스퍼 심장에서 별의 눈물을 적출할 때 정도 빼고는 본 적 없었던 춘봉이었기에 그가 왜 웃고 있는지 물었다.


“아까 왜 인맥 관리를 하냐고 물었지? 이럴 때 도움이 되거든.”

“무슨 말이야?”


민준은 춘봉에게 전화 내용을 설명해주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춘봉의 얼굴에 민준이 그랬던 것처럼 미소가 번졌다.


***


승필에게 해저 터널의 이야기를 들었던 철희는 대응반에 돌아오자마자 조사에 착수했다.


그가 말해줬던 위치에 인원을 보내 정말로 터널이 있는지 확인했고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의 존재를 확인한 그는 곧장 관리국장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격리 지구와 연결된 해저 터널이 있으니 파괴해야 한다고?”

“그렇습니다.”

“허허, 조철희 반장. 해저 터널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관리국장은 주름기 있는 마른 손으로 안경을 슥 밀어 올렸다.


“저도 제보를 듣고 믿기 힘들어서 인원을 보내 조사했고, 해저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격리 지구 내의 에스퍼들도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빨리 파괴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무래도 믿기 힘들군.”


철희는 그의 답답한 반응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상급자에게 확인하면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멍청이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결재나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는 속으로 꾹 눌러 담았다.


“내가 직접 확인해볼 테니 돌아가서 기다려봐.”

“국장님이 직접 확인하신다니요? 그러실 필요가 있습니까? 여기 채증 사진도 있···.”

“그 사진만 보고 어떻게 믿나? 성급하게 굴지 말고 돌아가서 기다려 봐. 내가 곧 연락할 테니.”

“국장님! 이렇게 답답하게 시간을 끄실 이유가···.”

“답답하게? 대응반장 주제에 관리국장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화를 내야 할 건 자신인데도 역으로 역정을 내는 국장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이성이 날아갈 뻔했지만, 철희는 잘 참아내며 조용한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헛나왔습니다.”

“하여간 요즘 것들은···. 내가 확인하고 연락할 테니 돌아가서 대기해.”

“언제쯤 연락해주실 겁니까?”

“···일주일만 기다려 봐.”

“알겠습니다.”


철희가 방을 나가고 그의 발소리를 듣고 있던 국장은 그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를 켰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위해 엄지를 옮기다가 망설이듯 멈칫한 그의 두 동공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버튼을 누를지 말지 망설이던 그는 이내 결심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관리국장님. 어떤 일로 연락하셨는지요?”


전화 너머에서 한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저 터널 이야기가 나오면 연락해달라고 하지 않았었나. 방금 조철희가 찾아와서 해저 터널 이야기를 하더군.”

“아, 올 것이 왔군요.”

“···나는 해저 터널 이야기만 들었지 그게 격리 지구로 이어진다는 말은 방금 처음 듣는데 어떻게 된 건가?”


한민준의 파티에 참석했던 그는 한민준에게 혹시나 누군가에게 해저 터널 이야기를 듣게 되면 자신에게 가장 먼저 연락해 줄 것을 당부받았었다.

당시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었으나 방금 그 의미를 알게 된 국장의 목소리는 불안으로 떨리고 있었다.


“하하,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고 일부러 말 안 한 겁니다.”

“설마 자네들 그 터널을 드나들고 있는 건···?”


국장은 한민준과 장춘봉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눈치챘다.


“그게 우리 일이니까요.”

“자네들 일은 격리 지구 밖에 있는 에스퍼들을 사냥하는 것이지 멀쩡히 격리 지구에 있는 에스퍼들을 사냥하는 게 아니야!”


국장의 일갈에도 민준은 태연하게 귀를 후비적거리며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뭐라고?”

“국장님, 잊으신 모양인데. 혹시 그 사진 유출되어도 괜찮은 겁니까?”


민준의 위협적인 목소리에 국장은 움찔했다.


“미성년자들이랑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된다면 많이 힘드실 텐데요?”

