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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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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맨
작품등록일 :
2024.02.04 10:33
최근연재일 :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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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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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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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해방전선(4)

DUMMY

조철희는 엄지와 중지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열중쉬어 자세로 빳빳이 서 있는 민아와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있는 창식.


두 사람의 얼굴만 봐도 얼마나 치고받았는지 대충 가늠할 수 있었는데, 민아는 광대 쪽이 찢어지고 입술이 터져 있었고 창식은 한쪽 볼이 붓고 코피가 줄줄 흐르는 양쪽 코를 틀어막고 있었다.


“조철희 반장님, 요즘 대응반 꼴이 잘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랫것들이 선배를 때리기도 하고.”

“남의 물건을 훔쳐 가는 건 괜찮고요?”

“훔쳐 가기는. 그냥 쓰레기를 대신 버려준 거라니까? 그리고 이게 아까부터 선배한테 자꾸 따박따박 말대꾸네?”

“선배 같아야 선배 대접을 해주지.”

“둘 다 조용! 다들 조용히 좀 해 봐! 머리 아프니까.”


철희의 호통에 민아는 다시 빠릿빠릿하게 자세를 잡았지만, 창식은 듣는 척도 안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창식의 행동에 철희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창식 선배, 가져가신 물건 어디에 버리셨는지만 말하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가겠습니다. 어디 버리셨습니까?”

“지금 너, 한민아 편을 드는 거냐?”

“지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지랄하지 마. 둘이 그런 사이라는 거 온 관리국 사람들이 다 아는···.”


창식이 철희와 민아 사이의 안 좋은 소문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자 철희는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치며 그의 말을 끊었다.


얼마나 세게 내리쳤는지 철제 책상이 안으로 쑥 쭈그러들 정도였다.


“거기까지. 선은 넘지 맙시다. 창식 선배. 어디 버리셨습니까?”

“···주차장 뒤 쓰레기장.”

“언제요?”

“이틀 전에.”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돌아가세요.”


창식은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으나 조철희가 선배인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더 입을 열지 않고 방을 떠났다.


“아직 쓰레기차 오기 전이야. 뒤지면 나올 테니까 나랑 같이 찾아보자.”

“왜 갖다 버린 사람은 저 인간인데 반장님하고 제가 찾아요?”

“그래도 내 선배인데 어떻게 쓰레기장을 뒤지게 하냐.”

“···됐어요. 반장님도 나오지 마세요.”

“너 혼자 거길 어떻게 다 뒤져.”

“안 그래도 이상한 소문 나 있는데 같이 쓰레기장 뒤지는 모습이라도 보여봐요. 네? 얼마나 수군대겠어요?”

“그런 거로 문제가 될 정도였으면···.”

“아, 됐다고요. 그냥 계속 거기 앉아있으세요.”


시위하듯 문을 쾅 닫고 나온 민아는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대응반 전체의 쓰레기가 모이는 만큼 양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해서 반장의 도움을 거절한 것을 잠시 후회한 민아였지만, 그녀는 이내 혜주의 존재를 기억해내고는 곧장 사무실로 달려갔다.


“혜주야, 미안한데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할 것도 없는데 잘됐네. 뭘 도와줘야 하는데요?”

“쓰레기장을 좀 뒤져야 하는데 네 능력이 필요할 것 같아.”

“맨입은 아니죠?”

“뭐든 먹고 싶은 거 얘기해.”

“오케이.”


혜주는 쓰레기장 앞에서 능력을 발동시켰다.


엑스레이로 찍는 것처럼 쓰레기를 전부 스캔할 수 있는 그녀였으나 쓰레기봉투만 안 뜯는다 뿐이지 결국 쓰레기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은 똑같았기에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처음에 혜주가 말했던 예상 탐색 종료 시간은 저녁.

그러나 탐색은 해가 완전히 떨어져 가로등 불빛만 남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두 번을 탐색했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실수로 지나쳤나 생각했지만, 두 번째에는 확신이 들었다.


