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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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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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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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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리암의 술집

DUMMY

“호오, 호오... 육체라는 건 이런 느낌이군요? 본체에 들어가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마녀의 몸에 들어간 이브는 가슴을 주물주물거리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고.


“저기요, 주인님? 조, 좀 무서운데요? 주인님?”


내 정비복 안에 갇힌 마녀의 정신은 연신 꺼내달라고 난리다.

두 사람이 계속해서 진정하지 못하고 난리를 친 결과, 나는 진짜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후우, 일단 마녀의 음성부터 좀 음소거하고.

나는 애매한 기분으로 마녀의 몸, 그러니까 이브를 바라보며 소감을 물었다.


“기분이 어떤데?”

“음, 무척 거지같네요! 진짜 뭐 이렇게 약해빠지다니, 도대체 어떻게 전쟁에서 이긴 거에요?”

“그러게. 나도 참 놀라워.”

“흑마법은... 흠, 계약자가 아니라는 걸 아는 모양인데요? 써지질 않네요.”

“어떻게 쓰는지는 알고 있고?”

“그럼요. 두뇌에 기억이 다 저장되어 있는걸요? 읽을거리가 떨어질 걱정은 안해도 되겠네요!”

“잠깐 거기 앉아 있어봐.”

“넹?”


꺄아꺄아 신난 듯 떠드는 이브를 의자에 앉혀두고, 나는 이브의 손목을 붙잡고 혈을 재본다.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은 들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의 따스한 느낌만이 느껴진다.

영혼이 바뀐 부작용으로 몸이 죽어간다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몸 상태는 정상인 거 같네. 내출혈 같은 것만 아니면. 기분이 어떻게 거지 같은데?”


혹시나 이브가 기분 나쁘다는 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만 내가 이브에게 말을 걸어도 이브는 대답하지 않고, 거칠어진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이브?”

“아, 네?”

“기분이 어떻게 나쁜데? 속이 막 비릿거리거나 해?”

“아뇨효? 그냥, 그냥 비유적인 의미로 그런 거였어요.”


이브는 새빨게진 얼굴로 내 질문에 대답하고, 슬며시 손부채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아하, 신체가 맞닿는 건 이런 기분이군요?”


좋아, 이브는 괜찮은 것 같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슬며시 마녀의 음소거를 해제했다.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음소거를 해제하자마자 들려오는 마녀의 절박한 목소리.

나는 혀를 차며 마녀에게 대답했다.


“잘 들리거든? 그러니까 소리 좀 지르지 마. 시끄러워 죽겠네.”

“저, 저, 저 원래 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 맞죠?”

“그래. 돌아갈 수 있으니까, 좀 조용히 해봐.”


그나저나 이브 같은 AI와 사람의 영혼 규격이 서로 호환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지금 마녀가 멀쩡히 내 보호복을 움직이고, 이브가 멀쩡히 이브의 육체를 움직이는 건 좀 놀라운데.

뭐, 자동인형들의 존재가 있으니 그리 놀라운 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영혼 스캔 장치를 다시 손에 들었다.

그러자 이브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에, 벌써 되돌리려는 거에요?”

“일단은 사고였으니까.”

“그... 조금만 더 있다가 되돌리면 안될까요? 어차피 몸 상태도 괜찮으니까...”

“왜? 기분이 거지같다며?”

“그... 기분이 거지같기는 한데? 좀 마음에 드는 점도 있기도 하고, 뭔가 괜찮은 감각이 느껴지기도 해서? 아무튼 뭔가... 좀 더 느끼고 싶어서?”


이브는 횡설수설을 하며 새빨개진 얼굴로 손을 꼼지락거렸고.

그 육체가 마녀의 육체임에도 불구하고, 내용물이 이브여서 그런 걸까?

그 모습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다.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잠깐 같이 외출할까?”

“외, 외출요?”

“이왕 육체를 얻은 김에 외출도 해봐야지. 안 그래?”

“어디로 외출 할 건데요?”

“일단 술집으로 갈 생각인데.”

“수, 술집이요? 그그, 그거 완전 데이트..”

