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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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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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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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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DUMMY

혜주는 뒤에 올라탄 민준을 보고 펄쩍 뛰며 소리 질렀다.


“밟아요! 더 빨리! 떨어뜨려요!”

“좀 기다려 봐! 그게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도현은 민준을 떨어뜨리려고 핸들을 돌리며 안간힘을 썼지만, 민준은 트렁크에 납작 엎드려서 버텨냈다.


방향을 확 틀기에는 길이 너무 좁았고 속도를 내기에는 길이 너무 굽이굽이 굽어있었기에 그를 쉽사리 떨쳐낼 수 없었던 것이다.


쾅! 쾅!


설상가상으로 민준이 주먹을 들어 뒤쪽 유리창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사람의 주먹질로 쉽게 깨질 유리창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민준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점.

민준은 주먹이 다 찢어져 뼈가 드러날 정도로 힘을 끌어내 유리창을 두들겼다.


어차피 금방 재생 가능한 그였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쩌쩍!


유리창에 조그마한 균열이 생겨났고 민준이 두드릴 때마다 균열은 점점 커졌다.


“으악! 남도현 조장님! 어떻게 안 돼요?”


유리창이 들썩이며 금방이라도 뚫릴 모양이 되자 혜주가 도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재촉했으나 그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민아! 저 인간은 뭐야!”

“으으으···한민준이야.”


민아는 화상의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뭐? 네 오빠?”

“내 오빠 아니라고 했지.”

“저 사람 에스퍼였어? 그런 말 한 적 없잖아요.”

“재생 능력자야. 나도 방금 알았어.”


쾅! 쾅!


툭.


조그마한 유리 조각이 날아와 뒷좌석에 떨어졌다.


아슬아슬하게 잘 버티던 유리창에도 한계가 온 것이다.


“됐어! 넓은 길목이야. 이제 떨쳐낼 수 있겠어.”


비탈이 끝나고 서서히 넓어지는 길목이 나오자 도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민준을 떨쳐낼 수 있을지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뒷유리를 부수는 것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다들 벨트 꽉 매!”

“으윽!”


도현이 거세게 액셀을 밟자 민준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유리창을 부수는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다시 바싹 엎드려 차에 달라붙는 것에 전념했다.


“일단 날뛰지 못하게는 했는데, 저놈을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요! 떨어뜨려야죠! 더 밟아요!”

“아니, 이 상태 유지해.”

“뭐라고?”


민아가 다시 말했다.


“이 상태 유지하라고. 저 녀석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도심지까지 달려.”

“그게 무슨 말···아. 알겠어.”


도심지에 들어가면 스캐너는 뒤에 매달린 민준을 감지해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곧 대응반이 출동하게 된다.


아무리 민준이 재생 능력자라고 해도 맨몸으로 대응반을 상대할 수는 없었고, 그렇게 되면 제압되어 대응반으로 이송되는 것은 시간문제.

비록 민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복수하지는 못하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민준에게 복수할 최선의 방법이리라.


도현은 민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적당히 빠른 속도를 유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가에 즐비했던 사람 없는 폐가들이 사라지며 사람 사는 집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니 뭐해요?”

“야, 그건 어디에 쓰려고?”


민아가 의자 아래에서 꺼낸 것은 쇠사슬.

정확히는 빙판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퀴에 거는 아이젠이었다.


민아는 아이젠을 금이 간 뒷유리에 가져다 대고 몸을 빙글 돌렸다.


“자, 잠깐! 뭐 하는 거예요?”


쾅! 쾅!


민아의 발이 아이젠 위로 날아들었다.


그녀가 아이젠 위로 힘껏 발길질하자 민준이 거의 다 부숴놓았던 유리창은 곧 완전히 뚫려 버렸고, 그녀는 계속해서 발을 놀려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유리창을 완전히 걷어냈다.


한편 트렁크에 힘겹게 매달려있던 민준은 앞에서 들려오는 충격음에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주변의 풍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산길과 버려진 집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고 정돈된 도로와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백색 가로등.

양옆으로 늘어선 주택 일부에서는 창을 열고 이쪽을 찍어대는 사람들도 보였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깨달은 그는 곧바로 차에서 뛰어내리려 했으나 그보다 한발 빠르게 무언가 날아와 그의 손목에 박혔다.


“으윽! 이게 무슨···?”


그의 손목에 박힌 것은 아이젠의 스파이크.

사슬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니 그 끝에는 아이젠을 붙잡고 있는 민아가 보였다.