민아가 이야기하는 물건은 이 쓰레기장에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민창식이 거짓말을 한 거죠. 괜히 언니 고생하게 하려고.”

“하. 진짜 죽여버리고 싶네, 그 새끼.”

“오히려 잘됐어. 안 버렸다는 건 민창식이 갖고 있다는 거잖아. 그 인간 지금 시간이면 퇴근하고 없을 테니까 사무실부터 확인해보자고요.”


민창식의 사무실 앞까지 온 혜주는 다시 능력을 발동시켜 15조의 사무실을 탐색했다.


“여기 있었네.”


탐색은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끝이 났다.

오래 뒤져볼 것도 없이 창식의 테이블을 잠깐 스캔하자마자 찾아낸 것이다.


그의 사무실에 위치 추적기가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민아는 망설임 없이 문을 걷어찼고 그런 그녀의 행동에 혜주가 깜짝 놀라며 주위를 살폈다.


“으아악! 언니 뭐 하는 거에요!”

“뭐 하긴? 물건 찾아야지.”

“그렇다고 이래도 돼요? 내일 반장님한테 말해서 되찾아오든지 해야지.”

“뭐가 문제야. 내 물건 내가 가져가겠다는데.”


민아는 다시 문을 발로 쾅쾅 차댔고 그녀의 힘을 견디지 못한 문고리가 고장 나며 문이 안쪽으로 힘없이 열렸다.


“아우, 나는 무슨 일 생겨도 몰라.”


민아는 당당히 걸어 들어가 혜주가 물건이 들어있다고 이야기한 서랍을 열어 위치 추적기를 꺼냈다.


물건을 챙기고 뒤돌아 나가려던 그녀는 서랍 안쪽 깊숙이에 무언가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손톱만 한 데이터 칩.


오기가 발동한 그녀는 그 데이터 칩까지 챙겨 창식의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똑같이 복수해주려는 작은 복수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언니, 이거 문은 어떡해요? 안 잠기는데.”

“내버려 둬. 그 인간이 알아서 하겠지. 불만 있으면 찾아오라고 해.”

“아아아, 난 몰라. 난 모르는 일이야.”


***


승필이 문을 열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아까 그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초능력에 당한 승필이 절대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리라고 생각이라도 한 모양.


승필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해방전선의 기지 내부를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외부망과 연결된 기계를 찾아 민아와 연락해서 해방전선의 대표라는 녀석을 당장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나중에 트리니티와 똑같은 짓을 할지도 모르는 위험인물이었으니까.


‘잠깐. 민아랑 연락해도 되는 건가?’


승필은 지금 격리 지구를 무단이탈한 상태.

대응반인 민아는 그런 승필을 잡아야만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었던 데다가 딱히 연락한다고 해도 민아 혼자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여기 있는 수십, 아니 수백 명일지도 모르는 에스퍼들을 모조리 뚫고 들어와서 해방전선의 대표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대응반 전체가 출동하게 될 텐데 그때는 대량의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이 뻔했다.


아무리 해방전선의 대표가 당해도 싼 녀석일지라도 뭣도 모르고 동조한 다른 에스퍼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으니 승필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욱이를 여기에 둘 수는 없어.’


대표는 시욱이를 이용해 자신을 마음대로 휘두를 생각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한민준이 멋대로 에스퍼들을 죽이고 다니는 것도 방치한 녀석이었으니 언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시욱이를 희생할지도 모르는 일.


고민하던 승필은 시욱이만 데리고 이곳에서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찾았다.’


초능력으로 기계를 찾으며 나아가던 승필에게 곧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감각에 전선 하나가 잡힌 것이다.


그는 곧장 전선과 감응해 기지 내의 모든 기계를 향해 감각을 뻗어나갔다.


해방전선이 아무리 비밀 집단이라고 해도 외부와 연락할 수단이 아예 없지는 않았고 승필은 순식간에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망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근처에 숨어서 민아에게 연락을 시도하려던 그는 감각 끝에 이상한 것이 걸리는 것을 느끼고는 행동을 멈췄다.