“일단 정보 수집을 해야 하니까. 술집만큼 이 동네 소문을 얻기 좋은 곳도 없지.”


이야, 이브 녀석. 이렇게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 성격일 줄은 몰랐네.

목소리로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마주하니 이브의 감정을 잘 알겠다.

문득, 이런 표정을 계속 볼 수 있다면 이브의 본체를 하루 빨리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저, 저기요? 남의 몸 가지고 그렇게 멋대로 정하지 말아주실레요...?”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귀찮은 마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나는 다시 마녀의 목소리를 음소거로 해버렸다.


“흑마력은 못다루겠다고 했지?”

“아, 네.”

“잠깐 있어봐. 외출 준비를 좀 해야겠네.”


가게 안에 예비용으로 마련해 둔 방독면을 들고 이브의 얼굴에 들이민다.

방독면을 본 이브는 인상을 구겼지만, 어쩔 수 없다.

흑마력을 쓸 수 없는 이상 이브가 마을 전체에 퍼진 독기에 저항할 방법은 없으니까.

이브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방독면을 순순히 얼굴에 착용한다.

피식, 그 모습이 어쩐지 웃겨서 웃음을 터트렸더니 이브가 방독면에 가로막혀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항의한다.


“뭐에요?”

“그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니 좋아서.”

“으, 제 몸이 아니지만 제 몸이니까 그런 말은 좀 자제해주실레요? 기분이 좀 이상한 걸요?”


이브는 툴툴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나 가게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나는 그런 이브의 팔을 붙잡았다.


“또, 또 뭔데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어서.”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브의 손 위에 고철총을 올려줬다.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둬. 내가 옆에 있다고는 해도, 혹시 모르니까.”

“네~”


음, 이만하면 괜찮겠지?

정비공이 바로 옆에 있는데 시비를 걸 미친 놈들은 없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파열류탄과 제어탄을 이브의 손에 쥐여주고.


“어디 혼자 가면 안된다? 알겠지?”

“제가 무슨 애에요? 주인님도 참, 너무 걱정이 많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온갖 대비를 해도 걱정되는 건 걱정된다.

으음.

그래, 뭐.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혹시나 이브가 혼자 떨어질 수도 있으니, 안전장치로 하는 거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합리화하며 이브의 손을 꽉 붙잡았다.


“흐헤?”


이브가 얼빠진 목소리를 내는 것과 함께 나는 서둘러 가게 밖으로 이브를 끌고 나왔다.

아, 진짜.

이브가 지금 내 얼굴을 못봐서 다행이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이브를 끌고 술집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뭐라고 이브가 떠들며 내 귀를 시끄럽게 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이브도 나도 입을 꾹 다물고 서둘러 발걸음을 놀릴 뿐이었다.

그저 손을 꼭 잡으며 고철 더미 사이를 걸으며 중심가로 들어서자,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의 무리가 드믄드믄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브를 놓칠까봐 저절로 손을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이브 또한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분명히 온도 조절 장치는 멀쩡한데 점점 더워지는 것 같다.

꽤 괜찮았지만, 썩 괜찮지만은 않은 시간이 흘러간 후에야 나와 이브는 술집 앞에 당도했다.

술집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무척이나 단정한 건물이었지만, 숨길 수 없이 술냄새가 창문에서 흘러나온다.

이브는 술집의 모습을 처음으로 본 누구나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꺼냈다.


“어, 주인님? 제 눈에는 술집이 아니라 고급 가정집이 보이는데요?”

“맞아. 여긴 가정집이 맞거든.”


이 쓰레기장에 유일하게 어울리지 않는 건물.

그리고 쓰레기장의 모두가 박살내고 싶어하지만, 건드리지 못하는 건물이다.


[미리암 카운티]


한 때는 마법이 걸려 있었던 지금은 그저 낡아빠진 명판을 쓰다듬으며 술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와하하하!!”

“작은 친구, 그렇지. 좀 더, 좀 더 마시라고!”


언제나처럼 술집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뭐, 이 동네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니까 당연한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적당히 벽에 걸린 잔을 들고 맥주통 앞에 섰다.


