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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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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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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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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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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이변(3)

DUMMY

승필의 이름을 들은 혜주는 무릎을 탁하고 치며 소리 질렀다.


“아! 언니 남자친구!”

“네? 아뇨, 그건 아닌데요.”


혜주의 갑작스러운 급발진에 그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혹시 민아가 일을 그만뒀나요?”

“언니가 말 안 해줬어요? 엄청 오랜 친구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

“네. 최근에 그럴 만한 일이 좀 있었어서···.”

“그만둔 지는 얼마 안 됐어요.”

“···걔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저도 좀 알고 싶네요. 잔뜩 화난 고슴도치처럼 ‘아무도 다가오지 마!’ 같은 느낌이라.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혜주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그보다 남자친구분 능력이면 알 수 있지 않아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것저것 해킹할 수 있는 것 같던데. 저번에 그 아이 구할 때도 도와줬고.”


그녀는 시욱이의 아버지 주상이 시욱이를 데리고 면회소에서 탈출했던 사건을 상기했다.


그때 스캐너를 전부 해킹했느니 뭐니 했던 것을 생각하면 민아가 일을 그만뒀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여기에 전화해서 이러는 건지 혜주는 궁금했다.


“남자친구 아니···됐습니다.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걔 사생활까지 캐고 싶지는 않아서요. 어쨌든 민아가 어떻게 지내는 지는 아시는 게 없다는 말씀이시죠?”

“네. 아쉽게도요. 혹시 언니랑 연락 닿으면 어떻게 지내는지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가능하면 빨리 돌아오라고 이야기도 해주시고.”

“알겠습니다. 대답해주셔서 감사하고, 민아 소식 들리는 게 있으면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던 승필은 뭔가 찜찜해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신이 뭔가 까먹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혜주를 다시 붙잡았다.


“잠시만요!”

“아, 네.”

“혹시 대응반이면 이게 뭔지 알고 있을까 싶어서 여쭤보는 건데요. 혹시 영웅제약에서 나온 영양제에 대해서 아시는 거 있나요?”

“영웅제약이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

“영웅제약?”


소파에 앉아있던 하나가 영웆에약이라는 단어를 듣고 반응했다.


“어? 하나씨 뭐 알고 있는 거 있어요?”

“어···봤던 거 같은데···아! 맞아요. 무슨 약병이었는데.”


승필은 그 약병이 뭔지 아냐고 물어봐달라고 혜주에게 부탁했다.


“그게 뭔지 알아요?”

“아니요. 저도 그냥 보기만 한 거라. 아까 에스퍼 시신 옮길 때 그 사람 주머니에서 떨어졌거든요. 그냥 영양제인 줄 알고 쓰레기통에 버렸죠.”

“어느 쓰레기통인지 알 수 있어요?”


***


“아니, 내가 살다 살다 별걸 다 하네 진짜.”


도현은 장갑 낀 손등으로 땀을 훔쳐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도현이 뒤지고 있는 것은 쓰레기통.

그는 하나가 약병을 버렸다는 근방 일대의 모든 쓰레기통을 뒤지는 중이었고, 사람들은 환경미화원도 아닌데 멀쩡한 쓰레기통을 헤집어대는 그를 이상한 눈으로 흘끗대며 지나갔다.


“아, 이건가?”


쓰레기통을 밑바닥까지 뒤져 겨우 찾아낸 그는 곧바로 혜주가 있는 23조 사무실에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퇴근 시간이 지나서 지금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일 터.

남아서 근무 중일 다른 조장들에게 부탁하기에도 쉽지 않았는데, 민아가 대응반에서 나간 지금 도현의 아래로는 최태수밖에 없었고 최태수도 퇴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응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에스퍼들의 숙소에 도착한 그가 문을 쾅쾅 두드리자 혜주가 느릿느릿하게 문을 열며 고개를 내밀었다.


“누구세요?”

“야, 이거 맞냐?”

“어? 어···아마도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돌아오셨어요? 내일 가져오시지.”

“···급한 게 아니었어? 아까 호들갑을 떨어대길래 급한 건 줄 알았는데.”


급한 것처럼 야단법석을 피우는 혜주 때문에 할 일도 제쳐두고 돌아온 그는 허탈해져서 몸을 축 늘어뜨렸다.