‘이 감각은?’


그립고도 익숙한 느낌.


잊힌 지 10년도 더 된 감각.


‘이게 어떻게 된···.’


느껴져서는 안 될 감각에 혼란스러워하던 승필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온 거지?”


쪼그려 앉아 숨어있는 그의 뒤에서 나타난 것은 박선.

그는 살벌한 눈으로 승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승필은 그의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몰랐지만, 단 한 가지 알고 있는 게 있었다.

그의 초능력이 인간의 정신에 간섭하는 것이라는 것.


‘가만히 있다가는 또 조종당한다.’


그가 초능력을 사용하기 전에 어떻게든 손을 써야만 했다.


“어떻게 나왔냐고 물었다.”


박선은 그렇게 말하며 초능력을 사용해 승필에게 암시를 걸 준비를 했다.


그는 이번에는 승필이 방에서 못 나오는 정도가 아닌, 숨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 요량으로 힘을 최대한 끌어올렸으나 그 힘을 끌어올리는 텀을 준 것이 그의 최대의 실수였다.


쿠당탕!


쪼그려 앉아있던 승필이 갑자기 일어나며 몸으로 박선을 들이받은 것이다.


뒤로 넘어진 그가 정신을 차리고 승필을 속박하려 했을 때 그는 이미 저 멀리 뛰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거기 서!”


승필은 거미줄처럼 펼쳐진 전선을 지도처럼 이용해 길을 찾아냈고 아까 느꼈던 그 감각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의 감각이 맞다면, 그 감각이 느껴진 장소에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줄 물건이 있을 것이었다.


승필은 수많은 에스퍼와 길모퉁이를 지나쳐 계속해서 달렸고 아래로, 점점 더 아래로 계속해서 달렸다.


“저 녀석을 잡아!”


이제는 상황을 대충 알아챈 다른 에스퍼들도 그를 추격하기 시작했고 뒤에서 그를 붙잡기 위한 능력들이 빗발쳤으나 거리가 멀어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그는 곧 전자 장치로 잠겨 있는 작은 문을 마주했고 순식간에 잠금장치를 전부 해제해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쪽으로는 내려가는 계단이 죽 펼쳐져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울리는 철 계단을 따라 내려간 그는 커다란 문 앞에 도달했다.


격리 지구의 관문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문.


그는 또다시 문을 열려고 정신을 집중해 보았지만, 이번에는 문을 열 수 없었다.

이 거대한 문은 순수하게 사람의 힘으로 열리는 수동식 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승필은 낑낑대며 문을 당기고 밀어 보았지만, 혼자 힘으로 그 육중한 문을 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후우, 잡았다.”


승필을 따라잡은 박선은 땀을 닦으며 그를 향해 다가왔다.


승필의 뒤는 문으로 막혀있고 반대쪽은 쫓아온 선과 다른 에스퍼들로 가로막힌 상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다.


“사람 피곤하게 하고 말이야. 그런데 여긴 어디지?”


박선은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문은 항상 잠겨 있었고 대표에게 물어봐도 이곳에 뭐가 있는지 대답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박선에게는 처음 마주하는 공간이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싶어?”

“뭔 헛소리냐. 얌전히 돌아갈 준비나 해.”

“아니. 그럴 일은 없어.”


쿵! 쿵!


승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공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쿵 리듬에 맞춰 거대한 문이 들썩거렸고 문은 서서히 바깥쪽으로 우그러들기 시작했다.


“뭐야! 네가 한 짓이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박선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곧바로 승필을 멈출 힘을 끌어올렸으나 그의 능력은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로 좌절되었다.


우그러들던 문이 박살 나며 안에서 거대한 동체가 모습을 드러냈고 박선과 다른 에스퍼들은 천지가 뒤흔들리는 충격에 휘청이며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부서진 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강철의 괴수.


승필이 10년 전 머시너리로 활동하던 때에 타고 다녔던 바로 그 로봇, '창공'.


창공의 눈은 고고히 푸른 빛을 빛내며 승필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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