“주인님, 돈은 안 내도 되는 거에요?”

“여기서 마시는 술은 죄다 공짜거든. 뭐, 술을 여기서밖에 못구하긴 하지만.”


이 쓰레기장에도 밀주법은 적용된다.

뭐, 쓰레기장에서 따로 마련한 규칙이긴 하지만, 어쨌든 왕국과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

오늘은 적당히 발렌시아나 마실까?

그렇게 생각하며 맥주통에 든 맥주를 컵에 따르자, 이브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오오, 신기한 냄새.”

“마셔볼래?”

“아, 그래도 되요?”

“마녀의 몸이니까... 뭐, 딱히 취하진 않을 거야.”


이브에게 맥주를 따라주자 이브는 눈을 반짝이며 방독면을 벗고 맥주를 한모금 입 안으로 삼켰다.

그리고는 곧 얼굴을 이상하게 일그러트리며 소감을 뱉었다.


“그냥 음료수 아니에요? 이게 뭐 그리 좋다고 법을 어겨가며 만드는 거에요?”

“취하지 못한다면, 술을 마시는 의미가 없으니까. 뭐가 그리 좋은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이브가 인상을 찌푸리는 동안, 나는 술집 안을 둘러보며 내가 술집에 온 이유를 찾았다.

다행히 오늘도 술집에서 덩치 큰 아저씨들에 붙잡혀 있는 작은 체구의 소년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이브, 가자.”


이브와 함께 억지로 술을 먹여져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소년 앞에 앉는다.


“오늘도 즐거워 보이네, 미리암.”

“이게... 즐거워, 보이면. 눈이 어떻게 된 거죠. 정비공. 씨.”


말을 제대로 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미리암은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는 상태로 나를 노려봤고, 나는 끄덕도 하지 않고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싫으면 도망치면 되는데?”

“저는... 왕국의. 징세관입니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사명을...”

“세금만 거두려고 하지 않으면 참 좋은데 말이야. 이렇게 술도 공짜로 뿌리고.”


이 술집에서 배포하는 술들은 모두 미리암의 사비로 유통하는 것.

원래 대부분의 징세관들은 한달이면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지만, 이 소년은 무려 1년을 버티고 있다.

세금을 거두려는 것만 빼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게 이 마을 사람들의 평이지만, 본인은 그런 평가를 죽도로 싫어하는 모양이다.

자기를 놀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글쎄.

내 생각엔 다들 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뭐, 어째됐건 미리암은 이 마을의 외부인이고, 그 때문에 이 마을의 어떤 세력과도 관계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술집은 온갖 정보가 떠도는 장소가 됐고, 미리암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집이 술집으로 변한 것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묵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리암에게 가게에서부터 가져온 회로를 건내 줬다.


“뭐에요, 이건?”

“보호막 발생 회로였었나? 아니면 보호막 중화 회로였나? 잘 기억은 안나지만 둘 중 하나였을거야. 가게에서 굴러다니는 걸 주워와서.”

“왜 다들 저를 정보상인으로 취급하는 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모르는 게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만요...”


이렇게 툴툴거리면서 보수를 받으면 제대로 정보를 건내주니까 더욱더 정보상인 역할을 하게 되는게 아닐까?


“그래서 무슨 정보를 원하시나요?”

“대충 쓰러진 자동인형들에 대한 정보들. 사소한 거여도 전부 다 부탁해.”


내가 건낸 회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한 미리암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내게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지도에만 있고 등장하지 않던 곳이 첫 등장.


사실 그것보단 씹덕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더 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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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거부하기 힘든 제안 +2 20.05.03 403 12 12쪽
46 자업자득 +4 20.03.31 400 11 14쪽
45 흡혈귀(ㅋ) +5 20.03.12 447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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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에너지 드레인 +5 20.02.28 448 19 12쪽
42 작업 준비 +4 20.02.22 451 23 13쪽
41 이유 있는 불안 +3 20.02.14 488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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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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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V2 +5 20.02.02 610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3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8 26 12쪽
32 습격 20.01.30 683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79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49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3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3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1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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