“아니, 그건 혹시나 미화원분들이 쓰레기를 수거해갈까 봐 그런 거예요···.”

“그러면 그렇게 말했어야지! 급한 줄 알고 차 수리받기로 예약한 것도 미루고 온 건데!”

“차 수리까지 미뤘다고요? 어···음···그러니까···미안해요.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하, 됐다. 이 병이 뭐길래 찾아달라고 한 거야?”


혜주는 그 약병이 죽은 에스퍼의 시신에서 나온 물건이며 에스퍼의 초능력과 어떤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초능력과 연관이 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몰라요. 저도 들은 이야기라. 알약에 에스퍼의 초능력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나 뭐라나 그러던데. 그거 혹시 국과수 같은 데 맡길 수 있어요?”

“···너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건 줄 아냐? 이게 뭔지도 모르는데 일개 대응반 조장이 가서 툭 던져주고 이게 뭔지 조사 좀 해주세요 하면 해주겠어?”

“그냥 의뢰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아오, 이게 진짜.”


도현이 혜주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악! 왜 때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니까 때리지.”

“아우, 그러면 에스퍼 시신에서 나왔다고 하면 되잖아요. 틀린 말도 아니고.”


혜주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맞은 자리를 손으로 비볐다.


“그러니까 이게 뭔지도 모르잖아. 미제도 아니고 이미 현장 제압으로 끝난 사건에 뭐 더 조사할 구실이 있다고 이걸 갖다 내미는데?”

“구실이야 만들 수 있잖아요. 죽은 에스퍼가 최초로 만 30세를 넘겨서 에스퍼로 변한 거라면서요? 그 약 때문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게 아주 소설을 써라.”


도현이 다시 한번 꿀밤을 날리자 혜주가 이번에는 팔을 엑스자로 교차시키며 막아냈다.


“폭력 반대!”

“여기가 비었다 이 녀석아.”


도현은 그녀가 공격을 막느라 두 팔이 묶인 틈을 타 반대 손으로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악!”


***


민준은 삐딱하게 앉아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여자를 위아래로 쓱 훑어보았다.


“당신, 에스퍼지?”

“네.”


하랑은 딱히 자신이 에스퍼인 걸 숨기지 않았다.

에스퍼라는 걸 밝히면 사람들이 경계할지언정 어느 나라같이 붙잡혀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냥, 냄새가 나.”

“샤워는 했는데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하는 하랑.

민준은 그녀가 농담하는 건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포커 대회에라도 나갔다면 우승은 확실할 것 같은 수준의 무표정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본론으로 넘어갔다.


“당신들, 한국에 약을 하나 공급하고 있다고 들었어···멀쩡한 사람을 에스퍼로 만드는 약이라던데.”

“맞아요.”

“그 약, 우리도 사고 싶은데.”


사람을 에스퍼로 만드는 약.

그것만 있다면 굳이 위험하게 에스퍼를 사냥할 필요도, 몰래몰래 격리 지구를 드나들 필요도 없었다.

그냥 시골에 사는 사람들을 납치해서 에스퍼로 만들어버리면 될 테니까.


“그건 힘들겠는데요.”

“왜지? 나는 아직 가격 제시도 안 했는데?”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거절해버리는 그녀의 행동에 민준은 기분이 나쁜 듯 혀를 굴렸다.


“돈 때문에 파는 게 아니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돈 때문에 약을 공급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돈 때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뭘 위해서 약을 한국에 팔고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위험하게 밀반입까지 해 가면서?


“아아, 그런 속셈이군. 협상을 유리하게 하고 싶어서 수작을 부리는 거 아니야? 그렇게 하면 내가 안달이라도 날 줄 알고?”

“제 말을 이해를 못 하시는군요. 팔 생각 없으니 돌아가시라는 말입니다. 어떻게 여기를 알고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한 번만 봐 드릴 테니 얌전히 돌아가시죠.”

“하하, 이거 참 골때리는 년이네. 뭐, 상관없어.”

“그게 무슨 말이죠? 상관없다니요?”


민준은 기습적으로 발을 들어 하랑에게 테이블을 걷어찼다.


“이게 무슨!”

“안 팔겠다면 빼앗으면 그만이지.”


