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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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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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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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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DUMMY

D급 마석 65개, C급 마석 12개, B급 마석 1개, 회로 56개, 소형 카메라 42개, 석영 수정 14kg, 반중력 회로 53개.

이게 전부 오늘 원정을 통해 건진 수확이다.

오늘 써버린 수류탄과 제어탄 값을 충분히 벌고도 남는 장사다.


“캬, 이걸로 제트팩을 강화하고, 남는 건 교회에 가져다 두면.. 보호복 인공 근육도 강화해도 석영이 남겠네.”

“주인님, 한 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응? 뭔데?”

“반중력 회로는 왜 이렇게 많이 챙기신 겁니까? 반중력 회로는 제트팩 강화에만 사용되느 게 아닙니까?”

“마녀한테 시킨거 있잖아? 그거야.”

“아. 하긴, 그 덩치를 지탱하려면 반중력 회로가 필수적이겠네요.”

“마녀 덕분에 기존에 필요한 재료의 절반은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 점은 참 고마워.”


특히, 다른 사람에게 걸리지 않고 나 혼자에게 걸린 점이 말이다.

어휴, 마녀가 다른 놈들에게 죽기라도 했어봐.

이렇게 쓸모있는 노예를 잃을 수는 없지.


“그런데 주인님, 지금 어딜 가시는 겁니까?”

“응? 돌스. 의뢰할 게 있어서.”

“설마, 단물을 다 빨아먹었다고 버릴 생각은 아니시죠?”

“내가 왜 노예를 버려? 아직 더 빨아먹을 게 남아있는데?”

“다 빨아먹으면 버린단 이야기군요. 농담이고, 아까 이야기한 정보 의뢰인가요?”

“어. 그 살덩이들을 나만 봤을리는 없을테니까. 쯧, 요즘 너무 공방에 틀어박혀만 있었나?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르겠네.”


뭐, 그것도 있지만 이 녀석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대선배님이 있으니까.

모선에서 넘어오는 로봇들을 막아두기 위한 간단한 고철 울타리.

그 고철 울타리 바로 앞에 허름한 술집 같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아니, 술집 같은 건물이 아니었지.

술집 같은 건물이 아니라, 원래 술집이었던 건물이다.

폐허 한복판에 덩그러니 세워진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 떠드는 자동인형들의 모습이 보인다.

골렘형, 요정형, 인형형, 동물형...

정말 다양한 형태의 자동인형들이 한데 모여서 대화를 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장관이다.


“여기가... 돌스입니까?”

“그래. 자동인형들의 길드이자, 모선 쪽 쓰레기장을 관리하는 곳이지.”


처음에는 자동인형들만의 길드였지만 지금은 모선에 들어가는 스캐빈져들을 관리하는 거대한 기관이 되었다.

그 때문일까?

자동인형들 말고도 다른 종족들이 한데 모여 함께 모선으로 향할 파티를 찾는 모습이 보인다.


“녹즙 한잔 부탁해.”

“검은 머리 정비공? 여긴 왠일이야?”

“의뢰할게 있으니까 왔겠지?”

“헤에, 그래? 난 또 파티원을 구하려는 줄 알았지.”


마치 바텐더마냥 카운터 너머에서 유리잔을 닦는 자동인형에게 녹즙 한 잔을 주문한다.

나는 로봇에게 D급 마석 3개를 건내며 어깨를 으쓱했다.


“벌써 이야기가 퍼졌어?”

“당연하지. 이 마을에서 5명 밖에 없는 정비공 중 한 사람이 치료소로 실려갔는데, 아무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게 이상하지.”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내가 주문한 녹즙이 유리잔에 담겨 내 앞에 도착했다.

윽, 언제 봐도 참 먹기 싫게 생겼다.

분명히 녹즙은 맞는데, 무슨 다 썩은 물처럼 생겼어.

입 안에서 퍼지는 향긋한 잡초향을 느끼며 나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윽. 이 잡초맛은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네.”

“뭐. 잡초를 갈아서 만든게 맞으니까.”

“진짜로 해독 효과가 있는 거 맞아? 녹즙 팔아먹으려고 지어낸 헛소리 같은데.”

“마도공학자들이 그렇다잖냐. 비타민도 풍부하다니 잠자코 마셔.”

“난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데. 그냥 평범한 토끼풀이 독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고 약이 되는게.”


뭐, 이렇게 투덜거리긴 하지만 토끼풀의 효능은 내가 두 눈과 몸으로 직접 맛봤으니 잘 안다.

애초에 치료소에서 사용하는 해독제가 토끼풀을 정제해서 만드는 것이니까 말이지.

그렇게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준비가 다 된것일까?

