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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SF

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최근연재일 :
2020.11.08 22:3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48,003
추천수 :
1,570
글자수 :
285,789

작성
20.11.08 22:36
조회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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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의식불명

DUMMY

“정보를 달라고 해도, 사실 진짜 드릴 정보가 없긴 해요.”

“그 정도야?”

“네. 유사성도 없고, 규칙성도 없거든요. 그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뿐?”


진짜 말 그대로 무차별 살인, 그런 건가?


“원하신다면 피해자들의 위치를 알려드릴 수 있긴 한데요.”

“일단 그거라도 알려줘. 젠장, 뭐 단서가 될만한 게 없어?”

“뭐... 굳이 찾는다면 전부 다 시스템의 로봇 몸체를 사용하던 자동인형이라는 정도?”

“그래?”

“근데, 이건 뭐 특이한 거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아시다시피 이 마을의 대부분의 자동인형들은 시스템의 로봇을 몸체로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뭐, 그게 싸니까.”


결국, 내가 미리암에게서 더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없었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곧바로 주위의 주정뱅이들이 몰려와 미리암을 낚아채 갔다.


“자, 일이 다 끝났으니 마시자고!”

“마시자!”

“아니, 저는...”

“마시자!”


오늘도 주정뱅이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미리암을 놔두고 나는 이브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가장 가까운 피해자는...”

“어디보자, 위치가.. 가스실? 가스...실?”


이브는 가스실이라는 단어를 듣고 뭘 연상했는지는 몰라도 식겁하며 내게 속삭였다.


“가, 가스실은 도대체 뭐에요? 왜 이렇게 흉흉한 이름의 시설이 마을에 있어요!”

“네가 생각하는 그 가스실이 아니니까 걱정 마라.”

“아니, 가스실이 가스실이지. 그럼 다른 가스실도 있어요?”

“대충 담배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담배...?”

“자동 인형들에겐 담배 같은 곳이거든.”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만히 이브의 얼굴을 감싼 방독면을 만지작거린다.

어디보자, 뭐 이상이 있는 곳은 없네.

좋아, 이대로 그냥 가도 되겠어.


“저어기요?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갑자기 얼굴을 주물럭거려진다고 생각한 것인지 이브는 부르퉁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지만, 나는 그런 이브를 무시하며 이브를 이끌고 목적지로 걸어갔다.

가스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모습을 드러냈고, 나는 대낮부터 녹색 조명을 키고있는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들였다.

잔뜩 녹슬었지만, 어딘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들이려 하자, 이브가 식겁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가스실이 맞잖아요, 여긴!”

“그래. 이젠 그 가스실이 아니지만.”

“네?”


전쟁 당시에는 포로를 처형하는 장소로 쓰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단순히 자동 인형들이 일탈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다.

사실, 이 건물에 별다른 개조가 행해진 건 거의 없는데 말이다.


“자동 인형들에게는 여기서 나오는 가스가 위독하지 않고, 마력회로를 합선시켜서 감각에 이상을 일으키거든.”

“위,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냥 우리가 술 취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위험한 건 아냐. 뭐, 부품이 너무 낡았으면 쇼트될 수도 있지만.”

“인간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로봇들도 이상하네요... 여긴...”

“로봇이 아니라 자동인형. 잘못하면 칼 맞는다?”


방금도 자동 인형 하나가 엄청나게 노려봤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브는 천진난만하게 미리암에게서 넘겨받은 자료를 살펴보며 가스실 안을 나아갔다.


“그러니까. 문제의 자동 인형이 저쪽에 있다는 건데...”


가스실 안으로 나아갈수록 점차 초록빛의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안개 너머에서 흐느적거리며 춤추거나 바닥에 늘어진 자동 인형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 저 녀석은 쇼트되어서 기절한 상태네.

나는 바닥에 나뒹구는 자동 인형을 대충 짓밟고 앞으로 나아갔고, 이내 오늘의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스실 최심부, 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레버를 붙잡은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한 자동인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외형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평범한 자동인형과 별반 다를 게 없었지만, 옆에서 흐느적거리고 있는 자동인형들과 달리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진다.


“저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자동인형을 불러봤지만, 당연히 자동인형을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외부의 반응 없이, 그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묵묵히 녹색 안개 속에서 서 있는 자동 인형의 모습.

무언가 증거가 될 만한 것은 없나 자동 인형의 몸 이곳저곳을 뒤져봐도 별다른 건 나오지 않는다.

단지, 남성 오크를 공주님 안기로 안고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만이 나올 뿐이었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겠죠?”

“언데드도 영혼이 남아 있어야 가능한 법이야.”