“그, 그건 자네가 속여서 그런 거잖나! 난 걔네가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아내도 있으신 분이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크윽···.”


전화기 너머에서 민준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조철희 반장에게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일단 돌아가라고 했네. 내가 확인해보고 연락한다고.”

“뭐, 베스트까지는 아니지만 잘하셨습니다.”

“일단 대응반장에게는 일주일 뒤에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뭐라고 하지?”

“그건 국장님께서 알아서 잘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럼 이만.”


일주일 후, 조철희는 국장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을 받을 수 있었다.


내용은 해저 터널을 확인했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봉쇄하겠다는 것.


파괴가 아니라 봉쇄라는 말이 조금 찜찜하기는 했으나 어찌 되었든 한민준 패거리가 드나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주목표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또한 해저 터널의 존재는 세간에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장의 말에 의하면 안 그래도 에스퍼와 사람들 사이에 골이 깊은데 발표했다가 괜히 사회적으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철희는 그 말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는데, 그 발단은 예기치 못한 어떤 사건으로부터였다.


***


스트리머 창귀.


창문에 귀신이를 줄인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공포를 소재로 다루는 개인 방송인이었다.


그는 평소에 폐건물을 탐험하는 콘텐츠로 인기를 모으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장봉리.

그곳에서 귀신이 목격되었다는 제보였다.


한밤중, 그는 사람의 형상이 지난다는 곳으로 가서 방송을 켰고 서서히 시청자 수가 늘어 수백 명이 되었다.


“창하, 안녕하세요 형님들! 오늘 제가 온 곳은 장봉리, 강화도 근처의 작은 섬인데 여기에 귀신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또 누굽니까. 귀신하면 창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장봉리의 귀신들과 만나보는 컨텐츠 준비해봤구요, 오늘은 제발 진짜 귀신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잉.”


창귀는 지금까지 귀신을 목격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헛소문이겠거니 하고 주위를 돌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만 신경 쓰고 있었고, 밤의 바닷가에 주변에 숲도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 연출도 나름 성공적이었다.


‘귀신이 있을 리가 없지.’


창귀는 귀신이 목격되었다는 지점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수색했으나 귀신 옷자락하나 찾지 못했고, 적당히 돌아다녔다고 생각한 그는 돌아갈 채비를 했다.


-어? 저거 뭐야. 창귀님 뒤에.


그때 채팅창에 올라온 한 줄.


“에이, 여러분 제가 짬이 얼만데 그런 거 안 속습니다. 저 놀리지 마세요~.”


창귀는 시청자가 놀린다 생각하며 지나가려고 했지만, 다시 그 시청자의 채팅 한 줄이 올라왔다.


-아니, 귀신이 아니라 뒤에 저 구멍 뭐냐고요.


‘구멍?’


창귀는 뒤돌아 시청자가 말한 구멍이라는 것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자의 말대로 수상한 구멍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 낡은 하수도처럼 보이는, 사람 여럿 지나다닐 수 있는 크기의 구멍.


“이야, 이런 곳이 있었네. 형님들, 여기만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돌아갈까요? 혹시 알아? 여기 귀신이 있을지.”


창귀는 영상 각임을 느끼고 망설임 없이 하수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던 그는 점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들어간 곳이 하수도의 종착지라고 생각했는데 하수도는 이상하게 아래로 경사져 점점 내려가게 되어있었다.


게다가 낡은 외관 치고 묘하게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있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는 스트리머.

오히려 이런 수상한 점 때문에 더 좋은 방송 각이 되리라 생각하며 안으로 계속 깊숙이 들어갔고, 그 끝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형님들, 이 수상쩍은 계단은 뭘까요?”


그는 본능적으로 이 계단을 내려가면 안 된다고 느끼고 있었음에도 욕심은 그를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 떠밀었다.


그리고 망설이던 그는 결국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이게···다 뭐야?”


그의 앞을 반겨주는 것은 철도가 설치된 거대한 터널.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사람들의 그림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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