건물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얼굴 도색 절반이 벗겨진 자동인형이 내려와 나를 맞이했다.


“마키나님이 찾으십니다.”

“다음부턴 녹즙에 시럽 추가해줘. 어우, 너무 써.”


나는 바텐더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자동인형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른다.

그러자 로봇이 소곤소곤 귓속말을 해왔다.


“뭡니까, 뭡니까? 주인님의 인맥이 여기까지 닿아있는 겁니까? 길드장이 먼저 부를 정도입니까?”

“내가 이 마을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여기서 살았고, 정비공인데 당연하지.”

“그런 분이 왜 언데드들한테는 쫓기는 겁니까?”

“그건... 그런게 아냐. 그냥 내가 거북해서 피하는 거야.”

“그런게 아니라는데, 언데드들은 살벌하던데요?”

“걔네들은 좀 과격해서 그래. 팔다리 몇 개가 잘리더라도 다시 이어붙이면 된다는 마인드여서...”


그 놈들은 생포하라는 명령을 팔다리를 다 잘라서 목숨만 멀쩡하게 가져오라고 해석하는 놈들이니까.


“저는 압니다. 여기서 이제 방 안에 들어가면 길드장이 방긋 웃으며 주인님을 맞아주는 거죠? 그리고 난이도 S랭크의 특급 퀘스트를...”

“그건 어느 소설에서 나오는 전개냐?”

“이젠 나를 위해 살겠다라고, 전쟁 전에 나온 소설인데 재밌더라고요.”


저 소설에 절여진 로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에 마키나가 나를 부른 이유의 가장 큰 부분이 자기 때문인줄 아는지 모르는지 로봇은 소설 이야기를 주절대고만 있을 뿐이었다.


“마키나님, 정비공을 데려왔습니다.”

“어, 들어와.”


문 너머에서 마치 기계음 같은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오고, 자동인형은 방문을 열어 나를 마키나의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러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주, 주인님? 로봇? 로봇 아닙니까, 저거?”


전쟁 당시, 시스템이 주력으로 활용했던 5호 지상전투병의 모습이었다.

나는 당황해하는 로봇을 무시하며 방긋 웃으며 마키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야, 오늘따라 더 아름다운데?”

“음, 어디가 아름다운데?”

“오늘은 어깨 관절 관리가 잘 된거 같네. 내 마음대로 개조하고 싶을 정도로 이쁘네.”

“진심인걸 아니까 더 징그럽네.”


마키나와 악수를 하고, 나는 쇼파에 털썩 주저앉아 로봇에게 속삭였다.


“자동인형 맞으니까, 그렇게 놀라지 마. 그리고 방금 그 말, 다른 인형들 앞에서 했다간 맞아죽으니까 절대로 하지 말고.”

“맞아죽는 건 제가 아니라, 주인님이 아닐까요?”

“해킹은 너만 할 수 있는줄 아냐?”


내가 로봇과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마키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자 로봇은 당황하며 내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저기, 주인님? 길드장님이 좀 화나신 거 같은데요?”

“아니, 저건 화난게 아니라...”

“어떤 아이를 주워왔나 했더니, 꽤 재밌는 아이를 주웠네?”


마키나가 로봇의 본체가 들어있는 부위를 직시하며 그렇게 말하자, 로봇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뭡니까? 지금 제 말을 들은 겁니까?”

“어. 그런데?”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익힌 능력이지.”


마키나의 몸은 전쟁 당시 수많은 개조를 거쳐왔다.

시스템에 잠입하기 위해서 멀쩡한 자기 몸을 로봇처럼 개조하고, 목소리마저 갈아버렸다.

그녀의 영혼이 갈기갈기 찢길 정도의 개조였지만, 마키나는 그 개조를 버텨냈다.

그 결과, 마키나는 시스템의 신호를 해석하고, 다른 로봇들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는 걸 넘어서 이젠 회로가 발신하는 미세한 신호까지 해석하는 경지에 이르었다.

수년간 마키나의 몸에 이루어진 개조와 스스로 수련한 마법이 합쳐진 결과다.


“아직 나이에 비해서 자아가 그리 확립되진 않는 상태네. 아직, 우리 동족이라고는 할 수 없겠어.”

“그래?”

“뭐, 좋은 주인님이 있는 것 같으니 폭주할 염려는 없으려나. 그나저나 취미가 그랬어? 요즘 노예도 들였던데...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참.”

“내가 시킨게 아냐. 이 녀석이 주인님이라 부르는거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인님? 주인님이 제 깊숙한 곳을 만지작거려서 억지로 주인님이라 부르게 시키신 걸 잊으신 겁니까?”

“야, 그건...”