아예 영혼이 삭제된 이상, 그녀는 다시 부활하지 못하겠지.

자동인형이란 건 다시 재현할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

결국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나는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녀, 들리냐?”

“네? 네에? 들려요! 네! 저 말하고 있어요! 제 말 들리죠?!”


그동안 계속 음소거 되어 있어서 심심했던 것인지 마녀가 보호복 속에서 힘차게 응답한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녀에게 경고를 하나 던졌다.


“조금 간지러울 거니까. 참아.”

“네?”


푹.

내 보호복과 자동인형의 마력회로를 연결하고, 마녀의 영혼을 자동인형 안으로 들여보낸다.


“흐엣, 꺄앗?!”


갑자기 자동인형의 몸으로 들어가서 놀란 것인지 마녀는 그대로 주저앉으며 비명질렀고, 나는 조용히 마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지막 기억. 재생해봐.”

“네? 기억이요? 어떻게...”

“걍, 블랙박스 재생하면 돼.”

“블랙박스요? 아, 이건가요?”


얼빠진 마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내 보호복 안으로 블랙박스에 담겨있던 정보들이 들어온다.

어디 보자, 마지막 기억은...

평범하게 길거리에서 오크 녀석과 데이트 비슷한 걸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시야가 암전되고, 그걸로 끝.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자동 인형의 기억을 읽어도 그리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하아, 이것도 실패했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빠르게 자동 인형과의 연결을 해제했고, 연결이 끊긴 마녀는 곧바로 다시 내 보호복 안으로 튕겨져 들어온다.


“꺄악?!”


마녀가 다시 뭐라 불평하기 전에 나는 서둘러 마녀의 목소리를 음소거했고, 이브의 손을 붙잡고 가스실을 나섰다.


“다음 장소는 어디?”

“어, 그러니까...”


미리암의 정보에 적힌 장소를 오고가며 무언가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증거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이쯤되면 좀 나올 만한데...”

“그러게요. 진짜, 너무 안 나오는 거 아니에요?”


신나서 마녀의 육체로 돌아다니던 이브가 지쳐서 내 등에 업힐 정도로 조사했는데도 아무런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사건이 벌어지고,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 E-V6? 그 녀석은 도대체 뭔 방법을 쓰는지 짐작이 가냐?”

“뭐, 현실 육체가 있다면 아마 그걸 사용했을테니까, 아마 정신만 지하에서 빠져나온 게 아닐까 싶네요.”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지만 알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겠네.”

“으음... 저도 잘 모르겠어요. E-V1 시리즈는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어서...”

“쓸모없네.”

“뭐, 뭐라고요!”


내가 이브의 무능함에 투덜거리자, 이브는 화를 내며 내 등에서 내려왔다.

이브는 삐친 티를 내며 나를 바라보지 않고 벽을 바라보며 시위를 시작했다.

허, 이것 봐라?

그런 이브의 모습이 퍽 재밌어서 나는 아무 말 없이 이브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때문일까?

등 뒤에서 접근한 강철 팔을 눈치채짐 못했다.


“흡...?!”


억센 강철의 팔이 나를 붙잡고 순식간에 골목의 사이로 끌고 들어가고,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이게 어찌된 일인지 파악했다.

일단 나를 붙잡은 녀석은 자동 인형인 것 같고, 왜 나를 납치한 거지?

죽일 생각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였을테고, 몸값을 노리는 건가?

아니, 정비공을 몸값을 받아내겠다고 노리는 미친 놈은 없을 거 아냐?

그렇게 내가 의문을 품던 사이 납치범은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나를 바닥에 내던졌다.


“윽.”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고 납치범의 정체를 확인하자, 상당히 커다란 몸체를 가진 자동 인형이 보인다.

거의 골렘에 가까운 형태인데, 이건.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납치범을 바라보던 중, 납치범의 스피커가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납치범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나 보자는 심정으로 가만히 납치범을 바라봤고, 이윽고 납치범의 스피커에서 겉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에, 이게 E-V2가 빠진 남자구나? 취향이 참 독특하네.”

“...E-V6?”

“어머, 날 알아?”


하하.

이렇게 바로 나타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가만히 눈 앞의 로봇을 바라봤다.

도대체 내게 뭘 할 생각이지?


작가의말

still alive.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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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거부하기 힘든 제안 +2 20.05.03 403 12 12쪽
46 자업자득 +4 20.03.31 400 11 14쪽
45 흡혈귀(ㅋ) +5 20.03.12 447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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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에너지 드레인 +5 20.02.28 448 19 12쪽
42 작업 준비 +4 20.02.22 451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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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3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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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2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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