“이, 이 자식이! 이거 풀어!”

“절대 안 보내줘.”


그는 팔에 휘감긴 사슬을 떼어내려고 했으나 달리는 차에 매달려있던 그는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었고 아이젠은 계속해서 그의 팔목을 파고들었다.


“으으윽!”


민아는 옷으로 손을 감싸 보호하고 있었지만, 달리는 차에서 성인 남자 하나 매달린 아이젠을 붙잡고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젠이 옷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살갗을 파고들었고 피가 배어 나와 옷이 빨갛게 물들어갔다.


쇠사슬이 손바닥을 찢고 뼈까지 갈아내는 것 같은 감각.

화상의 고통과 더해져 금방이라도 까무러칠 것 같았으나 민아는 절대로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에스퍼 스캐너가 민준을 감지하고 시끄러운 사이렌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 이, 씨발년이!”


민아는 어떻게든 벗어나려 날뛰는 민준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면 우리 대응반에서 보자고, 이 개자식아.”


***


대응반의 유치장.

문을 열고 거구의 흑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유치장을 지키던 사람은 자신보다 30cm는 더 큰 춘봉의 덩치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어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알렉스씨?”

“그 안에 있는 에스퍼를 좀 보고 싶은데요.”


춘봉이 유치장 구석에 앉아있는 민준을 가리켰다.


“죄송하지만 민간인은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허가를 받았습니다만.”

“허가요?”


춘봉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전화기를 상대방에게 건네주었다.


그 남자는 전화를 받더니 공손한 목소리로 네, 네 하고 대답하더니 이내 자리를 비켜주었다.


“미스터 한, 꼴이 말이 아니군.”

“시끄러워.”


민준은 툴툴대며 철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놀리러 온 거야?”

“그럴 리가. 내 파트너인데 구해줘야지.”

“···누구 빽으로?”

“관리국장.”

“하, 다른 놈은 없었어?”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미스터 한.”

“···국장한테 약점 하나 잡혔네, 한민아 이 개 같은 년.”


민준은 씩씩대며 철창을 쾅 걷어찼다.


“헤이, 미스터 한. 요즘 드는 생각인데 너무 허술해진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예전의 미스터 한이었다면 동생이 불렀다고 의심 없이 튀어 나가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야. 기습당해서 끌려갈 일도 없었을 거고.”

“···.”


춘봉이 기억하는 과거의 민준은 아주 철두철미한 성격이었고, 무엇이든 의심하는 신중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최근 민준의 모습은 최고의 사냥꾼이라 불리던 그 시절과는 완전히 반대의 모습.

좋게 말하면 예전보다 훨씬 대담하고 과감해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방심을 잘하는 느낌이었다.


춘봉은 그가 그렇게 변한 이유를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불사에 가까운 그의 능력이 그의 마음에 빈틈을 만든 것이리라.


“이런 일이 또 있으면 곤란해.”

“알겠어. 앞으로 조심할게. 그런데 언제 나갈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 국장이 직접 올 테니까.”

“왜 국장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냥 나가면 또 스캐너에 걸릴 테니까. 기다리면 국장이 에스퍼 인식 칩을 가져올 거야.”


십 분쯤 지났을까 대응반에 도착한 국장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유치장 앞으로 걸어왔다.


“하하, 이게 무슨 일인가. 어쩌다 천하의 한민준이 이런 누추한 곳에?”

“닥치고 꺼내주기나 해.”


유치장 문을 열어준 국장이 그에게 작은 칩 하나를 건넸다.


“이걸 가지고 가게.”


그가 건네준 칩은 대응반 소속 에스퍼라면 목 뒤에 심게 되는 에스퍼 인식 칩.

에스퍼가 스캐너에 걸리더라도 이 칩과 가까이 있는 상태라면 스캐너가 대응반의 에스퍼로 인식하게 되어 있었다.


“내가 자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걸세.”

“거참 빌어먹게 고맙네.”

“그리고 절대 몸에서 떨어뜨리지 말게. 생각보다 인식 범위가 좁거든. 1미터만 떨어져도 스캐너에 걸리게 될 거야.”


옆에 앉아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춘봉이 일어나 먼저 밖으로 나갔고, 민준이 그를 따라 나가려는데 국장이 그를 불러 세웠다.


“자네.”

“또 뭐야? 왜?”

“내가 이렇게 풀어주기는 하지만, 자네의 체포 기록과 신상 정보는 데이터 파일로 남아있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나?”