“나루, 여자아이의 회로를 멋대로 만지는 건 매너가 아니야.”

“아! 그러니까 그런게 아니래도?”


젠장.

이 녀석을 마키나에게 보여주지 말걸 그랬다.

왜 이렇게 둘이 죽이 잘 맞는거야?

내가 한숨을 내쉬자 그제서야 날 놀릴 만큼 놀렸다고 생각했는지 마키나가 질문했다.


“그래. 의뢰가 있다면서? 무슨 의뢰?”

“살덩어리 괴물에 대한 정보를 원해.”

“살덩어리 괴물? 살덩이 골렘을 말하는 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혹시나 했지만, 돌스도 아직 그 로봇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한 건가?

나는 마키나에게 내가 파악한 생체 로봇의 정보를 전달했다.

내가 전한 정보를 들은 마키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새로운 형태의 로봇? 그것도 생체 로봇? 그걸 시스템이 만들어냈다고?”

“뭐, 아직까진 이 녀석의 말을 듣고 추리한 거지만.”

“사실이라면 지금이 꽤 위험한 상황일수도 있겠네. 좋아. 돌스 차원에서 정보를 알아볼게.”

“이왕이면 다른 놈들에게도 알려주고.”

“이 정도의 문제라면 쓰레기장 회의를 열어도 될 정도야. 당연히 그래야지.”

“회의라...”


내가 마지막으로 열렸던 회의가 언제였는지를 떠올리고 있던 중, 마키나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그런데 파티를 만들 생각은 없어? 너랑 안면을 틀려는 스캐빈저들이 참 많은데.”

“파티? 음... 뭐, 이제 맺긴 맺어야겠지.”


이제 더 이상 나 혼자서 모선을 탐사하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마키나의 말대로 파티를 만들어야 할텐데...


“그런데 나, 50m 아래로 내려갈건데 그래도 파티하겠다는 놈들이 있어?”

“50m 아래? 설마, 100m 아래까지 내려갈 생각은 아니지?”

“맞는데?”

“100m 아래까지 내려간다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든거야?”

“뭐... 괜찮은 정보들을 많이 얻어서.”

“흐음. 그래?”


마키나는 가만히 로봇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곧 고개를 내저으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100m 아래로 내려가겠다는 놈들은 적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거야.”

“그래. 그러고보니까, 왜 올해는 원정대가 안오냐?”

“원정대? 아, 왕국에서 보내는 원정대 말이지?”

“그래. 슬슬 원정대가 올 시기 아니냐?”

“요즘 들리는 말로는 캄파니아 왕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더라.”

“캄파니아? 거긴 또 왜?”


요즘들어 캄파니아 왕국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네.

설마, 그 마녀 때문은 아니겠지?


“우리도 쓰레기장과 거래하게 해달라. 이런 느낌?”

“아, 뭔지 알겠네.”


쓰레기장은 예리코 왕국 외곽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쓰레기장이 위치한 지역은 캄파니아 왕국과 국경이 맞닿은 지역.

캄파니아 왕국은 늘 예리코 왕국 혼자서만 마석 거래를 독점하는게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국의 모험가들을 쓰레기장에 보내 스케빈져로 만들고 그랬는데, 그 정도는 다른 나라들도 다 하는 거고.

뭐 스파이를 보내서 이것저것 뒷공작을 펼쳐서 마석 거래 루트를 탈취하려고 하기도 하고, 뭔갈 많이 시도했다.


“왕도 사람들 말로는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더라.”

“그래서 원정대를 꾸릴 여유는 없다는 건가...”


뭐, 예리코 왕국과 캄파니아 왕국이 싸우든 말든 우리 입장에선 상관없다.

돈만 제대로 준다면 누구에게 마석을 팔든 상관없지.

칫.

원정대가 꾸려지면 원정대에 묻혀서 100m 아래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데 말이다.

재밌는 정보도 들었고, 로봇 녀석의 상태도 대충 어떤지 짐작이 가니 이쯤에서 갈까.

그렇게 생각하며 쇼파에서 일어나던 순간, 창 밖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쾅.

무언가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

마키나와 내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문이 벌컥 열리며 아까 나를 안내했던 자동인형이 뛰어들어와.


“마키나님! 로봇 웨이브가 출현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을 가져왔다.

아니, 로봇 웨이브가 갑자기 왜 일어나?


작가의말

마키나는 대충 터미네이터 로봇의 맨몸을 생각하면 됩니다.


어멋 넘모 야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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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뇌둥둥 +3 20.02.01 564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9 26 12쪽
32 습격 20.01.30 684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0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50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4 27 12쪽
» 인형의 집 +3 20.01.25 764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2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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