테이블을 걷어차 시야를 가리고 칼로 그녀를 찌르려던 민준.

그는 칼을 든 상태 그대로 굳었다.


하랑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에스퍼 사냥에 익숙한 그였기에 그녀의 능력이 뭔지 파악하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하랑에게는 그의 뒤로 접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기다란 초승달 모양의 곡도로 민준의 뒷목을 찔렀고 민준의 몸은 앞으로 간단히 무너져내렸다.


“냄새가 어쩌고 하더니 허세만 가득한 놈이었군.”


하랑이 칼을 뽑아 손수건으로 닦아내던 그 순간, 초점 없던 민준의 눈이 휙하고 돌아갔다.


“방심하면 안 되지.”

“윽!”


쓰러져있던 민준은 히죽 웃더니 빠르게 칼을 휘둘러 하랑의 발목 쪽을 베어 들어갔다.


그의 공격을 피하기는 했으나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하랑은 절뚝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투명화 능력이면 별거 없지. 다른 에스퍼들과는 달리 인간의 힘을 벗어나지 못하거든.”

“흥,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민준의 능력이 재생 능력이라는 걸 깨달은 하랑이 맞받아쳤다.


“그보다 괜찮겠어? 피를 흘리는 건 네 능력에 꽤 치명타일 텐데.”


그의 말대로 피를 흘리는 것은 그녀에게 치명적인 페널티였다.


몸에서 떨어져 나간 혈액까지 투명화시킬 수는 없었기에 더는 위치를 감출 수 없게 되었기 때문.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할만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원래 그런 표정밖에 없는 것인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상관없어. 그래봤자 당신은 날 이길 수 없어.”

“대단한 자신감이네.”


민준과 하랑은 나이프를 겨누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튀어 나가며 격돌했다.


“으음?”


일직선으로 들어오는 하랑의 찌르기.


그녀는 베어 들어오는 민준의 공격은 막을 생각도 없는 듯 무방비한 상태로 공격해 들어왔다.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찔러 죽인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준은 재생 능력자.

그에게 이런 공격은 자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민준은 이 공격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는 그런 그녀의 공격을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해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났으나.


“크윽!”


안쪽 팔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


민준의 팔에서 피가 솟구쳤다.


“투명화 능력이 아니었구나!”


하랑의 능력은 투명화가 아닌 환상을 만들어내는 능력.


공격하는 팔을 투명하게 감추고 허상으로 만들어낸 팔로 눈속임을 한 것이다.


비록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환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지만, 그 정도만 해도 민준에게는 충분히 까다로운 능력이었다.


그녀의 능력이 뭔지 완전히 파악한 민준은 다급하게 발을 내뻗어 하랑의 몸을 밀치고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하랑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며 민준은 허공에 발길질하게 되었고, 오히려 역으로 그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의 자세가 무너진 그 짧은 사이 하랑은 민준의 왼쪽 팔꿈치, 오른쪽 무릎, 등등 관절부위를 순식간에 도려냈고 지탱할 힘을 잃은 민준의 몸이 뒤로 넘어졌다.


“으윽!”


하랑은 민준의 몸이 재생되기 전에 재빨리 그의 무기를 걷어차고는 칼 손잡이로 계속해서 머리를 내리쳤다.


재생하기 전에 파괴하는 것을 반복해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 다른 조직원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방에 도착했고, 그녀는 부하들에게 사슬을 가져오라 하여 민준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었다.


“씨발, 방심했군.”

“후회해도 늦었어.”

“후회? 후회하지는 않는데.”


재생 능력밖에 없는 민준은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민준은 소름 돋도록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딱.


민준은 갑자기 입을 크게 벌려 이빨이 부서지도록 꽉 깨물었다.


딸깍.


하랑은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아주 미세한, 기계식 버튼이 눌리는 소리를 캐치해냈다.


그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챈 하랑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엎드려!”

“소용없어. 이 폭탄은 그 정도로 살 수 있을 만큼 만만한 물건이 아니거든. 으하하하하하하!”


민준의 광기 가득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복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그것을 본 하랑은 죽음을 예감하며 눈을 꼭 감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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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6-이변(4) 24.04.17 8 0 12쪽
»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9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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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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