민준이 대답 대신 얼굴을 찡그리자 국장이 껄껄거리며 그 대신 답을 말했다.


“나도 자네의 약점을 하나 쥐게 되었다는 거지.”


***


혜주는 예쁘게 깎은 사과를 접시에 담아 민아에게 내밀었고 민아는 화상 때문에 붕대를 칭칭 감아댄 손을 힘겹게 내밀어 접시를 받아들었다.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알았어?”

“노트북 보고 알았지. 한민준 말고도 여럿 담글 계획이셨더라고요?”

“그럴 생각이었는데,”


민아가 두 팔 벌려 자신의 모습을 혜주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결국엔 이 꼴이야. 한 명도 제대로 처리 못 했지.”

“차라리 잘 됐어요. 어쩄든 한민준은 붙잡혔고 언니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나는 오히려 최고의 결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두 놈 더 남았어. 민창식이랑 알렉스.”

“···그만두는 게 어때요?”


혜주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언니 모습을 봐요. 상처투성이에 얼굴은 세상 다 산 사람 같아서 도저히 정상적인 사람처럼은 안 보인다고요.”

“상관없어.”

“내가 상관이 있어요. 난 언니가 조장인 게 좋단 말이에요. 최태수 그 미친놈 밑에서 지내는 동안 진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니까? 나 힘들어 죽겠으니까 이 동생 얼굴을 봐서라도 대응반으로 돌아와요.”


혜주가 애써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지만, 돌아온 민아의 반응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반장님이 저렇게 누워 계시는데 정작 그렇게 만든 범인들이 멀쩡히 돌아다니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고? 나는 그렇게 못 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장님도 그렇게 만든 녀석들이에요. 그런데 언니 혼자서 뭘 어떻게 하겠다고요?”


혜주의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졌다.


“그놈들을 쫓다가 언니가 반장님처럼 되면요? 그렇게 된 언니를 보는 나는 어떻겠어요? 언니가 가장 잘 알 거 아니에요!”

“···너랑 내가 그만큼 가까웠던가?”

“뭐라고요?”


민아는 충격받은 혜주에게 확인사살 하듯 다시 말했다.


“너랑 나는 그냥 조장과 부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어떻게···어떻게 그런 말을···진심이에요?”


혜주는 기가 막힌 듯 입을 뻐끔거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 말 진심이냐고요!”

“어.”


민아의 매정한 말에 눈물을 글썽거리던 혜주는 그녀를 말없이 노려보다가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 어어? 야! 어디 가?”


마침 병실로 들어오던 도현이 뛰어가는 혜주를 불러보았지만, 혜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복도에서 사라졌다.


도현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숨을 푹 쉬고는 민아에게 물었다.


“너희들 싸웠어?”

“아니.”

“안 싸우기는, 딱 봐도 싸웠구만.”

“안 싸웠다니까. 어디 갔다 온 거야?”

“대응반에 전화 좀 하고 왔어. 너한테 소식이 두 개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야?”

“아니, 나쁜 소식이랑 나쁜 소식.”

“둘다 똑같은데 뭐 어떻게 고르라는 거야. 아무거나 먼저 말해봐.”

“너, 대응반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그의 말을 들은 민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멋대로 휴직계를 낸 주제에 대응반이랑 추격전을 벌이고 그 난리를 피웠으니 이상할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대충 예상했어. 다른 소식은?”

“한민준이 없어졌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최태수 조장에게 유치장 확인 좀 해 달라고 했는데 그런 사람 없다고 했대. 애초에 수감 된 기록도 없었···. 어어? 야, 넌 또 어디 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는 민아.


그녀는 그의 질문에 짧게 대답했다.


“대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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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047-이변(5) 24.04.18 7 0 12쪽
47 046-이변(4) 24.04.17 9 0 12쪽
46 045-이변(3) 24.04.15 10 0 13쪽
45 044-이변(2) 24.04.12 10 0 12쪽
44 043-이변(1) 24.04.11 8 0 12쪽
» 042-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2) 24.04.10 10 0 13쪽
42 041-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다(1) 24.04.08 10 0 13쪽
41 040-트리니티(2) 24.04.02 8 0 12쪽
40 039-트리니티(1) 24.04.01 9 0 14쪽
39 038-터널(6) 24.03.27 9 0 11쪽
38 037-터널(5) 24.03.25 10 0 12쪽
37 036-터널(4) 24.03.22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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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7-창공(1) 24.03.07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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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해방전선(3) 24.03.04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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